나의 사촌 세라 창비아동문고 270
김민령 지음, 홍기한 그림 / 창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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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무섭다고들 한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고 영악하고 머리 회전도 좋아서 마냥 순진할거라고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

아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변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지금 세상이 예전과는 다른 세상이고 가치관이 달라지고 상식이라는 것도 달라지고 있는데 말이다

예전이면 10년씩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눈뜨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고

내가 살아오면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고 한때 유행의 첨단이라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퇴행되고  누구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사라지는 지금

아이들도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변했다고 달라졌고 영악해졌다고 누가  당당하게 욕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 그 순간이 잘 드러난다

 

견우하고 나하고...

 

배가 고파서 하늘이 노란데 돈은 없는데 아직 어려서 돈을 벌 수도 없는데 누군가 돈을 가진 아이를 때려서 돈을 빼앗는게 뭐가 나빠? 그 돈으로 담배를 피우고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배가 고파서 뭔가 먹으려는건데... 너무 배가 고팠을 뿐인데.. 어느 순간 나쁜 아이 불량배가 되어버린 오빠..

나와 처지가 비슷해서 호감이 가고 위안이 되던 견우가 엄마에게 가던날 느꼈던 불안 외로움...

그리고 견우의 한마디..

니가 나빠질까봐 그게 걱정이야. 나쁜 아이들은 얼굴도 변한다는데 나중에 내가 너를 못알아볼까봐....

가슴이 툭 하고 떨어진다.

친구가 나쁜 아이가 될까봐 걱정해주는 소녀는 절대 나쁜 아이가 되지 못할 거다. 하지만 여전히 배는 고플거다. 나빠지지도 못하고 배고픔도 해결하지 못하는 소녀는 어떡해야하나...

절대 나빠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살면서 문득 생각날거다.

내가 나빠질까봐 걱정해주던 누군가가 있었다고.. 그것만으로 위안이 될까?

 

단아가 울어버린 까닭은..

 

베스트프렌드를 갖고 싶은 소망을 우리 둘째도 가지고 있다.

많은 친구를 원하는게 아니라 단 하나의 친구를 윈하는 것

베스트는 단 하나뿐인거니까...

함께 공부하고 떡볶이를 사먹고 서로의 집에 놀러가고 둘만의 비밀을 가지는 것..

하지만 소심한 아이는 선뜻 상대에게 손을 내밀 수 없다. 누군가 내밀어주기를 강하게 희망하지만 사실 모두에게는 이미 베스트 프렌드가 있는 거 같다. 나만빼고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연필심처럼 마음을 뾰족하게 깍아보지만 그 연필심은 작은 힘에도 자주 부러져버린다. 어쩌나...

내가 어디가 못났을까? 나는 왜 인기가 없을까?

그때의 이 고민은 세계평화 환경오염 식량문제만큼이나 심각하다.

단아가 울음을 터뜨린건 정말 정말 당연하다.

내가 마음을 졸였는데 정말 고대했는데 그토록 갈망했는데 너무 어이없이 한순간에 툭하고  뭔가 와버리면 순간 내 갈망의 가치가 뚝 떨어지는 느낌도 들고 아 이제야.. 하는 안도감도 들고 왠지 위로받고싶은 쓸쓸함이 마구 겹치면서 울음만 나온다.

어쩌면 이걸 경험해본 세상의 소심이들 찌질이들만 알 수 있는 일이다.

내 둘째에게도 멋진 베프가 생기길... 그리고 누군가의 멋진 베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단아에게도...

 

나의 사촌 세라..

어른이라서 잘못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만약 아이들이 모여서 어른들이 엄마들이 그러듯이 부모 뒷담화를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들을까...

아이에게 충고하고 설교하고 야단치는 어른이라고 완벽하지 않다,

세은이 부모도 그렇다.

부모가 없는 세은이 사촌을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게 얼마나 큰 일인지 어른인 나도 잘 안다.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고... 남의 아이 키우는게 보통일이냐고.. 게다가 이미 마음의 상처가 있는 아이를 내아이와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쉬운게 아니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정신도 고달프면서 나중에 욕만 왕창 먹을 수도 있는 일

누구나 망설이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어른들에게..

그러나 세은이는 다른 걸 본다.

나랑 같은 나이의 사촌 그 아이가 오면 어떻게 지낼까.. 그 생각이 우선이다.

어떻게 생겼을까.. 함께 무엇을 해야하나  방을 나누어 쓰면 어떻게 자야할까

단지 그 아이에게 촛점을 맞춘다.

아이니까 그렇지

아이야 친구가 생기는 거고 형제없는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는 건데.. 어른은 복잡하다. 살아보니 알겠더라.. 복잡하다.

엄마 아빠는 계속 다투고 있지만 세은이는 그 아이를 기다린다. 그 아이와 할 수 있는 것 나눌 수 있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어른의 갈등은 애써 모른 척한다.

결국 그 아이는 자기 외삼촌에게로 가기로 했단다. 오지 않는단다.

아... 그렇구나...

세은이는 끝내 부모앞에서 속내는 드러내지 않지만 이제 조금 부모에 대한 불신이 생겼을 것이다. 엄마 아빠는 모르겠지만 내 부모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 이기적이라는 것 그리고 조금 실망스럽다는 것도..

내 얼굴이 붉어진다, 미안하다 세은아.. 하지만.. 나도 살아야겠다..

그말 밖에는...

 

브라질 떡볶이.

 

도데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왜 이렇게 장황하지? 싶었다.

주인공이 말이 없다는 거. 떠벌이 친구 두준이.. 그리고 누나 브라질 떡볶이 아저씨..

아하..

아이는 누군가의 부재를 경험하는 구나

내게 브라질 떡볶이 맛을 알게 해준 누나

밥대신 매일 먹었던 떡볶이집의 그 아저씨 내가 말이 없다는 걸 매일 와서 먹는다는 걸 기억해주는 아저씨..

아이는 이 두사람을 동시에 잃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게 누구도 친절한 설명이 없었는데 두 사람을 잃었다

그래도 아이는 살아가고 성장할 것이다.

한때 행복했던 브라질 떡볶이를 기억할 것이다.

밍밍했는데 자꾸 생각나고 걸리는 이야기다.

 

그외  진주목걸이같은 이야기도 있고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가 가지게 된 검둥이 이야기도 있다.

유은실 작가가 아이들 마음을 귀신같이 잘 캐치하고 젤 잘쓰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작가도 그렇게 될거같다.

아직은 서툰게 느껴지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아이가 가지는 불안과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을 잘 그려낸다.

아이가 순진하기만 해서는 세상을 살기 힘들지 않겠는가를  말한다.

세상이 변하고 어른이 변하는데 아이도 변해야하지 않을까

모두가 변하는데 변하지 말라고 하는 건 어른의 이기심이고 결국 상처는 너희들이 다 받아라.. 하는 못된 심보가 아닐까

정말 미안하다.

잘 모르고 욕하고 화만 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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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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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과 그레텔은 뿌려놓은 조약돌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하나하나 작가가 뿌려놓은 밑밥을  잡아가면서 막바지로 향해갔다,

처음엔 그저 그랬다. 문장도 나쁘진 않은데 자꾸 걸렸다. 쉽게 줄줄 읽혀지지 않았고 목에 턱턱 걸리면서 거칠고 서툴렀다. 뭔가 나쁘진 않는데 매끄럽게 넘어기는게 없었다.

괜히 골랐나 싶었다.

중간에 패스트푸드점에서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에서 그만 책을 덮었다.

어쩌면 나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것에서 어떤 재미나 커다란 스케일 혹은 요즘 아이들의 발랄한 무언가를 찾았었던 거 같다.

단언컨데.. 이 책에는 그런게 하나도 없다.

그냥 한 소년이 가출이 아닌 여행을 떠날 뿐이다.

왜 그런지 알 수 없고 도데체 어떤 배경인지 읽어도 잡히지 않는다. 다만 함께 동행하는 형에게 뭔가 비밀이 있구나 하는 감은 있다. (이런건 진부하진 않지만 이제 너무 쉽게 보인다.)

하지만 꾹 참고 다시 책을 읽으면서 나는 헨델과 그레텔이 뿌린 조약돌처럼 그렇게 이정표를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보물을 주워가며 이야기의 끝을 향하고 있었다.

가출이 아닌 여행을 떠난 아이는 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터프한 세상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노래에 재능이 없는 전직 의사도 만나고

거리의 부랑자도 만나고 산타클로스 할머니도 만나고 사연이 깊은 목사도 만난다,

그리고 여행의 중간목적정도 되는 예전의 여자친구 (여자인 친구)19번도 만나고 대장도 만나고 펜더도 만나고....

길을 떠난 아이는 여러 사람을 만나서 위악도 떨고 건방지게 굴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거울앞에서 인중에 돋아난 털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면도기를 사용한다.

 

어쩌면 엄마가 마지막에 남긴 "괜찮다"는 말이 크게 목구멍에 걸리고 명치에 걸려서 그렇게 방황을 했었던가보다. 괜찮다는 말은 참 묘하다.

누군가가 괜찮다고 하면 그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안이되기도 하지만 떄로는 비수가 되기도 한다. 너가 말한 그 세음절 "괜 찮 다"가 공중에서 나에게로 는 닿지 않을 때가 그렇다.

너는 괜찮지만 나는 도저히 괜찮을 수 없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차라기 그말을 지하주차장에서 벽에 등응ㄹ 대고 웅크렸던 형이 들었더라면 죄의식이 덜했을까  또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소년은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해결이 없어서 주먹을 쓰고 야구 배트를 쓰고 전학을 간다.

엄마의 그 세음절을 나중에 긴 여행끝에  소년에게 도달했다.

이젠 정말 괜찮다고...

정작 소년에게 괜찮다고 말해 주었으면 하는 이들은 아버지나 형은.. 모두 입을 닫고 있었고 소년이 그 세음절의 무게로 휘청거릴때 형수는 소년을 위로한다.

형보다 강하다고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책을 읽고 불현듯 드는 생각이 "우아한 거짓말"의 남학생판이네 였다.

뭐 비슷한 점이 없긴 하지만 가족중 누군가가 죽고 이후에 홀로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그렇다.

하긴 소년에게는  만지와는 다르게 두번의 죽음이 있얶고 다정하고 친구같은 엄마 대신 스스로를 못이겨내서 자식에게 무심했던 아버지가 있을 뿐이지만  큰 사건이후 그 이유를 홀로 찾아내고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는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길을 떠나서 사람을 만나고 조금씩 드러나는 소년의 아픔이나 상실을 보면서 세상에서 잚어진 무게를 혼자 견뎌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다.

비에 아예 흠뻑 젖어버리면 더 이상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첨에 비를 보면 무조건 피하고 한방울이라도 튀는 걸 못견뎌하지만 이미 젖어버린 몸에서는 아무런 두려울 것이 없다.

언젠가 비는 그칠테고 사람들은 그런 것을 비라고 부르니까.

 

 

.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으니 그제사 내가 무지하게 거칠다고 투덜거렸던 문장들이 다가왔다,

소년이 아프다고 할 수 없었던 말들 외롭다고 할 수 없었던 말들 두렵다고 할 수 없던 말들이 거칠고 단순하고 덤덤한 문장속에 숨어있었다.

그랬구나...

 

나는 쿨하다... 란 표현이 참 싫어졌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요.. 난 아프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다가오지 마세요 날 건드리지 마세요 그냥 그만큼 거리에서 바라보기만 하세요.

나도 다가가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도피하는 말 같아서 싫었다.

상처가 싫어서 더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또 더 나아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고 여기고 말거라는  소심한 이기심까지 들어있는 말같아서..

차라리 뜨겁지 않더라도 뜨뜨미지건한 정도라도 온기를 가지는게 낫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냥 다가가고 거절당하고 상처받고 소독하고 주저않고 울고.. 그렇게 감정에 충실하고 촌스럽게 사는게 정말 사는게 아닐까.

소년의 삶이 쿨함에서 조금씩 온기를 가질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고  망설이지만 대꾸해주는 것부터가 그 시작일 것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기엔 벅찬 느낌이다.

하지만 한문장 한문장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망설이게 만드는 무언가는 있다. 누구하나 허투로 나온 사람이 없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지식하고 거칠지만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 참 좋다.

꽤 괜찮은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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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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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이 미친듯이 뛰어올라가더니 둘이 얼싸안지 뭐예요? 오늘 아침에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 오랫동안 사귄 친구같더라니까요. 그보다 더 신기한 일도 있었다구요. 당신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바솔로뮤 부인이 꼬부랑 할머니이긴 하지만 몸집이 톰과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톰이 바솔로뮤 부인을 조그만 소녀라도 되는 것처럼 두 팔로 껴안으며 작별 인사를 하더라구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고 궁금했고 한장 한장 넘기기가 두려우면서도 설렌다는 것... 참 오랜만에 경험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홍역에 걸린 동생때문에 도시에 사는 이모네 집에 오게 된 톰의 이야기다,

큰 저택을 개조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이모네 집에서 톰은 입구에 매달린 큰 괘종시계를 본다.

낯선집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도 뒤척이던 톰은 아래층 시계가 13번을 울리는 걸 듣게 되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뒷문을 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마당이 없다던 집에 비닐하우스 꽃밭 텃밭을 갖춘 아름다운 정원이 숨어있다

톰은 이제 밤마다 시계가 13번을 치면 아래로 내려가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자기를 알아보는 소녀 해티를 만나게 되고 비밀친구가 된다.

톰은 해티의 눈에만 띄기 때문이다.

밤마다 정원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톰은 정원의 비밀에 대해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의구심을 가지며 고민한다.

자기가 해티의 시간에 스며들었다는 것 그리고 해티가 자기의 시간에 들어왔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된 톰은 둘만의 비밀도 만들지만 점차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집에 돌아가기전 마지막으로 해티를 만나러 정원에 간 톰은 놀랄만한 경험을 하는데....

 

왜 해리포터가 나왔는지 알거같다.

어쩌면 사소하고 단순한 환타지 이야기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아주 세다.

비밀의 정원에 흠뻑 빠져들게 하면서 점차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될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야기를 몰고가고 이젠 정원을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든다.

그림을 그려보여주듯 세심한 정원의 묘사도 참 영국스럽단 생각을 하게 한다.

 

이야기는 시간과 추억에 대해 전해준다.

과거 해티가 사는 정원과 저택 그리고 같은 공간이 현재는 톰의 이모가 사는 다세대 주택과 좁아진 뒷마당  그리고 과거 해티의 방은 현재 톰이 머무는 방이다 둘은 같은 공간에 머물지만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해티의 움직이는 시간속으로 톰의 시간이 정지된 채 둘은 만난다.

톰은 머리를 써서 정지된 자신의 시간을 이용해서 해티의 정원에 오래 머물기로 결심하지만 해티는 시간속에서 점점 자라고 톰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고.... 만남인 끝이 난다.

 

그러나  해티와 톰의 우정이  서로 다른 시간속에서 서로에게 스며든 만남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는 마지막  저 위의 단락에서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야기가 전개 되는 내내 별 다른 감정 표현은 없었지만 둘이 점차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인정하고 소중한 존재였음을 마지막 현실에서 터트려 주는 뭉글한 마무리다.

 

이 이야기가 영화화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내내 영상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정원의 사계라든가 고지식하고 정직한 정원사, 심술궃은 큰 엄마 그리고 무심하지만 책임감 있는 사촌과 꿋꿋하게 살아가는 고아 소녀 등등 한편의 영국 고전 영화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소재에서 느껴지는 " 시월애"의 느낌도 들고 어딘가 모르게 "늑대소년"이 연상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때문일까... 어쩌면 늑대소년도 영희의 시간속에 뛰어들어 영희를 기다린다. 그리고 둘의 시간이 마주치는 찰라 다시 만나 서로를 알아본다는 게... 좀 억지스러울까?

 

시간에 대해 그리고 소중한 추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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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은영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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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부를 통해 마이클 모퍼고를 처음 만났다.

그의 책들은 역사적인 어떤 사건이나  혹은 실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이야기를 꾸려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전쟁, 홀로코스트, 난민이나 이민자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의 이야기등등

우리가 살면서 큰 줄기를 알지만 세세한 그 결을 살피기 힘든 사건들을 작게 쪼개어서 그 섬세한 결을 보여준다.

전쟁이 났다 사람들이 많이 학살되었다 도시가 파괴되었다.

이런 큰 흐름만 알고 지나가면 그 속에는 사람이 들어있지 않다.

그저 사물화된 사건이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숫자들로만 이루어진 기사와 다르게 이야기는 그 속에 살아있는 사람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폭격을 당한 곳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우리가 오가는 골목이나 들리게 되는 작은 가게 주말에 찾아가는 도서관이나 동물원이  바로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고 다니는 곳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것이고 숫자로 기록되는 사망자의 숫자나 피해액은 바로 우리가 어제 만났던 혹은 언젠가 스쳤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사실을 알고 인식하기에는 기록이나 기사가 유익할 수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 속에 살아있던 숨쉬고 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저 숫자로만 차갑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을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힘은 우리에게 어떤 사건을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 고통받았던  납작하게 엎드려야 했고 견디고 살아낸 혹은 죽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보여준다.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

그것이 기록과 이야기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이차대전에서 독일은 언제나 나쁜 놈이었다. 일본과 더불어

나치 히틀러와 언제나 같은 맥락에서 전쟁을 도발한 전범국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이야기속에서 배경이 된 드레스덴 폭격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전쟁 막바지에 보복을 위해서 무고한 도시에 퍼부은 폭격이 사람들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힘들게 하는지를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전쟁에서는 이긴쪽이든 진 쪽이든 전쟁을 도발한 쪽이든 당한 쪽이든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

결국 고통받는 건 인간이었고 동물이었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라는 것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이라는 걸 담담하게 이야기는 보여준다.

 

동물원 조련사였던 엄마가 데려온 아기 코끼리 마들렌

리지는 이 상황이 싫고 동생 칼리는 정말 좋아한다.

코끼리와 개의 갈등으로 인해 폭격을 피하게 된 리지 가족은 코끼리를 데리고 이모네 농장으로 피난을 가고 가는 길에 만난 낙오한 영국군도 함께 떠나게 되고..

많은 일을 겪고 우여곡절끝에 모두가 무사하게 전쟁을 마무리하게 된다.

코끼리와 함께 떠나는 피난이라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오히려 위로를 받게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어처구니 없고 어이없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이 있고 위로가 있기도 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고 그 속에 견뎌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전쟁의 실상을 알게 해주는 이 이야기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케 하면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더불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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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할아버지 비룡소 걸작선 41
울프 스타르크 지음, 안나 회글룬트 그림, 최선경 옮김 / 비룡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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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가 없는 소년이 있었다. 친구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외할아버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두 친구는 함께 양로원에 갔고 거기서 멜방 바지를 입고 친구와 똑같이 턱에 반창고를 붙인 닐스 할아버지를 만난다.

친구 베라때문에 오긴 했지만 우쎄는 닐스 할아버지를 외할아버지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용돈을 받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쎄는 베라와 함께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함께 외출을 해서 할아버지가 아끼는  이야기가 담긴 실크 스카프와 넥타이로 연을만들기도 하고 누워 있는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좋아하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함께한 외할아버지의 생일 세 사람은 함께 외출을 하고 할아버지가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버찌서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세상엔 쉽게 되는게 없단다. 연습만 하면 된다. 연습없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그렇게 서로 만나고 익숙해지고 서로 할아버지가 되고 손자가 되는 연습을 하면서 서로 알아간다.

그리고 닐스 할아버지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배운 우쎄는 열심히 연습한다.

연습만 하면 되는 거니까..

다음에 만날땐 꼭 휘파람을 불어주기 위해 양로원도 가지 않고 연습한다 또 연습한다.

그리고 마침내 휘파람을 불 수 있게 된 날 두 아이는 길가에 핀 가장 아름다운 장미 한송이를 꺽어서 양로원으로 간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없다.

토요일 두 아이는 교회로 가고 우쎼는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에게 휘파람을 불어드리고 드디어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연을 날린다.

함께 한 일상이 시간은 힘이 쎄다. 함께 먹고 마시고 자고 웃고 화내고 빈둥거리는 동안 보이지 않는 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빈둥거리며 텔레비젼을 보거나 서로가 먼 산만 바라보면서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어도 상관없다. 밥상에 앉아서 서로 대화가 없이 그냥 묵묵히 밥먹을 입만 벌려가며 있어도 상관이 없다. 그냥 그런 일상들이 쌓여서 추억이 될테니까.. 사실 그랬다 지난 더운 여름 아버지를 보내고 이제 더이상 그런 조금은 어색하고 미안하고 불편한 일상을 반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뭔가 미안하고 잘못한 일들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귀찮아하면서 한귀로 흘려가면서 들었던 잔소리같은 것들 건성으로 대답하던 것들 그리고 사소한 반찬 투정들 툴툴거리는 짜증들 어쩌면 가까워서 어색하고 묻기가 난감했던 안부들이 이젠 그립다. 귀찮았던 전화통화  사소한 습관이 주는 불편함혹은 어색함이 이제는 그냥 추억이 되어버렸다. 살아있는 동안은 그저 시간이 쌓이는 일상이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건너면 그 모든 것은 추억이 되어버린다. 추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것인가를 처음 알았다. 그저 낭만적인 것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다. 어쩌면 추억이라는 것은 이제 더이상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걸  여름을 견디면서 알았다.

예전 아버지가 암수술을 하고 회복하시는 동안 서울에 머물렀었다. 그때 난 무슨 베짱인지 아무리 암이어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리가 없다고 믿었다. 목숨이 오가는 심각한 암이 아니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60을 앞둔 나이에 암이라는 건 보통일은 아니지만 난 아버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곁에 계실거라고 믿었다. 그건 믿음이 아니었다. 사실 이렇게 아비없는 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억지였고 투정이었고 궤변이었지만 괜찮을거라고 믿었고 내가 당시에 임신중이라는 핑계로 병원엘 자주 가지도 않았다. 어쩌피 고비를 지나면 괜찮아질거라고... 냉정하고 무심한 딸이라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병원이 두려웠다. 가면 아픈 사람만 있고 조금이라도 덜아프다는 것이 축복일 수 있는 공간이 두려웠다. 내가 병원에 가면 사실을 봐야하고 인정해야한다는 게 두려워서 그냥 욕을 먹고 피하자는 마음이 컸던거 같았다. 어쩌면 누구보다 다른 형제보다도 겁이 많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아버지는 병을 이겨냈고 당분간 부산 집으로 가지 않고 서울에서 회복기를 가졌다.

그때 아버지를 모시고 인사동으로 삼청동으로 안국동으로 간 적이 있다.

인사동 끝머리에 있는 조금에서 솥밥을 먹고 안국역을 지나 선재미술관을 지나 한옥이 있는 거리를 걸었다. 그땐 아버지는 목소리 잃었지만 걸음걸이는  편안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예 말을못하는게 아니고 가래 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 무렵이었을 것이다.)

예전 당신이 대학 다닐적에 입주과외를 했던 동네라고 하셨다. 당시 동숭동 대학을 다니면서 학비를 벌기위해 이 동네 어느 부잣집에서 입주과외를 했다고 아마 선재 미술관이 그 근처가 아닐까 싶다는 말들. 그때 남의 집이라 눈치를 많이 봤다는 것.. 배가 고파도 늦게 들어오면 밥을 달라고 할 수 없었다는 것 그래도 부잣집이라 먹거리에 궁색하거나 인색하지 않았지만 왠지 자격지심에 달라고 먼저 말한 적 없다는 것.. 그 때 학생은 지금 미국에 이민가있다는 것등등... 혼잣말처럼 하신 게 생각이 난다. 아마 그때도 난 건성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고학이야기야 이미 알고 있는 것이고 아.. 이 부근이었구나 하는 생각 이상 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아버지와 단 둘이 데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걸 그땐 몰랐으니까. 그 순간이 일상에서 추억으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걸 그땐  몰랐다. 난 배가 부른 임산부였고 아버지는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였다.

그래서 느린 걸음으로 동네를 돌고 다시 인사동으로 와서 차를 마시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조금 깊은 속내를 이야기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건성이었고 무덤덤했고 묵묵했다.

지금 그게 많이 아프다. 몰랐다는것도 미안할 수 있다는 걸 그땐 몰랐다...

그래서 이 동화책속의 우페가 부럽다. 무언가를 도모하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고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볼 줄 아는 아이. 아이가 나보다 어른이다. 그래서 우페는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담담하게 휘파람을  불 수 있었을 것이다. 난 그저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 몰랐다고만 할 뿐이었는데.. 게다가 이건 반칙이라고 억지를 부리고만 있었다.

우페의 추억은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두 사람이 쌓은 일상은 담담하고 편안하다.

나는 .. 나도 담담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많을 거라고 믿는다. 미안한 순간이든 아름답고 고마운 순간이건 이젠 그저 일상을 넘어선 무언가가 되었으리라 믿고 싶다.

내가 아버지를 많이 좋아하긴 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것도.. 이젠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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