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 글.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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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뚜벅이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가끔 탑니다,

지하철은 서울로 진학하면서 처음 타봤습니다,

어리버리한 촌년이 서울 친구 뒤를 바짝 쫓아가며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납니다,

2호선을 반쯤은 돌아서 다니던 등교길

어느날은 3호선으로 갈아타는 코스를 친구따라 쫄래쫄래 가보기도 하고

이대입구역의 에스컬레이터에서 지레 멀미가 났던 기억도 있고

충무로의 에스컬레이트는 어디를 타야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나 한참을 망설였는데 알고 보니 같은 방향이라는 거...

막차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교문에서 뛰어오던 기억

시끄러운 나이트에서도 시계는 열심히 봤던 기억

한때는 땅속으로만 다니는게 너무 지겨워서 돌아가더라도 버스를 타야지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부끄러움도 없이 몸이 밀착되는 경험도 지하철에서 처음이었고

대학이 밀집한 지역을 지나면서 척척 내리는 학생들이 부럽기도 했네요

서울대랑 한참 멀리 있는 주제에 서울대역이라는데 사기당한 기분도 들었고

잠실사는 친구네 간다고 성내역에 내렸다가 강바람에 놀라기도 했었지요

시청앞 지하철역만 지나면 동물원의 노래가 기억나 혼자 맬랑코리해지다가

출퇴근길 늘 내리던 을지로 입구역의 지하상가들은 늘 신기했었고

평화시장간다고 동대문 운동장에서 내려서 한참을 돌아가던 기억

유난히 간격이 긴 압구정에서 신사 신사에서 잠원

월미도까지도 지하철이 되는구나 신기해하며 탔던 길고도 긴 여행길

복잡한 용산역에서 어느방향으로 타야할지 가늠이 가지 않아 서너대는 그냥 보냈던 막막한 날도 있었는데

참 처음오로 변태를 본것도 지하철안에서였군요

이젠 지하철 타는 건 누워서 떡먹기가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면 언제부턴가 정면을 보지 않습니다,

앞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것도 어색하고

이젠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도 힘들어져서 그냥 눈을 깔고 있거나 감고 있는 게 편하더군요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사실 지하철에서 앉아 갈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독서환경입니다,

적당히 흔들리고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개인적인 공간

함께 있으나 혼자인 공간

다른 할 게 없으니 책읽기 딱 좋은 공간입니다,

앞에 누가 있던 상관한 적도 없네요

한 때는 눈치가 빤해서 누가 어디서 일어날지 감으로 잘 찍었었는데

이젠 누군가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무척 미안해집니다,

나 무지 멀리가요~~~

잘 찍었다고 내 앞에 섰을 텐데 꽝이야요

 

그림책은 별 거 없는데  울컥한데가 있네요

지하철이 주인공이고 지하철을 타는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올해 나는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다닐 테지요

그림책 한 페이지에 슬그머니 내 이야기도 집어 넣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같은 이웃을 찾아 보려고 지하철에서 고개를 조금 덜 숙여야 겠다는 마음도 먹습니다

올해도

지하철을 타고 달리는 모두가 조금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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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울에 왔을 때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봤어요. 제가 사는 대구에도 지하철 3호선까지 있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해서 지하철을 타본 적이 거의 없어요. 사실 지하철 좌석보다는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볼 수 있는 버스 좌석이 편해요. ^^

푸른희망 2017-01-06 11:49   좋아요 0 | URL
서울로 진학하면서 첨 배운게 지하철 타는 법이었어요 지금은 왠만한 광역시에는 다 있는 지하철시지만 닟선 땅에서 낯선 지하철
그래서 지금도 지하철을 기다리면 막막하고 외로워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