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인형 상자 (양장)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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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필로 섬세하게 그려진 소녀가 정면을 응시한다,

종이의 질감과 연필의 길감이 섞여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하다.

먼저 상자 집 속의 인형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인형의 주인인 유진이 나온다,

유진은 침대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포근한 침대속으로 파고 들고 싶어한다

유진은 방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더 예뻐지기 전에 나가는 걸 꺼려한다,

유진은 주방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가 무너질 것을 염려해서 나갈 수가 없다

유진은 집을 나서려고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밖에 만만치 않아 하며 나가기를 말린다,

그러나 유진과 인형은 상자속에서 나와 세상의 공기를 마신다,

세상은 셍각보다 괜찮다,

 

그림속의 인물들은 모두 정면을 응시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

표정도 한결같이 무표정하면서도 복잡하다,

두려움 불안이 섞여있다,

이곳은 편안한데 왜 나가려고 하느냐고

아직 에뻐지지 않았고 아직 더 모아야만 하고 아직  세상은 너무 두렵다,

웅크리고 준비하고 모으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선택의 순간은 두렵다,

무얼 선택하든 두려움이 있다,

완전한,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언젠가는 후회할 것이고 두려워질 것이고 어려울 것이다,

나를 말리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다,

아들러가 말했던 것 처럼 이유가 있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싶어서 이유를 생각하고 붙일지도 모른다,

내겐 두려움이 있어,

내겐 아픔이 있어

내겐 핸디캡이 있어,

나의 작은 인형상자속에 움크리고 있다고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행도 불행도 내 선택이다, 내 선택의 결과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해보기 전엔 내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니?

  일단 시작을 해봐야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지 않겠니?

 

그렇다 한 발 내딛기 전에 알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아무리 용한 점장이라도 그걸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얼굴을 만져주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사탕이  입안에서 녹을 동안 우리는 용기를 준비하고  희망을 다시 닦아서 세상으로 나가야 할것이다,

어쩌면 세상은  견딜만할 것이고 의외로 아름다울 것이고 아픔도 기꺼이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나를 세상으로 내 보내는 것도

나의 내면을 내 보여주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어야 내 세계가 넓어진다,

 

 

사족... 책속의 인물이 작가를 많이 닮았다,

         가늘고 긴 눈과 불안과  호기심을 가진 얼굴이... 가만 보고 있으면  그다지 덜 무서웠다,

        그러나 인형은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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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양
우메다 슌사쿠.우메다 요시코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전작인 '모르는 척'을 너무 좋게 읽었다.

그리고 팟방을 듣다가 김중미 작가가 이 책을 소개하는 걸 듣고 궁금해졌다,

마침 학교 도서관에 책이 들어왔다,

기억해두고 싶은 또 한명의 일본작가 부부의 책이다,

 

왕따를 당해 마음의 상처가 깊은 소년 다이요는 이사리비라는 작은 어촌으로 어촌체험을 간다. 그곳에서는 모든 주민이 모든 주민에게 관심을 가지고 어른은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 당연히 되는 곳이다. 깊은 상처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은 다이요는 다정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가야형을 따라다니며 마을에 적응하고 형을 좋아하게 된다. 마을 주민 모두가 공동으로 하는 일에 귀찮아 하면서도 함께 하는 동안 몸을 써서 느끼는 달콤한 피곤함을 경험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밥 관심 누구든 함께 일하고 참여하는 마을의 정서에 점차 빠져든다.

 

- 우리 마을에서는 뭐든 우리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여기고 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한다는 거지

-그리고 여기서는 마을 사람끼리 굵은 밧줄로 이어져 있다고 해

-밧줄?

-배와 배를 단단히 묶어두는 밧줄 말이야. 태풍이 불거나 날씨가 험할 때 배가 바다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주는 밧줄 거친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이사리비 사람들은 우리라는 밧줄로 서로 묶여 있다는 거야 나도 우리 마을 배우기 시간에 들었어

P 65-66

-뭐 어때 괜찮아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다 같이 모래를 묻은 톳을 줍고 있었다,

괜찮다고? 뭐지? 이건/

톳을 줍는데 손이 막 떨렸다,

 

복도로 한 걸음 내딛는데 학교 냄새가 훅 끼쳤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문서 절단기에 찢긴 공책을 발견하던 날이 떠올랐다.

P93

예정했던 3박4일이 지나도 다이요는 좀 더 머물기로 한다. 톳작업이 끝날 때 까지라고 했지만 마음은 그냥 계속 머물고 싶었고 아직 뭔가 미진하다고 느껴을 것이다.

어느날 가야형이 고백한다. 나는 사실 아이들을 괴롭히고 상처주는 못된 아이였어

가야형의 고백을 듣고도 다이요는 마음을 열기가 두렵다. 다 알고 여기서도 따돌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아직 남아 있다,.

 

- 한심한 꼴을 보여 미안하다. 마을 어른이 운리가 보이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구나

-네? 저는 여기 마을 아이도 아닌데요?

-여기 머문 이상 너는 우리 마을이 돌봐야 할 우리 아이다.

P 116

-해파리 알지? 바다에 숨어서 속을 썩이는 녀석 말이다.

그런데 육지로 끄집어 내면 흐물흐물 사라져 버려.........

아저씨는 세상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일은 일단 햇볕 아래 내놔야 한다고 했다 P 120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돕고 분교에도 가지만 아직 마음을 다열지는 못한 다이요

그러다 아키토 형의 상처도 알게 된다. 형도 다이요처럼 괴롭힘을 당하고 분교로 전학왔는데 여기 어른들이 함께 자기 편을 들며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내주었다고 한다.(타인의 고통 체험) 그때 스스로 강해지겠다고 결심하고 나를 지켜주고 내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마을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다이요는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그때 내 옆에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이요는 아키토 형과 함께 산을 뛰며 쌓인 분노를 다스리기 시작한다.

톳작업이 끝나고 판매까지 다 마친 후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고래바위에서 다이빙을 망설이던 다이요 천공해활..을 외치고 뛰어든다.

그동안 속으로 쌓은 분노와 수치심 원망을 풀어가는 행동이다.

마지막 날 아키토와 가야앞에서 다이요는 자기의 아픔을 털어놓는다.

 

-정말 힘들게 싸워 왔구나 다이요도....

아키토 형이 먼 눈을 하고 중얼거렸고 가야형도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요 그렇게 혼자 꾹꾹 참고만 있더니 .....고마워 우리를 믿어줘서..........

한때 폭력으로 힘들어 했던 아키토, 마음속의 응어리를 누군가에게 해함으로 풀려고 했던 가야 그리고 학교 폭력으로 상처 입은 다이요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일이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이상하지 않다.

 

 

캐묻지 않고 불편한 관심을 드러내 보이지 않지만 늘 옆에서 함께 하는 것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상처 받은 아이는 용기를 낼 수 있다.

광고중 어른이 날이라는 게 있다.

아이를 처음 도와주는 날이 어른이 날이라고 했다,.

어른이란 아이를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이고 아이가 믿을 수 있는 존재이고 언제든 와서 뭔가를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여야한다.

그리고 어른에게 어른도 그런 존재여야 한다.

그런 어른과 아이들이 만든 공동체에서는 상처 입을 이유도 없고 혼자 아파할 이유도 없다.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가장 먼 길이라고 하는데 나는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가 더 멀다,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그건 머릿속에서 지어진 모래성일 뿐이다.

너를 알고 사랑하면 그 사랑을 표현해야하는 것 그것이 어른이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흔히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무척 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가슴에서 발까지가 더 멀다.

생각하는 일을 가슴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고 알고 공감하는 일을 행동하는 것은 늘 주저된다,

나 혼자 뭐라고... 남들도 안하는데... 내가 혼자 튀는 건 아닐까..

늘 생각하고 말하면서 행동은 쉽지않은 나다,

이 섬마을 어른같은 어른이 보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너무나 좁게 두르고 살면서 모두를 타자화 시켜버리고  낯설어하고 모른 척한다. 우리라는 말이 쓰임에 따라 굉장히 배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우리는 무지하게 넓다,

그런 넓이를 가진 어른이 필요한데 나는 늘 두렵고 주저된다,

 

그저 바라봐주고 기다려주고 마음의 상처가 저혼자 곪다가 쓰라리다가 탁 터져버리는 순간에 등을 쓸어주는 어른노릇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상처를 마주보라고 말해주는 어른 괜찮다고 등을 쓸어주는 어른 ' 그냥 지켜보면서 잘못된 길을 가도 기다렸다 돌아오면 소박한 밥상을 차려주는 어른 그리고 용기있는 어른

아이들이 읽으면 다른 무언가를 찾겠지만 나는 이 책에서 어른노릇을 본다.

공동체가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은 참 쉽고 단순한데 그 단순함이 어렵다는 걸 비겁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한 발을 내디뎌야 하지 않을까...

책이 자꾸 나의 등을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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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딱지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2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이경혜 옮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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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그림책은 강하게 시작한다,

엄마가 죽어버린 아침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아이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그러나 달라진게 없다,

여전히 해는 뜨고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여전히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집안의 가구도 그대로이고  동네에 보이는 풍경도 그대로이다,

다만 엄마가 없다,

아빠는 갑자기 바보가 되어버렸고

나는 대꾸할 말도 해야할 행동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시간은 흐른다

 

엄마가 없음은 불편함으로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엄마 이외의 사람은 할 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엄마만 알고 있었는데

아빠는 잘 하는 것이 없다,

이제 내가 아빠를 돌봐야 할까

 

집에 남은 엄마는 냄새뿐이다, 그 냄새가 나가면 안된다

창문을 꼭꼭 닫아둔다,

나는 엄마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엄마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다고 말 하지 않는다

아빠가 울기 때문이고 엄마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집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떨린다는 것

무언가 침묵의 언어가 되어버렸다는 걸 알아버렸다

알려준 사람은 없다

 

마당에서 뛰다가 넘어졌다, 무릎에 상처가 생겼다,

그때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괜찮아 우리 아들 누가 우리 착한 아들을 아프게 했어?

넌 씩씩하니까 뭐든 이겨낼 수 있단다

눈을 감으면 엄마가 팔을 벌리고 나를 안아준다,

그러면 아픈게 다 나아버린다

 

엄마와 만나기 위해 엄마의 소리를 듣기위해 나는 계속 무릎딱지를 뜯고 뜯는다

아프지 않다

덜 슬플 뿐이다,

 

할머니가 오셨다,, 엄마의 엄마

내가 돌봐야 할지 모르는 어른 또 한명

할머니가 창문을 활짝 연다

'집이 찜통이구나"

나는 나는

울음이 터진다,

안돼

열지마

엄마가 빠져나간단 말이야

 

할머니가 알려준다

가슴을 만지면 오목하게 들어가는 부분

엄마는 거기 있단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아이는 드디어 울었다,

언제든 터져야 하는 것이 터지지 않으면 안으로 곪아버린다

그때는 딱지를 떼는 정도의 아픔이 아니다.,

누구도 모르게 안으로 안으로 살을 파고 들어가는 상처는 상처인지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은 말한다

"참 의젓하구나.. 어른 스럽구나"

"괜찮아 아직 어린애니까 모를거야"

무릎 딱지를 뜯으며 엄마 목소리를 듣는 아이가 아프다

그러지 말라고 딱지를 뜯지 않고도 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울어도 돼 괜찮아

 

상실감이 무릎 상처로 비유되면서 점점 읽는 사람을 조여오더니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아.. 울었어 다행이다

언젠가 무릎은 새 살이 돋을 것이고 아팠던 흉터도 점점 희미해질것이다,

탄식과 애도 상실감도 언젠가는 옅어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기억이 남아 있을 테니까,,,

잊어도 되고 웃어도 되고 누군가를 더 사랑해도 괜찮아

엄마는 언제나 여기 오목한  곳에 있을 거야

아이야,,,

 

빨간 바탕이 불안하고 불안하더니 나중에는 아주 따뜻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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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에 대한 책이 일본만큼 많이 나온 나라는 없는 듯하다,

우리에게 왕따 문화가 있기전 이지매가 있었고 학원폭력이 있고 학교 붕괴가 있었고

유감스럽게도 그 현상은 우리에게도 조금씩 번지고 있다,

왕따에 대해 많은 책들이 있다,

 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혹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은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옆에서 바라보는 이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옆에서 보는 사람

아주 객관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다시 말하면

방관자

혹은 아무도 모르게 떨고 있는 제  3의 피해자

그렇다,

왕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와 함께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늘 강조했었다,

왕따에서 가장 나쁜 건 왕따를 주동하는 여왕벌도 아니고 거기 따르는 무리들도 아니고 그걸 보고도 모른 척하는 주위사람이라고 했다, 왕따를 하는 아이는 적어도 누가봐도 나쁜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된다(요즘은 아주 영악하고 교묘해서 이런 구분도 의미가 없긴 하다) 그러나 옆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는 딱 꼬집어 잘못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아프고 힘들게 하는 존재이다, 나의 고통을 바라보고 알고 있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는 사람 

미워하려니 내가 너무 외롭고 다가가기엔 어딘가 두렵고 낯선 눈길들

그러니 절대 누군가 왕따를 당한다고 느낀다면 방관자는 되지 말라고 정말 대책없는 충고를 퍼부었다.

그럼 어떤 행동을 해야하나? 

이 책에서  주인공은 돈짱을 괴롭히는 야라가세 패거리가 있다,

그들은 정말 사소하고 의미없는 일로 돈짱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돈짱이 어떤 저항도 없다는 이유로 아주 편하게 놀리고 구타하고 마음대로 장난감처럼 취급한다,

그걸 보는 주인공은 마음이 괴롭다,

그저 당하기만 하는 돈짱이 너무 이해가 안되면서 입밖으로 내뱉지도 못한 응원을 보내고 화를 내고 소리없는 고함을 질러댄다, 그 뿐이다,

행여 야라가세 일행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전전긍긍하는게 현실이다,

내가 아니니까 다행이지만 누군가가 당하는 걸 보는 것도 몹시 괴롭다, 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더 힘들다

어쩌면 말이다,

왕따를 옆에서 방관하는 아이들은 가정폭력을 지켜보는 아이들이나 권력이나 힘의 폭력을 떨면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같은게 아닐까

나서기엔 내가 너무 작고 나약하고 섣불리 나서다가는 오히려 내가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눈을 감아도 현실이 눈꺼풀안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은 고통 그래서 더 꼬옥 눈을 감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내가 무얼 잘못할까 자꾸 움츠려들게 되는 그런 기분과 같지 않을까

주인공도 그렇다

돈짱이 당하는 걸 보면서 화도 나고 돈짱이 너무 미련해보이지만 애써 모른 척 한다,

나만 그런건 아니니까

그러다 본인에게 일이 닥치는 순간  돈짱에게 자기가 한 모든 행동들을 고스란히 경험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돈짱이 도움으로 야라가세의 폭력에서 떨어지지만 그 이후도 변한게 없다,

그저 돈짱을 철저하게 모른 척 하기로 한다,

그리고 훔쳐보게 되는 돈짱의 절규 그리고 학예회에서 벌어지는 돈짱의 저항

그러나 그뿐이다,

 

왕따에는 이유가 있죠

그 애가 우리애를 부추긴 겁니다,

애들끼리 장난 아닐까요?

그런데 왜 도시바(돈짱)은 화를 내지 않았습니까? 싫다는 말을 확실히 하지 않은 것도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눈을 감고 싶고 학교는 그저 무탈하게 넘어가길 바라고 가해자는 버틸 때까지 버티고 싶고 피해자 가족은 그냥 피하고 싶고 주변인은 그저 내일이 아닐 뿐이고

그러게 덮어지고 넘어가면 모두가 안도할 뿐이다,

 

현실에서는 포장마타 아저씨 같은 분들을 찾을 수 없다,  행동하는 어른을 보기 힘들다,

아저씨의 따끈한 어묵국물에도 내 마음을 녹이기는 힘들다,

그런 어느날 까마귀에게 당하기만 하던 도둑고양이가 까마귀에게 덤비고 당당하게 구는 걸 목격한다, 예전 까마귀에게 당해 거의 죽음에 이른 고양이 돈짱을 미치게 만들었던 분노하게 만들었던 그 고양이는 이제 당당하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보고 모르는 척 하면 안 되지

 그러면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아.

 하지만 그 대신 이 모양이 됬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역시 모른 척 해서는 안되는 거야

 마음 속에 간직한 등불이 꺼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니?

 

(부끄럽고 부끄럽다)

 

마지막 졸업을 앞두고 주인공은 용기를 낸다,

내 손가락끝의 가시처럼 아프고 찝찝한 이기분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는 없다,

졸업식 예행연습을 하던 날

의자위로 올라선 주인공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잠깐 제...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저는 용기가 없어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 하고,,,,,,,,,

친구는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전학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데

이대로 모르는 척하면서 졸업을 하게 되는게 ...........

이런 기분을 가지고 중학생이 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결국 제데로 하지도 못하고 소란속에 묻힌다, 마지막까지 꼴불견. 생각할수록 창피.

그러나 후련하다

그리고 야라가세의 눈을 마주한다.

이제는 그 아이를 마주 볼 수 있을 듯하다, 무언가 말하려던 야라가세는 다른 친구들이 다가오제 자기가 먼저 피해버린다. 예전 포장마차 아저씨가 말하던 중학생에게 맞던 아이가 야라가세였을까 그도 아픈 곳이 있었을까 그랬다면 돈짱에게는 왜 그런건데...

생각이 복잡해지지만 한편 후련하다,

제대로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긴 했으니까

 

하지마. 싫어

그렇게 하면 아프잖아.

내가 싫어.

니가 그렇게 하는게 나는 싫어

하지마 그건 옳은 일이 아니야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하면 기분이 어떻겠니?

만약 그가 나라면 어떨까?

나처럼 아무도 보지 못한 척 그냥 지나치고 외면하면 기분이 어떨까?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나라면 어떻겠니?

그 의 심정은 어떨까?

내가 경험한 게 아니고  하고 싶은게 아니라고 모른 척 하는 건 비겁하다.

공감이라는 건 내가 경험하지 않고 모르는 일이라 하더라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마음이다. 그가 힘들구나 아프구나 애쓰는구나를 알아주고 행동하는 거라고 했다,

그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나에게 일러주어야 한다.

아니라고 하라고 싫다고 하라고 그러지 말라고 하라고...

이제 이 쉬운 말 한마디 행동하나는 용기가 되었다.

그냥 마땅한 일이 아닌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

그래도 자꾸 내게 질문을 하고 의문을 품어가며 용기를 내어보자

이제 더이상 돈짱처럼 전학가버리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에 큰 용기를 필요로 해야하는 힘든 일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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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빈자리 낮은산 키큰나무 8
사라 윅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낮은산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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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에게는 불행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아끼던 고양이 미스터가 죽었고 아빠는 바람이 나서 가출했고 이모는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렸다

행복했던 집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컨테이너 집에서 이모를 돌보며 살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과 더 바빠진 엄마 좁아진 집 없어진 내 방 그리고 어린 아이가 되어 늘 똑같이 반복하는 이모... 제이미는 그게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런데........

잊고 싶은 기억이 생겨버렸다,

 

이야기는 아이러니하다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모는 계속 기억을 되찾기위해 노력한다,

사고 이전의 기억을 뚜렷한데  그 이후의 기억은 30분을 넘기지 못하는 이모를 위해 기억의 실마리를 찾가아며 이모의 기억을 살리려고 한다

반대로 제이미는 기억을 잊어버리고 싶다,

영원히 누구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사라져버리기를 바래고 또 바랬다,

버터 스카치 사탕의 맛이랑 얼굴이 눌리는 촉감같은 건 영원히 지구에서 없어지기를...

강한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은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방어기제는 스스로 살기위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살기위해서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하고 남탓을 하고 그리고 잊어버린다,

해리는 가장 어두운 기억이고 가장 강한 방어기제이다,

우리의 제이미는 그 방어기제를 간절히 바란다,그러나 잊고싶은 기억일수록 너무 또릿하게 각인되어버렸다,

제이미는 학교에서도 무시받고 없는 듯한 존재이고 엄마앞에서도 아무것도 말 할 수 없다,

아빠와 헤어지고 이사를 한 후 엄마는 공장에 다니느라 바쁘고 이모를 돌보느라 바쁘고 그리고 이젠 오븐에 구운 소고기 요리 돼지 갈비 샐러드 쿠키와 케잌 대신 간단한 마카로니 치즈와 제로콜라에 의지할 뿐이다,.

학교에 찾아온 아서씨의 수업  그리고 짧은 아서씨와의 대화

이웃에 사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괴상한 소녀 오드리

꼭 이 두사람이 싫어서라기 보다 제이미는 누군가와 가까이 하면서 자기의 기억 혹은 비밀의 봉인이 해제될까 두려웠던 거였다,

따뜻한 말한마디 무심한 친구와의 농담속에서 진심이 튀어나오고 그 봉인된 기억이 튀어나올까봐 두렵다, 그래서 그들이 더 싫다, 오히려 무시하고 조롱하는 선생님이 더 편하다.

기억을 봉인을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에 오드리의 최면술에 응하지만 자기가 말해버렸을까봐 더욱 두렵다,

절대 누구도 알아서는 안돼 절대,,,,

 

결국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과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기억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네 잘못이 아니야, 니가 잘못한게 아니야

그 한마디에 제이미는 그냥 무너지고 비밀은 사라졌다,

말해버리면 누군가가 알아버린 비밀은 더 이상 힘이 없다,

 

마지막의 헤피앤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이도 있다,

그러니 한 아이가  아닌척 하며 견뎌내고 버티는 이야기에 이런 동화같고 환상적인 앤딩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잘 견디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게 보여야 한다고 믿는 아이에게 이정도의 희망은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책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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