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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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드러내면 누군가 상처를 받지만

 진실을 덮어버리면 모두가 상처를 받는다'

미미여사가 솔로몬의 위증에서  누군가의 입을 통해 한 말이다,

 

주경이는 혜수네에게 늘 당하는 입장이다,

한 번의 실수로 초콜렛 셔틀을 하게 되고 늘 전전긍긍 눈치를 보며 얼른 혜수네의 눈깔이 자기를 비껴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온거 같은데 ... 하필 누군가의 구두를 던져야 하는 시험에 빠진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되뇌이면서 눈을 질끈 감고 신발을 던져버린다,

일은 그렇게 꼬여버렸다,

주경은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사실 주경에게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싫다고 안한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주경은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쩌면 혜수네 눈깔들의 마음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눈깔들이 향하는 곳을 자기가 아닌 명인으로 돌리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경은 점점 더 괴롭다,

모두가 아는 게 아닐까 뒤에서 수군거리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감

그리고 스스로 점점 커지는 죄책감

쟤들 때문이라고 혜수네 눈깔들을 향한 분노

주경은 그래도 아무 내색을 못한다.

모든 감정이 뒤엉키면서 주경은 점점 쪼그라든다,

절대 안보고 살겠다는 명인이와는 자꾸 얽혀들고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버린다,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진실을 드러내고 사과하면 주경은 상처를 받을 것이다,

명인이나 정아가 자기를 어떻게 볼지 알 수 없다,

이제 혜수를 넘어 명인이와 정아까지 자기를 이상하게 볼 것이고 우습게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덮어버리면... 역시 그것도 상처다,

아무도 모른다고 상처가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적어도 나는 알고 있는 것이니까

아이들 이야기답게 이야기는 잘 흘러가고 마무리 되었다,

주경이는 용기를 내어서 사과를 하고 상처를 드러내면서 더 많은 상처가 번지는 것은 막았다,

 

명인이가 받은 아픔 그동안 정아가 받았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주경이의 상처에 딱지가 앉으며 그렇게 성장 할 것이다,

다만  주경이가 당한 일들은 구두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누구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억울해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도 어쩌면 잘못일거라고 스스로 도닥거릴지도 모르겠다,

 

결말을 그렇게 행복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이 책을 읽은 나는 마무리가 자꾸 미흡하다는 생각을 한다

고지식한 나 는 사과가 있고 용서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상처를 받고 아팠을 때 어떤 위로나 공감보다

미안해. 많이 아팠니 잘못했어

이 한마디가 더 절실할 때가 있다,

명인이의 마음을 헤아린 주경이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그냥 혼자 정리하고 해결하는것

그리고 친구로 남아준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것

혼자 결심하게 하는 것

그게 자꾸 잔가시처럼 목에 걸린다,

나도 사과받고 싶다고 말하기엔 너무 치사해 보이지만

그냥 넘어가자니 언젠가 다시 올라올 서러움이다,

작가는 주경이가 아픔을 통해 변하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주경이도 받아야 하는 것이 필요한 나이이다,

여자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싸움은 보이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아서 더 상처가 되는데  혼자 씩씩하게 이겨낸다는 결론이 자꾸 걸린다,

주경이가 그냥 착한 아이로만 자랄 거 같아서...

어쩌면 주경이 마음 속에 그늘이 이제 막 생겨버렸는데

그냥 보이는 문제가 해결되고 주경이가 명인이나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낸다는 이유로 그게 그냥 넘어가버릴까 하는 노파심이 자꾸 든다,

주경이의 욕구는 마음을 말하면서도 그게 그냥 넘어가는 거 같아서 걸린다,

용기없는 주경이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도 자꾸 주경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프다고 해도 괜찮다고

나도 사과받고 싶다고 해도 괜찮다고,,

진실을 드러내서 혼자 상처받는 쪽을 택하겠다고 한 주경이등을 자꾸 쓸어주고 싶다

그렇게 웃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웃어야 괜찮아야 지금 이 순간의 평화가 깨지지 않는거라고 그래서 참는 거라는 생각이 자꾸든다,

 

어른들은 항상 보이는 문제가 해결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아이가 웃기 시작하면 다 괜찮다고 믿는 모양이다,

나는 책장을 덮으면서도 자꾸 주경이가 걸린다,

 

황선미도 참 좋은 작가지만

미미여사가 만져주는 그 지루하지만 세세한 마음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별을 두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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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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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고민이 있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 꼭 목소리가 떨려나왔고 말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

사실 편한 자리에서도 목소리가 떨려 나올때가 있고 속도는 늘 빨랐다

가끔은 내가 긴장을 해서 목소리가 떨리는 건지 아니면 목소리가 떨리는 걸 신경쓰다보니  긴장이 되는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내 소리가 떨리는구나를 깨닫는 순간 속도는 내가 제어할 수 없이 빨라진다

내가 남들앞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이유가 내 목소리에 대한 컴플렉스때문인건지도 모르겠다

뭐 두셋이서 수다를 떨때는 떨리는 일이 없지만  사람수가 조금 더 많아지고 조금 더 낯선 타인이 섞이면 늘 목소리가 점점 떨려온다,

어떤 이가 농담삼아,,, 내가 말하는 걸 듣다 보면 이 사람 말하다가 심장마비로 죽는게 아닌가 걱정될 때가 있다고 할 정도로,,,

집단 상담을 경험하면서  진행자샘이 내 목소리 이야기를 했다,

왜 떨리는 건지 생각해본 적이 있냐고?

나는 그저 사람앞에서 말하는 것이 긴장되어서 떨리는 거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내 유년의 어떤 기억이나 경험과 관계되거나 어떤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거란 생각을 못했다,

생각해 봐야 하나?

고민했지만 곧 잊었다,

대신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 좀 떨리면 어떠랴,,

떨리는 염소소리를 가진게 나인걸,,,

그냥 그러려니 하는 배짱이 생겼다,

내가 누군가 대중앞에서 연설을 하거나 강의를 할 일은 아마 절대 없을 것이고 그저 몇몇과 대화를 나누거나 좀 더 많은 사람과 토론 같은 걸 하는게 전부일텐데,,, 그때 좀 떨리는 목소리가 나온들 어떠랴 싶었다,

이게 나이를 먹은 탓인지 아니면 그때 집단 상담덕인지는 모르겠다,

의외로 사람들은 교양있어서 내가 떨리는 염소소리를 내거나 말이 빨라지는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냥 모른 척 해준다,

다만 말이 너무 빨라서 못알아들을 땐 다시 해달라고 하고 나도 신경 써서 말하면 속도정도는 조절이 가능해졌다,

기왕이면 부드러운 음색으로 조곤조곤하면서도 강단있게 말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또 그렇게 하려고 흉내를 내지만 뭐 나도 모르게 염소소리가 나고 속도가 빨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책속의 소년은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

안면홍조증같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린 소년의 얼굴이 빨개진다는 건 무리에서 다르다는 걸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다, 아이는 그걸 고민하고 걱정하지만 그렇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다

나의 염소소리처럼,,

물론 그 아이의 심리를 해집어 들어가보면 무언가 원인이 있을 수도 있고  병리학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남들이 수군거리는 것 가끔 무리에서 도드라지는 것 말고는

아이는 자기와 비슷한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소년을 만난다,

그 재채기는 감기도 아니고 알러지도 아니고 그냥 무심코 나오는 재채기다,

물론 둘다 늘 얼굴이 빨개지거나 재치기를 쏟아내는 게 아니다.

내가 늘 염소소리를 내며 말하는게 아닌것처럼

둘은 서로의 다른 점을 알아보고 친해진다,

더 이상 얼굴이 빨개지거나 재채기를 하는 일은 별일이 아니다,

책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의 열등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열등감이 아닐거라고 말해준다,

뭐 나의 염소소리도 나름 나혼자는 인정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적어도 나는 내가 말을 오래하다간 심장이 멈춰서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 않은가

다만 남들이 좀 더 오래 염소소리를 들어야 하는 고통은 있겠지만....

말은 내용이 중요하지 그 소리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듣기 거북하고 불편한 소리를 내는 건 아니라고 믿으니까,,,,,

 

살면서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이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참 어렵다는 거다,

서로 공감해야한다, 다름을 이애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다 다 다르다,

뭐 그렇게 이야기하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고 나와 다른 것에는 거부감이 들고 불편함이 생긴다,

틀렸다는 문제보다 다르다는 문제가 어쩌면 더 어렵다,

틀린건 틀렸다고 하고 고치면 되는 일이지만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르다는 건 계속 다른 것을 보고 겪고 함께 해야하는 것이다,

틀린건 아니지만 불편하고 거북한 것 그것이 서로에게 있어서 서로 어색해지고 서로 조그쌕 모른 척 하고 등을 지게 되는 것이다,

자라면서 늘 상식적인 것 남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 예의고 교양이라고 배워왔으니

조금만 다르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고 불편해지는 건 당연하다,

나 역시 공감과관용을 이야기하지만

또 누군가 나와 다른 타인을 만나면 여전히 불편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만 든다,

그리고 나랑 닮은 누군가에게  다가가 하소연하며 안전감을 느낀다,

 

이야기속의 두 소년은 그래서 용감하다,

정말 다른 이를 재미있어하고 관심을 가지고 그리고 친구가 된다,

어쩌면 아이들은 아직 편견의 틀이 말랑말라해서 충분히 넓히거나 바꿀 기회를 가지고 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 교양을 덜 쌓고 상식이 많지 않아서 다르다는 걸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데 요즘의 영악한 아이들은 많은 학습과 커진 두뇌로 이미 교양과 상식이 풍부해져서 단단하고 멋진 틀을 가져버렸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아직 남은 순수함이 때때로  가식적인 어른들의 교양보다 더 무섭고 공격적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 아이들에게 다름은 거의 죽음일 수도 있다

 

책을 읽고 아이에게 다른 것을 인정하자 내 열등감을 들여다 보고 인정해보자고 이야기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다름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나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것처럼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나랑 혹은 우리와 많이 닮아보이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다른 모습들

약간의 엇갈림을 오히려 우리는 더 견디기 힘들다,

같은 학연 같은 혈연 같은 지연에 그렇게 매달리는 건 다른 것은 불편해서 악착같이 같은 걸 찾아내야 마음이 편해지는 속성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같다는 건 편하다

다르다는 것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굳이 불안과 불편을 안고 싶지 않다,

그래서 편하고 좋은 것에 안주하고 다른 건 모른 척 하고 싶다, 없었으면 좋겠다, 내 눈앞에 안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불편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그들도 사람이고 같은 나라 사람이고 나랑 마주쳤다는 건 나와 공통점이 무언가 있다는 것인데

그들이 불편했다는 건 많은 공통점을 잊을 만큼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일테다,

나도 아직 나와 다른 사람은 불편하고 힘들어서 피하고 싶다,

아마 누군가도 내가 불편하고 싫을 것이다,

굳이 편해지려고 노력하지 않고 맞추려고 하지 않더라도

그냥 아 다르구나,, 세상은 다양하니까  다른 사람도 보고 사는 거야 겪고 사는 거야

나도 누군가에겐 타인일테니,, 하는 마음은 잊지 말아야겠다,

자꾸자꾸 생각하고 연습하는 것  그리고 변해보려고 시도하는 것

그게 살아있는 이유라는 생각을 한다,

 

 

노안이 와서 글씨가 너무 읽기 힘들었다,

그림도 글씨도 뭔가 너무  작아서,,,,,

그 불편함이 슬펐다,, 아 나도 나이 먹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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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인형 상자 (양장)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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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섬세하게 그려진 소녀가 정면을 응시한다,

종이의 질감과 연필의 길감이 섞여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하다.

먼저 상자 집 속의 인형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인형의 주인인 유진이 나온다,

유진은 침대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포근한 침대속으로 파고 들고 싶어한다

유진은 방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더 예뻐지기 전에 나가는 걸 꺼려한다,

유진은 주방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가 무너질 것을 염려해서 나갈 수가 없다

유진은 집을 나서려고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밖에 만만치 않아 하며 나가기를 말린다,

그러나 유진과 인형은 상자속에서 나와 세상의 공기를 마신다,

세상은 셍각보다 괜찮다,

 

그림속의 인물들은 모두 정면을 응시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

표정도 한결같이 무표정하면서도 복잡하다,

두려움 불안이 섞여있다,

이곳은 편안한데 왜 나가려고 하느냐고

아직 에뻐지지 않았고 아직 더 모아야만 하고 아직  세상은 너무 두렵다,

웅크리고 준비하고 모으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선택의 순간은 두렵다,

무얼 선택하든 두려움이 있다,

완전한,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언젠가는 후회할 것이고 두려워질 것이고 어려울 것이다,

나를 말리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다,

아들러가 말했던 것 처럼 이유가 있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싶어서 이유를 생각하고 붙일지도 모른다,

내겐 두려움이 있어,

내겐 아픔이 있어

내겐 핸디캡이 있어,

나의 작은 인형상자속에 움크리고 있다고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행도 불행도 내 선택이다, 내 선택의 결과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해보기 전엔 내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니?

  일단 시작을 해봐야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지 않겠니?

 

그렇다 한 발 내딛기 전에 알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아무리 용한 점장이라도 그걸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얼굴을 만져주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사탕이  입안에서 녹을 동안 우리는 용기를 준비하고  희망을 다시 닦아서 세상으로 나가야 할것이다,

어쩌면 세상은  견딜만할 것이고 의외로 아름다울 것이고 아픔도 기꺼이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나를 세상으로 내 보내는 것도

나의 내면을 내 보여주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어야 내 세계가 넓어진다,

 

 

사족... 책속의 인물이 작가를 많이 닮았다,

         가늘고 긴 눈과 불안과  호기심을 가진 얼굴이... 가만 보고 있으면  그다지 덜 무서웠다,

        그러나 인형은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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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양
우메다 슌사쿠.우메다 요시코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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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인 '모르는 척'을 너무 좋게 읽었다.

그리고 팟방을 듣다가 김중미 작가가 이 책을 소개하는 걸 듣고 궁금해졌다,

마침 학교 도서관에 책이 들어왔다,

기억해두고 싶은 또 한명의 일본작가 부부의 책이다,

 

왕따를 당해 마음의 상처가 깊은 소년 다이요는 이사리비라는 작은 어촌으로 어촌체험을 간다. 그곳에서는 모든 주민이 모든 주민에게 관심을 가지고 어른은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 당연히 되는 곳이다. 깊은 상처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은 다이요는 다정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가야형을 따라다니며 마을에 적응하고 형을 좋아하게 된다. 마을 주민 모두가 공동으로 하는 일에 귀찮아 하면서도 함께 하는 동안 몸을 써서 느끼는 달콤한 피곤함을 경험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밥 관심 누구든 함께 일하고 참여하는 마을의 정서에 점차 빠져든다.

 

- 우리 마을에서는 뭐든 우리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여기고 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한다는 거지

-그리고 여기서는 마을 사람끼리 굵은 밧줄로 이어져 있다고 해

-밧줄?

-배와 배를 단단히 묶어두는 밧줄 말이야. 태풍이 불거나 날씨가 험할 때 배가 바다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주는 밧줄 거친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이사리비 사람들은 우리라는 밧줄로 서로 묶여 있다는 거야 나도 우리 마을 배우기 시간에 들었어

P 65-66

-뭐 어때 괜찮아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다 같이 모래를 묻은 톳을 줍고 있었다,

괜찮다고? 뭐지? 이건/

톳을 줍는데 손이 막 떨렸다,

 

복도로 한 걸음 내딛는데 학교 냄새가 훅 끼쳤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문서 절단기에 찢긴 공책을 발견하던 날이 떠올랐다.

P93

예정했던 3박4일이 지나도 다이요는 좀 더 머물기로 한다. 톳작업이 끝날 때 까지라고 했지만 마음은 그냥 계속 머물고 싶었고 아직 뭔가 미진하다고 느껴을 것이다.

어느날 가야형이 고백한다. 나는 사실 아이들을 괴롭히고 상처주는 못된 아이였어

가야형의 고백을 듣고도 다이요는 마음을 열기가 두렵다. 다 알고 여기서도 따돌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아직 남아 있다,.

 

- 한심한 꼴을 보여 미안하다. 마을 어른이 운리가 보이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구나

-네? 저는 여기 마을 아이도 아닌데요?

-여기 머문 이상 너는 우리 마을이 돌봐야 할 우리 아이다.

P 116

-해파리 알지? 바다에 숨어서 속을 썩이는 녀석 말이다.

그런데 육지로 끄집어 내면 흐물흐물 사라져 버려.........

아저씨는 세상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일은 일단 햇볕 아래 내놔야 한다고 했다 P 120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돕고 분교에도 가지만 아직 마음을 다열지는 못한 다이요

그러다 아키토 형의 상처도 알게 된다. 형도 다이요처럼 괴롭힘을 당하고 분교로 전학왔는데 여기 어른들이 함께 자기 편을 들며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내주었다고 한다.(타인의 고통 체험) 그때 스스로 강해지겠다고 결심하고 나를 지켜주고 내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마을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다이요는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그때 내 옆에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이요는 아키토 형과 함께 산을 뛰며 쌓인 분노를 다스리기 시작한다.

톳작업이 끝나고 판매까지 다 마친 후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고래바위에서 다이빙을 망설이던 다이요 천공해활..을 외치고 뛰어든다.

그동안 속으로 쌓은 분노와 수치심 원망을 풀어가는 행동이다.

마지막 날 아키토와 가야앞에서 다이요는 자기의 아픔을 털어놓는다.

 

-정말 힘들게 싸워 왔구나 다이요도....

아키토 형이 먼 눈을 하고 중얼거렸고 가야형도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요 그렇게 혼자 꾹꾹 참고만 있더니 .....고마워 우리를 믿어줘서..........

한때 폭력으로 힘들어 했던 아키토, 마음속의 응어리를 누군가에게 해함으로 풀려고 했던 가야 그리고 학교 폭력으로 상처 입은 다이요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일이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이상하지 않다.

 

 

캐묻지 않고 불편한 관심을 드러내 보이지 않지만 늘 옆에서 함께 하는 것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상처 받은 아이는 용기를 낼 수 있다.

광고중 어른이 날이라는 게 있다.

아이를 처음 도와주는 날이 어른이 날이라고 했다,.

어른이란 아이를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이고 아이가 믿을 수 있는 존재이고 언제든 와서 뭔가를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여야한다.

그리고 어른에게 어른도 그런 존재여야 한다.

그런 어른과 아이들이 만든 공동체에서는 상처 입을 이유도 없고 혼자 아파할 이유도 없다.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가장 먼 길이라고 하는데 나는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가 더 멀다,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그건 머릿속에서 지어진 모래성일 뿐이다.

너를 알고 사랑하면 그 사랑을 표현해야하는 것 그것이 어른이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흔히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무척 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가슴에서 발까지가 더 멀다.

생각하는 일을 가슴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고 알고 공감하는 일을 행동하는 것은 늘 주저된다,

나 혼자 뭐라고... 남들도 안하는데... 내가 혼자 튀는 건 아닐까..

늘 생각하고 말하면서 행동은 쉽지않은 나다,

이 섬마을 어른같은 어른이 보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너무나 좁게 두르고 살면서 모두를 타자화 시켜버리고  낯설어하고 모른 척한다. 우리라는 말이 쓰임에 따라 굉장히 배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우리는 무지하게 넓다,

그런 넓이를 가진 어른이 필요한데 나는 늘 두렵고 주저된다,

 

그저 바라봐주고 기다려주고 마음의 상처가 저혼자 곪다가 쓰라리다가 탁 터져버리는 순간에 등을 쓸어주는 어른노릇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상처를 마주보라고 말해주는 어른 괜찮다고 등을 쓸어주는 어른 ' 그냥 지켜보면서 잘못된 길을 가도 기다렸다 돌아오면 소박한 밥상을 차려주는 어른 그리고 용기있는 어른

아이들이 읽으면 다른 무언가를 찾겠지만 나는 이 책에서 어른노릇을 본다.

공동체가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은 참 쉽고 단순한데 그 단순함이 어렵다는 걸 비겁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한 발을 내디뎌야 하지 않을까...

책이 자꾸 나의 등을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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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딱지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2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이경혜 옮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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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그림책은 강하게 시작한다,

엄마가 죽어버린 아침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아이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그러나 달라진게 없다,

여전히 해는 뜨고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여전히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집안의 가구도 그대로이고  동네에 보이는 풍경도 그대로이다,

다만 엄마가 없다,

아빠는 갑자기 바보가 되어버렸고

나는 대꾸할 말도 해야할 행동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시간은 흐른다

 

엄마가 없음은 불편함으로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엄마 이외의 사람은 할 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엄마만 알고 있었는데

아빠는 잘 하는 것이 없다,

이제 내가 아빠를 돌봐야 할까

 

집에 남은 엄마는 냄새뿐이다, 그 냄새가 나가면 안된다

창문을 꼭꼭 닫아둔다,

나는 엄마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엄마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다고 말 하지 않는다

아빠가 울기 때문이고 엄마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집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떨린다는 것

무언가 침묵의 언어가 되어버렸다는 걸 알아버렸다

알려준 사람은 없다

 

마당에서 뛰다가 넘어졌다, 무릎에 상처가 생겼다,

그때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괜찮아 우리 아들 누가 우리 착한 아들을 아프게 했어?

넌 씩씩하니까 뭐든 이겨낼 수 있단다

눈을 감으면 엄마가 팔을 벌리고 나를 안아준다,

그러면 아픈게 다 나아버린다

 

엄마와 만나기 위해 엄마의 소리를 듣기위해 나는 계속 무릎딱지를 뜯고 뜯는다

아프지 않다

덜 슬플 뿐이다,

 

할머니가 오셨다,, 엄마의 엄마

내가 돌봐야 할지 모르는 어른 또 한명

할머니가 창문을 활짝 연다

'집이 찜통이구나"

나는 나는

울음이 터진다,

안돼

열지마

엄마가 빠져나간단 말이야

 

할머니가 알려준다

가슴을 만지면 오목하게 들어가는 부분

엄마는 거기 있단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아이는 드디어 울었다,

언제든 터져야 하는 것이 터지지 않으면 안으로 곪아버린다

그때는 딱지를 떼는 정도의 아픔이 아니다.,

누구도 모르게 안으로 안으로 살을 파고 들어가는 상처는 상처인지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은 말한다

"참 의젓하구나.. 어른 스럽구나"

"괜찮아 아직 어린애니까 모를거야"

무릎 딱지를 뜯으며 엄마 목소리를 듣는 아이가 아프다

그러지 말라고 딱지를 뜯지 않고도 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울어도 돼 괜찮아

 

상실감이 무릎 상처로 비유되면서 점점 읽는 사람을 조여오더니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아.. 울었어 다행이다

언젠가 무릎은 새 살이 돋을 것이고 아팠던 흉터도 점점 희미해질것이다,

탄식과 애도 상실감도 언젠가는 옅어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기억이 남아 있을 테니까,,,

잊어도 되고 웃어도 되고 누군가를 더 사랑해도 괜찮아

엄마는 언제나 여기 오목한  곳에 있을 거야

아이야,,,

 

빨간 바탕이 불안하고 불안하더니 나중에는 아주 따뜻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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