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맘때쯤이면 감자 한 박스를 어떻게 처치할까?

어떻게 맛있게 해 줄까가 아니라 처치할까로 고민.ㅋㅋ

날이 덥던 말던 기름에 지진 걸 좋아하는 울 딸.

점심때면 밥이 아닌 것으로 끼니를 때우는 걸 좋아하는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믹서기가 고장난 이후로 갈아서 만드는 건 핑계를 대고 미뤄왔다.

작은 믹서기로는 감자나 콩을 간다는 건 엄두도 못내기 때문에.

하는수없이 강판에 감자를 갈려니 팔도 아프고 꾀가 났다.

딸내미 불러서 함께 갈아달라고 불러도 대답도 없고-.-;;

냄새가 나면 부르지 않아도 젓가락 들고 익지도 않은 걸 먹겠다고 설치는 것이. 이럴땐 참 밉다.

 

평범한 감자전을 탈피했다기보다 잔머리 굴리다가 만들어낸 특별한 감자전^^

반은 갈고 반은 채칼인지로 가늘게 나온 것을 섞어 밀가루 한 스푼 섞고, 약간의 소금과 청양고추 다져 넣어 부치기만 하면 맛있는 감자전 완성!

 

당근 맛있다며 입이 쉬지를 않는다. 이맛에 더워도 하는 게지.

내 입에 들어갈 때보다 자식 입에 먹을 게 들어가는 게 뿌듯한 에미 맘. 알까?

 

너 나중에 엄마한테 더 맛있는 걸로 갚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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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나는 날은 나도 홀가분하다.

그동안 발디딜 곳 없이 늘어놓은 딸아이 방을 보고도 마구 다그치지도 못했다. 오늘은 좀 치워줘도 별 말 없을꺼야^^

뒹굴어다니는 옷가지를 정리하고 책상위에 널려있는 책이며 프린트물 온갖 펜들을 정리한다.

시험 마지막 날이면 딸애 친구들이 올지도 모르는데 이렇게라도 대충 치워줘야 한다. 안그러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잠깐만을 외치며 총알같이 방으로 튀어들어가 대충 치운다음에야 자기 방에 친구들을 들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친구들도 익숙하다. 평소 학교에서의 모습도 다르지 않으니까.

 

엄마, 친구들 왔어....하고 들어오는데 오늘은 못 보던 아이가 보인다.

커다란 비닐 봉지를 들고오는 게 아무래도 우리집에서 뭘 해먹기로 한 모양.

꺼내놓은 걸 보니,

오징어, 새우, 밀가루, 부추, 깻잎, 버섯, 청양고추, 자두, 과자, 음료, 양파. 대충 이정도.

요리하기 좋아하는 **의 지시하에 야채를 다듬거나 씻거나 다진다.

평소에 예뻐라 하는 아이들이다. 가끔씩 우리집에 와서 떡볶이도 해 먹고 볶음밥도 해 먹고 쿠키도 만들던. 얼마나 잘하는지 칼질이 예사 솜씨가 아니다. 또 쿠키를 만들 때도 따로 계량하지도 않고 툭툭 털어넣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그래서 엄마가 음식 잘하냐고 물었더랬다. 역시....

그리고 또 역시....그래서 울 딸도 내 솜씨를 물려 받았나보다. 급 좌절이다.

청양 고추가 얼마나 매운지 콜록콜록. 다른 아이들은 칼질도 서툴고 야채를 다듬는 것도 처음이라 급기야 내가 나섰다.

다진 야채와 밀가루와 계란을 커다란 양푼에 넣으니 굉장한 양이 된다.

언제 다 부칠래....

거실 탁자 위에서 하겠단다.

울 딸은 젓가락만 들고 얼른 구워지기를 기다린다. 다른 몇몇 아이들도 후라이팬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앉아있다. 이쁜 것들.^^

드뎌, 짜짠~~

 

그렇게 먹더니 좀 있다가 보니 조용~ 다들 여기저기서 잔다. 쇼파에서 한 명,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아이, 바닥에 누워 자는 아이....

일주일간 시험보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겠지.

깰까봐 치우지도 못하고 나도 안방에서 나도 한 잠.

좀있으려니 두 아이가 먼저 간다고 인사. 그리고 또 좀 있으니 세 녀석이 웃으며 간다고 인사를 한다.

울딸은 언제 침대위로 올라갔는지 제 방에서 잔다.

 

부디 이 아이들이 이 여름 지치지 않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오늘 하루라도 셤끝났으니 홀가분하기를~

 

고3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늘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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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7-0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엔박이에요^^
너그러우시다. 희망님 다시 봤어요.저는 누가 내 살림 만지는 거 싫어하는데,,,딱 질색이에요.
울 아들은 시험 끝나면 친구집에 놀러가 라면 끓어먹고 왔다고 해서 제가 뭐라고 했는데, 그 엄마가 좋아하겠냐고 그랬더니 엄마가 맞벌이라 집에 안 계시대요. 그래서 더 뭐라고 했다는.
난 음식 솜씨 제로잖아요.애아빠가 불쌍할 때가 있어요. 시모도 음식 솜씨 별로인데, 부인까지 그러니....^^

희망으로 2012-07-06 20:46   좋아요 0 | URL
애들이 무지 착하고 예뻐서 용서가 되요~
딸애 친구들도 조심해주고요, 어머니 냉장고 열어도 되요? 하고 묻고 꺼낼 거 있음 울 딸한테 시키구요. 정리를 안하고 깔끔하지 못하니까 창피하기는 하죠.
저도 살림엔 취미없어요. 어젯밤 딸애한테 엄마가 살림에 취미좀 붙여볼까 했더니, 그건 일이잖아! 하던데요^^
그러면서 요리에 취미가지래요.ㅋㅋ
전 맛은 떨어져도 사먹는 것 보다 건강하고 깨끗하다는 걸 강력이 주장합니다.

울보 2012-07-0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3,,
참 힘든 시간이지요,
그래도 이리 옆에서 챙겨주는 엄마가 있어서 얼마나 좋을까요,
사촌 오빠아들이 올해 고3인데 얼마전에 만났는데 그아이는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더라구요 엄마 아빠는 오이농사며 농사를 지으시는데,,공부잘하는 아들이 집에 와도 밥도 제대로 못해주는것 같더라구요, 농사일에 바빠서,,
그래도 정말 공부잘하는 그녀석이 참 대견해 보였습니다,
춘고에서 전교3등이라면 얼마나 노력을 한것일까 철원정말 산골에서 고등학교에 와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을 그아이를 보니 괜실히 내마음이 짠해지더라구요,,
그런데 이렇게 딸의 마음을 이해하고 챙겨주는 엄마가 있어서 따님은 참 좋겠어요,
저도 같은 마음으로 바랍니다, 고3학생들 모두가 올 여름 지치지 않고 잘 견디어주기를,,,

희망으로 2012-07-06 20:50   좋아요 0 | URL
울보 님 반갑습니다.^^
고3이라지만 그동안 공부에 올인했던 아이가 아닌지라 이제야 후회하더라구요. 저도 다그치지 않았고요. 그래서 스트레스 안주는데 고3되니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더라구요. 챙겨주는 건 하나도 없어요.
남의 애라도 정말 대견해요. 얼마나 노력했을까요. 내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짠한 고3이예요. 대한민국에서 고3으로 살기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염려 고맙습니다.
 

이번주는 기말 셤이라 새벽에 일어나 밥을 차리지 않지만 평소엔 6시 10분에 딸냄 밥을 차린다.

6시 30분엔 아들 놈 밥상 차리고 7시쯤엔 남편 밥상을.

남편은 차를 가지고 출근하느냐 대중교통을 타고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한다.

셤기간이라도 아침에 네 번의 밥상 차리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학년 별로 시험 시간이 달라 아들은 10시 30분까지 학교에 가기 때문이다. 큰 아이와 바통터치 하는 것 같다. ㅠㅠ

그렇게 출근과 등교가 끝나면 비로소 혼자 앉아 여유롭게 밥을 먹는다. 텔레비전을 보면서먹기도하고 라디오를 들으며 먹기도 하고.

이후 시간은 나 한가해요~~~^^

사실 어머님 병원에 가서 운동도 시켜드리고 아버님 댁에도 들러 청소를 하기도 하지만.

암튼 애들이 올 때까지는 시간을 다투는 일은 없다.

야자 한다고 6시쯤 혹은 가끔 5시쯤 집에와서 저녁을 먹는다.

띡띡띡. 현관이 열리자 마자 예민한 후각을 가진 울 딸, 오늘은 카레지? 오늘은 감자지? 오늘은?......

집에 올 시간 즈음 아들은 '엄마 오늘은 메뉴가 뭐야'하는 문자를 보내온다. 맘에 들지 않으면 친구랑 먹고 온다 한다.

특별한 반찬, 고기라도 하면 꼭 문자 날려줘야 한다.

 

울 딸 저녁을 먹고 수저를 놓기도 전에 이쁘게 말한다.

"엄마, 후식은 뭐야~?"

아휴-.-;;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설겆이도 끝내고 행주까지 빨아 널어 놓아도 밤만 되면 엉망이다. 폭탄 맞은 것 처럼.

10시 11시에 온 아이들이나 남편은 또 먹을 것 없나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어쩌라구. 그러다보니 매일밤 거실이며 주방은 어질러져있다.

나 11시 이후에 퇴근이니까 아무 것도 시키지마!!! 

그러나 소용없다.

엄마, 아내는 밥해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듯.

나도 퇴근 시켜주란 말얏.

악덕 기업이란 말은 들어봤는데 가족도 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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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7-0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네시반 이후 세번 네번 차려 먹어요. 그거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애아빠 밥 먹은 거까지 다 치우면 11시, 진짜 그 시간 이후에 뭐 달라고 하긴 하더라. 완전 짜증나요. 그 맘 알아. 니들이 알아서 먹던 말던 하라고 해요. 더 이상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흐흐.
정말 악덕 가족 맞아~

희망으로 2012-07-06 20:41   좋아요 0 | URL
밤에 먹고 안치우면 매일 아침 설겆이가 잔뜩 쌓여요.
셤기간 밤 늦게까지 안자고 있으면 뭐라도 자꾸 챙겨주게 되죠, 그러다보니 맨날 엉망이예요. 몸이 힘들거나 맘이 안 편할때 지저분하면 짜증나더라구요. 평소엔 그려려니 해요.^^
문제는 이사람 저사람 먹을 때 같이 앉아 먹는다는 거죠. 그러니 뱃살이 출렁거리죠.ㅠ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 3시쯤에 잠이 들었나보다.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새벽에 울리는 벨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4시. 시아버님의 호출.

그렇게 밤을 새니 종일 잠만 잤다.

그날 밤 10시 또 호출.

어머님을 6일 요양원에서 퇴원시켜 우리가 사는 집앞에 모셔온 후 정말 편할 날 없다.

어젯밤에는 남편 혼자가서 대소변으로 엉망이 된 어머님의 기저귀를 갈고 왔다.

시댁에 다녀오면 온 몸에 찌린내와 다른 냄새로 모든 옷을 벗고 씻어야만 한다. 그렇게 씻고나도 냄새가 코에 밴것 같은 느낌이 들곤한다.

이사 후로도 집정리며 한동안 바빴다. 애들은 뒷전이고, 야자를 하기 위해 저녁을 먹으러 오는데 못챙겨주기 일쑤이고 교복도 못 빨아 줄 때도 있고 아침이면 잠에 취해 밥만 차려주고 학교 가는 모습도 못 본다.

늘 대기중이라 약속을 잡기 힘들다.

 

 

아영엄마님, 기억의 집님.

그래서 연락을 못했어요. 하루 동안 폰이 죽어있기도 했구요. 울아들이 제 스마트폰 프로그램 날려서 다시 까느라 시댁에 일 생겼을 때 연락이 안되기도 했어요.

요즘 계속 대기중이랍니다. 언제 시간이 된다고 약속은 못드려요.

그냥 일단 시간 잡으세요. 담주엔 특별한 일은 없기는 해요. 저도 간만에 바람 쐬고 싶어요.

전날 들여다보고 저녁에 들여다보면 되겠죠. 뭐....

두분이 시간 약속 잡고 문자 날려주세욤~

 

이것만 올리고 시댁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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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12-06-15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요양원에 계속 모시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어르신들댁이 집 앞이면 같이 사시는 거랑 거의 진배없는 건데... 에효, 새벽 호출이 잦아서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서 다른 가족들 건사할 여력이 없으실만도 하네요. 늘 대기 상태로 있자면 신경이 곤두서서 만사가 힘드실 듯... ㅜㅜ
그럼 기억님이랑 날자 잡아 보고 문자 넣을께요.

희망으로 2012-06-15 23:41   좋아요 0 | URL
신경은 무지 쓰이죠. 자주 정신 놓고 몸도 못 가누시니까요.
웃긴건 매번 절 못 알아보셨는데 의보조합에서 등급 심사 나온 날은 며느리라고 알더라구요. 무엇보다 냄새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요.

2012-06-15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으로 2012-06-15 23:43   좋아요 0 | URL
울 시누들 생각이 보통사람들과 너무 달라요.
자신들이 자식된 도리를 하는 걸 가지고 며느리 돕는거라 말해서 헉~ 했어요.ㅠㅠ 그러니 뭘 바라겠어요. 울 신랑도 누나들 그러는거 질려하면서도 자기 형제라 대놓고 뭐라고도 못하더라구요.
자식된 도리라고 해 봤자 자주 들여다 보는 것조차 안 하면서.

2012-06-21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으로 2012-06-22 22:24   좋아요 0 | URL
아직 상태가 썩 좋지는 않은데 저도 적응되어 그런가보다 그러네요. 그런데 병원가면 속상해서 일찍 나왔어요. 전엔 물리치료도 시키고 했는데 지금은 몸상태가 그런 것을 할 만큼도 안되서 별로 할게 없더라구요. 눈빛이 텅비어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구요...
수다가 저도 비타민이 된 것 같아요^^
 

고관절 수술 후 치매가 더 심해지신 시어머니.

대.소변을 못 가리신다.

그야말로 본격적이고 어려움의 시작을 그렇게 알리는 듯.

지금까지는 그냥 무심히 지낼 수 있었는데....

화욜날 국립의료원에서 퇴원후 곧바로 울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지난밤 낯선 환경으로 잠을 설치진 않았을까 싶어 일찍 집을 나섰다.

여전히 누군지 못알아보신다.

자꾸만 아버지는 왜 안오시냐고 물으시고.

급기야 가지말라고 잡은 손 놓지않고 더욱 힘을 준다.

아주 잠깐 눈가가 축축해지자 나도 울컥.

아흑~ 이런거 정말 싫은데...

알겠다고 안간다고 점심 드시는 것도 보고 그럴테니 불안해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는지 가지마라고 또 그러신다.

 

에효. 적응이 필요한 건 바로 남편과 나.

장기전에 들어섰다.

요양병원에서는 퇴원 전날 담당의사의 당부나 주의사항 같은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매일 내가 가서 운동 시켜야 할 판.

낼도 모레도....지치지 않기를.

아무리 혹독하고 고된 시집살이를 시켰더라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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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3-1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시겠어요? 아버님은 그러면 혼자 집에 계시고. 누나들도 있는데 너무 님만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희망으로 2012-03-12 14:11   좋아요 0 | URL
오전에 시아버님 모시고 병원갔다가 공단에 등급 신청차 갔다 왔어요.
이제 점심 먹었으니까 시엄니 병원에 가야하는데 다시 나가려니 귀찮네요. 안가도 신경쓰이고 갔다와도 심란하고...그렇네요.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 맘편하자고 하는건데 이도저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