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교통사고 난 지 벌써 약 2달이 다 되 간다. 살다살다 병원에 입원을 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헌데, 그 경험이 아주 환타스틱 했다는 거. 8일 동안 입원치료를 하면서 주사 맞는 거를 제외하고는 책 읽는 게 전부였다. 병원 입원 중에 루이스 멈퍼드의 <기술과 문명>을 2회독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밖은 무지무비하게 더운데, 병원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해서 생활하기 딱 좋은 쾌적함. 때 되면 맛난 밥나오고.ㅎㅎ 신선 노름이 따로 없었다는! 가끔씩 아파오는 오른쪽 다리와 밤에 옆 환자의 코고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내 인생 최고의 피서였다.

 

 

 

10월 중순에 또 이사를 해야한다. 2년 좀 넘게 살았는데 책이 약 1천여 권 늘었다. 매달 갖다 팔았는데도, 새로 사온 책들이 훨씬 더 많았나 보다. 현재 이사를 위해 책을 줄어야할 처지인데, 도무지 처분할 책들을 찾지 못하여 책들을 꺼냈다가 다시 박스에 담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도저히 묘수가 생각나지 않아 일단 한국 소설들을 처분하기로 했다. 90년대 출간된 모든 한국 소설들 중 전경린 작가와 이승우 작가의 책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분할 박스에 담았다. 그리고 인문서와 고전을 제외한 상당수 책들을 처분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정말 아까운 책들인데 새로 이사할 집에는 책장을 놓을 만한 곳이 많지 않기에 그렇다. 지금 사는 곳보다 공간이 훨씬 넓은데도 불구하고 붙박이 장과 창문으로 인해 책장을 마땅히 놓을 곳이 없는 거. 그래서 요즘 수납 인테리어 책을 수시로 보고 있다. 다음과 같은 책들 말이다. ㅎ

 

 

 

 

 

 

 

 

 

 

 

 

 

 

 

헌데 이들 책들을 보다 보니, 별로 건질게 없는 거다. 내 관심사는 많은 책들을 어떻게 좁근 공간에 우겨 넣느냐...하는 건데 이들 인테리어 수넙 안내서들은 넓직한 공간의 활용이 주 목적인거 같아서다. 사진에 수록된 책장의 책이 많아 봤자 1천권인데, 나처럼 4천권 이상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별로 효용이 없는 듯. 어쨌거나 관건은 천권이상 책을 버리는 건데....정말 골치아프다.ㅜㅜ

 

 

 

이사, 이사가 정말 문제다. 포장이사 업체 선정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사 후기가 전부 업체 광고성 글로 도배가 되다시피 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다. 할수 없이 10여 개 업체 견적을 받아보니, 책이 많아서 무조건 8-9톤을 부른다. 10여 개 업체 모두 동일!!! 헌데 비용은 천차만별. 115만원부터 178만원까지 다양하다. 견적을 가장 꼼꼼이 봐준 한 업체의 대표에게 포장 이사를 맡기기로 했다. 명예의 전당 팀인데 15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진행해 준다길래 계약했다. 이사가 맘에 들면 꼭 이사 후기 페이퍼를 쓸 것이다. 포장이사 업체 정보 후기가 별로 없기에 좀 자세히 써 볼 작정이다. 비싼 업체라고 서비스가 좋은 게 아니고, 싼 업체라고 서비스가 안 좋은게 아니라서 그렇다. 유명한 이사업체 브랜드라도 오는 팀에 따라 만족도가 극과 극이라니 말이다. 견적 받는 것도 무료라지만 정해진 날에 집에 있어야 하니 참 죽을 맛이다. 업체 정하고 나니, 이제는 이사청소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산넘어 산이다.

 

 

 

아버지가 장롱과 테이블을 알아보라고 시킨다. 장롱 싸게 사기 위해서 근 2주를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일산과 인천을 두루 돌아보고 나니, 일산 창고형 매장 한 곳이 눈에 띤다. 그제 가서 보았는데, 정말 산 넘고 물건너 마을버스 노선 하나만 운행하는 시골 중 시골에 숨어 있다. 가구는 싸고 좋은 물건들이 많긴 한데, 다음에 다시 오려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집에서 그 가구점까지 장장 3시간이 소요된다! 경기도 일산이 뭐 그리 먼지 몰겠다.--;;

 

 

다섯

 

이사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7월에는 멈퍼드의 <기술과 문명> 한 권 때문에 날리고, 8월은 베르그손의 <물질과 기억> 때문에 날렸다. 모두 토론 주제 도서라 허투루 읽을 수 없어 반복해서 읽었다. <기술과 문명>은 3회독 했고, <물질과 기억>은 도합 10여 회독 했는데, 아직도 <물질과 기억>의 1장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간간히 시간을 내서 이동중에 기가 막힌 소설들을 읽게 되어 참으로 즐거웠다.

 

 

 

 

 

 

 

진짜 걸출한 소설들. 어느 것 하나 10점 만점에 1도 뺄 수 없을 정도다. 혹시 이 작품들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얼른 읽독하시라 강추드린다. 읽는 동안 나를 잊을 수 있어 좋고, 책을 덮으면 뭔가를 끄적거리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되니까.

 

 

여섯

 

7월과 8월에는 개봉영화 1편(<덩케르크>)만 보았고, 9월에는 <공범자들>만 봤다. 주로 밤에 케이블 TV에서 하는 영화들을 간간히 보았다. 이번 여름 소득이라면 [왕좌의 게임 시즌 7]을 스크린 채널을 통해서 다 보았다는 거. 마지막 편에 주인공이 스타크 가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음 시즌을 기대케 한다.

한편 케이블에서 본 영화 중 감명깊었던 작품들은 <우먼 인 골드>, <나우 유 씨 미>, <리틀 포레스트>, <이퀄스>, <1968년판 혹성탈출>, <퍼펙트 스톰> 등이다. 특히  68년판 혹성탈출은 처음 봤는데, 정말 68년에 만든 영화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지금 후속작들은 여기다 대면 그냥 쓰레기 수준이라 말하고 싶다. 정말 이건 희대의 명작인 듯. <우먼 인 골드>도 매우 재밌게 봤다.

헌데, 어느날 우연찮게도 <이퀄스>를 본 몇 시간 후에 <해어화>를 봤는데, 이건 무채색과 색들의 향연으로 완전 대비되었다. <이퀄스>는 의상 뿐만 아니라 건물과 소품이 무채색으로 일관하고 있고 <해어화>는 색채의 세례를 퍼붓는다. 두 작품 다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색으로 대비되는 영화의 색깔만큼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제 곧 <킬러의 보디가드>를 보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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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1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웰컴백!!

카스피 2017-09-12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통사고 나셨다는데 몸은 다 나으셨는지요.몸도 아프신데 이사라니 참 큰일이시네요.그나저나 저도 이사하면서 겪었지만 책은 사람이 혼자 나르느라 보통 작은 박스에 포장하는데 이천권이면 수십박스가 나올것 같네요.나중에 책정리 하는것도 무척 힘들더군요.

시이소오 2017-09-12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09-1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큰일을 당했군요

stella.K 2017-09-1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늘 느끼는 거지만 야무님은 늘 알차게 사시는 분 같습니다.
그 아픈 중에도 어쩌면 그리도 알뜰살뜰 삶의 기술을 펼쳐보이시는지...!
가끔 아픈 건 다 나으셨을까 궁금했는데 회복하셨다니 다행이고, 반갑습니다.

<해어화> 괜찮지 않나요? 전 두번 본 영환데.
우리나라 트로트 이전에 정가를 소재로 만들었다는 것도 좋았고,
제가 한효주를 좋아했었는데 천우희가 연기를 정말 잘 하더군요.
이후 천우희가 나오는 <곡성>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했었습니다.(아, 곡성을 먼저 봤나...? 암튼ㅋ)
해어화는 아무래도 여성 영화라 남자들은 별로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cyrus 2017-09-1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은 거의 완치되었습니까?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죠. 일단 책을 실컷 읽을 수 있습니다. ㅎㅎㅎ

2017-09-13 0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4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5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9-13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 복귀를 환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쇼님 쵝오~^^
카스피 / 다행이 현재는 아프지 않습니다. 치료를 잘 받아서 그런가 바요~ㅎ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때문에 아주 버겁습니다요..
시이소오 / 감사합니다. 이제 더이상 아프지 않아요. ^^
만애비 / 삶의 무거움을 알았다랄까욤^^;;
stella.k / 걱정해주신 덕분입니다요~ 해어화..전 재밌게 봤어요. 한효주 연기가 전 왜 어색했을까요? 천우희만 보이더이다~
사이러스 / 현재는 하나두 아프지 않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돠~ 책만읽던 병원 생활이 그립긴 합니다만..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모르는 사이에 알라딘에 글을 남기셨군요.. ㅎㅎㅎ 쾌차하셨다니 다행입니다..

yamoo 2017-09-19 18:11   좋아요 0 | URL
잠수타서뤼..^^;;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09-1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통사고는 후유증 때문에 허투루 할 수 없죠. 건강 잘 챙기시길~^^

yamoo 2017-09-19 18:12   좋아요 0 | URL
치료를 안 아플때까지 오래 받아서 지금은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후유증 때문에 2주진단 나왔는데 근 8주 치료를 받았습니다. 멍이 상당히 오래갔다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17-09-20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복귀를 축하 드립니다. 평생 사고는 이번으로 액땜하시길...ㅎ 종종 글 올려시고 근황 알려주세요.

yamoo 2017-11-27 21:40   좋아요 0 | URL
아이고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복귀를 하고 넘 오래 자리를 비웠다는..종종 근황 알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