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이런 글 안 쓰고 싶었다. 지난 번 페이퍼에 이달의 당선작 문제를 어렵게 짚어 보았기에, 알라딘이 신경을 좀 써 줄줄 알았다. 순진한 생각이었나 보다. 9월 당선작을 보면서 ‘이건 뭐지?’라는 당선작들이 대거 등장했기에.
지난 번에도 분량 얘기를 했었는데, 점점 당선작 리뷰 분량이 줄어드는 듯싶다. 내용 요약하는 게 과연 좋은 글인지,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려면 다음처럼 쓰면 될 듯싶다.
먼저 가장 최근에 나온 핫한 책을 읽는다. 읽고 삼박하게 책 내용을 요약한 후(네이버 책 소개건 뭐든 상관 없다.) 책에 있는 몇 문장 인용한다. 그리고 자기 감상을 몇 줄 부가한다. 분량은 A4 1장을 채워도 되고 약간 넘겨도 된다. 신간이니까. 아무렴~
퀄러티? 퀄러티를 판단하는 건 무관하다. 내용 요약 들어있겠다, 중요 문구 있겠다, 읽은 이의 감상까지(이 책 좋아요~!) 덧붙여 있으니 말이다. 리뷰가 갖추어야 할 기본은 되니, 신작 소개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신간에 대한 노출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알라딘 당선작이다. 어느 정도의 분량은 기본이다. A4 한 장으로 책의 내용을 절묘하게 담아내어 그 책의 가치를 드러내는 리뷰라면 분량이 무슨 문제일까. 하지만 현재 당선작들은 이런 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분량이 필요하다.
알라딘 리뷰 당선작에 매번 오르는 사이러스 님, 시이소오 님, 다락방 님, 헤르메스 님의 리뷰는 기본적으로 A4 3~4장 분량이다. 한데 9월 당선작 중 일부는 A4 1장 정도밖에 안 된다. 적은 분량으로 당선된 분들을 열거해 보면 아래와 같다.
중동이 님의 리뷰...A4 1장. 약 1800자
세실 님의 리뷰...A4 1장. 약 1800자
드림모노로그 님의 리뷰 ...A4 1장 약2000자
고귀한 수영이 님의 리뷰...A4 1장 미만. 약 1600자
오쌩 님의 리뷰...A4 1장. 약 1700자
앤드류 대디 님의 리뷰...A4 2/3장. 약 1100자
사랑지기 님의 리뷰...A4 3/4장. 약 1400자
고양이라디오 님의 리뷰...A4 1/2장. 약1000자
8월 당선작 25편 중 무려 8편이 적은 분량으로 당선작이 됐다. A4 1장 분량밖에 안 된다. 그 압권은 고양이라디오 님의 리뷰다. 1000자도 안 된다. 고양이라디오 님의 무수한 좋은 리뷰 중 왜 하필 이 리뷰를 당선작으로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매우 죄송한 말이지만, 이 리뷰는 책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책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도 없다. 그냥 느낌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양이라디오 님이 쓴 다른 리뷰에 비해 이 리뷰는 당선작으로 되기에는 함량미달이다. 라디오 님도 의아할 듯하다. (다른 좋은 리뷰 놔두고 왜 이 리뷰를 당선작으로 했는지..)
앤드류대디 님, 사랑지기 님의 리뷰 역시 마찬가지로 A4 1장이 안 된다. 왜 이런 짧은 리뷰가 당선작이 되는 걸까? 아주 놀라운 사실은 앤드류대디 님이 <숨결이 바람이 될 때>를 읽고 작성한 리뷰에 있다. 이 리뷰는 책 내용에 근거해 추천하는 게 아니라 막연한 인상을 통해 책을 추천하고 있다. 그 흔한 인용조차 없다. 더군다나 문장도 비문이 많다.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책 정보를 훑어 보는 게 이 리뷰를 보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다. 이 책에 대한 리뷰가 8월에 27편이었다. 앤디류대디 님의 리뷰보다 훨씬 성실하고 알찬 리뷰가 대여섯 개는 되었다. 그 중에서 카일라스 님, 은솔 님, 가고파 님의 리뷰가 눈에 띄었다.
알라딘 당선작 선정 위원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앤드류대디 님의 글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는지 묻고 싶다. 왜 카일라스 님, 은솔 님, 가고파 님의 리뷰는 앤드류대디 님의 리뷰에 밀렸나? 만연체로 안 써서? 강력 추천을 안 해서?
분량상으로 보나 내용의 충실도로 보나 이 책에 대한 당선작을 선정한다면 이 세 리뷰 중 하나가 선정돼야 한다. 죄송하지만 앤드류대디 님의 리뷰는 평타 이하다. 알라딘에 걸려있는 책소개(정말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보다 못하다. 죽음에 대한 어떤 참신한 생각도 엿볼 수 없다.
고양이라디오 님의 리뷰 역시 문제가 있다고 위에서 언급했다. 내가 전에 리뷰 문제제기 할 때 리뷰가 하나 있는 걸 당선작으로 선정할 시 분량과 내용을 좀 더 꼼꼼히 봐 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런 선정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무시 당하는 더러운 기분이다.
나는 공식적으로 제기한다. 왜 앤드류대디 님의 글이 이달의 당선작이 됐는지 답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카일라스 님, 은솔 님, 가고파 님의 리뷰와 비교해서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시라! 그리고 고양이 라디오 님의 리뷰가 제일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이 된 이유도 해명해 달라!
선정위원회의 잘못된 당선작 추천으로 인해 보다 좋은 리뷰를 쓰는 분들에게 돌아갔어야 마땅할 장려금이 엄한 데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부당한 조치(성차별 같은 문제)나 잘못된 평가(예컨대 신경숙 문제)는 쌍심지를 켜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알라딘 당선작의 부당한 문제점은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 뻔히 보이는데 말이다.
내가 왜 이 지랄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거다. 거기에 대한 답변이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알라딘이 한 달 주기로 당선작을 내 주는 것은 내게 정말 유익한 정보다. 나같은 경우는 이달의 당선작에 올라온 책을 위주로 신간을 구경하기 때문이다. 좋은 리뷰를 써주시는 많은 분들로 인해 신간 책들 중 읽을 만한 책들을 추릴 수 있어서다.
헌데 내가 애용하는 그 보고가 그저 그런 리뷰로 넘친다?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는 거다. 생각해 보시라, 나 같은 넘이 안 짖을 수 있는지. 자주 짖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아 근데 진짜로, 담달의 당선작이 A4 한페이지도 안 된 글이 보이면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겠다. 진짜다! 강도 높게 비판할 거다!
[덧]
내가 알라딘에 개무시 당하는 것 같아, 좀 거시기 하지만 리뷰 쓴 분들을 실명으로 거론해 봤다. 헌데 당선작을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어서 굳이 가명으로 비판할 필요를 못 느꼈다. 그냥 정의를 위해 분노한 것이라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