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또 하나의 이름, 닉네임. 닉네임 없이 인터넷 동호회나 카페활동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됐습니다. 활동 자체가 안되니.. 어떻게 보면 인터넷 시대에 새롭게 출현한 문화현상입니다.
특히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상에서 누군가를 호칭 할때도 이름은 뒷전이고 닉네임을 압도적으로 많이 부르고 기억합니다. 심지어는 이름과 닉네임이 따로 노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일부는 남자인데 얼마든지 여자처럼 글을 써서 인터넷 상에서 또다른 인격체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사기꾼도 등장했습니다. 얼마전에는 이상한 남자사람(알라딘 서재 표현^^)이 인터넷에서 여자로 위장해 순진한 남자사람의 돈을 갈취했다는 뉴스도 보도되었습니다.
여하튼 인터넷 동호회나 카페 문화가 발달하면서 닉네임 사용의 문제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도 모 카페에서, 그리고 인터넷 모임에서 일관적인 닉네임을 사용했었는데, 오프라인 장소에서 사람들이 큰 소리로 #$%님! 이라고 부르면 좀 당황스럽습니다. 그걸 듣는 사람들이 #$%래~ 하면서 키득거리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저는 안면을 트면 무조건 그 분 이름을 부릅니다. 알고 나면 닉네임은 여간해서 잘 않부르죠..
알라딘 서재에서도, 만약 오프 모임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서 마녀고양이님~~~ 양철나무꾼님~~ 하믄 얼마나 민망하겠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 서재에 자주오시는 두 분의 닉네임을 마구 사용해서요..근데, 오프에서 이 닉네임을 부르려면 상당한 용기를 가져야 할 것 같아서 한 번 예를 든 것 뿐입니다.)
다음은 닉네임이 부른 참사 에피소드입니다. 예전에 제가 자주 갔던 블로그 지인이 올려주신 글인데, 루체오페르님이 전에 알라디너님들의 닉네임의 의미를 묻는 글을 보고 겸사겸사 가져와본 글입니다~ 재밌는 에피소드지만 다시 생각해 봐야할 인터넷 문화임은 분명합니다~
--------------------------------------------------------------------------------------
얼마 전, 내가 자주가는 동호회의 회원 한 분이 모친상을 당했습니다.오프라인 모임엔 자주 안 나가지만 조문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면식있는 회원에게 연락하고 장례식장 앞에서 회원들을 만났습니다.그리고, 영안실을 찾다가 상당히 난처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근데 산꼭대기님 원래 이름이 뭐야?''........?'
그렇습니다.달랑 닉네임만 알고 있는데 막상 영안실은 실명으로 표시되어 있어초상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긴 것이었습니다전화를 해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고 빈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부조금은 따로 걷어서 봉투에 담았는데...안내를 맡은 청년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댓명이 와서 머뭇거리다 그냥 가면 더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어 이름을 적으려다 보니 평범하게 이순신,홍길동,변학도 등으로 쓰면 상주인 회윈이 나중에 어떻게 알겠습니까? 늘부르던 호칭으로 적어야 누가 다녀갔는지 알겠지요...그래서, 자신있게 닉네임으로 썼습니다.
'감자양'뒤에있는 회원도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닉네임을 썼습니다.'아무개'..이회원의 닉네임은 아무개입니다. 데스크에서 안내를 하던 젊은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다른회원도 닉네임을 쓰게 되었습니다.이회원의 닉네임은 거북이 왕자였습니다.
안내를 하던 청년은 이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민망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우리 일행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였습니다.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아직 이름을 적지 못한, 뒤에 있는 회원분을 다그쳐, 빨리 쓰라했더니이 회원은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이 회원의 닉네임은 '에헤라디야'였습니다.
빨리 쓰라고 다그쳤지만 차마 펜을 들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아. 빨리 쓰고 갑시다. 쪽팔려 죽겠어요.'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에헤라디야'라고 쓰겠습니까? 그래도 얼른 가자니까...결국 에헤라디야 회원님은 다른 회원들보다 작은 글씨로 조그맣게 '에헤라디야'라고 썼습니다.
그때였습니다.마지막 남은 회원이 자리를 박차고 영안실을 뛰쳐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큰 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주변이 썰렁해졌습니다. 결국 우리 일행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