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이소벨이야 - 유쾌발랄한, 때로는 웃픈 열여덟 살의 비밀일기
이소벨 해롭 지음, 홍정호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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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안녕? 난 이소벨이야』에는 이런 설명이 따르고 있다.

 

10대의

10대에 의한

10대를 위한 무한공감 에세이툰!

 

실제 10대 소녀인 이소벨 해롭이 자신의 일상을 그려낸 에세이툰이 이 책이다. 사실 에세이툰이란 말이 틀리지 않지만, 왠지 그런 고급스런 표현보다는 ‘유쾌발랄한 생활낙서’라고 해보면 어떨까? 이세벨은 자신의 관심, 자신의 일상을 유쾌발랄하게 낙서해 나간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은 “뭐야?”였다. 뭐 이런 것을 다 책으로 만들었나 싶었다. 첫 느낌은 10대 소녀의 낙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그래 이렇게도 책이 될 수 있구나!”였다. 어쩌면 그저 그 때 그 때 잡히는 종이에 쓱쓱 그리고 메모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이 안에 한 소녀의 세상이 담겨 있으며, 청소년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그 안에는 이소벨 혼자만이 아닌, 또래 아이들의 공감대가 담겨 있기도 하다. 순간의 감정을 글이나 그림 등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다음으로는 청소년들의 관심이 눈에 보이고 미소 짓게 된다. 아빠와 함께 처음으로 속옷을 사러간 그 부끄러움과 행복의 복합된 감정이 느껴진다. 사색을 좋아하며, 가끔 짓궂은 장난을 하는 10대의 모습이 푸르게 느껴진다. 때론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며 스쳐가는 바람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손이 시리다는 솔직함도 좋다. 지하철에서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며, 일탈을 꿈꾸기도 하는 그 모습 속에서 청소년의 건강함을 전해진다.

 

남들이 모두 좋아하는 음악, 패션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음악을 찾고, 구제옷 가게에서 자신만의 패션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멋스럽다. 우리네 아이들은 뭐 하나 유행하면 너나없이 그것만 들고, 입고, 신는 모습인데 말이다(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 믿는다). 젊은 시기야말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임에도 아무런 개성 없이 그저 남들 따라쟁이가 되어 살아가는 안타까움이 이소벨의 일상을 보며 안타깝게 한다.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멋진가!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은 청춘이며, 사랑을 꿈꾸는 것이 결코 속되지 않은 청춘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공부에 살짝 짓눌릴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들여다본 것 같아 애틋하면서도 그 가운데서도 유쾌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일상이 고맙기도 하다. 우리네 청소년들도 언제나 건강하고 밝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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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조절 타임머신 생각쑥쑥문고 5
폴 제닝스 글, 김희숙 옮김, 서영경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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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 『나이조절 타임머신 』을 쓴 분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유명 작가인 폴 제닝스란 분이랍니다. 계속 스토리가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 장편동화는 아니랍니다. 도합 9편의 단편동화들로 이루어진 동화집이죠. 9편의 동화 모두 재미나고 흥미롭습니다. 때론 유쾌하기도 하고, 때론 기괴하기도 하고요. 때론 오싹하기도 하답니다. 전반적으로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하고요.

 

그렇기에 이 동화집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적 의미부여를 하려는 동화는 아니랍니다(물론, 그렇다고 교훈적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랍니다. 교훈적 의미 역시 많답니다). 그저 우리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으면 그만이죠. 그리고 이게 어쩌면 제일 중요할 수도 있고요. 물론 그 재미 안에서 교훈적 의미까지 찾는다면 더 좋겠고요.

 

그런데, 모든 동화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은연중 강요하는 것이 있답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동화작가 선생님의 바람일지도 모르겠고요. 그런 바로 상상의 문을 닫지 않길 바라는 거죠. 이 책은 우리들로 하여금 상상의 문을 열어둘 것을 말합니다.

 

상상의 문이 닫히면 세상에 용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세 번째 이야기인 「세상에 용 같은 건 없어요」를 읽고 나면, 그래 혹시 우리 동네 하수구 안에도 커다란 용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답니다.

 

만약 첫 번째 이야기처럼 “나이 조절 타임머신”이 있다면 좋겠네요. 그럼 내가 원하는 나이로 젊어질 수 있을 텐데요. 물론,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죠. 이야기 가운데 욕심을 부리던 비열하게 생긴 남자의 예가 그렇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조금 끔찍하기도 하네요.

 

「백만장자가 된 거리 악사」 이야기는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전형적인 교훈적 동화랍니다. 갑자기 백만장자가 된 거리 악사가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돈을 나눠주며 남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자 하네요. 하지만, 그것은 진짜 사랑이 아니었답니다. 돈을 받기 위해 사랑하고, 존경하는 척 한 거죠. 심지어 모든 돈을 그렇게 나눠줘서 다 써버린 후에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거리의 악사에게 행한 만행은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물론, 이런 것만이 아닌, 불쌍한 강아지와의 관계를 통해 진짜 사랑도 알려주고요. 진짜 사랑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는 이타적 사랑이랍니다. 우리가 이런 사랑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여전히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원하긴 하지만 말이죠.

 

「고무나무 잎 전쟁」은 참 재미나고 참신한 설정이네요. 고무나무의 잎으로 <가서 양털을 깎아라>라는 노래를 연주하면 자신의 병이 그 음악을 들은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진답니다. 이 고무나무로 인해, 주인공의 할아버지 맥퍼디 할아버지는 평생지기 폭시 할아버지와 평생을 서로에게 병을 옮겨주며 다툰답니다. 하지만, 마지막은 참 유쾌하기도 하네요. 코를 다쳐 왕코가 되어 창피해 하던 주인공은 불이 나 다 타버린 고무나무의 마지막 하나 남은 나뭇잎을 얻게 되고, 이것으로 <가서 양털을 깎아라>를 연주한답니다. 그리고 이 피리소리를 맥퍼디 할아버지와 폭시 할아버지 두 사람이 듣게 되고요. 어떻게 되었을지 알겠죠? 참 유쾌한 결말이죠?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답니다. 고무나무의 생명력은 대단해서 내년이면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라는 마을 사람들을 대화를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듣게 된답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나무가 있다면 어떨까요? 어쩌면 이런 나무는 처음부터 없는 것이 더 좋겠죠? 하지만, 진짜 있다면 어쩌죠?

 

이처럼 모두 신나고 재미난 9편의 동화를 통해, 어른들은 나이조절 타임머신을 타고 동심의 세상으로 돌아가 본다면 좋겠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상상의 문을 더욱 활짝 열어, 그 상상력을 더욱 키우고 말이죠. 아무튼 이 책은 참 재미난 동화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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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의지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6
황현진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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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 사람 참 쿨 하다.’라는 표현을 종종 하곤 한다. 그렇다면 쿨 한 것은 무얼까? 쿨 한 삶의 양태를 우린 긍정적으로 평가하곤 한다. 반대로 쿨 하지 못한 사람을 구질구질하다고 부정적 이미지로 이해하곤 한다. 특히, 남녀 간의 관계에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만남도 헤어짐도 쿨 한 것을 바람직한 남녀 관계로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쿨 하다는 것은 사실, 상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둘 사이에는 이미 어떤 인간적 온정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 상대와 나는 이미 더 이상 어떤 연관성도 없는 사이라는 고백,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는 삶의 태도가 쿨 하다는 표현에 담겨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쿨 하다는 것은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사랑없음’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황현진 작가의 『달의 의지』를 읽고 드는 생각이다. 이 책은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기획되어 출간되고 있는 ‘노벨라’시리즈의 6번째 책이다. 젊은 감성을 가진 신진 작가들의 길지 않은 중편소설로 이루어진 시리즈다. 대체로 130페이지 내외의 분량이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왜 작가는 책 제목을 『달의 의지』로 택했을지 생각해본다. 과연 이 책 제목과 소설의 내용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 걸까? “달의 의지”는 과연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이 책은 주인공(소설가이자 인터뷰어)이 연인과 이별한 이후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연인 한두로부터 이별을 통지 받은 이후, 주인공은 쿨 한 반응을 보이려 한다.

 

“연인 사이는 별 게 아니었다. 한쪽의 태도를 고스란히 따라하면 그뿐이었다. 그가 바지를 벗으면 나는 치마를 벗는다. 그가 내 브래지어를 벗기면 나는 그의 티셔츠를 위로 끌어올린다. 그가 혀를 밀어 넣으면 나도 그의 입속에 혀를 집어넣는다. 그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나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가 헤어지자고 하면 나도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뿐인 것이다. 그가 무심해지면 나도 무심해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고 견뎌낼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을 기울여 무심해진다. 무심하게 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도 무심해진다.”(50쪽)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달의 의지”가 아닐까? 주인공은 달 뜬 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호수에 비친 달의 모습도. 소설은 “작은 달이 떴다. 유난히 멀리 있었다. 선명하게 빛났다.”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런 달이 뜬 밤에 주인공과 한두는 함께 호숫가를 걷고 있다. 그런데, 호수에는 달이 없다. 이것을 주인공은 “달의 의지”라고 부른다. 달 스스로 호수위에 비취지 않기 위한 ‘달의 의지’. 그렇기에 이별 후에 쿨 하려는 그 노력을 “달의 의지”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쿨 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쿨 할 수 없다. 이별 후 헤어진 연인에 대해 관심이 없지 않다. 실상 이별은 쿨 하지 않다. 여전히 한두는 주인공에게는 “오래전부터 명치에 걸려 있던 뼛조각과 같은” 그런 의미이다. 이별은 쿨 하지 않다. 혹시 문자가 오진 않았는지 확인해 보기도 한다. 우연히 찾아온 에그와의 애정행각이 있지만, 이건 사랑은 아니다. 그리고 그 애정행각 후 도리어 연인이 사는 마을을 향한다. 물론, 그 마을에 있는 호수를 보기 위함이라 하지만. 그 호수는 연인과 함께 걸었던 공간이다. 그러니, 이미 그 호수는 연인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니 여전히 쿨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달의 의지”가 주인공에게도 있다. 점차 쿨 함을 향해 나아간다. 명치에 오랫동안 걸려 있던 뼛조각도 뱉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젠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호수의 맞은편을 건너다 보았다. 거기에도 사람이 보였으나 너무 작았다. 나는 맞은편의 사람과 내가 마주칠 확률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그럴 일이 생기기란 쉽지 않았다. 둘 중 하나가 방향을 바꾸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가 한참 동안 멈춰 서 있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가 호수를 가로질러 오지 않는다면 호수의 궤도 안에서 서로를 대면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했다. 아무도 호수를 침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무한한 의지를 가진 달일지라도, 그건 절대로 위로가 될 수 없고 완벽한 패배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125-6쪽)

 

그렇다. 이제 한두와는 만날 수 없다. 왜냐하면 둘 중 하나가 왔던 길을 되돌아갈 생각도, 둘 중 하나가 멈춰 설 생각도 없기에. 그리고 호수(인생, 운명?)는 침범할 수 없기에. 그것은 무한한 의지를 가진 달일지라도, “달의 의지”라 할지라도 침범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설령 여전히 쿨 하지 못하여 운명을 거스르고, 호수를 침범하려 한다 하지라도 그것은 도리어 완벽한 패배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제는 닥치고 쿨 함을 행해 걸어간다. 이렇게 쿨 함을 향해 나아갈 때, 이별로부터 자유함을 얻게 된다.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더 나쁜 사람이었는지, 누가 나를 울렸는지, 내가 언제 너를 울렸는지 가늠자를 들이대지 않을 거라고 내가 내게 결심하도록 채근하면서 계속 걸었다. 진흙이 묻은 구두를 내려다보면서, 너무 추워서 뛰고 싶지만 어떻게든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나는 가장자리부터 얼어가고 있는 호수의 둘레를 묵묵히 걸어갔다. 걷다가 알았다. 나는 아무것도 잃어버릴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무것도 두고 오질 않았다.”(129쪽)

 

이제야 비로소 주인공은 쿨 하게 된다. 그렇다. 이별은 결국 쿨 하지 않으면서 쿨 함을 행해 나아가야만 하는 쿨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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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떡 벌어지게 특별한 역사 속 왕비 이야기 이야기 역사왕 2
설흔 지음, 김도연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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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입이 떡 벌어지게 특별한 역사 속 왕비 이야기』는 스콜라에서 새롭게 시작한 “이야기 역사왕”시리즈 2번째 책이랍니다. “이야기 역사왕”은 이런 설명이 붙어 있네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역사왕이 되는 신통방통한 이야기 역사책이에요.”

와~~ 이 설명처럼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는 가운데 나도 모르게 역사왕이 된다면 좋겠네요.

 

자, 그럼 이 책에 대해 살펴볼까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 역사 가운데 등장하는 특별한 왕비들 이야기랍니다. 물론, 모든 왕비들은 특별하겠죠. 하지만, 작가 선생님은 그 수많은 왕비들 가운데, 특별히 나라를 처음 시작한 왕의 부인들을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이야기는 신라의 첫 번째 왕인 박혁거세의 부인인 알영 왕비 이야기랍니다. 무엇이 특별하냐면, 이 왕비는 남편처럼 특별한 탄생설화를 가지고 있네요. 남편인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면, 왕비인 알영은 용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네요. 게다가 처음 태어났을 때에는 새의 부리를 가지고 있었고요. 깨끗하게 목욕을 시키자, 새의 부리는 떨어져나가고 예쁜 입술을 갖게 되었다네요.

두 번째 이야기는 가야의 첫 번째 왕인 김수로왕의 부인 이야기랍니다. 김수로왕 역시 알에서 태어났는데, 그렇게 특별한 탄생설화를 가진 김수로왕은 왕이 된 후에도 홀로 지내다가 하루는 신하에게 바닷가로 나가라고 하네요. 그리고 바닷가에는 인도에서 온 공주님이 있었고요. 이 인도 공주님이 김수로왕의 부인이 된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고려를 세운 왕건의 부인 이야기랍니다. 왕건은 아직 장군일 때, 버드나무 아래에서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게 되고, 그 아가씨의 아버지에게 딸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했다네요. 그런데, 이 아버지는 딸과 결혼을 승낙하되, 단 전쟁이 끝난 다음에 하겠다고 한답니다. 사실 이 말은 어쩌면 결혼에 대한 반대일 수도 있답니다. 당시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전쟁이 길어지자 아가씨의 아버지는 딸을 다른 곳에 시집보내려 한답니다. 하지만, 왕건 장군을 마음에 두고 있던 이 여인은 다른 데로 시집가지 않기 위해 승려가 되어버린답니다. 그리고 이 소식에 왕건은 아가씨를 찾아 결혼하게 되고요. 참 자신의 주관이 확실한 여인이네요.

네 번째 이야기는 조선의 첫 왕 이성계의 부인이랍니다. 이 여인이 태어날 때에는 산에서 피리소리가 들렸다네요. 산이 노래를 한 거죠. 자그마치 삼년 동안이나 말입니다. 참 특별한 탄생이죠.

네 명의 왕비들에 대해서는 모두 특별한 이야기들이 있네요. 특별한 탄생이야기가 있기도 하고요. 외국여인이기도 했고요. 또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승려가 되는 멋진 여인도 있고 말이죠.

 

이런 이야기 뒤에 작가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에 대해 또한 설명을 붙이고 있답니다. 설화가 갖는 의미 등에 대해서 말이죠. 이 설명도 참 유익하답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만 의지하기보다는 특별한 이야기들에 대해 나의 생각을 덧입히는 훈련도 한다면 좋을 것 같네요. 예를 든다면, 신라의 첫 번째 왕비가 되는 알영이 태어날 때, 새부리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이 알영이 속한 부족이 새를 숭배하는 부족일수도 있겠죠.

 

아울러 가야의 첫 번째 왕비가 인도 여인이었다는 점은 가야국이 당시에도 외국과의 무역이 활발한 폐쇄적이지 않은 개방적인 사고구조를 가진 나라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도 있겠네요(아님 말고요^^). 그리고 이처럼 대체로 특별한 탄생설화를 갖게 된 이유는 최고지배계층인 그들이 일반백성과는 다름을 주지시키기 위한 작업이었겠죠?

 

아무튼 이 책 참 재미나고, 유익하네요. 이 시리즈가 표방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 가운데 자연스레 역사왕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이네요. 공부하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역사왕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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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해야 364일
황선미 지음, 김수정 그림 / 포북 차일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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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조에게는 형이 있습니다. 한 살 터울의 형, 아니 정확하게는 364일 차이가 나는 형이랍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온통 형에게만 관심이 있답니다. 옷이며, 신발은 형이 먼저 사용한 후에 동생 명조에게 돌아온답니다. 심지어, 명조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신발을 사게 되었는데, 형 윤조가 며칠이라도 신어야 한다네요. 정작 윤조는 그 신발에는 관심도 없는데 말이죠. 보이 스카우트 활동 역시 명조도 하고 싶지만, 윤조에게만 하라고 하고요. 역시 윤조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도 자꾸 시킨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명조는 이해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결국 명조는 새 신발 가운데 한 짝을 몰래 베란다 밖으로 떨어뜨렸답니다. 너무나도 화가 났던 거죠. 잠시 후 다시 신발을 찾으러 갔는데, 신발이 금세 사라졌네요. 과연 누가 가져갔을까요? 이때부터 명조의 신발 찾아 3만리(?)가 시작된답니다.

 

이 동화는 언제나 동생으로서 겪게 되는 서러움을 주제로 하고 있네요. 동생들은 언제나 이런 불만이 있을 수 있죠. 저 역시 둘째랍니다. 삼형제 가운데 둘째. 위로, 아래로 치여서 치열한 성장기를 보내야만 하는. 그럼에도 둘째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특별한 스트레스는 사실 없었답니다. 왜냐하면 저희 아버지는 일부로 둘째에게 더 신경을 쓰셨거든요. 이 동화의 명조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말이죠. 집안이 넉넉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는 형의 잠바를 사오시면서 같은 메이커, 같은 디자인에 색깔, 사이즈만 다른 옷으로 두 벌을 사오셨답니다. 그 옷이 저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일부로 둘째로서의 서러움을 받지 않도록 애쓰시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죠. 이 동화를 읽으며 명조의 서러움을 바라보며 생각지도 않은 아버지의 사랑을 되새겨보네요.

 

이 동화는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동생의 서러움만이 아닌 형으로서의 부담감도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사실 형인 윤조는 집안의 기대와 관심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언제나 본인이 하기 싫은 것들을 떠밀려 하곤 한답니다. 이것 역시 본인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되고 힘든 일이겠죠. 이런 부모의 기대와 본인의 성향 간의 갈등에서 보여주는 명조의 용기 있는 행동들도 멋져 보이네요. 단순한 반항이 아닌, 아버지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용기랍니다.

 

게다가 명조와 고작 364일 먼저 태어난 윤조 간의 형제로서의 유대감도 돋보이네요. 서로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 동생을 지키기 위한 윤조의 도발, 그리고 형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동생 명조의 행동이 멋스럽답니다. 물론 혹시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갈등이 조금은 허망하지만, 예쁘게 해소되어지는 모습도 좋고요.

 

또한 쌍둥이 자매인 장하늘과 장나리의 서로 다른 모습도 재밌네요. 선머슴과 같은 하늘의 모습, 패셔니스타와 같은 나리의 모습, 어느 쪽이 더 나은 모습이 아닌 둘 다 모두 귀한 모습이죠. 작가 선생님의 바람처럼 우리 아이들이 어떤 모습이든지, 당당하게 살아가며,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된다면 좋겠네요.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설령 부모님의 기대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좋겠네요. 윤조처럼요. 작가 선생님의 말처럼 멋지게,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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