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영웅 변신 페인트 스콜라 어린이문고 14
호콘 외브레오스 지음, 외위빈 토르세테르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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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 『슈퍼 영웅 변신 페인트』는 크게 두 가지 줄기를 가진 이야기랍니다. 바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이후의 그리움, 동네 형들의 괴롭힘과 여기에 맞서는 용기를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루네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답니다. 그런데, 루네에겐 이 일이 그리 슬프지 않답니다. 루네가 아직 어려서일까요?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히 다가오지 않나봅니다. 이처럼 할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는 아이의 감정 상태를 이 동화는 잔잔하게 그려냅니다. 물론, 여러 사건들을 통해, 루네는 할아버지를 추억해내고(물론 동화 속에서는 죽은 할아버지를 만나는 전개랍니다), 할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갖게 된답니다. 아마도 죽음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네요.

 

또 하나 이 동화의 커다란 줄기는 동네 깡패 녀석들의 괴롭힘입니다. 이들은 루네와 루네의 친구 아틀레가 함께 지어놓은 오두막을 부순답니다. 나이가 어린 루네와 아틀레는 당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루네는 어느 날 멋진 결심을 한답니다. 슈퍼영웅을 불러내는 거죠. 그리고 이 슈퍼영웅은 루네 자기 안에 있답니다.

 

이 일을 위해 루네는 갈색 망토를 매고, 갈색 마스크를 하죠. 엄마의 갈색 벨트도 하고요. 여기에 갈색 페인트 통을 들고, 못된 녀석들의 자전거 하나를 온통 갈색으로 칠해 복수한답니다. 이렇게 복수한 슈퍼영웅은 바로 ‘브루네’랍니다. 갈색이란 뜻의 노르웨이어 ‘브룬’과 루네의 이름을 합한 거죠. 슈퍼영웅 브루네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브루네의 활약에 친구 아틀레 역시 그 안에 잠든 영웅을 부른답니다. 그 영웅의 이름은 ‘스바틀레’고요. 노르웨이어로 검은색은 ‘스바트’라고 한다네요. 여기에 아틀레의 이름이 합해진 거고요. 그러니, 아틀레가 자기 안에서 불러낸 영웅이 사용하는 페인트 색이 무슨 색인지 알겠죠?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답니다. 이제 루네와 아틀레의 친구인 여자아이 오세 역시 자기 안의 영웅을 불러 함께 한답니다. 이 영웅의 이름은 ‘블로세’고요. 노르웨이어로 파란색이 ‘블로’라네요. 그러니 블로세가 사용하는 페인트가 무슨 색인지 짐작 가죠?

 

이렇게 세 명의 영웅은 동네 깡패들과 맞서게 된답니다. 이들의 짜릿한 복수, 그리고 그 용기가 참 재미난 동화랍니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힘이 없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못된 모습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죠? 그렇다고 해서 그 모습이 당연시되면 안 되겠죠? 세 명의 슈퍼 영웅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 역시 내 안에 있는 슈퍼 영웅을 불러본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안전한 곳,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바뀔 텐데 말입니다.

 

참,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음성을 듣게 된답니다. 그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동네 깡패 녀석들 중엔 ‘목사 아들’이 끼어 있답니다. 작가가 일부러 거듭 이렇게 ‘목사 아들’의 못된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아들 편에서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목사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가 있으리라 여겨지네요. 종교가 본질을 놓치게 되면, 그저 하나의 집단에 불과하고, 성직자는 그저 하나의 직업에 불과할 뿐이란 것을 말이죠.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자주 접하지 못하는 노르웨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 것이랍니다. 이것도 소소한 선물이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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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로봇 맛있는 책읽기 34
김아로미 글, 김은경 그림 / 파란정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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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 『잔소리 로봇』은 우리 아이들의 자발적이지 못한 모습을 고발하고 있답니다. 물론 예쁘게 고발하고 있죠.

 

지민이는 학교공부도 잘하고, 독서토론 발표도 잘한답니다. 그런데, 자발적이지 못하네요. 모든 일들을 엄마가 계획하고 알려준답니다. 그것이 바로 엄마의 잔소리죠. 그리고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적은 수첩은 바로 ‘잔소리 노트’가 되고요. 이 ‘잔소리 노트’에는 지민이가 해야 할 일이 모두 적혀 있답니다. 그 중요성에 따라 별표가 그려져 있기도 하고요. 심지어 독서토론 발표마저 엄마가 작성해주기도 하네요.

 

이 책 제목인 『잔소리 로봇』은 바로 이런 지민이를 가리킨답니다. 엄마의 잔소리에 그대로 로봇처럼 반응하고, 해내는 모습을 빗댄 거죠. 마치 엄마가 잔소리 리모콘을 가지고 누르는 대로 그대로 행동하는 지민의 모습이 마치, “잔소리 로봇”같다는 거죠.

 

반면 한율이는 엉뚱하기도 하고, 때론 부산스럽기도 하지만, 알고 보니 모든 일을 자신이 스스로 하는 아이랍니다. 한율이의 부모님은 한율이가 스스로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분들이랍니다. 그래서 한율이는 때론 실수도 한답니다. 지금 당장은 지민이보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율이의 모습이 훨씬 멋지게 느껴지네요. 과연 지민이는 계속하여 『잔소리 로봇』에 머무르게 될까요?

 

언젠가 읽은 교육전문가의 책을 보니, 오늘 젊은 세대들은 뭔가 일을 맡겨두면 굉장히 잘 한데요. 그런데, 아무것도 맡겨두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몰라 한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엄마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끌었기 때문이라네요. 심지어는 장래 희망까지도 엄마의 바람이고, 꿈이죠. 그 엄마의 꿈을 향해 아이는 열심히 달려갈 뿐이고요. 그래서 맡겨진 일은 잘 해낸대요. 엄마의 바람처럼 지민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 해내는 것처럼 요.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누가 문제일까요? 무엇보다 부모가 문제 아닐까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기 전부터 부모가 아이들을 그렇게 길들였으니 말이죠. ‘잔소리 로봇’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요. 그저 시키는 것, 별 말썽 부리지 않고 잘 해낸다고 좋아하며 말이죠.

 

이 동화 속에서의 지민이는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반성하게 된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변하게 되죠.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이제 그만 아이들을 향한 리모콘을 내려놓았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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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정원 2015-03-1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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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는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작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어쩌면 이런 꼬리표만으로도 이 책은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싶다. 하지만, 그보다는 어쩌면 작가의 이력이 더 관심을 끈다. 작가인 김근우 씨는 판타지 소설을 쓰던 분이다(『바람의 마도사』의 작가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장르소설 작가였다는 거다. 물론, 장르소설과 본격문학소설의 구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그 가치의 경중을 누가 정할 수 있겠느냐만, 통상적으로 장르소설 작가들을 높게 여기지 않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런 이력을 가진 작가가 당당하게 본격문학 소설에 도전하여, 이처럼 대상을 거머쥐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여기에 더하여 작가의 신체적 장애로 인한 학력부분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 신경계이 이상으로 제대로 걷지 못한 작가는 아홉 번의 수술에도 중2때 건강이 허락지 않아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만다. 여전히 학벌을 먼저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서 중2중퇴라는 학벌을 가진 작가의 대상수상을 우린 ‘인간승리’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작가의 쾌거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은 어떨까? 우선 제목이 심상치 않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라니, 어찌 이런 괴상한 제목이 있을 수 있을까?

 

내용은 이렇다. 한 노인은 자신이 자식처럼 사랑하던 고양이와 산책을 나갔다가 한 오리에게 고양이가 잡아 먹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원수 같은 오리를 잡기 위해 사람을 산다. 거동이 불편한 자신을 대신하여 산책을 나갔던 불광천을 걸으며, 오리들의 사진을 찍어오게 하는 것.

 

바로 이 말도 안 되는 일에 고용되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주인공들이다. 남자1, 여자1, 꼬마1이 그들이다.

 

‘남자’는 한 때 장르소설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책을 출간해주지 않는 삼류작가다. 전 재산 4,264원이 전부인 그는 하루 일당 5만원을 준다는 전단지를 보고 이 황당한 일에 고용된다.

 

‘여자’는 평범한 증권회사 직원이었지만, 회사의 어려움과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된 후에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빈털터리가 되고 자신이 그토록 떠나길 원했던 은평구로 다시 기어들어온 실패자다.

 

그리고 꼬마는 다름 아닌 할아버지의 손자로 아버지와도 할아버지와도 관계가 깨어진 아이다.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위해 그 일을 하는 맹랑한 녀석이다.

 

노인은 하루 일당 5만원 외에도 성공수당 천만 원을 내걸었는데, 그건 바로 그 못된 오리인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잡았을 경우의 성공수당이다. 이들은 과연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라는 다소 황당한 사건, 그 사건을 추격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은 무엇보다 ‘경계’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작가 본인의 삶에 대한 질문, 장르소설과 본격문학소설의 경계는 무엇인가? 어쩌면 경계를 확연하게 지으려는 시도야말로 소설답지 않고, 과학적 사고방식이 아니냐는 반문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작가는 여전히 ‘진짜’글을 쓰고자 하지만, 과연 ‘진짜’글과 ‘가짜’글의 ‘경계’는 무엇일까?

 

소설 속의 ‘남자’는 ‘레인보우 다리’라는 명칭에 거부감을 가진다. 한글도, 영어도 아닌 짬뽕, 그 경계가 모호한 이런 다리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여자’는 말한다. “어째 소설가답지 않은 사고방식인데요? 과학자적 사고방식 아녜요? 모호하면 모호한 대로 괜찮던데 뭘.”(264쪽)

 

‘진짜’글과 ‘가짜’글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모호한 대로 괜찮지 않을까라는 여전히 ‘진짜’글을 쓰고 싶은 저자의 고백이 아닐까?

 

무엇보다 ‘경계’가 모호한 것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쫓는 이들은 생각한다. 그 ‘오리’는 거짓, 즉 가짜라고. 그렇기에 ‘가짜’의 ‘가짜’를 만들어 노인에게 제시하자고 말이다. 가짜의 가짜는 진짜이기 때문이란다. 여기에서 ‘가짜’와 ‘진짜’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나중에는 이들은 호순이(오리에게 잡아먹힌 노인의 고양이)가 죽지 않았다고 여기며(호순이가 죽었다는 노인의 말이 가짜라는 것), 진짜 호순이를 찾는다. 하지만, ‘진짜’ 호순이를 못 찾을 경우를 대비해 ‘가짜’ 호순이를 찾는다. 결국에 이들은 노인에게 처음엔 ‘가짜’ 호순이를, 그 다음엔 ‘가짜’ 오리를 ‘진짜’인 양 내놓는다. 하지만, 노인은 이들이 모두 ‘가짜’임을 안다. 하지만, 그들은 노인의 집에서 ‘진짜’가 된다.

 

또한 노인과 아들의 관계도 가짜다. 이들의 부자관계는 ‘진짜’다. 하지만, 이미 둘 간의 관계가 깨어졌기에 ‘가짜’다. 반면, 노인과 남자, 여자의 관계는 필요에 의해 만난 ‘가짜’다. 하지만, 이들은 점차 ‘우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니 이들은 ‘진짜’가 된다.

 

그렇다면 가짜와 진짜의 경계는 무엇일까?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가 진짜일까? 아니면, 가짜일까? 질문해 본다. 여전히 모호하다. 어쩌면 그 ‘경계’를 찾아 떠나는 우리 삶의 모험만이 ‘진짜’가 아닐까?

 

“수많은 가짜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는 일은 도전이고 투쟁일수밖에 없다. 수많은 진짜 속에서 가짜를 찾아내는 일 또한 도전이고 투쟁일수밖에 없다. 도전이고 투쟁일수밖에 없는 것은 또한 모험일수밖에 없다.”(148쪽)

 

모르겠다. 괜히 ‘경계’로 정리하려 했나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암튼 이 소설,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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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마녀의 장난감 백화점 행복한 책꽂이 5
정란희 지음, 한호진 그림 / 키다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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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이는 떼쟁이랍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떼를 쓰고 졸라대기 왕이죠. 그런 수인이는 또 한 가지 못된 모습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건 순서를 지키지 않는다는 거죠. 급식을 먹으러 가서도 그냥 줄 앞에서 서버린답니다. 누가 뭐라 하든 빨리 먹으면 된다는 거죠.

 

그런 수인의 눈에 너무나도 멋진 장난감 백화점이 띄었답니다. 이 백화점의 주인인 할머니는 말하네요. 백화점에 들어오기 위해선 초대장이 필요하다고요. 초대장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인형, 장난감은 마음대로 가질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럼 그 초대장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바로 빨간 공을 뽑으면 된답니다. 그런데, 빨간 공이 훤히 보이기에 제일 앞에 선 아이들은 빨간 공을 무조건 뽑을 수 있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착한 아이들은 그대로 줄을 서서 질서를 지켰지만, 못된 녀석들은 앞에 새치기를 하네요. 이 녀석들이 당연히 빨간 공을 뽑았고 초대장을 받게 되고요. 또 어떤 아이들은 다른 친구의 빨간 공을 빼앗기도 하네요. 백화점 할머니는 그런 모습에 아무렇지도 않네요. 오히려 좋아하는 눈치예요.

 

이렇게 해서 초대장을 얻은 아이들은 드디어 장난감 백화점에 들어가게 됩니다.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놀랍게도 백화점 주인인 할머니는 단추마녀였답니다. 단추마녀는 백화점에 도착한 아이들에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게 한답니다.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복장을 완전히 착용한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받게 된다며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실은 단추마녀의 인형이 되는 거랍니다. 과연 이 위기를 수인과 친구들은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이 동화는 무엇보다 질서를 지켜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질서를 지키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모습,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마음은 결국에는 자신들을 파멸로 이끌게 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은 파멸인줄 모른다는 점이고요. 도리어 질서를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당장은 이익을 얻게 된답니다. 그리고 질서를 지키던 아이들도 그 모습에 다음부턴 자신들도 똑같이 행동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고 말이죠. 자신들은 질서를 지켜 오히려 손해를 봤거든요. 이게 문제랍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런 마음, 누군가를 닮지 않았나요? 맞아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랍니다. 질서를 지키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요? 특히, 운전을 하다보면 이런 사람들을 무지 많이 만나게 되죠. 차례대로 유턴하지 않고 뒤차가 먼저 유턴하는 경우, 꼬리물기, 끼어들기, 버스전용차로로 달리기 등 참 얌체 같은 어른들이 많답니다. 이런 모습은 그 차에 타고 있는 자녀들이 그대로 배울 테고요. 그리고 아이들 역시 성장하며 그 모습처럼 살겠죠.

 

동화 속에서 단추마녀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우릴 부끄럽게 하네요.

 

“너희 집이나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잖니? 책으로는 서로 도우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어떻게든 이기라고 말이야. 무조건 일등을 해라, 경쟁해서 이겨야 해, 친구를 앞서야지, 남보다 먼저 가야 해,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이 나만 생각하면 돼, 때때로 주먹을 써도 괜찮아. 물론 발길질도 환영이지.”(75쪽)

 

이게 우리들의 모습 아닌지 반성해보게 되는 동화랍니다. 물론, 교훈적 의미만 있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답니다. 그리고 교훈적 가르침 역시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어 억지 교육처럼 느껴지지 않아 좋네요.

 

또 하나 이 동화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단추 마녀의 모습, 그 접근 역시 우리 어른들의 접근과 다르지 않다고 말이죠. 단추 마녀가 아이들을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아이들이 떼쟁이, 욕심쟁이, 심술쟁이, 개구쟁이이기 때문이랍니다. 언제나 시끄럽고 요란하고 개구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로봇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잘못이겠죠. 말을 안 듣는다고, 시끄럽다고, 요란하다고, 개구지다고, 심술쟁이라고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만들려는 접근이야말로 못된 마녀의 접근이겠죠.

 

그런데 우리 어른들 역시 이런 마음이 있지 않나요? 아이들의 개성을 무시하고, 아이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아이들의 부산스러움도 용납하지 못하고,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만들려는 마음, 이 마음이 바로 단추마녀의 마음임도 기억해야겠네요. 때론 개구지더라도, 때론 말썽부려도, 때론 심술 부려도, 아이를 인형으로 만들려는 마음과 시도가 우리 어른들에게서도 사라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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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성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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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의 3번째 책 『기암성』은 온전히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날 밤 제스브르 백작의 저택에 도둑이 들게 되고, 도둑의 일당이 물건을 훔쳐나가는 것을 백작의 딸 쉬잔과 조카딸 레이몽드가 목격한다. 용감한 레이몽드는 장총을 꺼내, 도둑 일당의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을 쏘아 맞추는데, 그 사람은 바로 뤼팽으로 추정된다. 과연 뤼팽은 정말 총에 맞은 걸까? 그리고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던 상황에서 총에 맞은 뤼팽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울러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백작의 비서는 살인을 당하게 되는데, 과연 누가 죽인 걸까?

 

도둑이라는 못된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미움보다 사랑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뤼팽은 어떤 상황에서도 목숨을 훔치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 신화는 사라지는 걸까? 이런 의문을 품으며 『기암성』 속으로 들어가 본다.

 

3번째 책인 『기암성』에서는 뤼팽을 견제하며, 냉철한 추리력으로 뤼팽의 행적을 추격해 나가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이지도르 보트를레라는 수사학급 학생이다.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헐록 숌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추리의 대가다. 책을 읽어 나가는 가운데, 보트를레가 뤼팽을 곤경에 빠뜨리며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최후의 승리자는 뤼팽이 될 것이지만. 그만큼 뛰어난 캐릭터가 보트를레다.

 

이런 보트를레는 제스브르 백작 저택에서의 사건을 통해, 우연히 한 쪽지를 입수하게 되고, 그 안에는 엄청난 비밀이 담겨져 있었다. 그 쪽지는 다름아닌 프랑스 황제들의 비밀 창고였던 ‘기암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였던 것. 오랜 시간동안 아무도 그곳을 발견하지도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뤼팽이 이곳을 발견하였고, 그곳 황제들만의 비밀 창고를 뤼팽은 자신의 아지트로 삼고, 그곳에 자신이 그동안 훔친 온갖 진귀한 예술품들을 채워 넣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처럼 엄청난 부로 다시 채워진 이곳 ‘기암성’을 뤼팽은 조국 프랑스에 바친다는 것. 그 이유는 사랑하는 아내(이 아내가 누구일까요?)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기 위해서였다. 이 장면은 뤼팽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온갖 보물을 훔치되, 그 보물에 집착하지 않고, 보물의 노예가 되지 않는 뤼팽의 멋스러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뤼팽을 쫓는 가니마르 경감, 그리고 자신의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방향에서 뤼팽을 추격하는 헐록 숌즈, 여기에 더하여 이 둘보다도 더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뤼팽을 추격하는 이지도르 보트를레. 이들은 모두 뤼팽을 옭죄기 위해 기암성을 향해 나아가는데, 과연 이들의 추격 앞에서 뤼팽은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아내 앞에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기 위해 모든 재물을 조국에 헌납하고 이제는 농부가 되고자 하는 뤼팽은 과연 그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3편 『기암성』은 가니마르 경관, 그리고 헐록 숌즈, 여기에 더하여 이지도르 보트를레라는 또 하나의 영웅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하지만 여전히 뤼팽은 그들 모두의 위에 있다. 여전히 절대자 캐릭터는 깨지지 않는다.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느 영웅이 새롭게 등장할지, 그리고 뤼팽은 또 그런 강적들을 어떻게 피해가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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