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묵 도깨비 꼬마둥이그림책 3
이상배 글, 홍영우 그림 글 / 좋은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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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 도깨비』는 참 예쁜 그림책이네요. 그림이 예뻐서 ‘예쁜’ 것만이 아니라, 그 내용이 예뻐서 ‘예쁜’ 그림책이랍니다.

 

외딴 언덕의 오두막집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답니다. 아주 가난한 부부가요. 그런데, 보름달이 환한 여름날 냇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 다음날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영감님은 살그머니 냇가로 나가봤답니다.

그랬더니 그곳에서는 글쎄 도깨비들이 씨름판을 벌이며 신나게 놀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 같으면 어쩌겠어요? 아마도 오늘 우리 현대인들 같으면, 지구대에 신고했을 지도 몰라요. 몰상식하게 시끄럽게 구는 녀석들이 있다고 말이죠. 아니 어쩌면, 오늘 우리 현대인들의 삭막한 마음으로는 도깨비가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도깨비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 집에 다시 돌아온 영감님은 다음날 할머니와 함께 다시 그곳에 가봤답니다. 역시 도깨비들은 신나게 놀고 있네요. 이 때, 영감님의 예쁜 마음이 발휘되네요. 영감님은 부인에게 메밀묵을 맛나게 쑤어다 가져다주자고 합니다. 밤마다 저리 시끄럽게 노는데 얼마나 배가 고프겠냐고 말이죠.

 

이리하여 다음날 노부부는 실제 메밀묵을 맛나게 쑤어서 신나게 노는 도깨비들에게 가져다줍니다. 당연히 도깨비들도 감사한 마음으로 맛나게 냠냠했겠죠?

그런데, 그믐날 도깨비들이 영감님을 찾아왔답니다. 빈손으로 오진 않았겠죠? 네, 맞습니다. 보물을 잔뜩 가져왔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지 알겠죠?

 

시끄럽게 하는 도깨비들에게 더 기운내서 잘 놀라고, 더 시끄럽게 한바탕 놀아보라고 메밀묵을 쑤어주는 그 아량, 참 멋스럽네요. 오늘 우리에게 이런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네요.

 

이 그림책을 보며, 왠지 층간소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물론 참 고약하게도 배려하지 않고 온갖 시끄러운 소리들을 방출해내는 분들이 없지 않죠. 정말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분들이 없지 않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면 어떨까요?

 

제 이야기 하나 할게요. 용서해주세요. 몇 년 전 이사를 했을 때예요. 위층에서 아이들이 쿵쿵 거리는 소리가 좀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윗집에 아이들이 있구나 싶었는데, 며칠 후 아내가 윗집에 중학생 남자애랑 초등 동생 둘, 이렇게 세 자녀가 있는 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녀석들 만나길 벼르고 있었답니다. 드디어 며칠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데, 중학생 남자애랑 함께 타고 올라왔답니다. 그래서 물어봤죠. 너 혹시 15층 아니냐고? 반갑다고. 난 새로 이사 온 14층 아저씨라고 말이죠. 그랬더니, 이 아이가 금세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집에 동생들이 있는데, 좀 시끄럽죠? 라고 말이죠. 그래서 제가 정색을 하며 말했죠. 아니, 내가 진즉 해주고 싶은 말 있었는데, 괜히 아래층 신경 쓰지 말고, 동생들 마음껏 뛰놀게 하라고 했죠. 우린 괜찮으니까 걱정 말라고요.

 

그랬더니, 이 아이가 부모님에게 아래층 정말 멋진 아저씨가 이사 왔다고 자랑했다는 거예요. 그 얘기가 돌고 돌아 또 제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는데, 왠지 으쓱 해지며 기분 좋더라고요.

 

이런 기분이 도깨비가 전해준 보물과 같은 기분 아닐까 싶네요. 시끄럽게 떠드는 도깨비들에게 메밀묵을 전해주는 여유, 이젠 우리에게도 회복되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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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시스터 3 - 출생의 비밀 벽장 속의 도서관 8
시에나 머서 지음, 심은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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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곳으로 입양되어 자신의 쌍둥이 자매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던 올리비아는 새로 이사 간 곳에서 자신의 쌍둥이 자매 아이비를 만나게 되죠. 그렇게 해서 자신의 반쪽을 찾은 아이비와 올리비아는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아이비는 단순한 고스족이 아닌 실제 뱀파이어였으며, 올리비아는 토끼(뱀파이어들이 인간을 부르는 용어)였던 거죠.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이렇게 일어난 거랍니다. 이에 아이비와 올리비아는 자신들의 출생의 비밀을 찾기 시작합니다. 각기 입양 정보를 찾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알 수 없었죠. 이것이 바로 2편까지의 내용이랍니다.

 

이제 3편에서는 둘의 출생의 비밀이 드디어 밝혀지게 된답니다. 사실, 2편까지 읽은 분들은 어쩌면 이들 출생의 비밀을 내심 추리해낼 수 있답니다. 맞아요. 역시 뱀파이어인 아이비의 양아버지와 관련이 있네요. 과연 아이비의 양아버지는 누구일까요?

 

물론, 3편에서는 이러한 자매의 출생의 비밀이 더욱 자세하게 밝혀지게 된답니다. 게다가 올리비아가 뱀파이어 사회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음이 이제는 뱀파이어 사회에 공공연한 사실이 되고, 이로 인해 토끼인 올리비아는 뱀파이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시험을 치르게 된답니다.

 

그 시험은 도합 세 가지로, 어둠의 시험, 신뢰의 시험, 인내의 시험이랍니다. 일명 피의 시험이라 불리는 이 세 가지 시험을 올리비아는 과연 통과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3편은 올리비아와 아이비의 출생이 밝혀지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더 흥미롭네요. 이제 3편까지 오면서, 둘 간의 신상의 비밀은 밝혀졌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본격적인 모험이 남은 것 아닌가 싶어, 다음 편이 더욱 기대되네요. 어쩌면 4편부터가 진짜 신나는 모험을 담고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 봅니다. 물론, 3편까지가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고, 이제 어쩌면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여겨지네요.

 

올리비아와 아이비가 쌍둥이라는 사실이 뱀파이어 사회의 잡지에 실리게 되는데, 그 잡지 기사 가운데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어 소개합니다.

 

“두려움이 없으면 사랑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165쪽)

 

이 말은 인간과 뱀파이어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답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 사회에서도 적용되는 내용이겠죠.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나와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우린 두려움의 마음을 품고 있답니다. 그래서 사랑하기보다는 미리 그 싹을 잘라버리려는 폭력적 견해를 보이는 거죠. 하지만, 나와 다른 이들을 향한 두려움이 우리 안에서 사라지게 될 때, 우린 상대를 품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답니다.

 

“두려움이 없으면 사랑이 있을 수 있다.”

참 멋진 말이네요. 우리에게도 두려움을 극복한 사랑이 가득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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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초콜릿
패멀라 무어 지음, 허진 옮김 / 청미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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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침은 초콜릿』은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흔히 접했던 성장소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성장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의 갈등구조와 이로 인한 고민과 방황, 그리고 화해가 이 소설 역시 존재한다. 또한 이성에 대한 내용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색깔은 조금 다르다. 방황의 강도가 다르다고 말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청소년기와 청년의 때의 방황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 생태학자이면서 인문학자로 말할 수 있는 최재천 교수는 청년의 때에 많은 방황을 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하지만, 단서를 붙인다. 방황과 방탕은 다르다는 것, 방황은 권장하지만, 방탕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코트니와 단짝 친구 재닛의 방황은 방탕이라 분류해야 좋을 것이다. 소설은 16세 소녀들의 과도한 음주와 느슨한 도덕관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당히 문란한 성생활에 대해서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이런 부분들은 여타 성장소설의 분위기를 염두에 둔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게다가 1956년에 처음 출판된 내용임을 감안한다면, 동성애문제도 등장하여 상당히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법하다. 또한 이러한 갈등과 방황의 자리가 상류층 아이들에게서 보여줌도 특기할 만하다. 대체적인 성장소설의 삶의 자리가 기층세력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삶의 자리가 초호화생활을 살아가는 그런 자리는 물론 아니다. 코트니의 엄마는 영화배우다. 하지만, 이젠 한물 간 배우다. 결국엔 어떤 캐스팅도 이루어지지 않아,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된 배우. 하지만, 여전히 철부지같은 그런 엄마(물론, 엄마 손드라는 결국엔 배우로서 안정된 자리를 찾는다. 기대치를 낮춘 상태로 말이다). 엄마의 엄마가 된 것처럼 엄마를 걱정해야만 하는 그런 삶의 자리가 어쩌면 코트니를 방황의 자리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타 성장소설처럼 코트니의 방황의 출발 역시 그녀가 처한 갈등과 고민의 현장에서 시작된다. 코트니의 이런 외침이 마음을 울린다.

 

“제가 어떻게 살아야 돼요? 물속에 들어가 살다가 밖으로 나와서 ‘제가 숨 쉬러 나온 게 거슬리셨다면 죄송해요. 안 나오도록 노력할게요.’ 뭐 그러기라도 해야 돼요?”(88쪽)

 

어쩌면 코트니 뿐 아니라 오늘 이 땅의 방황과 방탕 사이에서 흐느적거리는 청춘들의 깊은 곳에는 바로 이와 같은 외침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어쩌면 그들의 방탕이 숨 쉬기 위한 출구일 수 있다 생각할 때, 마음이 먹먹하다.

 

오늘 우리 자녀들의 방황 내지 방탕의 몸부림은 그 출발이 일정부분 부모에게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코트니는 느슨한 도덕관념정도가 아니라, 아예 도덕관념이 없는 듯 여겨지는 퇴폐의 상징 앤서니와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그 때, 코트니의 심리상태를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이제는 앤서니와 함께하면서 자기 삶이 엄마의 삶과 얼마나 멀어졌는지 깨달았다. 독립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놓였다. 자신의 삶을 엄마가 아닌 남자들 주변에 두는 것이 더욱 안전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남자들은 실패하면 바꿀 수 있었다.”(218쪽)

 

‘적어도 남자들은 실패하면 바꿀 수 있었다.’ 바로 여기에 어쩌면 오늘 십대들의 방황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부부 역시 실패하면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부모는? 청춘들의 방황과 방탕이 오롯이 그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딸을 둔 아빠로서 코트니와 재닛의 방황이 안타깝고, 또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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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더스의 개 네버랜드 클래식 44
위더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프랜시스 브런디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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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플랜더스의 개』를 접하며 먼저,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만화영화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플란다스의 개>를 떠올려 본다. 어쩌면 어린 시절이 아닐지도 몰라 찾아보니, 1981년도에 KBS에서 처음 방송한 것으로 나온다. 어린 시절이 맞다. 내 기억이 그래도 살아 있나보다.^^ 당시 상당히 오랫동안 방송된 것으로 기억되어 찾아보니, 총52회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원문소설은 길지 않다. 이 책, 『플랜더스의 개』 는 바로 그 원문에 충실하여 번역되어졌다 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플랜더스의 개」말고도 위다의 또 다른 작품 2편을 함께 싣고 있다. 「뉘른베르크 난로」, 「우르비노의 아이」가 그것이다. 어쩌면 2번째, 3번째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읽어보니, 두 번째 이야기인 「뉘른베르크 난로」는 그 내용이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건지, 아님 어린 시절의 아주 오래된 기억이 남아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플랜더스의 개」는 가난한 아이 넬로와 그의 개 파트라슈의 우정이야기이다. 여기에 더하여 방앗간 집 딸 알루아와의 우정 내지 사랑도 버무려져 있다. 가난하지만, 파트라슈와 함게 우유배달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넬로에게는 그림이라는 재능과 꿈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결말이 너무 슬픈 이야기. 비록 슬픈 결말을 안고 있지만, 명작은 명작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넬로를 향해, “가난한 사람은 선택권이 없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말이 가슴을 적신다. 하지만, 또 한편 작가는 예한 다스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가난한 사람도 선택을 할 수 있어. 위대한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거야.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란다.” 이 음성이 오늘 삶의 밑바닥에서 힘겨워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도전과 격려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뉘른베르크 난로」 역시 가난한 아이가 주인공이다. 무능력한 홀아버지, 그리고 10명의 남매 가운데 5째인 아우구스트가 주인공이다. 아우구스트의 집에는 할아버지가 주워와 오랫동안 집안에 있던 명품 도자기 난로가 있다. 히르슈포겔이란 거장의 작품이기에 주인공이 히르슈포겔로 부르는 난로. 이 난로는 사물임에도 단순한 사물을 넘어, 주인공과 교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는 빚을 갚기 위해 이 난로를 팔게 되고, 주인공은 난로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난로 안에 숨게 된다. 그리고 난로는 인부들의 손에 의해 골동품상을 거쳐 놀라운 곳으로 향하게 된다. 과연 그곳은 어디일까?

 

첫 번째 이야기 「플랜더스의 개」가 아이와 개와의 우정 이야기라면, 두 번째 이야기 「뉘른베르크 난로」는 아이와 난로와의 우정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찌 사람과 난로가 우정을 쌓을 수 있냐고? 그것이 가능한 것이 상상력이다. 작가는 글 가운데 이렇게 말한다.

 

“상상력은 부족한 점이 아무리 많아도 감쪽같이 채워주는 착한 요정과 같다.”(106쪽)

 

그렇다. 상상력은 착한 요정과 같아, 우리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뿐 아니라, 아이와 난로간의 우정을 가능하게도 한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난로와 함께 하기 위한 9살 남자아이 아우구스트의 집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지막 「우르비노의 아이」는 천재적 미술 재능을 가진 7살 남자아이 라파엘로(실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라파엘로 산티를 모델로 하고 있다)와 그러한 재능은 없지만 바르고 좋은 품성을 가진 루카와의 우정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재미난 공통점이 있다. 넬로도, 아우구스트도, 라파엘로도 세 편 모두의 주인공들은 미술에 대한 재능이 있으며, 미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그 꿈을 붙잡고 있다. 물론, 결말은 다 다르지만 말이다. 「플랜더스의 개」에서 넬로는 그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슬픈 결말을 맞게 된다면, 「뉘른베르크 난로」에서 주인공 아우구스트는 위기가 있었지만, 그리고 가난이라는 장애물이 있었지만, 난로를 향한 사랑과 집념이 결국엔 그 재능과 꿈을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마지막, 「우르비노의 아이」에서는 다르다.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조건들도 다 갖추고 있으며, 아울러 엄청난 천재적 재능까지 갖추고 있다. 뿐인가! 이런 재능에 더하여 우정을 쌓아가는 루카 형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까지 있다.

 

우리에겐 어떤 삶이 펼쳐지면 좋을까? 왠지 두 번째 경우에 제일 마음이 간다. 첫 번째는 슬픈 결말이니 그렇고, 마지막은 너무 모두 갖추고 있으니 왠지 정감이 안 간다(물론 라파엘로가 재능만 가지고 거장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위다의 작품 속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기에 정감이 안 간다는 의미다).

 

비록 지금 당장은 밑바닥이라 할지라도 집념을 가지고 올라 설 수 있다면 이런 인생이 더 멋진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왕의 배려와 은총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나의 삶 속에서도 내 집념과 노력, 여기에 더하여 날 향한 절대자의 배려와 은총, 그리고 주변의 사랑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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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 YA 시리즈
박하령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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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꿈꾸었던 수많은 내용들 가운데 하나는 쌍둥이 형제가 있다면 참 재미있겠다는 거였다. 같은 외모의 쌍둥이 형제랑 서로 상대 행세를 하며 남들을 속인다면 재미있겠다는 그런 천진한 생각들을 하곤 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들을 해봤으리라 여겨진다. 한 사람이 아프면 상대도 함께 아플 것 같은 보이지 않은 끈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진 공동운명체, 쌍둥이. 왠지 서로 생각도 통하고 텔레파시도 통할 것 같은 쌍둥이. 이것이 쌍둥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여기 그러한 환상을 완전히 깨뜨려주는 책이 있다. 바로 『의자 뺏기』란 제목의 성장소설이다. 제목부터 왠지 전투적인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이러한 꼬리표가 붙어 있다.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런 꼬리표로 인해 기대감이 수직 상승되는 책. 읽어보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은오와 지오는 쌍둥이 자매다. 그런데, 은오는 언제나 패배의식 내지 피해의식이 있다. 그건 자신의 인생은 언제나 쌍둥이 동생 지오에게 모든 것들을 양보해야만 했다는 생각이며, 실제로도 그렇다. 언제나 똑소리나는 지오에게 밀려 살았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거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은 초등학생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온가족이 부산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내려가 잔적이 있는데, 그 날로 은오는 가족과 떨어져 할머니와 살아야만 했다.

 

표면적 이유는 엄마 뱃속에 동생이 생겨 두 쌍둥이 자매를 모두 돌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은오가 가족의 평화를 위해 희생자가 된 것. 하지만, 은오는 시간이 지나며 자신이 가족들에 의해 솎음당한 실제적 이유를 알게 된다. 그것은 언제나 똑소리나는 지오가 더 가능성이 있기 때문. 엄마는 은오를 떨궈 놓고 지오에게 피겨스케이팅을 가르치려 했던 것. 지오를 쫓아다니기 위해선 은오가 부산에 내려가야 했던 거다. 게다가 진짜 이유가 있었으니, 그건 할머니의 많은 재산들에 대해 선점하기 위한 초석으로 은오를 보내놨던 것.

 

아무튼 이처럼 가족들로부터 왕따가 되어 살아야만 했던 은오, 마치 어린 들깨 모를 솎아내듯이 가정에서 솎아내진 은오의 아픔. 이런 아픔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I'm OK!”를 외쳐야만 했던 은오. 하지만, 그런 은오가 이제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의자 뺏기”이다.

 

이처럼 처음엔 자신의 아픔조차 직시하지 못하고 안 좋은 건 덮는데 선수였던 은오, 하나도 괜찮지 않으면서도 “I'm OK!”를 외쳐야만 했던 은오가 자신의 아픔을 직시하고, 이제는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서는 권리 찾기 투쟁기가 어쩌면 이 책 『의자 뺏기』이다.

 

이러한 은오의 자기 권리 찾기 투쟁기에 더하여, 선집이란 남자아이를 두고 벌이는 은오와 승미 간의 갈등, 여기에 최후 승자로 등극하는 지오. 이런 식으로 청소년기의 주요 관심사인 이성교제의 갈등구조도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게다가 가정의 무너짐과 가족구성원간의 갈등과 화해 등도 이 소설의 주요 틀거리 가운데 하나다.

 

또 하나, 솎아낸 인생이었던 은오, 언제나 아픔마저 덮기 바쁘던 은오가 음악을 통해, 자신이 내릴 뿌리를 찾고,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의자를 찾아 나서는 은오의 모습이 멋지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은오의 고백이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마음을 놓게 만들기도 한다.

 

“난 그동안 솎아진 아이라는 생각 때문에 세상으로 향하는 안테나를 접고 살았다. 누군가와 닿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펴야 한다. 손에 쥔 미움의 불씨를 버리고 내 안의 상처도 털어 내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의 닻을 올려야 한다.”(174쪽)

 

이제 이 땅의 모든 청소년들이 은오처럼 자신의 슬픔의 자리를 딛고 일어서, 자신만의 의자를 찾아 마음의 닻을 올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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