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해야 364일
황선미 지음, 김수정 그림 / 포북 차일드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명조에게는 형이 있습니다. 한 살 터울의 형, 아니 정확하게는 364일 차이가 나는 형이랍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온통 형에게만 관심이 있답니다. 옷이며, 신발은 형이 먼저 사용한 후에 동생 명조에게 돌아온답니다. 심지어, 명조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신발을 사게 되었는데, 형 윤조가 며칠이라도 신어야 한다네요. 정작 윤조는 그 신발에는 관심도 없는데 말이죠. 보이 스카우트 활동 역시 명조도 하고 싶지만, 윤조에게만 하라고 하고요. 역시 윤조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도 자꾸 시킨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명조는 이해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결국 명조는 새 신발 가운데 한 짝을 몰래 베란다 밖으로 떨어뜨렸답니다. 너무나도 화가 났던 거죠. 잠시 후 다시 신발을 찾으러 갔는데, 신발이 금세 사라졌네요. 과연 누가 가져갔을까요? 이때부터 명조의 신발 찾아 3만리(?)가 시작된답니다.

 

이 동화는 언제나 동생으로서 겪게 되는 서러움을 주제로 하고 있네요. 동생들은 언제나 이런 불만이 있을 수 있죠. 저 역시 둘째랍니다. 삼형제 가운데 둘째. 위로, 아래로 치여서 치열한 성장기를 보내야만 하는. 그럼에도 둘째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특별한 스트레스는 사실 없었답니다. 왜냐하면 저희 아버지는 일부로 둘째에게 더 신경을 쓰셨거든요. 이 동화의 명조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말이죠. 집안이 넉넉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는 형의 잠바를 사오시면서 같은 메이커, 같은 디자인에 색깔, 사이즈만 다른 옷으로 두 벌을 사오셨답니다. 그 옷이 저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일부로 둘째로서의 서러움을 받지 않도록 애쓰시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죠. 이 동화를 읽으며 명조의 서러움을 바라보며 생각지도 않은 아버지의 사랑을 되새겨보네요.

 

이 동화는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동생의 서러움만이 아닌 형으로서의 부담감도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사실 형인 윤조는 집안의 기대와 관심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언제나 본인이 하기 싫은 것들을 떠밀려 하곤 한답니다. 이것 역시 본인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되고 힘든 일이겠죠. 이런 부모의 기대와 본인의 성향 간의 갈등에서 보여주는 명조의 용기 있는 행동들도 멋져 보이네요. 단순한 반항이 아닌, 아버지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용기랍니다.

 

게다가 명조와 고작 364일 먼저 태어난 윤조 간의 형제로서의 유대감도 돋보이네요. 서로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 동생을 지키기 위한 윤조의 도발, 그리고 형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동생 명조의 행동이 멋스럽답니다. 물론 혹시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갈등이 조금은 허망하지만, 예쁘게 해소되어지는 모습도 좋고요.

 

또한 쌍둥이 자매인 장하늘과 장나리의 서로 다른 모습도 재밌네요. 선머슴과 같은 하늘의 모습, 패셔니스타와 같은 나리의 모습, 어느 쪽이 더 나은 모습이 아닌 둘 다 모두 귀한 모습이죠. 작가 선생님의 바람처럼 우리 아이들이 어떤 모습이든지, 당당하게 살아가며,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된다면 좋겠네요.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설령 부모님의 기대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좋겠네요. 윤조처럼요. 작가 선생님의 말처럼 멋지게,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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