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네버랜드 클래식 44
위더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프랜시스 브런디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플랜더스의 개』를 접하며 먼저,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만화영화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플란다스의 개>를 떠올려 본다. 어쩌면 어린 시절이 아닐지도 몰라 찾아보니, 1981년도에 KBS에서 처음 방송한 것으로 나온다. 어린 시절이 맞다. 내 기억이 그래도 살아 있나보다.^^ 당시 상당히 오랫동안 방송된 것으로 기억되어 찾아보니, 총52회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원문소설은 길지 않다. 이 책, 『플랜더스의 개』 는 바로 그 원문에 충실하여 번역되어졌다 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플랜더스의 개」말고도 위다의 또 다른 작품 2편을 함께 싣고 있다. 「뉘른베르크 난로」, 「우르비노의 아이」가 그것이다. 어쩌면 2번째, 3번째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읽어보니, 두 번째 이야기인 「뉘른베르크 난로」는 그 내용이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건지, 아님 어린 시절의 아주 오래된 기억이 남아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플랜더스의 개」는 가난한 아이 넬로와 그의 개 파트라슈의 우정이야기이다. 여기에 더하여 방앗간 집 딸 알루아와의 우정 내지 사랑도 버무려져 있다. 가난하지만, 파트라슈와 함게 우유배달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넬로에게는 그림이라는 재능과 꿈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결말이 너무 슬픈 이야기. 비록 슬픈 결말을 안고 있지만, 명작은 명작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넬로를 향해, “가난한 사람은 선택권이 없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말이 가슴을 적신다. 하지만, 또 한편 작가는 예한 다스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가난한 사람도 선택을 할 수 있어. 위대한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거야.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란다.” 이 음성이 오늘 삶의 밑바닥에서 힘겨워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도전과 격려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뉘른베르크 난로」 역시 가난한 아이가 주인공이다. 무능력한 홀아버지, 그리고 10명의 남매 가운데 5째인 아우구스트가 주인공이다. 아우구스트의 집에는 할아버지가 주워와 오랫동안 집안에 있던 명품 도자기 난로가 있다. 히르슈포겔이란 거장의 작품이기에 주인공이 히르슈포겔로 부르는 난로. 이 난로는 사물임에도 단순한 사물을 넘어, 주인공과 교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는 빚을 갚기 위해 이 난로를 팔게 되고, 주인공은 난로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난로 안에 숨게 된다. 그리고 난로는 인부들의 손에 의해 골동품상을 거쳐 놀라운 곳으로 향하게 된다. 과연 그곳은 어디일까?

 

첫 번째 이야기 「플랜더스의 개」가 아이와 개와의 우정 이야기라면, 두 번째 이야기 「뉘른베르크 난로」는 아이와 난로와의 우정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찌 사람과 난로가 우정을 쌓을 수 있냐고? 그것이 가능한 것이 상상력이다. 작가는 글 가운데 이렇게 말한다.

 

“상상력은 부족한 점이 아무리 많아도 감쪽같이 채워주는 착한 요정과 같다.”(106쪽)

 

그렇다. 상상력은 착한 요정과 같아, 우리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뿐 아니라, 아이와 난로간의 우정을 가능하게도 한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난로와 함께 하기 위한 9살 남자아이 아우구스트의 집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지막 「우르비노의 아이」는 천재적 미술 재능을 가진 7살 남자아이 라파엘로(실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라파엘로 산티를 모델로 하고 있다)와 그러한 재능은 없지만 바르고 좋은 품성을 가진 루카와의 우정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재미난 공통점이 있다. 넬로도, 아우구스트도, 라파엘로도 세 편 모두의 주인공들은 미술에 대한 재능이 있으며, 미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그 꿈을 붙잡고 있다. 물론, 결말은 다 다르지만 말이다. 「플랜더스의 개」에서 넬로는 그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슬픈 결말을 맞게 된다면, 「뉘른베르크 난로」에서 주인공 아우구스트는 위기가 있었지만, 그리고 가난이라는 장애물이 있었지만, 난로를 향한 사랑과 집념이 결국엔 그 재능과 꿈을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마지막, 「우르비노의 아이」에서는 다르다.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조건들도 다 갖추고 있으며, 아울러 엄청난 천재적 재능까지 갖추고 있다. 뿐인가! 이런 재능에 더하여 우정을 쌓아가는 루카 형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까지 있다.

 

우리에겐 어떤 삶이 펼쳐지면 좋을까? 왠지 두 번째 경우에 제일 마음이 간다. 첫 번째는 슬픈 결말이니 그렇고, 마지막은 너무 모두 갖추고 있으니 왠지 정감이 안 간다(물론 라파엘로가 재능만 가지고 거장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위다의 작품 속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기에 정감이 안 간다는 의미다).

 

비록 지금 당장은 밑바닥이라 할지라도 집념을 가지고 올라 설 수 있다면 이런 인생이 더 멋진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왕의 배려와 은총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나의 삶 속에서도 내 집념과 노력, 여기에 더하여 날 향한 절대자의 배려와 은총, 그리고 주변의 사랑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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