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마녀의 장난감 백화점 행복한 책꽂이 5
정란희 지음, 한호진 그림 / 키다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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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이는 떼쟁이랍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떼를 쓰고 졸라대기 왕이죠. 그런 수인이는 또 한 가지 못된 모습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건 순서를 지키지 않는다는 거죠. 급식을 먹으러 가서도 그냥 줄 앞에서 서버린답니다. 누가 뭐라 하든 빨리 먹으면 된다는 거죠.

 

그런 수인의 눈에 너무나도 멋진 장난감 백화점이 띄었답니다. 이 백화점의 주인인 할머니는 말하네요. 백화점에 들어오기 위해선 초대장이 필요하다고요. 초대장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인형, 장난감은 마음대로 가질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럼 그 초대장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바로 빨간 공을 뽑으면 된답니다. 그런데, 빨간 공이 훤히 보이기에 제일 앞에 선 아이들은 빨간 공을 무조건 뽑을 수 있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착한 아이들은 그대로 줄을 서서 질서를 지켰지만, 못된 녀석들은 앞에 새치기를 하네요. 이 녀석들이 당연히 빨간 공을 뽑았고 초대장을 받게 되고요. 또 어떤 아이들은 다른 친구의 빨간 공을 빼앗기도 하네요. 백화점 할머니는 그런 모습에 아무렇지도 않네요. 오히려 좋아하는 눈치예요.

 

이렇게 해서 초대장을 얻은 아이들은 드디어 장난감 백화점에 들어가게 됩니다.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놀랍게도 백화점 주인인 할머니는 단추마녀였답니다. 단추마녀는 백화점에 도착한 아이들에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게 한답니다.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복장을 완전히 착용한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받게 된다며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실은 단추마녀의 인형이 되는 거랍니다. 과연 이 위기를 수인과 친구들은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이 동화는 무엇보다 질서를 지켜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질서를 지키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모습,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마음은 결국에는 자신들을 파멸로 이끌게 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은 파멸인줄 모른다는 점이고요. 도리어 질서를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당장은 이익을 얻게 된답니다. 그리고 질서를 지키던 아이들도 그 모습에 다음부턴 자신들도 똑같이 행동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고 말이죠. 자신들은 질서를 지켜 오히려 손해를 봤거든요. 이게 문제랍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런 마음, 누군가를 닮지 않았나요? 맞아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랍니다. 질서를 지키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요? 특히, 운전을 하다보면 이런 사람들을 무지 많이 만나게 되죠. 차례대로 유턴하지 않고 뒤차가 먼저 유턴하는 경우, 꼬리물기, 끼어들기, 버스전용차로로 달리기 등 참 얌체 같은 어른들이 많답니다. 이런 모습은 그 차에 타고 있는 자녀들이 그대로 배울 테고요. 그리고 아이들 역시 성장하며 그 모습처럼 살겠죠.

 

동화 속에서 단추마녀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우릴 부끄럽게 하네요.

 

“너희 집이나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잖니? 책으로는 서로 도우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어떻게든 이기라고 말이야. 무조건 일등을 해라, 경쟁해서 이겨야 해, 친구를 앞서야지, 남보다 먼저 가야 해,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이 나만 생각하면 돼, 때때로 주먹을 써도 괜찮아. 물론 발길질도 환영이지.”(75쪽)

 

이게 우리들의 모습 아닌지 반성해보게 되는 동화랍니다. 물론, 교훈적 의미만 있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답니다. 그리고 교훈적 가르침 역시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어 억지 교육처럼 느껴지지 않아 좋네요.

 

또 하나 이 동화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단추 마녀의 모습, 그 접근 역시 우리 어른들의 접근과 다르지 않다고 말이죠. 단추 마녀가 아이들을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아이들이 떼쟁이, 욕심쟁이, 심술쟁이, 개구쟁이이기 때문이랍니다. 언제나 시끄럽고 요란하고 개구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로봇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잘못이겠죠. 말을 안 듣는다고, 시끄럽다고, 요란하다고, 개구지다고, 심술쟁이라고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만들려는 접근이야말로 못된 마녀의 접근이겠죠.

 

그런데 우리 어른들 역시 이런 마음이 있지 않나요? 아이들의 개성을 무시하고, 아이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아이들의 부산스러움도 용납하지 못하고,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만들려는 마음, 이 마음이 바로 단추마녀의 마음임도 기억해야겠네요. 때론 개구지더라도, 때론 말썽부려도, 때론 심술 부려도, 아이를 인형으로 만들려는 마음과 시도가 우리 어른들에게서도 사라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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