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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06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의 작가가 글을 참 잘썼네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뻔뻔하게 뒤돌아간다)

독서괭 2021-07-06 10: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여기서 이러시면.. 환영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는 그의 말이 옳다. 우리는 언젠가 죽고, 함께 산다면 누군가가 먼저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함께 산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것이 우주의 순리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하디약한 존재니까. 사랑이 끝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리고 그때마다 언제나 아프고 쓰라리겠지만, 그것이 꼭 사랑의 절정인 젊은 시절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더 늘어가고, 그래서 '이제껏 하나인 적 없었던 두 가지'가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그때 찾아오는 이별이야말로 비탄과 고통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48~49쪽


차곡차곡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결심하고 이 책을 써나갈 때, <비상의 죄>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갈 때, 그는 차분하게 이 글을 구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109쪽의 저 문장을 쓰다가 무너지지 않았을까, 다시 오열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보았다. 그는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답게, 무척이나 유려하게 이 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추슬렀던 감정이,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는 문장을 쓰면서 폭발해버리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그가 아프게 이 글을 썼다는 사실이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결국 저 문장에 이르러서야 나는, 함께 엉엉 울고 싶어졌으니까. 극도의 사랑 앞에서 그렇듯 극도의 고통 앞에서도, 우리가 깨닫는 사실은 굉장히 단순하다. 네가 가버리고 난 뒤, 그 빈자리는 너무나 크다. 이것만큼 상실의 고통을 잘 표현할 만한 말이, 대체 뭐란 말인가.  - 51쪽


 <잘 지내나요?>의 첫 장에 등장하는 책들 중 하나인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작가 자신의 사별의 아픔을 담은 에세이다. 나는 이 책을, 작가 이름과 제목만 알고 아무 정보없이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그 전에 줄리언반스의 소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을 읽었던 기억 때문인지 당연히 소설인 줄 알았다. 열기구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건 대체 무엇..? 하면서도 재미는 있어서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이것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며 배우자를 잃은 경험을 쓴 것임을 깨닫는 순간 앞의 열기구 이야기가 이해되면서 엄청나게 마음이 아팠다. 당시 나는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무렵 지인이 교통사고로 배우자를 잃어 조문을 다녀왔던 터라 감정이입을 심하게 했고.. 그 결과 얼마 후 남편이 죽는 꿈을 꾸고 새벽에 엉엉 울며 남편에게 전화했더랬다..(그땐 떨어져 살았다) <잘 지내나요?>를 읽는 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다. 내가 느꼈던 감상을 잘 표현해준 글을 보니 좋았다.  

















결혼 후 확실히 실연의 아픔을 다룬 이야기에는 이입을 덜하게 되었고, 배우자 사별을 다룬 이야기에는 이입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오베라는 남자>도 그래서 더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었던 소설.  
















 아이를 키우면서는 아이와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에 많이 이입하게 되는데, 아이를 잃는 등 너무 아픈 이야기는 배우자 사별보다 더 괴로워서 읽기가 힘들다. 자기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한다. 

 '가을방학'의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그중 '동거'는 이런 가사다. 


 우편함이 꽉 차 있는 걸 봐도 그냥 난 지나쳐 가곤 해요

 냉장고가 텅 비어 있더라도 그냥 난 못 본 척 하곤 해요

 나는 부모님과 사니까요

 (중략)

 내가 어렸을 때 얘길 엄마는 꼭 어제 일처럼 얘기하죠

 나는 사실 기억이 없는 일들도
 오래 전 옆에 누워서 칭얼대던 아이는
 누구보다 당신을 더 사랑했다 확신할 수 있지만
 고백할게요 나 거리에서 당신을 지나친 적 있어요

 같이 살면서 같이 지내면서 못 본 척 지나친 적 있어요 


 이 노래 이야기를 하면서 비혼인 지인은 부모님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내가 부모 입장이 되어 생각했다. 지금 내 아이들은 엄마인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있지만, 몇 년 지나면 달라지겠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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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05 15: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은 망센빠이의 책에서도,
책은 읽을 때마다 달라진다고 하
더라구요.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독서괭 2021-07-05 17:26   좋아요 5 | URL
아 망센빠이가 누군가 잠시 고민했습니다. 이름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 망겔인거죠?
괴물 사놨는데 시작하기 무섭네요~

초딩 2021-07-05 1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하나인 적 없었던 두 가지가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무너진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네요.
부재 보다도 더 크고 속수무책으로 다가옵니다.

독서괭 2021-07-06 10:37   좋아요 0 | URL
사별의 고통이 정말 크다고 하더라구요. 나이드신 분들 중에는 배우자 사망하면 얼마 안 있어 뒤를 따르듯 사망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 것도 이해가 되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07-05 2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해주는 글을 만나면 정말 기쁘기도 하고 뭣보다 동지를 만난 듯해 행복해지더라구요. 아무도 몰라주는 내 맘을 저자만이 알아주는 듯해 깊은 위로도 받구요. 그땀시 우리가 책을 읽지 않겠어요.^^ 남편이 죽는 꿈에 엉엉 우셨다 하여 살짝 웃었습니다. 지는 요즘 남편이 겁나 밉거든요 ㅋㅋ

독서괭 2021-07-06 10:39   좋아요 0 | URL
그땀시 책 읽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 저도 그때는 신혼 때라.. ㅋㅋㅋ 한집 살며 남편이 미워질 땐 많이 괴롭더라구요.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너그러워지는 게 차라리 낫다 싶은데 사람 맘이 뜻대로 안 되더라구요 그쵸 ㅠㅠ
 

이런 회사가 있다니..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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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02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대적으로 공간합니다!!!
장거리 수영할 때
전체에서 턴 하는 부분에서 딱 한 번만이라더 바닥 발로 짚는거랑 아닌 거랑
1km 할 때 진짜 차이 많이 나듯이요.
잠시만 쉬면 무너질것 같은 세상이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는데 :-)

독서괭 2021-07-03 08:53   좋아요 0 | URL
멋진 비유인 것 같은데 공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슬픈 맥주병입니다…ㅠㅠ 잠깐의 쉼도 허락하지 않는 우리 노동문화가 바뀌어가면 좋겠어요!

종이달 2021-12-3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몽마르트르 유서>는 잠자냥님께 땡투~
나머지는 개인회원 중고거래로 구입했습니다. 원래 사려던 건 <술라>였는데 배송비 2,500원을 아끼기 위해서는 같은 분이 판매하는 책들을 더 골라 50,000원을 채워야 했다는 익숙한 이야기. 도착한 책을 열어보니 <술라>가 제일 얇더군요. 배보다 왕창 큰 배꼽.
이책들을 쌓아놓자마자 7월 적립금 사용과 100자평 이벤트 참가를 위해 다시 주문을 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요즘 책구매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시라는데 저는 그동안 자제해왔으나 최근 부쩍 알라딘서재 활동이 늘다보니 그에 비례해서 책구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22주년 당신의 기록노트를 보니 지금까지 알라딘 결제금액이 상위 0.362% 임에도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너무 자제 안 해도 되겠다 싶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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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7-0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 빼곤 안읽어본 책들이네요 술라포함3권이 끌립니다😊

독서괭 2021-07-02 22:45   좋아요 1 | URL
읽으신 건 무엇이고 끌리는 나머지 두 권은 무엇인지 막 궁금합니다 ㅎㅎ

청아 2021-07-02 22:47   좋아요 0 | URL
헤헷 태고의 시간들 읽음요~윗쪽 3권이 막 끌려요. 게다가 토니모리슨~♡ㅋㅋㅋㅋ

독서괭 2021-07-02 23:00   좋아요 1 | URL
오오 태고의시간들 궁금해요. 토니모리슨 <빌러비드>로 입문하여 많이 읽어볼 생각입니당❤️

잠자냥 2021-07-06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요즘 퀴어 관련 책에 꽂히셨나봐요? 제가 예전에 읽은 <조선의 퀴어>에도 하트 누르고 가시고 ㅎㅎㅎㅎ

독서괭 2021-07-06 12:27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트랜스젠더 관련 자료조사할 일이 있어서 그김에 주제를 좀 정해서 독서해 보려고 계속 퀴어 관련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잠자냥님 이미 많이 읽으셨네요! <내이름은샤이엔/말랑>에서도 잠자냥님 봤습니다ㅎㅎ

잠자냥 2021-07-06 12:38   좋아요 0 | URL
제가 또 이쪽(?) 책 정리해 보라면 할 것도 같습니다만... ㅋ

독서괭 2021-07-06 12:41   좋아요 0 | URL
오 정리 한번 해주시죠!! 7월에도 몇권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잠자냥 2021-07-06 12:46   좋아요 1 | URL
래드클리프 홀, <고독의 우물> 읽어보셨어요? 이 작품은 레즈비언 문학으로 분류되긴 합니다만... 저는 이 책 읽는 내내 주인공이 트랜스젠더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때 당시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이 없어서 주인공이 자기를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것이지, 그의 정체성은 FTM에 더 가까워보였거든요.

독서괭 2021-07-06 12:50   좋아요 1 | URL
아니요!! 읽어보겠습니다. 궁금하네요. 성정체성-지향성 이게 얽히면 엄청 복잡하더라구요(LGBT+첫걸음 읽는데 뒤에가서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뱅글뱅글)
툭 치면 와르르 나오는 잠자냥님, 진정 주크박스. 최고. 감사합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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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첫사랑의 열병을 적나라하게 풀어냈다. 아름다운 묘사들이 눈에 띄고, 동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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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01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전자책으로 진작에 사두었는데 영화보고 짜증나서 책 안읽고 버려두고 있어요. 독서괭님의 별 셋 리뷰를 보니 안읽어도 크게 아쉬움 없겠구나 싶네요. 물론 내 돈주고 산거라 돈은 좀 아깝지만.. 하하하하하.

독서괭 2021-07-01 09:50   좋아요 0 | URL
앗 전 책은 좀 읽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영화는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 잘 살리면- 영화 별로인가요?
책은 전 돈시간 아까울 만큼은 아니지만 추천은 못 드리겠습니다.. 읽을 책도 많은데 그냥 패스하셔도 될 것 같아요 ㅎ

다락방 2021-07-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영화로 보면 풍경도 엄청 아름답고(세상에 집에 복숭아 나무가 있어요!!), 또 주인공의 집이 자연스레 지식인들이 모이는 공간이라 그런건 다 좋은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미성년자랑 성인의 섹스를 너무 싫어해서요. 그것도 싫고,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성인 남자랑 섹스하기 전에 일단 소녀랑 자는 것도 너무 싫고요. 개인적으로 제가 너무 싫어라하는 요소들이 있어서 제가 이 영화를 안좋아합니다. ㅠㅠ

독서괭 2021-07-01 10:38   좋아요 0 | URL
아하 영화의 문제라기보다 원작 자체가 갖고 있는 요소 때문이군요. 미성년자 부분은 확실히 불편한 부분인데 소녀랑 자는 거는 혼란 때문으로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 후에도 관계를 애매하게 이어나가는 건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래도 그 아름다운 풍경은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21-07-01 10:56   좋아요 0 | URL
네. 저는 그 영화속에서 소녀가 ‘소년의 자아찾기‘에 도구로 이용된 것 같아서 싫었어요.

근데 풍경은 진짜 아름다워요. 이탈리아 배경인 영화 보면 하나같이 다 풍경에 미치겠다니까요? 제가 봤던 이탈리아 배경인 영화중에 막 집 앞에 오렌지였나 레몬이였나 나무가 쫙 깔린 것도 있었고요,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막 햇살도 다르고 나무도 다르고 물도 다르고 다 달라요. 풍경은 진짜 기가 막혀요!!

독서괭 2021-07-01 11:12   좋아요 0 | URL
우와 이탈리아 가고 싶네요… 한 17년 전에 갔었는데 ㅋㅋㅋㅋ

다락방 2021-07-01 11:13   좋아요 1 | URL
저는 한 번도 안가봤고 앞으로는 한 번쯤 가볼까 생각은 했었는데요 이 망할놈의 코로나 때문에 ㅠㅠ
저는 언제쯤 이탈리아를 가보게 될까요? 저도 한 번쯤 다녀와보고 싶어요. ㅠㅠ

다락방 2021-07-01 11:17   좋아요 1 | URL
아 독서괭님.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 알아요? 혹시 보셨나요? 이것도 책이 원작이긴 한데 저는 책은 안읽었고요 이 영화도 좋아요. 주인공이 이혼하고 혼자 이탈리아 가서 사는 내용이에요.

아, 덧붙이자면, 그녀의 집앞에는 올리브나무!!

독서괭 2021-07-01 11:41   좋아요 0 | URL
아뇨 저는 영화는 원래도 잘 안 보는데 출산 후에는 아예 못 보고 있어서 ㅠ 책 원작이 어떤지도 궁금하지만 눈이 시원해지는 풍광이 보고싶군요.. 아휴 그래도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좋네요~
40평대 아파트 마련하고 이탈리아에서 와인 마실 다락방님의 미래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