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해철이 비공개 가족장으로 마지막 가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의 다큐와 간간 발표되는 뉴스를 보며 분통을 금치 못하는 저는 그저 그와의 일상을 추억합니다.
그는 내게 마왕도 가수도 아닌 시장님이었습니다.
음악도시.
깊은 밤 작은 방 저 혼자 있는 공간에 울려퍼지던 목소리.
그는 제게 속삭였습니다.
당시 제 컴에서는 팩스를 보낼 수 있었고요. 그래서 제 마음을 끄적거려 툭하면 팩스를 날렸고 그때마다 시장님은 읽어주며 간간 상품권도 선물해 주었답니다.
25살 겨울 대학원면접을 엉망으로 본 날. 저는 시장님께 팩스를 보냈습니다.
공육공공공공……사 현대…문학 이상밉니다
-- 이상미씬 왜 대학원엘 들어오려고 하죠?
네에 저어 저 시를 공부하고 싶어 섭니다
-- 그럼 의사 진술이 뭔지 말해 봐요
………………….
-- 그럼 시적 언어와 일반 언어의 차이점을 말해 봐요?
시 시적언어는요 저 저어 일반 언어 일반언어는요 그냥 그냥 일상적인 아 그니까
시적 언어는 아이 휴, 저 시적 언어는 아니 일반 언어에서 어떤 언어를 낯설게
하기로 그니까,
죄송합니다.
-- 이상미씬 왜 시를 공부하고 싶어하죠?
시가 좋아서요.
-- 정말로 시를 좋아하나요?
네?
-- 정말로 시를 좋아하냐구요.
네에에
-- 외울 수 있는 시가 몇편이나 되죠?
그리 많지는 않은데요.
-- 이상미씨
시 좋아하는 것 맞습니까?
…………
1996년
제가 그떄 어떤 음악을 신청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남친도 부모도 친구도 해주지 못한 위로를 해주며
제게 음악을 선물해주었답니다.
그때 내 마음은 여전히 사춘기 울분을 해결하지 못한 고등학생이었고
사회 부조리에 지친 직장인이었고
간신히 공부와 학벌 두가지를 다 따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주경야독 학생이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나를 꿈꾸는 이십대 중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내게 그는 무엇이든 위로해주고 해결해주는 시장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후로도 내겐 그렇게 존재했습니다.
암에 걸린 여인과 사랑하며 결혼하는 그는 눈물나게 아름다웠고
자식을 사랑하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 그는 존경스런 부모였습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도 그의 음악을 부르며 울때도 있었고 가사를 적어놓을 때도 있었습니다.
철학을 공부하며 그처럼 해박해지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그가 간다합니다.
소심한 나는 그의 장례식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내 맘이 허전함을 달랠길 없네요.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갈 수 있구나.
그래서 그 사람은 유언을 미리 해 놓았구나.
나도 그래야겠구나까지 생각하니 눈물이 나려합니다.
고마웠습니다.
시장님.
당신은 영원한 나의 시장님입니다.
아픔 없는 곳에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