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비용, 아끼고 또 아껴라
맞벌이 엄마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가계 관리입니다. 한 달 월급이 2백만원이라고 해도 보육료로 월 70만원, 육아육품 구입비로 월 20만원, 출퇴근 비용과 기타 직장생활을 위한 품위유지비 월 30만~40만원, 보모와 아이를 위한 식비 월 10만원, 방문수업 하나 신청하면 월 4만원 등등의 지출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은 월 50만~60만원 안팎입니다. 물론 생활비는 계산에 넣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부모 한 사람이 번 돈은 고스란히 아이한테 들어간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에요. 일하는 엄마의 경우 전업주부보다 자잘한 지출이 훨씬 많은데, 이유는 부족한 시간을 돈으로 해결하기 때문이지요. 출근 시간 늦어서, 아이 데리러 갈 시간 늦어서 택시 타는 일도 잦고, 세탁과 청소, 경조사 등도 돈으로 해결하고, 엄마 얼굴 자주 못 보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비싼 장난감과 옷으로 보상하니 씀씀이는 한없이 커지지요.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지 않으려면 돈에 민감해져야 합니다.
특히 첫 아이 키우는 맞벌이 엄마의 쇼핑리스트는 대단히 화려합니다. 은연중에 '엄마가 오랜 시간 곁에 있어 주지 못하니, 육아용품만은 최고를 쓰리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요. 저만 해도 가장 비싼 분유, 가장 비싼 기저귀, 최신 카시트와 유모차, 두뇌 자극에 좋다는 고가의 장난감…. 사고 또 샀어요. 육아 잡지에 근무했으니 최신 제품 정보는 얼마든지 접했고요. 지금 생각하니 저 역시 맞벌이 엄마의 보상심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나 봅니다. 둘째를 키우면서 저렴한 제품들을 써보고는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알았답니다. 5천원짜리 내복과 3만원짜리 내복이 별로 다르지 않으며, 두 배나 비싼 분유를 먹인다고 덜 아프거나 더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 15만원짜리 외출복을 입힌다고 해서 남들이 알아봐주는 것도 아니더군요. 그냥 엄마 자신의 만족이지요.
육아비는 한없이 늘어나는 고무줄과 같습니다. 분유값과 기저귀값은 줄이기 어렵지만 나머지 것들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장난감과 의류 구입비는 최대한 줄이세요. 예쁜 옷이 필요한 것은 외출이 잦아지는 만 3세 이후면 되고요 만 2세 전에는 간단한 기능의 장난감 서너 가지, 그림책 몇 권 정도만 있어도 된답니다.
또 한 가지, 쇼핑 습관도 바꾸세요. 장 볼 시간이 없으니 주말이나 휴일에 대형 할인점을 찾게 되는데, 초과 지출과 나쁜 식습관의 원흉입니다. 그곳에서 파는 음식들은 대개 가공, 또는 반가공 제품들이지요. 그리고 몇 개씩 묶여 있고요. 아이를 위해 사온 것들의 품목을 적어보세요. 그중에 가공되지 않은 천연 식품은 몇 개나 되는지. 대형 할인점은 한 달에 한 번만 가고 기저귀, 분유, 물티슈 같은 공산품 위주로 구입하세요. 나머지 식재료는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게 돈도 적게 들고 더 신선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생활비를 아끼려면 가계부를 쓰는 것이 필수입니다. 손으로 적는 것보다 인터넷 가계부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재테크는 못하더라도 이 정도는 해야 목돈을 만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