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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 여름 이야기 ㅣ 구름골 사계절 2
박경진 지음 / 미세기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어릴 때였다. 기억에는 7살이었던가 6살이었던가
요에 실례를 한 적이 있었다.
엄마한테 엄청 혼날 줄 알았는데 엄마는 아무 말도 안하시고 머리에 이상한 걸 씌워주고는 손에는 작은 그릇을 들려주셨다.
"옆집에 가서 소금좀 달라고 해라."
나는 엄마가 용서의 뜻으로 아침 일찍 심부름을 시키시는 줄 알았다.
그래서 옆집에 가서 아주 해맑은 목소리로
"아줌마, 엄마가 소금 좀 달래요."
"뭐 소금?"
그런데 그때부터 언제나 잘해주고 궁둥이를 토닥거리시던 아줌마가 무섭게 변했다.
굵은 소금을 내게 마구 뿌리면서 어쩔려고 오줌을 싸니 응 어쩔려고 또 쌀거야?
얼마나 놀라고 질겁을 했는지 그때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단지 소금 좀 달라고 했을 뿐인데.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오줌을 싸면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니게 한 풍습을 알게 되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박경진님의 그림책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는 내게 어릴 적 그 기억이 다시 살아나게 했다. 그것도 엊그제 일처럼 초롱초롱하게 떠올라서 주인공 방실이처럼 가슴이 쿵쾅거리고 시계소리가 째깍거렸다.
무더운 여름 수박을 먹은 방실이는 밤에 그만 오줌을 싸게 된 것을 아침이 되어서야 알았다.
시골풍경 그윽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림 사이로 어리고 귀여운 방실이의 당혹스론 표정이 엿보인다.
오줌 싼걸 알게된 방실이는 엄마도 아빠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자아이도 아니고 여자아이가 오줌 싼 것은 너무 창피한 일일 테니까.
그래서 방실이는 아침일찍 이웃친구 영아네 집으로 도망을 간다.
영아네 집으로 가는 길은 왜 그리 멀까?
가는 내내 도둑고양이가 놀리는 것 같고 꿀꿀 돼지가 놀리는 것 같고 고추따시는 이웃아주머니가 눈치 챈것 같고, 옥수수 밭 까마귀가 놀리는 것 같고 당산나무가 놀리며 부르는 것 같아 방실이는 기겁을 한다.
드디어 도착한 영아네 집
아무것도 모르는 영아가 그림을 그리며 도란도란 말을 붙여도 방실이 마음은 오직 엄마 아빠가 알았을까에만 가 있다.
이쯤이면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
방실이도 어릴 적 나처럼 소금을 얻으러 갈까? 아니면 엄마가 몽둥이를 들고 뛰어올까?
하지만 방실이 엄마는 내 상상보다 훨씬 멋지다
아무렇지도 않게 방실이를 영아네 집에서 데리고 나온뒤 엄마는 말한다.
"엄마는 방실이가 오줌싸개라도 좋아."
엄마는 방실이가 오줌싸개 인것보다 도망쳐서 겁쟁이가 되는 것이 더 싫었던 것이다.
그것은 방실이도 싫었다.
방실이는 이제 오줌싼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적어도 도망치는 겁쟁이는 아니니까.
조근조근 방실이에게 이야기를 하는 엄마는 방실이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말을 한다. 아이를 서서 내려다 보며 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와 눈을 맞추며 나누는 말.
아기자기하고 푸른 빛 나는 그림이 여름 냄새를 물씬 풍겨 주어서 아주 좋았다.
여름이 가기 전 혹 여름이 막 지나간 뒤 올 여름을 기억하며 읽으면 좋을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