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서 꿈을 찾아보자
소설가가 동화를 쓰는 시대입니다. 시인이라고 시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동화 쓰는 시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동문학의 강세. 그렇게 표현해도 무방할까요.
소설가 이청준 선생이 문학수첩을 통해 동화집 '사랑의 손가락'을 내놓았습니다. 이청준, 그 이름만 들어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등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그는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입니다. 그런 이청준 선생이 동화집을 발표했다니 낯설어 보입니까. 하지만 그는 이미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 '숭어도둑' 등의 동화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5권짜리 '이청준 판소리 동화'도 있지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작가,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청준 선생이 이번에 선보인 동화집에는 18편의 작품이 실려 있군요. 하나같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아름답고 지혜로운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는 지혜와 재치가 담겨 있는 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야기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들을 골라 소박한 옛 동화 형식으로 새롭게 꾸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유와 은유, 풍부한 상징을 담고 있는 옛이야기를 문학 장르로 탈바꿈시킨 것이지요.
외로움과 사랑을 노래한 '홀로서기'(전 5권)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서정윤 시인도 문학수첩을 통해 동화집 '그리움이 불어올 때'를 묶었습니다. 소설가로도 활약하고 있는 서 시인은 소설집은 물론 수필집, 우화집 등 여러 권의 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이번에 그동안 써 두었던 동화 형태의 글들을 모아 동화집을 한 권 묶은 겁니다. 그는 아마 아이들의 눈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고 싶었겠지요. 아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맑은 눈, 그리고 시인 특유의 풍부한 감수성이 어우러져 인생의 의미와 삶의 행복을 되새겨 보게 하는 동화집입니다.
이들 두 문인의 동화집을 동시에 펴낸 문학수첩에서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군요. 어른들도 동화를 읽자는 말이지요.
그러고 보니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 등으로 그 유명한 미하엘 엔데가 들려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 두 번째 작품집도 서점가를 누비는군요. 노마드북스가 펴낸 '달을 쫓다 달이 된 사람'입니다. 독일의 출판사 티네만이 간행한 '미하엘 엔데의 메모상자'의 내용 중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콘셉트에 맞는 이야기들만 선별해 새롭게 엮은 책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자 깊이있는 철학자인 미하엘 엔데는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판타지 작가입니다. 그런 그가 동화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어할까요. 이 동화책에는 '꿈'과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말자는 그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소설이 안 팔리고 시도 안 읽는 시대, 그 대안을 찾아 동화를 쓰는 것일까요. 그것도 한결같이 어른들과 함께 읽어야 한다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어른들이여, 아이들과 동화를 읽자.
톡톡 튀는 발랄함, 어른들의 허를 찌르는 생동감 넘치는 질문, 신비로운 그들만의 언어의 조합 등 아이들의 세계에는 '고착화되고 가식적인'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삶의 가치를 깨우치는 시 같은 동화, 소설 만큼이나 깊이 있고 재미난 동화를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강춘진 기자) = 국제신문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