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맞춤법의 한계


오늘날에는 점점 문어적 언어보다, 구어적 언어가 발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맞춤법은 이런 구어적 언어를 만족시키기에는 점점 작아지는 것 같은데요.. 

'바라다'의 명사형 '바람'과 '바래다'의 명사형 '바램'이 자꾸 혼용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어적으로 보았을 때, '바래요', '그러길 바래' 같은 표현은 '바라요', '그러길 바라'와 같이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지요 . 뉘앙스라는 것은 현대와 같은 감각적인 시대에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인데, 맞춤법을 맞추려고 '바라요'라고 쓰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맞춤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천정(天井)이라는 말은 윤동주 시인의 시집에서도 나와 있는 단어지만, 이제는 천장(天場)이라는 말로 순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천정부지(天井不知)는 아직도 쓰이고 있죠.

2. 오역의 발견


꼭 맞춤법을 지켜야 건전한 언어생활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의심이 생깁니다. 안냐세여, 방가 등의 표현은 어느 정도 현대를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맞춤법이라면 어느 정도 보수성은 갖춰야겠기에, 사전에 등재되기는 힘들겠죠.


제가 재미있게 보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 오역을 제대로 활용한 코너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개콘'의 '다중이'입니다. 다중이는 제일 처음에 자기를 소개할 때 '다중이인니다'라고 합니다. '입니다'가 아니지요. 적당히 비틀어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라이벌 프로그램 '웃찾사'에 '4가지 합창단'도 이런 게 하나 있습니다. 가운데 좀 통통하게 생긴 개그우먼 있잖습니다. '난 맨~날배고빠' 하는 애. 귀여운 이미지와 유아적 이미지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어휘를 제대로 골랐습니다. '아, 나 동그랑땡 먹고치따' 먹고싶다가 아닌 것이지요. 이런 오역들은 즐거운 오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맞춤법에 뒤안길에 널려 있는 말들이지요.


꼭 맞춤법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글맞춤법을 이야기하며, 그 한계에 대해서도 소개를 할까 합니다. 이렇게 맞춤법의 한계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우리의 언어생활을 좀 더 유연하게 살펴보자는 의미에서입니다.


한 가지 사물에는 반드시 한 가지 언어가 존재한다는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에 따르면 그 한 가지가 반드시 한글맞춤법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요. 지금까지 몸풀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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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6-02-1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여기서 제 글을 보니 반갑군요. 빠뜨리신 게 있어요.
위의 의문을 정리해서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답변이 나왔습니다.

위의 의문점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답변입니다.

1. 기본형 ‘바라다’의 어간 ‘바라-’에 해체 종결 어미 ‘-아’가 결합한 ‘바라’가 ‘바램’으로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구어에서도 ‘바라요’, ‘그러길 바라’로 쓰실 것을 권합니다.

2. ‘천정(天井)’은 ‘천장(天障)’의 잘못된 표기이며 순화의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천장을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물가 따위가 한없이 오르기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천정부지(天井不知)’는 ‘하늘 높은 줄 모름’으로 순화되었습니다.

3. '살사리꽃'이 코스모스의 우리말인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 검토하여 그 사실이 맞는 경우에는 앞으로 개정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살사리꽃'을 코스모스의 우리말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사전에 살사리꽃은 코스모스의 비표준어로 올라 있으므로 표준어인 코스모스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늘바람 2006-02-1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승주 나무님 너무 감사해요. 승주나무님 살사리꽃에 대한 유래는 없나요? 마침 코스모스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긴 했는데

하늘바람 2006-02-1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에서는 살사리꽃이 코스모스를 가리키는 북한말이라네요

진주 2006-02-1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코스모스란 낱말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살사리꽃이란 말이 어색하게 보이지만 꽃의 생김새를 생각해보면 쉽게 연상되는 말이지요. 꽃대가 약해서 하늘 하늘, 살랑 살랑 움직이는 모습을 살린 의태어입니다.
남한이 영어를 아무 거름망 없이 쉽게 수용한 것에 비해 북한이 보인 반미적인 모습은 언어영역까지 예외는 아니어서 때론 지나치게 억지스런 어휘들도 많지만 덕분에 고유의 우리말을 더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라일락을 수수꽃다리(물론 이건 남한에서도 남아 있는 말이지만 어지간한 사전에는 올라와 있지도 않군요. 표준말이 아닌가 보죠). 남의 나라 언어에 노예가 되어버린 우리말의 현주소로는 과연 얼음보숭이(북한말)라는 말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수수꽃다리, 얼음보숭이...정말 되새길 수록 예쁘고 정감어린 말이라고 느껴집니다.

< 현재 사전에 살사리꽃은 코스모스의 비표준어로 올라 있으므로 표준어인 코스모스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라고 하셨는데,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표현이 참 거시기합니다 ㅡ.ㅡ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표준말>에 대한 정의도 마음에 안 들고, 표준말이 아니라고 무조건 무시하고 격하시키는 풍조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표준어에 들어가지 않는 말 중에 '사투리'는 우리말의 보고와 같아서 아주 중요한 영역인데 표준어에 밀려 자꾸만 사라져 가고 있지요. 방언론에 대한 연구도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하늘바람 2006-02-1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도움되는 말 감사합니다

승주나무 2006-02-1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국립국어원이라도, 어휘 선택은 잘 안 되는 영역인가 보네요.
진주님의 해설을 들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내공이 만만치 않으신 분^^

진주 2006-02-1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아..아닙니다. 별 말씀을...^^;

하늘바람 2006-02-12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진주님 내공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두분 모두 제게도 전수해 주셔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