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우산 나와라 - 제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부문 수상 동시집 작은도서관 19
김영 외 지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랫만에 읽는 동시집은 여러가지 고민과 스트레스를 뒤로 미뤄둘 만하였다.

시 한편한편에서 느껴지는 마음이 따뜻하고 여리고 풋풋하다.

외할아버지를 걱정하는마음이 가득 담긴 동시 외할아버지는 그 비유와 시선이 참 아름답고 정겹다.

 

 

외할아버지

 

 

다리가 불편해진 외할아버지

엄마가 사다 준 지팡이를

외양간에 세워 놓고

 

바다로 난 길을 걷고

학교 건너 저수지 외길을

걸음마 떼는 아기오리처럼

뒤뚱뒤뚱 걷는다.

 

외할아버지가

까만 염소만큼 작아졌다가

까만 콩처럼 보일 때까지

나는 마당가에 나가

오래오래 서 있었다.

 

땀냄새 바다냄새 물냄새

골고루 묻혀

돌아온 외할아버지

 

마루에 엉거주춤 서서

신발 좀 벗겨다오

굽은 손으로 나를 불렀다.

 

조심스레 신발을 벗기는데

괜시리 눈물이 난다.

꾸중 듣지도 않았는데.......

 

 

 

또 하나 가슴아린 동시는 아빠손입니다.

우리 아빠는 유난히 손이 크셨죠.

다 갈라지고 굽은 살 배기신 아빠 손이 생각나는 동시입니다.

 

 

아빠 손

 

 

뭉툭하고 커서

내 손목까지 꽉차는

아바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문방구 앞

오락실 앞을 지날때

내 작은 손은 아빠 손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고

눈치없이 꼼지락꼼지락 거립니다.

 

그런 내맘을 아는지

힘줄이 불끈 솟아오르게

내 손을 꽉 붙들고

아빠는 빨리 걷습니다.

 

'가끔 하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는 거야 임마!'

 

말없이 싱긋 웃지만

나는 압니다.

 

 

 

다정한 엄마 아빠를 꿈꾸는 동시도 있습니다. 바로 세탁기란 제목의 시지요.

 

세탁기

 

 

엄마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퍽퍽

빨래를 한다

 

 

오늘도 엄마는

아빠와 말다툼을 하고

쌩쌩

세탁기를 돌렸다

 

 

아빠 옷과 엄마 옷은

돌돌

껴안은 채

세탁기에서 나왔다

 

 

아이들과 자연의 어울림을 적은 동시도 있습니다.  이시는 책갈피에 꽃아 두고 픈 나뭇잎 같은 시입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향기가 날것같거든요

 

벌레먹은 나뭇잎

 

 

나뭇잎을 줍던

아이들이 우르르 지나갑니다

예쁜 나뭇잎은

모두 아이들을 따라갔습니다

그 뒤에 벌레 먹은 나뭇잎을

주어드는 손이 있습니다

교실 구석에 늘

조용히 앉아있는 승수입니다.

승수는 벌레가 지나간 구멍으로

하늘을 들여다 봅니다

구멍 속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벌레가 만들어 놓은 세상입니다.

벌레의 꿈틀거림처럼

승수도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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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4-0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전 지금 읽고 있는데 참 예쁜 동시예요~~~

하늘바람 2006-04-07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세실님 기분좋아지는 시로 가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