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무섭다, 이제는 울지 않는 내가
우리의 헤어짐은 당신에게 아픔이 아니고
다행히 나도 아프지 않다
하루는 당신을 목조르는 꿈에
기뻐 울다가
하루는 당신 발 앞에 매달려
발가락 사이 낀 미움들을 털어 낸다
언제 누군가를 만나기나 했었나 하다
꿈결처럼
눈에 익은 길 달려가는
내 발목을 걸어 잡는다
눈물을 찍어내던 당신의 집 대문 앞
지친 발걸음이 어제처럼 오고 갈까
내겐 보이지 않던 웃음이 흐르고 있을까
나는 이제 소원을 빌지 않는다
추억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날들에
슬프다,
내가 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서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