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맡으며 훈기 마신다 … 추위 이기는 약차들

[중앙일보   2005-12-13 22:07:14] 
[중앙일보 안혜리] '밥이 보약'이라지만 추운 겨울엔 차(茶)만한 보약이 없다. 몸에 훈기를 전해주는 은은한 향기에 혀 끝을 감싸는 맛, 게다가 건강까지 챙겨주니 말이다. 약이 없던 과거는 물론이고 첨단 신약이 쏟아지는 지금도 감기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엔 차 한잔으로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 집이 많다.

30여 년 동안 우리 전통차의 멋과 맛을 알려온 한배달 우리차문화원 이연자 원장이 겨울에 좋은 약차 몇 가지를 소개해 왔다. 약차라고는 하지만 포도와 배, 생강 등 시장에 가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이용한 것들이라 재료 구하는 데 애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원장은 계절별, 월별로 즐기는 우리 차의 유래와 만드는 법을 집대성한 '이연자의 우리차, 우리꽃차'(랜덤하우스중앙)를 최근 출간한 바 있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재료 준비

■ 생강=보약을 지을 때 감초만큼이나 빠지지 않는 게 생강과 대추다. 약의 흡수를 도울 뿐만 아니라 약성을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강과 대추가 보조적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강 효능에 대해 중국 '명의별록'에는 두통과 기침 등을 다스리며, '본초습유'에는 냉기를 물리친다고 씌어 있다. 생강은 또 혈액순환을 도우므로 피부 탄력이 없고 늘 피곤한 사람에겐 생기를 돌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속 열이 많은 사람이 더운 성분의 생강을 장복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수분이 빠지면 매운맛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강을 살 때는 수분이 많은 것을 고른다.



■ 대추=한약재의 유해한 성분을 해독시켜 보약재의 필수로 친다. '명의별록'에는 생리 때 대추차를 먹으면 히스테리 증세가 없어진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대추 고를 때는 꼭지 부분이 상하지 않았나 살펴보고 윤기가 흐르며 검붉은 색이 나는 것을 택한다.



■ 모과=이젠 비닐하우스에 수입품까지 들어와 제철 음식이란 게 무색해졌지만 우리 땅에서 난 제철 먹거리가 좋다는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철 모과를 권할 만하다. 한방의 감기 처방에 마른 모과를 필수약재로 쓰는 것을 보면 모과의 효능에 더 신뢰가 간다. 무엇보다 연말연시 숙취에도 좋다니 모과차 한 병이 온 가족의 비상약을 대체할 수도 있겠다. 흠 없고 몸집이 큰 게 좋다.



■ 포도=항암요법이나 다이어트 요법에 쓰일 만큼 포도의 체질 개선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술을 비롯해 잼.주스.건포도 등 다양하게 활용되지만 포도차는 흔치 않다. 그러나 조선의 가정백과사전 '규합총서'에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을 만큼 전통이 깊다.



■ 배=식후 후식으로 배가 나오는 것만 봐도 배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배 조직 가운데 석핵세포라는 딱딱한 부분이 이의 때를 벗겨 치아를 깨끗하게 한다. 또 이 석핵세포는 소화를 촉진한다. 불고기 양념이나 육회에 배를 넣는 건 이런 맥락이다. 목이 쉬었을 때는 배즙을 만들어 양치하면 목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껍질이 너무 두껍거나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배는 별로 좋지 않다.


만들기


생강 살짝 끓인 물에 우유·홍차·설탕

(1) 생강우유차=생강을 납작하게 썰어 꿀을 타 마시는 평범한 생강차 대신 인도식 우유차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인도에서는 연둣빛 향신료 카더몬을 첨가하지만 우리 입맛에는 홍차와 생강만 넣어도 깔끔한 우유차를 맛볼 수 있다. 생강 굵은 것 1뿌리와 작은 우유팩 1개, 홍차 2찻술, 물 1/4컵, 설탕 1큰술이 재료. 껍질 벗긴 생강을 얇게 저민 다음 물을 부은 냄비에 생강을 넣고 생강 향이 우러나도록 살짝 끓인다. 끓인 생강 물에 우유와 홍차를 넣고 우유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설탕을 넣는다. 찻잎은 체에 걸러 마신다.


포도·물 끓여 거른 뒤 설탕 넣고 또 끓여

(2) 포도차='규합총서'에는 포도차를 만들 때 포도와 배.생강을 즙을 내 꿀을 섞어 보관했다가 물에 타 먹으라고 돼 있다. 다만 이대로 만들면 보관이 어렵다. 끝물 포도 10㎏과 물 10컵, 백설탕 10컵으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포도차를 만들자. 먼저 포도를 알알이 뜯은 다음 깨끗이 씻는다. 냄비에 담아 물과 함께 20분 정도 끓인다. 포도 수분이 다 빠지고 껍질과 씨만 남으면 소쿠리에 받쳐 껍질은 버린다. 끓인 포도에 준비한 설탕을 넣어 다시 한번 끓인 후 식혀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채썰거나 저며 설탕 … 모과는 시럽 추가

(3) 대추청·(4)모과청=숙성 기간(한 달)은 오래지만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는 대추청과 모과청을 만들어 보자. 저민 대추.모과와 설탕을 한 켜씩 담아 밀봉해 한 달 정도 하는 건 같다. 다만 모과청은 설탕이 좀더 필요하다. 대추청은 잘 씻어 씨를 발라낸 후 돌돌 만 상태로 잘게 채썬 대추를 설탕과 한 켜씩 담아 밀봉한다. 모과청은 위아래로 길게 4등분하고 가운데 씨를 발라낸 후 얇게 저민 모과 2개와 설탕 4컵을 켜켜이 담는다. 설탕 2컵과 물 2컵을 함께 끓여 절반 정도로 졸이면 불을 끄고 식힌 후 담아둔 모과병에 붓고 밀봉해 그늘에 둔다. 신맛이 강하면 꿀을 조금 더 넣어 마시면 된다.


생강물 식힌 뒤 통후추 박은 배 띄워 내

(5) 배숙차=손은 많이 가지만 보기에도 좋아 손님 접대용으로도 그만이다. 재료는 배 4개, 생강 2뿌리, 설탕 1컵 반, 물 10컵, 통후추 2큰술, 유자즙 4큰술. 먼저 생강 껍질을 벗겨 얇게 썬다. 배는 껍질을 벗겨 1㎝ 두께로 썬 후 꽃 모양 틀로 찍어내 가운데에 통후추를 박는다. 생강과 남은 자투리 배에 물을 붓고 은근한 불에 20분간 끓인 후 건지는 건져내고 설탕을 넣고 다시 한번 끓인다. 뜨거운 생강 물을 후추 박은 배에 자작하게 붓는다. 배가 데쳐지면서 생강 맛이 스며든다. 그릇에 배를 담고 차게 식힌 생강 물을 붓는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안혜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yeree/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5-12-1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엔 역시 생강 들어간 차가 좋군요. 아곳 저곳 생강이 조금씩 들어가는걸 보면...

하늘바람 2005-12-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생강차 타고있습니다. 생강 홍차는 살도빼준다대요

세실 2005-12-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과차 좋아해요. 시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모과차 마시고 있습니다. 채썰기도 힘드셨을것 같아요....감사하며 먹어야지~~
앗 생강홍차.....다이어트...음

하늘바람 2005-12-1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차 정말 맛나죠 전 사먹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통씩 꿀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