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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길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가을날 낙엽이 날리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달려가는 이의 뒷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그런 느낌과 그런 마음을 가지고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접했다.
책을 읽을 때 서문을 별로 읽지 않는데 이책은 서문부터 끌렸고 그 서문의 첫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연필로 글을 쓴다던 김훈의 흉내를 내어 연필로 공책에 서문을 꾹꾹 눌러 옮겨 적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그 생각은 못했었다.
그냥 길들위로 지나가고 길들을 본다고 만 생각했지 길이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생각은 못했었다. 너무 아름다운 구절을 프롤로그 처음부터 적어놓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정말 하나의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자전거를 타고 고개를 넘거나 먼 길을 가면 엉덩이도 아프고 숨도 차고 다리가 저릴 때도 있다 내리막의 기쁨은 언제나 꿈꾸는 일이지만 내리막을 위해서는 오르막이 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사진은 여행을 증명하며 사진의 캡션은 마치 사진이 삽화로 곁든 시를 보는 듯하다.
안면도 안면암 앞 갯벌
물이 빠지면 섬까지 가는 길이 열린다. 이 길은 나무 징검다리다. 소통의 흔적들은 아름다워 보였다. 물이 차오르면 징검다리는 잠기지만, 그 물 밑에는 다리가 있다.
미천골의 가을
미천골은 인제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양양으로 가는 고갯길이다. 가을의 빛들은 태어나서 부서지고 또 태어난다. 몸이 기뻐서, 아아 소리치며 이 길을 자전거로 달렸다.
글도 아름다운데 사진과 사진을 말하는 글은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문장과 의미를 되새김질하게되는 문장에는 밑줄을 치는데
이 책은 밑줄 칠 수가 없다. 밑줄친 문장보다 밑줄 안친 문장을 찾기가 더 힘드니 말이다.
작가 김훈의 섬세한 손바느질같은 여행담이 마음을 넒고 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