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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름답다 ㅣ 사계절 1318 문고 14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말그대로 아름다운 제목과 작가를 보고 골랐다.
그런데 읽는 내내 쉽게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리고 발견했다.
주인공 선우의 방황과 고민에 껴들지 못해 안달하는 나를.
선우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경험했지만 너무나 내가 경험했던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선우 못지 않은 내 학창시절을 쓰고 싶어졌다.
선우처럼 어머니가 돌아가시지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통신의 친구의 죽음을 만나지도 않았고
선생님에게 본드를 마셨다는 누명을 쓰지도
가방에서 담배나 불량서적이 발견되어 혼난적도 없었다.
그렇게 보면 내 학창시절은 무지 평범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이토록 선우의 고등학교 시절이
마치 내일인양 슬프고 안타깝고 화나고 선우의 선택에 동조하게 되는걸까?
그것은 청소년 시절의 공통분모가 아닐까?
순수한 마음으로 선생님을 좋아하지만
몇몇 그렇게 보지 않는 어른들의 시야.
너무나 하고 싶은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지없어 보이고 도무지 생각없는 아이로보는 선생님들의 천편일률적인 지도.
어울리나 하나되지 못하는 친구들.
겉도는 그림자들.
알수없는 애절함.
가슴아픔.
채찍질하는어른들에 숨이 찼던 나날.
그런 것들이 공통분모가 되어서
나는 너무나 선우가 되어 있었고 너무나 화가 났고 너무나 답답했다.
나도 아름다웠을까?
당당했을까?
선우가 당당히 자퇴를 결심할 때 나는 이중성의 얼굴을 동시에 들어냈다.
이미 한참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1년만 참으면 졸업인것을 고등학교 졸업장도없이 어떻게 살려고
하는 참으로 그럴 듯하고 똑같은 어른들의 모습과
그만둬 그만둬 하고 걸음을 재촉하는 제 2의 선우의 모습.
책장을 덮으면서까지 내 양면성은 어느 하나로 합의를 보지 못했지만
잠시 잊었던 학창시절의 답답함과 애절함이 찾아와
한동안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이 책을 읽는 1318들도 그럴까?
그러면 안되는데
이렇게 마음아파하면 안되는데
정말 하나 하나 아름다운 이들인데
걱정이 되면서 한편 이렇게 아이들 맘을 알아주는 작가가 있으니 아이들 의지할 데가 있겠구나 싶어 위안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