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를 간신히 재웠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예민해져 있는 난 갑자기 신경질이 팍

깨면 안되는데

그래서 모기소리만한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엄청 친한척

누구세요?

나 누구예요

안녕하세요

이년전

아니 삼년 되었나?

다니던 회사 계열사 방송국의 차장님이었다.

 

요즘 뭐하냐고

그냥 애 키구고 있다고

어디 다니는 줄 알았다고

녹음 건이 있으면 소개 좀 시켜달라고

얼마나 궁했으면 나를 생각했으랴 싶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화시 떠난지 삼년은 족히 되는 사람을 생각했으랴

 

참 난 극과극이다.

회사 다닐때 가장 최근에 다녔다고 볼 수 있는 그 회사에서 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팀장

내 능력과 그 외 여러가지에 어울리지 않는

하지만 하라하면 다시 할 자리.

 

치열했다

싸웠고

설득시켰고

직원들을 위해주려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술사주고 밥사주는 방법은 아니었다

일을 시켰고

일을 가르쳐 캐리어를 만들어주고 능력을 주려 했다.

내가 아는 정보를 넌지시 알려주어 어디에서도 써 먹을 수 있게 했고

작가를 원하면 작가를 알아봐주고 화가를 원하면 화가를 알아봐주고

아는 인맥 모르는 인맥 다 동원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마치 그들이 한 것인양 뒤에서 일을 해 주어 능력있는 직원이게 하려 했다

 

그 모든 걸 그들이 알아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부하직원은 도와주어서는 안된다.

그건 동기나 할일이다

부하직원을 평가하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지

내 능력으로 일을 하게 한뒤 그걸 그들의 능력으로 대신해주었다 해서

그게 그들의 능력도 아닐뿐더러 고마워 하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은 그것이 참 어이없게도 그들의 능력이었다고 믿는다.

 

치열했다

동화를 사랑했고

지키고 싶었고

동화라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그 영역에서 마음껏 책을 내게 해주고 날마다 새로운 작품 이야기를 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걸 아는 작가들은 수시로 전화를 했었고 모르는 작가들은 툴툴댔다

 

할 수 없었다

생각만해도 억울해서 알라딘에서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아직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삼년 빠르게 삼년정도가 가고 있는데

난 아직 그때 일이 생생하고 억울해서 떨린다.

영화를 찍어도 그런 영화는 없었으리

 

그때만큼 열심히 일만 생각해본적도 없는데

나는 마치 나만 생각하고 내 책을 위해 내 글을 위해 회사와 직원을 이용한 사람이 되어 있어서

 

회사를 다니며 한번도

단 한번도

나올때 잡고 잡고 또 잡아도 뿌리치며 나왔지 억울하게 나온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기회가 온다면

사이코처럼 다시 그 회사에 가서

나 이런 사람이라고 당신들은 무엇을 본거냐고 하고 싶을 떄가 있다.

 

많은 이들이

그래 내가 옳았다고

회사가 나빴다고

당시 회사 대표가 말도 안되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들은 곧 돌아선다

나는 지금 그들이 보는 난 아무것도 아니기에

 

실제 그렇다

생활고와 함께

두 아이들을 데리고 뻑빽 소리지르는 하루하루가 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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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8-2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이 무엇이라 보든 무슨 상관있나요?
하늘바람님은, 있는 그대로 멋진 분이세요...
뒤늦게 두째 아이를 낳을 용기를 지닌 분이시구요.

회사 생활, 정말 힘들어요.
저 역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하늘바람님도 억울할만하세요.
그때 많이 힘드셨잖아요... 뒤돌아보고 후회하지 마세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최선을 다하신걸요.
하늘바람님께서 애써 주신걸 감사하게 못 알아본 사람들이 바보이지요.

자, 토닥토닥, 힘내세요... 쪼옥~

하늘바람 2013-09-01 07:01   좋아요 0 | URL
마고 언니
어떻게 하면 언니처럼 적때 적소에 어울리게 위로의 말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참 고마워요
늘 고마운 마음만 갖고 살아서요
내가 참 이렇게 얼굴 두꺼워질 수 있나 싶어요
언제 어디서나 빛이 나는 언니
좋은 9월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