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라딘에 둥지를 튼 이유는

내 속상함과 외로움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고

당시 나는 매킨토시라는 디자인용 컴퓨터를 쓰고 있었는데 그게 되는 곳이 알라딘이었다.

둥지를 틀고 보니 더 없이 따뜻했고 나의 많은 한숨과 기쁨과 소소함이 풀풀 녹아나고

그래서 이곳이 없었으면 어쩌랴 싶을 만큼 고마움을 받으며 지냈고 지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내 이야기를 쓰는데 인색해져 있다

나를 꾸미는데 인색해져서

오늘 잠시 우리집에 들른 사람이 6년전 가족사진 속 나를 보고는 아이 키우고 낳고 하시며 많이 힘드셨나봐요 저 얼굴이 없네요 한다.

나는 어디로 갔을까

구구절절한 내 이야기는 할 수도 없고

하면 할 수록 알라딘 지기들이 내게 멀어져 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점점 내 이야기를 안하게 되니

나는 나름 점점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가끔 미친듯이 외롭고 아무도 날 사랑하는 것같지 않을땐 그나마 알라디너들의 위로가 힘이 되곤 했는데

요즘 나는

힘은 되나 시간이 없고 지친 하루하루 속에 차라리 자버리던가 단순 오락을 하며 시간을 떄우고 있다

점점 단순하고 생각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

그러던 와중에

인형을 주인공으로 하는 책 스토리를 맡게 되었는데 세번째 다시 쓰기를 요청받았다.

그냥 보통 책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책을 원한다는

철학과 감동과 시어같은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를 안 순간

나는 이십대의 나를 만났다

그때 나라면 정말 잘했겠다 싶은

그래서 갑자기 급 우울해졌다

지금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단순할대로 단순해진 내가 창비의 마음의 집같은 책을 쓸 수 있을까

 

 

 

 

 

 

 

 

 

 

 

 

 

이런 느낌을 담을 수 있을까

슬픔을 담담하게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밝음으로

내가 내가 그려낼 수 있을까

잠시 내 마음은 주저 앉았다

그러고 나서 다시 일어서서 담당 주간님께 고맙다고

내게 기회를 주어서 고맙고 다시 이십대 나를 만나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내가 다시 그떄로 돌아가려며 난 좀 오래걸릴거 같으니 욕하지 않고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어쩌면 내 삶에서 나는 지금 고마워해야할 상황은 아닐지도 모른다

사십초에 이십대로 마음이 돌아가면 뭐하겠는가

난 지금 빨리 글이 통과 하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글을 쓸수록 점점 회의와 곱씹는 기획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컨셉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냥 어쩌면 오케이 하고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기도 하다.

 

힘들고 희망없는 시간을 산다는 것은

게다가 외롭고 사랑받지 못하는 느낌으로 산다는 것은

장님과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러다 늘 드는 생각은

내 두 아이가 내게 빛이 되고 눈이 되어 끈이 되어 나를 이끌어준다는 느낌

나는 나를 좀더 사랑하고

나를 좀더 찾고

나를 좀더 빛나게 해서

당당히 일어서자는.

 

생각해 보면 주저 앉아있는 것은 내 의지였고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것도 나때문이니

주위에서 내민 손 조차 제대로 힘주어 잡아보지 않았음인지 모른다.

 

요즘 나는 내 이야기 쓰는 것이 무섭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어디까지 이야기를 하고 싶게 될까봐

 

하지만

다시 나는 내 이야기를 쓰러 좀더 자주 알라딘에 오리라 다짐해 본다

더이상 단순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막가파처럼 단순 아지매가 되어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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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3-25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저앉기도
일어서기도

쓰러지기도
사랑하기도

좋아하기도
미워하기도

모두 내 마음이에요.
즐겁게 노래하는 하루 누리시기를 빌어요.
그러면 모든 일
술술 솔솔 잘 되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