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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쁜 녀석이야! ㅣ 맹앤앵 그림책 1
백승권 글,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09년 8월
평점 :
아빠와 딸의 관계는 돈독하면서 애닮기도 하고 정말 영원한 사랑같은 게 아닐까 싶다. 아빠의 딸 사랑만큼 애절하고 눈물나고 웃음이 절로 나는 사랑이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대부분 아빠들은 회사일로 바빠서 아빠와 딸의 그런 절절한 사이를 표현하며 만끽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야기는 미루나무 유치원 이새봄 선생님이 다래에게 묻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아빠는? 노래를 잘하고 밥을 빨리 먹고
아빠 설명을 그런 걸로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어느 집 어느 아파트에서 살고 아빠는 어느 회사에 다니고
선생님도 아마 그런 것 위주로 묻지 않을까?
어떤 선생님이 아빠가 밥을 빨리 먹고 노래를 잘하고 방귀를 크게 뀌고 이런 것들에 더 세세한 질문을 할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아빠 얼굴을 그려보라고 하는데 은지는 아무것도 못 그렸다. 선생님의 설명하에 아이들은 다양한 아빠 모습을 보란 듯이 그려낸다.
이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 다이는 어린이집에서도 집안 사정을 다 알겠구나 싶어 잠시 얼굴이 붉어 지기도 했다.
다래는 아빠를 어떻게 그렸을까 ? 다래는 아빠를 구석에 아주 작게 그렸다. 그 이유는 다래에게 아빠는 너무 바쁜 나쁜 녀석이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아빠 자랑을 하고 싶고, 아빠랑 유치원에 손잡고 오고 싶고 깨끔발 뛰기 장난도 하고 싶지만 아빠는 눈 뜨면 벌써 회사에 가고 없기 때문.
이 시대 많은 아빠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럼 대부분 아빠는 아이들에게 나쁜 녀석이 되겠구나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나쁜 녀석인 아빠는 재롱잔치에도 안오고 운동회도 안오고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도 타지 못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나쁜 녀석인 아빠도 있다 그것은 바로 회사에 안나가는 아빠. 차라리 나쁜 녀석인 것이 나은 아빠들의 현실. 참으로 안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녀석이었던 다래 아빠는 며칠 전부터 회사에도 안 나가고 밖에도 안나가고 담배를 피우며 인터넷만 하고 한숨을 쉬고 야단도 안치고. 그런 모습이 아이에게는 못내 안스럽고 오히려 더 속상한 상황이 된다. 차라리 그 전의 나쁜 녀석 아빠가 더 좋은.
아빠도 방학이 있나요? 가 다래의 마지막 물음.
실업이 사회 문제가 된 시점에서 실험에 대한 고민은 어느 누구에게도 제외 되지 않은 우려와 걱정과 고민이 되고 있다. 오늘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 수자원발전소인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거기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신입사원대표가 부모님께 감사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동안 뉴스에 연일 쌍용의 해고 직원들의 처절한 투쟁을 보며 내내 가슴아팠는데 그 이야기들이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고 그래서 아이들 이야기에 까지 파고 들었다.
오죽 하면 아빠가 나쁜 녀석인것이 나을까. 아이가 바라는 것이 진정 그것은 아닐텐데
읽을 수록 가슴이 짠해지는 가슴아픈 이야기다.
경제가 좋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져서 하루 빨리 아이들이 차라리 아빠를 나쁜 녀석이라고 욕하는 시간이 오길 바랄뿐이다.
4살에서 7살 정도 여자아이가 읽으면 딱 좋을 것같다. 이책은 가정과 직장에서 힘든 아빠들을 가족 속에 자리매김하기 위해 만든 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