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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쿵쿵쿵.
가슴 속에 무언가가 자꾸 내려앉는다. 읽다가 쿵, 또 읽다가 쿵. 대체 이 작가. 나를 어디까지 끌어내려서 깊은 곳을 들춰내게 하는 건지. 그저 아무생각없이 읽어내려가다가 몇번을 가슴 속 나도 모르는 내 심연과 만났다.
주인공은 이야기 속에서 엄청난 일을 겪는다. 자살한 엄마. 청량리역에서 6살때 버리짐. 새엄마와 그의 딸. 그 여자아이의 성추행범으로 몰림, 실제 범인은 아버지. 결말까지도 30대 여자의 젊은 남자아이 펫으로의 유혹. 한가지도 엄청난데 어마어마한 사건들을 한 아이의 인생에 몰아넣고는 베이커리라는 달콤 쌉싸름하고 생소한 식재료들에 버무려 놓는 기술. 그런데 그 기술 속에 녹아든 사람에 대한 고찰은 어느 하나 진지하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하나 깊은 생각이 관여되지 않은 것이 없다.
우연한 풀롯의 방향잡이가 절대 아니었고, 엄청난 자료조사를 했을 게 뻔하고 자료 하나하나 소재 하나하나에 대해 한두 해 생각해온 것이 아닌듯하고. 대체 이 작가. 누구란 말인가?
이런 판타지 아니스런 판타지를 읽으면서 나는 그냥 재미, 혹은 감탄 정도로 그쳤었는데 이 이야기에는 다른 것이 남는다. 작가의 말에도 있듯 선택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항상 자기가 질 것.
이 진리는 마치 도덕 시험에도 왠만해선 실제 지키지 않지만 반드시 답으로 표기해서 점수를 얻어내는 문제와도 같아서 알지만 미처 삶에 적용시키지 못하거나 적용하고 싶지 않는 진리다.
뚝딱하면 환상적인 것이 벌어지는 마법대신 작가는 너무나 실질적이고 삶적인 그리고 너무나 비마법적인 마법이야기를 한다.
마법을 쓸 수 있지만 마법을 쓰면 그 만큼 자기에게 되돌아 오는. 그래서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학교처럼 신나고 재미있고 신기한 마법이 아니라 조심스럽고 하나를 쓰더라도 그 씀의 결과는 책임져야 한다는 것.
어쩌면 나는 누군가의 마법에 이끌려 삶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그 삶의 주인이 되려면 매 순간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맞서야 하겠구나 늘 숨어 있는 내 모습이 늘 무언가로 가리기 바쁜 내 모습이 들키는 게 싫어 더 부산스러웠던 나날들.
이 작품이 이 작가의 첫책이라니.
이 엄청난 작품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프단 생각을 했다.
아마 만나면 별 이야기 하지도 못하리라. 하지만 그와 커피라도 한잔 마시며 별 이야기 없이 앉아 있다 와도 이 작가 한번 만나보고 프단 생각이 들었다.
삶의 주름진 곳의 그늘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는 그 모습. 아팠을 텐데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