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관의 살인사건
YUKITO AYATSUJI / 학산문화사(만화)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내 생애 처음 읽어 본 일본인이 쓴 추리소설이다. 
한때 엄청나게 추리소설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 때는 나오는 족족 읽어댔던것 같다. 한데, 어느 순간엔가 - 아마도 머릿속이 단순함만을 찾게 되던 시기였던 듯 - 추리소설을 더 이상 읽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은 오랜만에 추리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수차관이라는 저택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다.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수차관은 수차로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을 가졌다. 평면도만 봐도 얼마나 아름다울지 짐작이 가는 감탄스러운 저택이다. 

모름지기 추리소설의 묘미는 비밀을 가진 저택과 함께 하는 것. 수차관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살인사건은 저택의 비밀스런 구조와 맞물려 흘러간다.  특이하게도, 과거 1년전에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1년후인 현재의 살인사건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 역할은 이 책에선 '시마다 키요시'이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명탐정들과 비교하여 조금 미덥지 못한 느낌이다. 시리즈물이라 책 한 권 가지고서 그의 매력을 느끼기는 좀 부족했나 보다. 그의 추리는 결국 사건을 해결하지만,  속이 시원하다던가 하는 느낌은 좀 적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범인과 살해과정이 너무 맞아떨어졌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숨겨진 그림 <환영군상>에 대한 얘기는 좀 섬찟했다.

이 책 보다 먼저 나온 책으로  <십각관의 살인사건>이 있는데, 그걸 못읽어서 조금 아쉽다.  다음 시리즈를 읽으며 이 아쉬움을 달래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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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10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의 묘미는 건축물과 더불어 이중 구조에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권은 제가 판다님 생일 선물도 드렸거든요. 서로 바꿔보심이 어떠실런지요^^

panda78 2005-05-1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히- 안 그래도 제가 그 말씀 드릴라구 그랬답니다!
전 수차관은 읽었구요. 만두님이 십각관이랑 시계관을 보내주셨어요. 날개님 우리 나중에 바꿔봐요---- ^^

날개 2005-05-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됐네요. 제가 미로관이랑 인형관이랑 흑묘관이 있거든요..
이거 놀자님도 보여주기로 했는데... 하여간 나중에 바꿔봐요~ ^^*

panda78 2005-05-1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로관 인형관 흑묘관이요! 딱 좋네요! ^ㅡㅡㅡㅡㅡ^

날개 2005-05-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맞춘것 같애요..ㅎㅎ

비츠로 2005-05-1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이 책 내고 독자들로부터 너무 쉽다는 말을 듣고는 심기일전 미로관을 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백미는 다섯번째 작품 시계관입니다. 꼭 보세요.

oldhand 2005-05-1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 시리즈 중에서 아마 독자가 범인과 트릭을 예상하기에 가장 쉬운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비츠로님 말씀대로 시계관이 최고작이구요.. 나머지 시리즈 들도 추리 소설 애호가 입장에서는 최고의 선물임에 틀림없답니다. 단 추리 소설을 많이 읽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그냥 맹숭맹숭 할지도 몰라요.

nemuko 2005-05-1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날개님..... 담에 저도 좀 빌려 주세요.... 읽고 싶어 죽겠잖아요.... 그말 겨우겨우 참고 있었는데 비츠로님과 올드핸드님 댓글까지 읽으니 보고 싶어 미치겠어요.... ㅠ.ㅜ 사려고 여기 저기 찾아봐도 없네요....

날개 2005-05-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츠로님, 그렇군요..^^ 시계관 기대됩니다..ㅎㅎ 글구, 좋은 책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oldhand님, 님도 이미 읽으셨군요... 이 책 모르시는 분이 없네요~^^;;
네무코님, 네 빌려드릴께요..^^ 순서를 좀 조정해봐서 꼭 빌려드릴테니 걱정마세요..^^

nemuko 2005-05-1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 으흐흐^^

날개 2005-05-11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미녀와 야수 베틀북 그림책 71
잔-마리 르프랭스 드 보몽 지음, 안느 롱비 그림, 김주경 옮김 / 베틀북 / 2005년 4월
품절


<그림을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리뷰의 제목은 책 뒷표지에 나온 것을 사용했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미녀와야수>라는 동화를 좋아했다. 야수의 그 애절함이 어찌나 가슴에 사무치던지.. 어린 마음에도 같이 아픔을 느꼈었다.

어느날, 디즈니에서 <미녀와 야수> 애니메이션을 만든 후, 나오는 책마다 온통 디즈니것 베끼기라 심히 마음이 불편했는데, 역시나 원작이 좋다..!!
거기다 이 책의 그림은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그림의 왼쪽 두 여자.. 가면을 쓰고 멋진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벨의 언니, 오른쪽에 다소곳이 앉아 책을 읽는 여자가 주인공 벨이다.

아리따운 벨의 모습..

집안의 몰락으로 시골에 내려가서도, 열심히 일을 하고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른다.
물론 두 언니들은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종일 논다.

아~~! 문제다.. 나도 늦잠 무지 좋아하고 게으른데...-.-;;

포효하는 야수!!

벨의 아버지가 장미꽃을 꺽고 난 뒤 돌변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귀했으면 애초에 주의를 좀 주지..-.-;;
자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장미가 꺽인 아픔을 자신도 느끼는 거였을까? 너무 잘해주다가 갑자기 이러는건 솔직히 당위성이 좀 없다.
일종의 꼬투리였을지도...

"네가 원한다면 아버지와 함께 살렴. 너를 잃은 슬픔에 죽을지도 모르지만 너를 고통스럽게 하느니 내가 죽는 편이 나아."

야수가 눈물 흘리는 장면이 애절하다.

뜬금없이 든 생각.. 벨의 착함을 믿고 개겨본게 아닐까? ^^;;

벨이 잘 차려입은 걸 본 두 언니가 질투에 불탄다. 급기야 동생을 곤경에 빠뜨릴 음모를 짜는데....

같은 부모밑에 자란 자매가 어떻게 동생을 죽이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커 온 정이 있는데, 잘난 동생을 좀 질투할 수는 있겠지만, 죽이다니...ㅡ.ㅡ;;

하이라이트 장면!!!

"사랑하는 야수님, 죽지 마세요! 부디 살아서 제 남편이 되어주세요. 난 이제 당신 없이 살 수 없어요."

그런데 말이지.. 도대체 벨이 늦게 왔다고 죽어가는 이유가 뭐란 말이야!! 디즈니 만화에서는 "장미가 시들면 죽는다"란 규칙이 있었지만 원작에는 그런 것도 없다. 알아서 해석하고 끼워 맞추라는 얘긴가?

두 언니는 착한 요정이 돌로 바꾸어 버린다. 흐음~ 이러면 착한 벨이 어지간히 마음 편하겠다..-.-
어른이 되면 조금씩 이야기를 삐딱하게 보게 되나보다. 확실히...

여하튼 책은 무지무지 맘에든다.
안느 롱비의 그림은 예술이다. 동화의 삽화가 아니라 한편의 명화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워낙에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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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5-09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날개님 해설이 더욱더 마음에 드는걸요^^

날개 2005-05-0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 봐주시면 감사하죠..^^

진주 2005-05-0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일자리 알아 보시죠^^ 전문가 수준입니다.

날개 2005-05-0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ㅡ.ㅡ;; 진주님, 과찬을~ ^^;;;;

책속에 책 2005-05-10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해설이 더 좋아요^.^

2005-05-10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1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멋지고, 사진도 끝내주고, 게다가... 해설! 저도 추천해요. ^^

날개 2005-05-1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aydreamer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멋진 해설을~~! 불끈! ^^;;;; =3=3=3
속삭이신 님, 그죠? 야수가 사자랑 똑같아요..^^ 좀 독창적이면 좋을텐데..ㅎㅎ
하루님, 으히히~ 추천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인터라겐 2005-05-1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눈에 쏙 들어와요... 설명도 쏙 들어오고...보고싶어 지네요...추천 꾹~

날개 2005-05-1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직접 보면 더 멋지답니다..^^*

로드무비 2005-05-2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그림이 참 좋네요.
뒤늦게 보고 추천하고 퍼갑니다.
아참, 나중에 빌려주시려나?^^

날개 2005-05-2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물론이죠, 빌려드릴께요..^^
 
내사랑 원더우먼
이선미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선미님의 오랜만의 신작이다.
<My Love Wonderwoman>라는 빨간 글씨가 온통 표지를 뒤덮어 강렬함을 선사한다. 내사랑 원더우먼이라니... 이건 원더우먼 세대를 노린 제목인가? ^^;

큰 키에, 탄탄해 보이는 못집에, 환한 미소, 건강미가 철철 넘쳐 흐르는 그녀는 그의 원더우먼이다. 그녀가 고등학생일때, 동네 흉가집에 이사올때부터 7년간을 지켜보기만 하던 그는 차츰차츰 그녀에게 중독되어 간다.  원더우먼의 미소는 그에겐 큐피드의 화살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것이 천성인 사랑스런 그녀는 사실은 마음 약하고 싫다는 소리를 딱 부러지게 못하는 착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렇다고 답답스러운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게.. 웬지 너무 열심히 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만 물씬 난다.

그녀가 처음 마음에 둔 남자는 그가 아니다.  그녀를 하드트레이닝 시켰던 직장상사 진대리.. 말수가 적으면서도 생각은 제대로 박혔고, 목표가 뚜렷한 남자였다.  사실 나도 맘에 드는 남자였다.  비록 불발된 사랑이었지만 진대리와의 이야기 또한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예전 <광란의 귀공자>를 볼 때의 파격적인 정사씬이 있다거나,  <석빙화>를 볼 때의 애절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이 두사람이 제대로 된 연애를 한다는 느낌은 책 전체를 훑어도 딱히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까지 두근두근 모드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뭘까? ^^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그의 편지... 배에서 보내는 일종의 연애편지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길게 돌아왔지만 결국 그는 그의 원더우먼을 사로잡는다. 그의 기다림만큼 그녀의 마음도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여자주인공의 모습이 여리여리한 미인이 아니라 좋았다. 남자주인공이 반듯함 모범생 타입이 아니라 좋았다. 순간적인 번뜩임이 아닌 오래도록 묻어나는 사랑이라 더 좋았다.
표지만큼 강렬한 사랑은 아니었지만,  에필로그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 나 또한 행복감에 취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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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5-0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귀엽네요^^
이 두사람이 제대로 된 연애를 한다는 느낌은 책 전체를 훑어도 딱히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까지 두근두근 모드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뭘까? ^^
여기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나봅니다. 저두 궁금해지네요^^

인터라겐 2005-05-0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인가봐여...

날개 2005-05-0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읽기에 괜찮았습니다..^^
인터라겐님, 그러게요.. 어째 딱 맞춰서 이미지를 원더우먼으로 하셨는지..ㅎㅎ

로드무비 2005-05-0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도록 묻어나는 사랑이라 더 좋았다.
표현 좋네요.^^

날개 2005-05-0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로드무비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전5권 세트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심각하고 진지한 SF는 아니다.  유머가 넘치고 기묘한 생각들이 가득한 SF이다.
표지의 소개대로 하자면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심오하고 철학적인 거대한 농담' 이다. 

사전 정보없이 무작정 읽기 시작한 이 작품은 1권부터 나를 빠져들게 했다.  왜냐하면, 시작하자마자 지구가 사라져버리는 엄청난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유는 은하계 변두리 지역 계발 계획에 따라 초공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그 길 가운데에 지구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우주인이라고는 듣도 보도 못한 지구인에게 갑자기 나타나 지구 철거 명령을 외치는 외계인..

- 깜짝 놀라는 체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모든 계획 도면과 철거 명령은 켄타우리 행성에 있는 지역 개발과에 너희 지구시간으로 오십년 동안 공지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너희에게는 공식적으로 민원을 제기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이제 와서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해봐야 이미 너무 늦은 일이다.

이런 상황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나? 
사실 이 책은 SF를 빙자한 현실 꼬집기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작품 곳곳에 현실을 패러디하여 비웃는 글들이 숨어있다. 찾아보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만들기 위해 지구로 파견나와 있던 외계인 포드는 지구가 파괴되기 직전에 주인공 아서를 데리고 우주로 탈출한다. 당연히 우주선을 히치하이킹 해서..^^ 
그 이후에 벌어지는 아서의 모험담은 대부분 황당스럽고 기묘하기 짝이 없는 우주에서 이루어진다.

어찌나 기이한 생각들이 많은지 읽다보면 정신이 없다. 진공상태의 우주에서 삼십초만에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로 운항하는 우주선에 구조되질 않나, 우주가 끝장나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지를 않나, 시간 여행으로 말미암아 원인과 결과가 제멋대로 뒤집히질 않나..
단 한시라도 평범하고 느긋한 마음을 먹을 수가 없다. 그러도록 놔두질 않는다.

- 하늘을 나는 기술, 아니 그보다는 요령이란게 있다.요령은 땅바닥을 향해 몸을 던지되 그 땅바닥이라는 목표물을 놓치는 것이다. 날씨 좋은 날을 골라서 한번 시도해 보라고 씌어있다.
첫 부분은 쉽다. 요구되는 자질은 그저 체중을 전부 실어 앞으로 몸을 던지되, 아무리 아파도 상관 않겠다는 마음 자세뿐이다.

정말로 코미디 같지 않은가..! ^^  땅바닥을 놓치라니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주인공  아서는 나중에 실제로 날기까지 한다.

내멋대로 분류해 보자면, 총 다섯권 중에서 3권까지를 1부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아서와 포드의 [우주 구하기 대작전]이 완성되어지는 부분이다. 2부라고 생각되어지는 4권과 5권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평행우주 개념까지 도입한 부분이다.  사라졌던 지구는 다시 출현한다. 아서의 사랑이야기가 나오고, 딸이 등장하는 것도 2부다..

한달음에 읽어내기는 힘든 책이다. 아니, 힘들다기보다는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재밌다.   문장마다 보여지는 유머와 비꼼과 우스꽝스러움을 제대로 즐겨내려면 쉬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읽다보면 알겠지만, 기발함과 독특함이 가득하여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질 않는다.

-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 일어나면서 다른 일을 일어나게 만드는 일은, 그게 어떤 일이든지 간에 다른 어떤 일을 일어나게 만든다.
- 일어나면서 다시 반복되어 일어나는 일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또다시 반복되어 일어난다.
- 하지만 반드시 시간순서대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이 심오한 5권의 첫 문장은 책의 결말을 암시하고 있었다. 물론,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느꼈던 약간의 허탈함은  '일어나는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마련' 이라는 철학적 견지로 보자면 당연했던 것이었다.

읽는 동안 즐거웠다. 머릿속에는 우주의 방랑자가 된 아서가 둥둥 떠다니고,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우스꽝스런 문장들이 날라다녔다.  다섯권이라는 부담스런 권수의 압박을 헤치고 나올수만 있다면,  이 작품의 유머러스하면서도 풍자적인 글속에서 마음껏 헤엄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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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5-03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의 페이퍼에 이어서 리뷰를 쓰셨군요. 이거 SF 맞죠? 아마도 제 인생 최초의 SF가 될 듯... 가상역사 21세기 이후로. ^^;;

panda78 2005-05-03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추천합니다. ^^ 용기를 내서 2권에 도전을!

로드무비 2005-05-03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완독하느라 애쓰셨습니다.
더구나 리뷰까지 이렇게 근사하게 쓰시다니!^^

2005-05-03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5-0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읽으실 결심을 하셨군요..^^ SF의 세계로 오심을 환영합니다..
판다님, 감사합니다.. 다시 시작하시면 금방 보실거예요..^^
로드무비님, 정말 오래 봤죠? ^^ 대신 뿌듯합니다..ㅎㅎ

카페인중독 2006-10-1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요거 비디오 가게에서 안들여 놔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책으로도 나왔군요...
기억해 둬야겠어요...^^

날개 2006-10-11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안봤지만 책이 참 엉뚱하게 재밌어요..^^ 물론, 그 엉뚱함에 적응 못하여 포기하시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고는 들었습니다만...ㅎㅎ
기왕이면 친한 지인에게 빌려서 좀 오래두고 읽으시어요~^^ (서재분들 중에 사신분들이 많았었는데..... 전 로드무비님께 빌려 읽었거든요..)
 
그러니까 좋아 - Flying Flower 시리즈 2
이시영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유쾌하고 상큼한 만화를 읽고 싶은 마음에  이시영의 단편집을 펴들었다.  그리고, 20살의 나이차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순수함이 뚝뚝 흘러내릴것만 같은 19살 소녀 하이안.. 
가수겸 배우이자 여고생인 그녀는 사실 영악에 가까운 소녀이다. 순진을 가장한 건 어렸을 때부터 찍어왔던 남자 이문도에게 다가가기 위한 나름의 포석이었다.

바람둥이로 알려져있는 39살 아저씨 이문도..
배우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사실 마음은 한없이 여린 남자이다. 이상하게도 딸 또래의 소녀 이안에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현실세계에서 19살의 소녀와 39살 먹은 아저씨가 사귄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마도 대번에 '도둑놈'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혹은 스스로의 틀에 매여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들었을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건 만화잖아..!  나이도 인종도 국경도 상관없이 오직 사랑만이 우세해도 좋다. 편견도 쉬이 사그라들고, 족쇄도 금방 벗어버릴 수 있다.  
그녀 하이안과 그 이문도는 바로 그렇게 했다.

- 아내의 조건이 바다같은 사람이라고 했던 건?  솔직히 말하면 부담스런 여자죠.  마시기엔 너무 짜고 적당히 즐기기엔 너무도 깊으니까.

그 남자의 냉정하고 허탈한 발언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 어머, 왜요? 마셔버리지 않으니까 계속 바라볼 수 있고, 즐기지 못하는 대신 오랫동안 느낄 수 있잖아요.

조금씩 다가가는 그녀는 진지하고, 자꾸만 그녀를 바라보게 되는 그는 두려워 한다. 부끄러운 사랑이 아니라 미안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가 귀엽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루어지는 사랑이 대견스럽다.

코믹을 적절히 섞어놓아 웃어가며 읽었다.  알고보니 그는 이시영의 <feel so good>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아버지라 한다.  물론, 그 작품을 읽지 않아도 내용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읽었었다면 심정적으로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feel so good>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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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4-3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20살 차이면? 현실에선 난리나겠죠?

날개 2005-04-3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리 정도가 아니겠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