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스라기 - 전3권 세트
진산.민해연 지음 / 캐럿북스(시공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오랜만에 이 작가의 책을 본다. 진산이란 필명으로 무협소설을 쓰고, 민해연이란 이름으로 로맨스 소설을 써왔던 작가가 이번에 로맨스 환타지라는 장르로 내게 다시 찾아왔다. 이 작가의 무협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오디션>이나 <리허설>이나 <커튼콜> 같은 로맨스 소설은 다시 읽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기에, 2년여만의 이번 작품은 나오기 며칠전부터 예약해놓았었다.
천계와 인간계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선계, 그리고, 선계에 속하는 선인, 선녀, 신수... 이것들이 이 책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사실 이런 개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장르에 차용되던거라 내게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걸가지고 얼마나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하느냐일 터..
이 책의 두 주인공은 선인인 천군과 인간계의 가장 비천한 존재인 가스라기이다. 가스라기라는 것이 처음엔 인간과는 다른 종족을 말하는줄 알았더니, 죄를 지어 업보를 이고 사는 인간을 뜻하는 용어였다. 물론, 여주인공의 이름으로도 계속 사용된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배척받는 존재인 가스라기로 혼자 살아온 그녀는 때묻지 않은 솔직함 그 자체이다. 우연히, 아니 필연의 결과일테지만.. 숙적 지한과의 전투로 다친 천군을 가스라기가 구해내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 너는 나를 선인도 무엇도 아닌 필부로 만드는구나..
천군이 가스라기를 사랑하게 되고, 가스라기가 천군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보인다. 천군이 선계로 떠나가고, 홀로남은 가스라기가 천군을 찾아 고통스러운 무한계를 지나 선계로 들어서는 것 또한 당연한것..
1000일 밤낮을 고통속에서 계단을 올라야 하는 무한계는 선계로 가는 또 하나의 문이다. 무한계를 거쳐 선계로 들어간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천수를 거슬렀기에 그 의지를 인정하고 선계에 받아들여준다. 얼마나 합리적인가.... ! 하기야 그만큼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또 무엇일까....
하나, 가스라기에게 또 한명의 운명이 있으니.. 역시 선인이지만 천군의 숙적이자 쌍둥이 동생 지한이다. 세 사람의 운명은 가스라기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또 한번의 역류를 타게 된다.
세 권을 읽어나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금 지루하게 흘러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생각만큼 로맨스적 요소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다른 부분으로 충분히 만회가 되었다. 괴로운 삼각 관계일까 싶어 조마조마했더니, 예기치 않은 깔끔한 마무리에 마음이 놓인다.
3권세트를 사면 1000세트 한정으로 외전을 한권 끼워준다, 이 외전을 받으려고 서둘러 산 셈이었는데, 그런 보람이 있달까.. 수첩 정도 크기에 30페이지 정도의 분량인 이 외전은 두 사람의 그 후의 모습을 훔쳐보려면 꼭 읽는 것이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