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마하는 크다(대), 많다(다), 초월하다(승)의 뜻이고, 반야는 지혜, 깨달음의 뜻이며, 바라밀다는 저 언덕에 이르다(도피안)는 뜻이다. 심경은 핵심되는 부처님의 말씀이란 뜻이다. 일체를 초월하는 지혜로 피안에 도달하는 가장 핵심되는 부처님의 말씀.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관자재보살(관세음보살)이 (삼계. 사생. 육도의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깊은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 오온(물질적 현상, 감각작용, 의지적 충동, 식별작용)이 모두 공함을 (실체가 없음을) 확연히 알고 이 모든 고통(4고, 8고)에서 벗어 났느니라.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여, 물질적 현상이 그 본질인 공과 다르지 않고, 공 또한 물질적 현상과 다르지 않으니, 물질적 현상이 곧 본질인 공이며, 공이 곧 물질적 현상이니라. 감각작용, 지각작용, 의지적 충동, 식별작용도 다 공이느니라.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사리자여, ( 이 모든 존재들이 외관상으로는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더러운 것 같기도 하고 깨끗한 것 같기도 하고 증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감소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모든 현상계의 본질적 차원(관세음보살의 차원)에서는 생겨나는 일도 없고 없어지는 일도 없으며, 깨끗한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없으며, 감소하는 일도 없고, 증가하는 일도 없느니라.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그러므로, 사리자여) 이 현상계의 본질의 차원인 공의 입장에서는 물질적 현상도 없고, 감각작용과 지각작용 그리고 의지적 충동과 식별작용도 없느니라.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이 공의 세계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사유작용 등 감각작용도 없고, 빛깔과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비감각적 대상인 원리 등 객관대상도 없으며, 시각의 영역도(청각의 영역, 후각의 영역, 미각의 영역도(청각의 영역, 후각의 영역, 미각의 영역, 촉각의 영역) 사유의 영역등 주관작용도 없느니라.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이 공의 세계에서는) 무명도 없고, 무명의 소멸도 없으며(행, 식, 명색, 6입, 촉, 수, 애, 취, 유, 생도 없고 그 소멸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늙고 죽음의 소멸도 없느니라.




無苦集滅道 無智 亦無得 以無所得故

무고집멸도 무지 역무득 이무소득고

(이 공한 세계에서는)고통도 없고, 고통의 원인도 없고, 그 원인의 소멸도 없고 그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수행방법도 없느니라. (그럼므로 이 공의 세계에서는) 깨달음도 없고, 깨달음을 얻은 것도 없고,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도 없느니라.




菩提薩埵 依般若波羅蜜多 故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 고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그럼므로 사리자여)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느니라. (보살은) 뒤바뀐 잘못된 생각을 멀리 떠나 마침내는 열반에 이르렀느니라.




三世諸佛依般若波羅蜜多 故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삼세제불의반야바라밀다 고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최상의 깨달음인 아뇩다라 삼먁 삼보리(완전한 깨달음)를 얻었느니라.




故知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고지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그러므로, 이 반야바라밀다는 이 큰 신비한 주문이며, 큰 밝은 주문이며, 큰 최상의 주문이며, 이 얼마나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주문인가를 알아야 하느니라.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故說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이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은 능히 일체의 고액을 소멸시키며 진실하여 거짓이 없나니, 그러므로(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이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을 일러 가로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3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가자, 가자, 피안으로 가자, 우리 함께 피안으로 가자. 피안에 도달하였네. 아! 깨달음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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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1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처럼 스크랩이 되면 스크랩하고 싶네요.

글샘 2011-05-10 21:28   좋아요 0 | URL
긁어서 복사해 붙이시면 될 겁니다. ^^
쓸수록 멋진 글귀예요.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제1권력>을 읽으면서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치를 떤 적이 있다.
히로세 다카시가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의 순수함에 매료되다가,
이스라엘에서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동정을 느끼지만,
또한 서빙하는 이스라엘 여성의 팔뚝에 아직도 남은 홀로코스트의 넘버링을 볼 때,
도대체 왜 인간은 그 끔찍한 전쟁을 하는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서 역설한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생각의 체계를 글로 써야한다.
히로세 다카시는 남들의 주장을 인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흥미롭게 기술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가 왜 전쟁론에 관심을 가졌는가로 시작한 이 책은,
어떡하다 그가 클라우제비츠란 전쟁이론가에게 생각이 미쳤는지,
(이 책의 일본어 원제목은 '클라우제 비츠의 암호문'이다.)
그러다 세계의 분쟁 지도를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작성하게 되었는지,
그 와중에 불거진 미국 CIA와 소련 KGB의 '학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체로 쓰여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인상적인 몇 꼭지를 반복 인용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결국 그의 <풀이>는 <인간의 의지>다.
인간의 의지가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과 무기의 위기를 몰각시킬수 있는 유일한 기제 역시 존재하였는데,
그 암호문을 푼 그는 역시 <인간의 의지>만이 전쟁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서로를 얼싸안을 수 있게 만들어 줌을 찾아낸다. 

원폭으로 인류의 멸종 위기에 봉착한 미래를 상상하는 그에게,
우연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몇몇 남자들만이 '자네들 가운데 누군가가 갈비뼈를 뽑아서 이브를 만들지 않는 이상, 우리 세대로 끝인 거야.' 이런 농담을 씁쓸하게 주고받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The Road' 같은 소설보다 훨씬 판타지 소설에 재능이 있는 작가처럼 보인다.
글 한 줄에서 소름이 오싹 끼친다. 

미국이나 소련이나 정보 기관의 끔찍한 행위는 참으로 치가 떨리는데,
특히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사용한 온갖 생화학 무기(관동군 731 부대에서 배운 것)를 사용한 것이나 월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 같은 것들은 어찌 인간으로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나마 할 수 있는지,
회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소련 역시 나을 것 하나 없다.
스파이 교육 학교에서 배신과 고문의 단계까지 학습시키는 장면은 역시 인간은 말종임을 확신시킬 뿐이다. 

아프리카에 천만 이상의 굶주리는 인류가 있는데,
거기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오로지 무기뿐이라는 지점까지 읽노라면,
한숨과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늘 아침 배꽃 나무에 물기 가득 머금은 꽃송이를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렇게 한 세계는 힘겹게 피어나는 것인데,
폭탄 세례 한 번에 '적'은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판이다.
이것이 인류라는 말종의 역사의 기록이다.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의 민중들처럼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폴레옹, 클라우제비치, 닉슨, 레이건, 부시에 이르는 전쟁광들과 다르다.
바보 이반들에게는 <적>이 없는 것이다.
적이 있는 곳에 죄악이 있고, 죽음이 있다. 

아, 인간의 원죄가 왜 <선악과>를 따먹고 부끄러운 줄 아는 것에서 시작되었는지 이제 조금 느낀다.
부처가 깨우친 것처럼, '나'가 있고, '남'이 있고,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고, '나보다 못한 넘'이 있는 것처럼 <구별>하는 데서, 적이 생기고, 죄가 생겼던 것이었나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인간의 원죄를 모두 대속하셨다는데,
왜 아직도 그 예수를 간절히 믿는다는 종자들은 그렇게도 전쟁중인지...
언제나, 진정 아멘, 소리가 울려퍼질 것인지...
이 책은 깊은 시름 속에서 바보 이반들의 신음 소리를 듣고 또 보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의 <관세음>의 아픈 관찰의 기록이다.

----1949 지도에서

김구암살(1949. 6. 26) - 25일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
전쟁 지도에서 '한국 내란'으로 인한 기록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참 슬픈 지역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도 수시로 폭발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란 정도만으로도 위안을 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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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
널 사랑해 세상이 변해도
난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고마워
아침에 눈을 뜨면 늘 네 생각에 나
환한미소로 시작하고
지친하루 끝에서 또 네 생각에 난
누구보다 더 난 행복한 사람
이제 슬프지 않아 다신 울지도 않아
내 모든 걸 다 바쳐서
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
널 사랑해 세상이 변해도
난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고마워

네가 눈물 흘려도 멈춰줄 순 없지만
너의 곁에서 함께 울어줄께
이제 아프지 말자
다신 울지도 말자
내 모든 걸 다 바쳐서
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
널 사랑해 세상이 변해도
난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고마워

천 번을 넘어져도
또다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거야
비바람 몰아쳐도
어둠이 내려도 널 지켜줄게
너 때문에 하루를 살아가
너 때문에 내 심장은 뛰어
저 하늘에 소리쳐 사랑할 한 사람
세상에 너 뿐이라고
사랑해   

두근거렸지 누군가 나의 뒤를 쫓고 있었고
검은 절벽 끝 더 이상 발 디딜 곳 하나 없었지
자꾸 목이 메어 간절히 네 이름을 되뇌었을 때
귓가에 울리는 그대의
뜨거운 목소리 그게 나의 구원이었어
마른 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두 다리 모두 녹아 내린다고 해도
내맘 그대 마음속으로
영원토록 달려갈거야

내가 미웠지 난 결국 이것밖에 안 돼 보였고
오랜 꿈들이 공허한 어린 날의 착각 같았지
울먹임을 참고 남몰래 네 이름을 속삭였을 때
귓가에 울리는 그대의
뜨거운 목소리 그게 나의 희망이었어
마른 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두 다리 모두 녹아 내린다고 해도
내맘 그대 마음속으로
영원토록 달려갈거야
허약한 내 영혼에 힘을
날개를 달수 있다면

마른 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두 다리 모두 녹아 내린다고 해도
내맘 그대 마음속으로
영원토록 달려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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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홋! 2011-03-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ㅋㅋ 여기 원래 방명록이 없는건가요 아님 제가 못찾는건가요..ㅋ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왔네요.. 요샌 책을 여기서 잘 안사서^^;
여전히 잘돌아가는 서재ㅋㅋㅋ멋져요-

저는 이만 과외가야할시간이라서 ㅠㅠ..

글샘 2011-03-30 09:04   좋아요 0 | URL
여전히 잘 돌아가진 않고 ㅋㅋ
멋지다는 말 들으니 좋네. ㅎㅎ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죠?

야홋! 2011-03-31 14:54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근데 고3들보다 수업이 더 많아서 체력이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릴 뿐입니다ㅋㅋ

글샘 2011-04-03 10:57   좋아요 0 | URL
ㅎㅎ 체력으로 버텨야지.
 

 

 여자, 정혜...도 생각나고...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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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3-07 19:37   좋아요 0 | URL
요즘 봄탈 여유는 없구요. ㅎㅎ
인터넷에서 우연히 어제 듣게돼서 링크해 본 거예요.
저도 이 노래 참 좋아하는데요...
저는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있다'에서 가슴이 메입니다.
세상은 그대론데 말입니다.

건조기후 2011-03-0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노래 저도 엄청 좋아해요. 한 때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줄창 걸어놓고 가사도 다이어리에 옮겨놓구요. 완전 힘들어하면서 노래방에서 불렀던 기억도.. 하하하.

글샘 2011-03-07 19:37   좋아요 0 | URL
좋죠. 이 노래...
저는 노래방까진 자신이 ㅎㅎㅎ
학교에선 크게 못 듣구요. 집에 가면 크게 해 놓고 듣습니다.
 

담임통신 2011-1호(2011. 3. 3)


1학년 6반 학부모님께

꽃샘추위가 한창입니다. 교실에 오전에는 히터를 틀어 주기도 하지만, 학생들도 따뜻하게 입혀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1학년 6반 담임을 맡게 된 000입니다. 올해로 교사 생활이 23년에 접어드는데, 제 자식도 고3이 되고 보니 이제 아이들이 귀엽게만 보입니다. 담당 과목은 국어이지만, 학생들에게는 가장 쉬운 영어, 매일 해야 하는 수학의 자습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어는 다양한 독서와 체험이 종합적으로 쌓이는 과목이라 다소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통신을 보내는 것은, 아들들이 고등학교라는 낯설고 힘든 환경에 입학한 것을 한편 뿌듯하게 생각하지만, 한편 우리 아이가 잘 할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이 험하다는데 우리 순둥이가 왕따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실까 싶어 몇 자 적어 봅니다.

학생들과 교육에 관하여 드릴 말씀이 많지만, 제가 틈나는 대로 통신을 보내 드리겠사오니,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 보시고, 연락 주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010-9000-0000)

혹시 상담이 필요하시면 미리 연락주시고 언제든 학교를 방문해 주시면 됩니다. 예전처럼 학교 문턱이 높다고 걱정마시고, 자녀의 발전을 위하여 마음 편하게 찾아오시거나 전화주시면 됩니다. 촌지나 과도한 선물은 학생의 발전에 저해가 되오니 사절합니다. 마음이 있으시면 간단한 음료수나 과일 정도는 선생님들과 나눠먹어도 좋겠지요.

고등학교 공부는 중학교와 다릅니다.
수업만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중요합니다.
부디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하는 계획을 세우고, 체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 될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이 협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내일부터는 아침 7시 55분까지 교실에 입실하도록 지도하였습니다. 지각하지 않도록 꼭 챙겨 주시고, 가능하면 아침을 간단하게라도 먹고 오도록 해 주십시오. 점심 식사는 12시 50분 경이 되어야 하게 됩니다.

학생이 교재나 비싼 물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름을 잘 쓰고 잘 챙기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요일 하루는 연습삼아 자습을 시켜 9시에 하교할 것입니다. 미리 공부할 것을 챙겨와서 복습하고 예습하도록 지도하였습니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중요함을 몸으로 깨달아야 학생도 발전할 것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정상 수업과 9시까지 자습을 매일 실시합니다.

학생들이 피곤하지만 잘 버틸 수 있도록 정신적, 육체적 지원이 아주 필요합니다. 쉬는 시간에 매점에서 보충할 수 있도록 용돈도 필요하고, 학기 초엔 교재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으니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1학년 때부터 영어, 수학에 흥미를 붙여 따라 붙어야 3학년 때 신나서 입시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다음 주 3월 10일에 있는 시험부터 시작하여 언어, 수리, 외국어의 성적이 잘 유지되고 향상될 수 있도록, 모의고사 성적 관리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1학년 때부터 정기고사 및 모의고사 성적표, 각종 행사 참가 경험 등을 모을 수 있도록 지도하여 주시고, 학교에서 지도하는 <나래로 노트> 작성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나래로 노트는 학생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고, 관심있는 특정 교과목에 대한 학습과 독서 지도, 성적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노트입니다. 

학생들이 부산00고등학교에 입학한 이상, 학생들의 모교가 될 우리 학교가 가장 좋은 학교이고, 우리 학교에 재직하시는 선생님들이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주시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인근의 사립학교들을 선호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만, 공립학교의 장점도 많습니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학교 생활도 가능하고, 학생만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진학 성적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진학 지도에 있어서도 우리 학교는 인근 사립고등학교 못지않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진학은 어느 고등학교를 다니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도록 주지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부모님들이 학교와 교사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시는 만큼 학생들도 학교를 불신하게 됩니다. 그 불신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이므로 상호 신뢰가 그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에서 체벌이 없어지면서 학교가 혼란스럽다고 떠들지만, 그런 것은 특정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위하여 떠드는 소리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학교에는 천여 명의 학생들과 70여 명의 교사들이 함께 살고 있으므로 사소한 의견 차이는 언제든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의문나시는 것은 언제든 연락주시면 소통이 가능하겠습니다. 혹시 학생들이 말을 안 들으면 종아리를 때리기도 하겠습니다. 제 자식이라 생각하고 야단칠 것이니 혹시 의견이 다르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입니다. 학생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 하지나 않는지 잘 살펴 주시고, 과도하게 성적이 향상되기를 기대하시거나 원대한 꿈만을 강제하시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청소년기엔 학생들도 예민한 시기이니 뾰족한 말로 상처를 입은 상태로 등교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 주시고, 좋은 말만 들려주시려고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학생들이 게으르고 느릿느릿한 특성이 있습니다만,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이 학생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란 것을 저도 남학생들을 많이 기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를 믿고 보충수업, 자율학습, 방학 중 생활까지 맡겨 주시면, 반드시 학생들이 업그레이드 되어 진학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지도하겠습니다.

학교와 가정이 힘을 합하여 학생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이 성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라며, 처음 드리는 가정통신에서 잔소리와 우려의 말이 많았어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담임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아래 회신란에 적어 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없으시면 ‘잘 읽었습니다.’라고 적어 주시면 됩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1년 3월 3일 아이들 입학식 날, 1학년 6반 담임 000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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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0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끝!! 요렇게요?

드디어 고3 담임에서 해방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편지네요. 좋은 담임 만난 부모들이 흐뭇하겠습니다.
빵이나 떡은 어떨까요? 아 빵 먹고 싶어라. 설탕 묻어있는 팥 도너츠요. ㅎㅎ

글샘 2011-03-03 23:01   좋아요 0 | URL
착한 학부모네요. ^^시킨대로 잘 하고.
같은 학교에 아들이 고3이어서, ㅋㅋ 다행히 빠질 수 있었답니다.
아니었음, ㅠㅜ 고대로 고3 부장을 해야했을 거예요.
설탕 묻어있는 팥 도너츠... 담에 만나면 사 드릴게요. ㅎㅎ

BRINY 2011-03-0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1학년 6반 담임이랍니다. 글샘님께 고1 담임 노하우를 많이 많이 배워가야겠습니다.

글샘 2011-03-03 23:0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같은 반 담임샘 ^^
오늘 첫날이라 야자가 없었는데 피곤해서 이적지 잤어요. ㅠㅜ
뭐, 노하우랄 건 없고, 하도 많이 해서 안 빼먹는 거죠.
담임의 노하우란, 아침에 일찍 가서 애들 챙기고, 지나갈 때마다 반장이라도 불러서 동태파악하고, ㅋ
저녁때 담임이 없어도 자습이 잘 되도록 애들한테 겁도 주고 부탁도 하고 하는 거죠.
남교사라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 이런 걱정에 애들이 알아서 기는 것도 있어요. ^^

저는 올해 '자율형 공립고' 담당 부장이랍니다. 담임은 덤이고요. ㅋㅋ
이름은 <학교발전기획부장>이라고 그럴싸하게 지었는데(자율형 부장은 쫌 아니잖아요. ㅎㅎ)
되지도 않을 창의적 체험활동이니, 독서활동이니 계획서짜려면 오늘 날밤 까야할 거 같군여. ㅠㅜ

양철나무꾼 2011-03-04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줄 한줄 꼼꼼히 챙겨서 읽었어요.
이거 잘 갈무리 해뒀다가 내년 저희 아들 고1되면 써먹어야겠어요.

청소년기엔 학생들도 예민한 시기이니 뾰족한 말로 상처입은 상태로 등교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라는 구절에는 형광펜으로 칠하여 별표 다섯개 했어요.

진짜 다정하고 꼼꼼한 선생님이시군요~^^

글샘 2011-03-04 09:30   좋아요 0 | URL
말만 앞세우고 실제론 좀 게으르죠. ^^
다정하기보담은 몽둥이로 잘 패구요.
그래도 애들이 무서워하지 않는 거 보면, 폭력교사까진 아닌 거 같고...

무스탕 2011-03-04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저희 큰 아들이 고 1이 되었고 6반이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도 귀하시다는 남자선생님이 되셨구요.
그래선지 어쩐지 저희 담임선생님의 편지를 받아보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
유치원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아침을 거르고 등교 시킨적이 없는게 유일한 위안거리입니다.
앞으로도 꼭 지키도록 노력해야 겠어요!

글샘 2011-03-04 09:31   좋아요 0 | URL
ㅎㅎ6반이 많군요.
남자 담임 참 귀해요.
오죽하면 저도 부장하면서 담임을 겸하겠습니까...
우리도 10반에 3명 남자예요. ㅠㅜ
고딩이 되었으니 긴장되시겠지만, 남자애 기르시면 인내심을 길러야 합니다. ^^

BRINY 2011-03-04 13:27   좋아요 0 | URL
사립이라, 저희는 10반에 3명이 여자담임이네요.

비로그인 2011-03-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시 돌아가기 싫은 그 시절에 이런 편지를 써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때 계셨더라도 제가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요. ㅎ

종종 들리지만 오늘은 흔적을 좀 남겨보고 싶게 만드네요. 읽다보니 옛 기억도 떠오르고 말이지요. ^^

글샘 2011-03-04 17:47   좋아요 0 | URL
요즘엔 여선생님이 많아서 이런 아기자기한 활동이 많이 늘었습니다.
저도 따라하고 있는 거구요. ㅎㅎ
옛 추억들은 저도 좋지 않습니다.
과도하게 폭력적인거 저도 싫어하구요.
그렇지만 질서 없는 것도 저는 싫더라구요.
그래서 질서있는 학급은 만들려고 노력하는 일환입니다. ^^

울보 2011-03-0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딸은 이제 초3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12시50분이라더군요ㅡ, 그래서 아침은 정말 필사적으로 챙겨 먹이고 있습니다,예전에 늦잠을 자면 그냥 보냈는데 이제는 절대로 그런일은 없을것입니다,
그리고 말씀하나하나 고등학교 학부모는 아니지만 많이 새겨들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글샘 2011-03-04 17:48   좋아요 0 | URL
ㅎㅎ 애들은 에너지를 많이 쓰거든요.
고딩들은 매점에서 뭐 사먹고 해서 좀 낫습니다.
한국이란 특수한 상황은 애기든 엄마든 교사든 다 힘들게 하지만,
우린 어른이니까요. ^^

그랑블뤼 2011-03-0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장승진을 축하드립니다... 한잔 안사면 승진이 취소될수도 있사오니, 시간나실때 한잔 베푸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침은 학생들만 챙기시지 마시고 우리 부장님도 꼭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제 아침에 암것도 안먹으면 안아픈데가 없어요... 1달뒤에 승진 축하파티 기대하겠습니다...^^*

글샘 2011-03-04 17:49   좋아요 0 | URL
요즘 부장은 승진이 아니라 피박이다.
학교마다 부장 할 사람이 없어서 새로 오는 사람한테 뒤집어 씌우는 분위기야.
난 그나마 민우가 3학년인 덕에... 3학년 부장은 안해서 다행인 거라는... ㅠㅜ

책가방 2011-03-0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 했답니다. 그리고 내년엔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구요..^^
엄마들끼리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중학교는 초등학교와는 달리 담임의 역할이 크지 않으니 누가 되던 크게 신경 안 쓴다고들 하더군요. 큰아이를 먼저 보내본 제 생각은 다른데 말이죠.
글샘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면 학부모들도 한해가 든든할 것 같아욤~~^^
거꾸로 저도 아이 담임샘께 편지를 한번 써볼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서른 두명의 아이들 모두 골고루 사랑해 달라는 그런 편지요...^^

아이 초등학교 저학년때... 음료수조차도 예민하게 반응하시던 선생님을 겪었던지라 그 후론 매번 빈손으로 선생님 뵈러 갔었는데... 실례였을까요??

글샘 2011-03-04 17:51   좋아요 0 | URL
크게 신경안 쓴다는 게 촌지 들고 안 온단 이야기겠지요. ^^
그러다보면 소통이 안 되는 단점도 있거든요. 초등땐 청소다 배식당번이다 뻔질나게 만나면서 애들 생활에 관심도 갖지만 말입니다.
사내아이들은 집에 가서 말도 안 해요. ㅋㅋ 심할 땐 미납급이 100만원이 넘어도 부모가 모르는 일도 있거든요. ㅎㅎ
저는 음료수는 좋아합니다. ㅎㅎ 만원 얻어먹고 고발당할 일은 없잖아요.

소나무집 2011-03-0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 읽으면서 그냥 무지하게 감동~~~

글샘 2011-03-04 17:51   좋아요 0 | URL
감동을 쉽게 받으시는 편?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