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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그걸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최근에 자주 생각했다. [제2의성] 1권을 다 읽었다고 했더니 책을 좋아하는 친구 몇이 축하한다며 알은 척을 해주는 것도 좋았고, 이 책을 읽는 중이라고 했더니 여기에선 임현과 강화길이 좋았어, 라고 또다른 책을 읽는 트친(이자 알라딘 친구)도 말을 걸어온 거다. 여러 작가의 작품집을 놓고서 나는 누가 좋았는데 너는 누가 좋았구나, 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 너무 좋다. 책 친구들 정말 좋네, 내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서 참 좋아, 했다. '내 주변엔 책 읽는 사람들이 없어서 책에 대해 이야기나눌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여럿 있는데, 나는 어떻게 어떻게 살다보니, 이제 책을 좋아하는, 계속 끊임없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주변에 남겨놓게 됐다. 금요일 퇴근 무렵에도 한 친구가 자신이 읽은 책을 내게 추천하며, 이거 너무 재미있어 읽어봐, 하더라.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읽어보라 추천해주는 거,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아 난 그거 그 부분이 좋아' 라고 해주는 거,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서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거, 그게 너무 좋아서 나는 이렇게 계속 알라딘에 있는가보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알라딘에 있겠구나, 생각도 했다. 


이 책,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다정한 나의 책벗이 읽어보라 말해 읽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내가 '임현'의 작품을 어떻게 읽을지, 읽고나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며 읽어보라 권했다. 사실 어느 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서는, 다른 친구들과 '이제 더이상 이 작품집을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얘길 했던 터라, 그 후에 다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다정한 책벗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니, 내가 거부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이 작품집을 읽게 됐다.



그러나 친구가 나와 얘기하고 싶어한, 그러니까 나로부터 많은 얘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 '임현'의 작품 <고두>를 읽고서는 나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이건 그냥 .. 글쎄, 이게 왜 상을 받은건지 모르겠다고,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서도 '모르겠네' 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편에 실린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을 읽고서는 '아, 역시 이 작품집은 안읽겠다고 했던 내 결심대로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내가 이 책을 읽은 걸 후회했다. 그건, 이 작품이 엉망이라거나 못써서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나의 상황 때문에 그랬다. 나라는 인간. 그러니까 나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그냥 넘길 수도 있었을 작품이겠지만, 나처럼 괴롭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너무 힘들어서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신경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고 숨이 막혀왔다. 작품 내내 너무 긴장을 해서 쉬고 싶었다. 쉬고 싶다는 게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아 그만두고 싶다, 쉬고 싶다..한거다. 이건, 남자들은 결코 받을 수 없는 감상이란 생각도 했다. 내가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내가 소설을 읽을 때 이렇게 읽으면 안되는데, 내가 너무 소설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니, 모든 소설에 다 그렇진 않았다. 어떤 소설에 유독, 그러니까 그건 작가가 그렇게 한 거겠지만, 나를 던져버려서, 그 안에서 그냥 내가 살아버려서, 이런 상황의 소설에서는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소설이 끝나기까지 고통스러워지는 거다. 스포일을 할 순 없으니까 대략 짧게만 얘기하자면,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에는, 어릴 적에 친삼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훌쩎 나이들어 자신의 딸이 8살에 성조숙증 진단을 받고 거기에 온갖 신경을 쓰는, 결국 정신과까지 가서 약을 받아먹어야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게다가 그 삼촌의 중학생 아들이 얼마간 함께 하게 되면서 8살 딸과 함께 있는 걸 보는동안 신경줄이 타들어가는 그런 .. 아 .. 진짜 졸라 힘들어 ㅠㅠ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어. 소설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거다. 그냥 던져버릴 걸 읽지말고 ㅠㅠ 



그 뒤의 최은영과 강화길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 뒤의 작품들도 다 최은미 작품 같은 분위기일까봐 쉽게 다음으로 넘어가지질 않았다. 그렇게 읽기를 멈춘 채로 나는 오늘 혼자 일자산에 갔다. 따뜻한 목폴라를 입고 목도리를 칭칭 감고, 털모자를 눌러쓰고, 이소라와 심규선의 노래를 들으면서, 천천히, 일자산의 정상을 향했다. 정상에 오르면 앉을 수 있는 벤치며 나무가 있는데, 보통 정상에 도착해서는 바로 다시 내려오곤 했다. 나는 운동이 목적이지 쉬는 게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나무벤치에 앉아서, 사람도 별로 없는 터라, 가만히, 나무들이며 하늘을 바라보고, 계속해서 노래를 들었다. 이소라가 다시 부른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를 반복해 들었고, '심규선'의 <오늘>을 반복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앉아서 그냥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만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었고, 날은 찼고, 그런데 해는 눈이 부시고, 하늘은 파랬다. 얼마만큼을 앉아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있다가 천천히 다시 산을 내려왔다. 노래는 계속 흘렀고, 가만히 앉아있던 고요한 시간이 참 좋았노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수수 기억들이 쏟아졌다. 와르르 무너지듯, 좋았던 기억들이 차고 넘쳤다. 그렇게 혼자 웃었다. 아, 그 때도 좋았지, 그래, 그 때도 좋았어. 그렇게 끊임없이 쏟아지는 좋은 기억들에 계속해서 혼자 웃었다. 누가 본다면 혼자 웃는다고 미쳤다고 하겠네, 라는 생각도 그 사이에 끼어들면서, 그렇게 좋았던 기억들 때문에 웃다가, 왈칵 눈물이 났다. 왜 좋았던 기억들이 눈물을 불러낼까. 추웠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다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러자 혼자 산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냈던 좀 전의 분위기와, 좋았던 기억들과, 그러다 눈물을 불러낸 순간까지, 이 책들 속에서 다 만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엮이기 시작했다.



'김금희'의 <문상>에서 '송'은 희극배우의 아버지 장례식장에 찾아갔다가 자신이 일전에 사귀었던 '양주임'의 소식을 듣게 된다. 헤어진 지 일 년이 되었는데, 송은 희극배우로부터 양주임이 '이민을 간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송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양주임에 대해 희극배우가 알고 있다는 것에도 분노했고, 게다가 이민까지 간다니, 이게 뭐야, 하다가 그는 집으로 돌아가며 양주임에게 전화를 건다. 몇 번이나 받지 않던 양주임은 잠시 후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송은 '너 이민가니?'라고 차마 묻지도 못한 채로 그 소식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를 고심하는데, 그때 양주임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래, 연극은 잘되어가고?"

기차가 역에 섰을 때 송은 여기를 떠나느냐는 질문을 그렇게 바꿔 물었다. 양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송은 내려올 때처럼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밖을 보았다. 가락국수 부스는 셔터가 내려지고 간판의 불도 꺼져 있었다. 마치 상자를 봉하듯 완전히 봉합되어 있었다.

"걱정이야, 마지막 장면에서 독창을 해야 하거든. 어디 이민이라도 가야지 싶다니까."

양은 수백 명의 시선이 오직 자기에게만 꽂힐 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자꾸 울고 싶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말하는 양의 목소리가 담담하고 심드렁해서 그때서야 송은 희극배우가 농담을 잘못 전했음을 깨달았다. (문상, p.115-116)



어차피 헤어진 사이이고 지금은 만나지 않는 사이이지만, 그러나 이민을 간다는 것은 더 멀어진다는 것 같아 좀 서러웠다. 송보다 괜히 내가 더 서러웠다. 이민을 가든 안가든, 안보는 사이인데. 그러니 이민을 안가든 무슨 상관이람. 그런데 그게 또 그게 아니잖아. 네가 너이고 내가 나인 이상, 우리가 우리'였던' 때가 있어서, 그냥, '으응, 사람1이 멀리 가는 구나'가 잘 안되잖아. 그렇지만 내가 그걸 너한테 물을 수는 없지. 너 혹시 이민 가니? 라고.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너가 이민간다면.... 묻지 못하는 사이, 송은 그것이 농담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정말 이민을 간다는 게 아니라, 이민이라도 가고 싶을 정도로 떨린다는 말. 나는 갑자기, 좋았다. 서러움이 사라져버렸어. 물론 우리는 지금 그랬던 것처럼 헤어진 연인이라, 다시 만나지 않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민을 가는 건 아니래. 아 뭔가 마음이 너무 이상하다. 나는 양이 이민을 가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이민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송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쩐지, 나는 그냥 좋았던 거다. 그래도, 이 하늘 아래에 있으면, 우리가 스쳐가며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찌질한 생각을 해보다가, 아니야, 상대는 나랑 스치듯 안녕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 라는 생각도 하다가, 지방으로 놀러갔다 돌아온 내게, 언젠가 데이트 하던 남자가 '우리 이제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거네' 라고 했던, 조금은 낭만적인 기억까지 불쑥 떠올랐다. 



그리고 '백수린'. 백수린의 이름을 보고서는, 아 [폴링 인 폴] 아닌가, 했다. 그 책 사두었는데, 그 책 내 책장에 꽂혀 있는데, 하고. 사두고 안읽었으니 나는 백수린을 이 책으로 처음 만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러저러한 작품집을 몇 권 읽었던 내가 그 전에 만났을런지도 모르겠다. 기억은 왜곡되고 나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백수린'은 <고요한 사건>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을 떠올린다. 재개발 지역에서 살던 일, 재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싸우던 일, 그 속에서 혼자 고고하던 것, 그런 자기를 친구로 받아들여주었던 그 동네의 토박이 친구들. 그리고 다른 진학으로 조금 멀어진 친구들과, 그 동네에 유독 많았던 길고양이들. 길고양이를 돌보던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걸 보고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도와달라 말하는데, 아버지는 그저 들어가 쉬라고만 말한다. 거기에 실망했던 것. 집으로 뛰어오는 길에 보았던 길고양이의 죽음. 내내 방안에 있다가 그 고양이를 묻어주겠다고,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지만, 이건 묻어줘야 겠다고, 그렇게 아빠와 엄마 몰래 깊은 밤에 혼자 조용히 몸을 움직이는데, 아직 고양이 시체가 거기 있는가 하고 유리창에 이마를 가만히 대었는데,



"세상에."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튀어나왔다. 창밖에는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눈송이가. 역청빛 어둠을 덧칠한 이웃집의 지붕 위에도, 옥상 위의 장독대와 비탈 아래쪽의 앙상한 나무초리 위에도, 고요하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것은 정말 내가 태어나서 단 한 버도 본 적이 없는 커다란 눈송이였다. 마른눈. 자국눈. 가랑눈. 국어사전에서 내가 발견했던 무수한 단어로도 형용하기가 충분치 않았던 눈송이. 그토록 숨막히는 광경을 나는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댄 채 그렇게 한동안 서 있었다. 구겨진 신발 위에, 양말도 없이, 까치발을 한 채로. 돌이켜보면 그것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한 장면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나는 평생 이렇게, 나가지 못하고 그저 문고리를 붙잡은 채 창밖을 기웃거리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으니까. (고요한 사건, p.155)



삶은 결코 단편적이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아서, 폭력을 보고 들어왔고, 고양이의 죽음을 보았고, 아버지에게 실망했고, 무기력한 기분으로 잠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밤에 결정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을 맞닥뜨리게 되는 거다. 우리가 어떻게 그 장면에 있어서,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그 순간에 있어서, 방금전까지 너의 기분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떠올려봐, 그런데 어떻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라고 물을 수 있을까. 삶은 이런 것이라니까. 초라하고 처참하고 비극으로 물든 것 같았다가 갑자기 찬란해지는 것. 혹은 그 역이 성립되는 것. 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가만히 대고, 그 처참한 기분 속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맞닥뜨린 이 순간에, 내가 일자산 정상에 있었던 몇시간 전이 떠올랐다. 그 때의 내가 지금 이 책속의 결정적인 장면과 겹치는 것 같았다. 생을 통틀어 몇 개 되지 않을 슬픈 일을 안고, 그렇게 고요히 산의 서늘함을 즐겼던 것. 날이 추운데도 햇빛은 눈이 부셨던 것. 오늘의 고요한 내가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을 읽은 거다. 삶이 책 속으로 들어가고 책이 삶 속으로 들어오는 구나. 그래, 내려가는 길도 그랬다. 그 고요함을 한참 가만히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가 산을 내려가는 길. 기쁜 일들, 좋았던 일들이 밀려들었다가 종국에 눈물이 났던 일. 삶이 이런 식으로 희극과 비극을 왔다갔다 하는 것. 




그렇게 최은영까지 왔다. '최은영'의 <그 여름>. 여름이란 단어 앞에 언제나 설레이는데 '그 여름' 이라고 하면 무너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왜 그 여름이라고 했을까. 그 가을이나 그 겨울, 혹은 그 봄이라고 하지. 왜 하필 그 여름이란 말인가.



이런 우연이 아니었다면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지냈으리라고 수이는 웃으며 말했다. 듣기 좋은 목소리라고 이경은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이경의 귓가에는 수이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 여름, p.216)



그 여름, '이경'과 '수이'는 연애를 시작했다. 열여덟이었다. 열여덟. 자신의 성정체성을 수이를 만난 후에야 알게된 이경은 수이에게 빠져들고,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이는 취업하고 이경은 대학생이 되면서 그들은 서울로 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그런 이경은 사는 모습이 다른 수이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 그런 스스로에게 당황하게 되고, 그러면서 '은지'라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속절없이 끌리게 된다. 나에겐 애인이 있는데, 수이라는 애인이 있는데, 그런데 은지에게 너무 끌리고 너무 은지 생각이 나고 은지를 기다리게 된다. 은지를 기다리는 자신이 미워서, 야속해서, 수이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이경은 앓는다.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다. 수이가 옆에 있는데 다른 사람을 꿈꾸는 자신이 욕심이 많은 것 같아서 미칠 것만 같다. 자신이 수이를 배신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은지에게 가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수이와의 연애는 삶의 일부가 아니었다. 수이는 애인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함께 있을 때 가장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이와 헤어진다면 그 상황을 가장 완전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수이일 것이었다. 그 가정은 모순적이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웠다. (그 여름, p.253)



아, 그래, 이거였다. 이것은 적확한 표현이었다. 내가 당신하고 헤어진다면, 나는 당신과 헤어졌을 때 가장 잘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을 잃는 것이었다. 가장 정확하게 나를 읽는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나를 아는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을, 당신하고 헤어지면, 당신이 가장 잘 위로해줄 수 있는데, 당신하고 헤어진다면 당신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는 없는 이 아이러니. 어떻게 이렇게 적확할 수 있을까. 이 상실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좋았던 기억들로 헤죽헤죽 베실베실 웃다가 종국엔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그 순간이, 바로 최은영의 소설 속에 그대로 나와있었다. 



당신하고 헤어지면 그런 나를 가장 잘 위로해줄 당신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일은 어떤 일일까.



이경은 수이에게 헤어지자고 한다. 수이는 그 말을 들어준다. 이경은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일을 가져올지 알까. 



"수이야."

"이제 네가 날 부르는 소리도 들을 수 없겠지."

그 말을 하고 수이는 오래 울었다.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여름, p.263)




이제 당신이 날 부르는 소리도 들을 수 없겠지. 당신도 오래 울었을까.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을까. 이경은 수이와 헤어지고 은지와 연애했지만 짧게 끝났다. 잘 되지 않았다. 헤어지자는 은지에게 매달려도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안 될 줄,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다. 허기가 져서 밥을 먹었다. 김치볶음밥을 해먹겠다고 부엌에 나왔는데, 엄마가 끓여둔 김칫국이 있었다. 잠깐 망설이다, 김칫국을 퍼서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먹는 김칫국은 맛있었다. 음~ 맛있어, 아, 맛있네~ 연달아 말하며 먹노라니, 엄마가 그만하라 하셨다. '나 오늘 저녁 안먹을라고 결심했는데, 너 왜그렇게 맛있게 먹어. 아무소리도 내지마. 나 자꾸 먹고싶잖아!' 하셨다. 알겠다고 하고서는 내가 또, 나도 모르게, '아 완전 맛있어' 해버렸고, 엄마는, "너!!!!!!!" 하셨고, 나는 깜짝 놀라서, "아, 엄마, 엄마 자극하려고 한 건 아니고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온거야" 했다. 사실이었다. 그 말이 진실이었어.



일요일에 낮잠 자는 걸 너무 좋아해서 잠이 오면 언제나 잠과 싸우지 않고 그대로 포기한 채 잠을 잤었는데, 그러다보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월요일이 피곤해지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 아까는 잠이 쏟아지는데, 기를 쓰고 잠과 싸워 이겼다. 그러면 오늘 밤에는 일찍 잘 수 있을까? 그렇지만... 오늘 늦게 일어났는데...흐음.....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마주보면서 송은 희극배우의 나이가 몇이더라, 생각했다. 자기보다 많게는 열 살쯤 많을 것이다. 자기도 십 년이 지나면 저렇게 되어 있을까, 다시 생각했다. 저렇게 불안하고 우울하게 안정감 없게 외롭게 가진 것 없게 내쳐진 채 나쁘게, 살게 될까.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문상,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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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울 이민
    from 마지막 키스 2017-12-18 10:30 
    그러니까 이민 때문이다. 어제 페이퍼에 쓴 것처럼, 김금희의 <문상> 에서 헤어진 애인이 이민을 갈거란 소식을 들은 송 때문에, 그 날의 송 기분이 어땠을까, 를 생각하다가, 나는 아주 오래전에 친하게 지냈던 남자사람 A 를 떠올렸다.내 첫직장은 다이어리 만드는 회사였다. 학회지등을 출판하는 출판사이면서 겨울이면 다이어리를 작업했었는데, 때문에 늦가을부터 봄에 이르기까지 무척 바빴다. 회사는 겨울이면 한두달 일할 아르바이트를 아주 여러명 고용
 
 
레와 2017-12-1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또 하나의 이야기 같아요. + 보너스 단편!



다락방 2017-12-18 14:20   좋아요 0 | URL
인생 뭘까?? ㅎㅎㅎ
 

아까 올린 페이퍼에 달린 어떤 비밀댓글에 나 역시 비밀댓글을 달았는데, 쓰고 보니 내 댓글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그러자!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노래가 뽝- 떠오른다.









오랜만이에요
그대 생각 이렇게 붙잡고 있는 게
그대 목소리가 생각나는 게
오늘따라 괜히 서글퍼지네요

술 한 잔 했어요
그대 보고 싶은 맘에 또 울컥했어요
초라해지는 내가 보기 싫어
내일부턴 뭐든지 할거에요

같은 방향을 가는 줄 알았죠
같은 미래를 꿈꾼 줄 알았죠
아니었나봐요

같은 시간에 있는 줄 알았죠
같은 공간에 있는 줄 알았죠
아니었나봐요

익숙함이 때론 괴로워요
잊어야 하는 게 두려워요
그댄 괜찮나요?

그대 결정에 후회없나요?
그대 결정에 자신있나요?
난 모르겠어요

내 목소리 그립진 않나요?
내가 보고 싶은 적 없나요?
나만 그런가요
나만 그런가요
나만 그런가요

그대 흔적에 나 치여 살아요
그대 흔적에 나 묻혀 살아요
나는 어떡하죠
나는 어떡하죠
나는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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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용실에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와서는 그 때부터 계속 나에게 결혼하라고 성화시다. 그 분이 말씀하시길, 자신이 독신주의였던 딸과 둘이 사는데, 그 딸이 나이 50이 되어서는 '진작에 결혼할 걸 혼자 지내는 거 너무 외롭다' 라고 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나한테 결혼하라고 더 잔소리좀 해주지 엄마가 원망스럽다'고 했다나... 그래서 '결혼 안하는 자녀에게 나중에 다 후회한다고 꼭 결혼하라고 잔소리하라'고 일렀단다. 아 빡침이... 그 얘길 듣고 와서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는 엄마는 또 뭐지. 왜 그 한 명의 사례만 듣고 와서는 비혼 여성이 나중에 반드시 외로워질거라고 후회할거라고 생각하는거지. 설사 후회한다한들, 그것 역시 나의 선택인 것을. 아 딥빡이 온다. 


어제 집에 돌아가서 외투를 벗는데 남동생이 왜 술마시고 왔냐고 묻더라. 나는 언제나 이녀석과 농담따먹기 하던 그대로 대답했다.


"외로워서 술 밖에 친구가 없어서 그랬다."


그러자 남동생은,


"그래그래, 그러면 내가 할 말이 없지."


라고 답했고 이렇게 낄낄대고 상황이 정리되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엄마가 튀어나오셔서는



"그러니까 결혼을 해. 그러면 외롭지 않잖아."


하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어제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갔다가 너무 화가 나서 분위기랑 목소리 싹 바꾸고 말했다.



"엄마 진짜 그만 좀해. 듣기 싫어."



아 괴로워. 힘들다. 




그렇지만, 나 역시 나중에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해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나이들면서 내가 외로울 거란 생각은 딱히 하지 않는다. 외로움에 대한 걱정은 없다. 나는 지금도 외로움이란 감정에는 좀처럼 빠져들지 않는 사람이다. 외로움을 아예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내 생활에 어떤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지도 않거니와, 사실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인생이 즐거울 때가 더 많다고 여기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내가 더 나이 먹어서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되어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범위는 나이와 성별에 제약이 없으므로 누구든 가능하고, 올리브 키터리지 처럼, 일흔에 사랑에 빠지는 것 역시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나는 혼자 늙어 외로울 것이다'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설사 만날 사람 없으면 슬렁슬렁 산책하다 책도 읽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면서 살면 되니까 그건 다 괜찮은데, 


혼자 있는데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플까봐, 그건 걱정이 된다. 그럴 경우엔 어째야 하나. 하고. 그러면 실버타운(돈이 많이 들겠지)이나 요양원에 가야할텐데,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혼자 있을 때 너무 아프면, 그런데 내가 너무 나이들어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면... 나는 어쩌나... 같은 생각이 들긴 하는 것이다.



게다가 '김혜진'의 이 책, 《딸에 대하여》를 읽으니 그 걱정이 더 많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중 치매 걸린 노인 '젠'은 젊은 시절 공부도 많이 하고 외국으로 여행도 많이 다니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끊임없이 도와주는 등, 굉장히 잘 나가는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나이 들어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갔을 때는 가족도 없고 찾아오는 이 없는, 그러다 더 질 나쁜 요양원으로 보내지는 외로운 노인인거다. 이 책의 주인공 '나'는 그런 젠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인데 그걸 보니 동성애인을 데리고 집으로 살러 들어온 딸 걱정이 가실 날이 없다. 동성의 애인하고 같이 살면 혼인 신고도 못하고 아이도 낳지 못할텐데, 대체 어쩌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딸의 애인이 너무 꼴보기가 싫다. 모진 소리도 해보고 떠나라고도 해보지만, 실상 자신의 딸을 먹여 살리는 건 그 동성의 애인이므로.......... 삶이 쉽지가 않아. 자꾸 이 외롭고 고독하고 혼자 아프며 늙어가는 노인을 보며 걱정하는 '나' 가, 우리 엄마 같았다. 교회 가서 그런 얘기 듣고 왔더니 우리 엄마도 내 걱정 넘나 됐던 거겠지.... 얘를 어쩌나, 얘가 혼자 늙어가면 외로워서 어쩌나... 하고. 그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나는 엄마가 내 앞날에 대해 이것이 외롭지 않은 길이다, 하고 정해주면 그 길을 따라가기엔 너무 성장해 버렸고요. 저도 제 머리로 생각하고 제 육체로 행동하고 제 의지로 삶을 살아갑니다, 어머니.....



나는 우리 아빠에겐 빨갱이라는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들어왔고 엄마에게는 '왜이렇게 이상해졌냐'는 말을 들어온지도 몇 해 된터라, 이 책 속의 엄마와 딸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는 딸이 너무나 못마땅한 엄마, 대체 왜 그렇게 니가 나서야 하냐, 그냥 너도 남들처럼 살면 안되냐, 적당한 직장 다니면서 월급 받고 살고 적당한 남자 만나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렇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면 안되냐... 하는 엄마의 당연한 걱정. 얘 너무 공부를 많이 시켜서 이러나, 대체 왜때문에 얘가 이러는건가... 하고 아무리 생각하고 싸워봤자 딸이 '알겠어 엄마 말대로 할게' 라고 하지 않는다. 딸의 애인을 설득해보려고 하지만, 이 애인을 설득하는 것도 역시 되지를 않고. 이 엄마를 보니 또 얼마나 인생이 고된 것인지.... 어머니 지치겠다 싶다.



그렇게 딸의 애인이 꼴보기도 싫지만, 실상 집에서 많이 마주치는 건 딸보다 딸의 애인-그 애-이다. 딸의 애인이 몹시 미운 상황에서도 엄마가 몸살에 걸리자 약을 지어오는 건 딸의 애인이고, 자연스레 엄마와 딸의 애인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애가 돌아온다. 종합 감기약과 쌍화탕, 커다란 파스도 두 팩이나 있다. 나는 약을 먹고 그 애의 등과 어깨에 파스를 붙여 준다. 포장지를 뜯고 파스를 꺼내고 비닐 구겨지는 소리가 고요한 거실을 채운다. 그 애가 티셔츠를 올리자 등과 허리춤에 기다랗고 붉은 자국이 남아 있다. 어딘가 날카로운 것에 긁힌 것 같다.

병원에는 가 봤니?

내가 묻는다.

아뇨. 그럴 정도는 아니에요.

비닐을 떼어 낸 파스가 제멋대로 엉겨 붙는다. 시원한 박하향이 퍼진다. 나는 손톱을 세우고 모서리를 떼어 내며 중얼거린다. 

엑스레이를 직어 봐야 할 텐데. 혹시 모르잖니. 그래도 흉터가 남겠구나. 나중에 신경통이 생길지도 몰라. 그런 건 잘 안 낫는다.

그 애의 등에 자잘하고 오돌토돌한 자국들이 남아 있다. 거뭇거뭇하게 피부색이 변해 버린 곳도 있다.

아토피가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요.

그 애는 그렇게 말하고 만다.

아토피라니. 부모님이 마음고생이 많았겠구나. 어린애들은 피부가 보드라워서 금방 짓무르고 흉터가 남지. 

나는 파스를 펼치고 그 애의 등에 하나를 붙인다. 그리고 또 다른 파스를 꺼내 비닐을 벗긴다. 내가 움직이자 그 애가 비스듬하게 자세를 바꾼다. 한쪽 어깨에 시커먼 멍 자국이 선명하다. 피부가 찢어진 자리에 빨갛게 핏자국이 고여 있다.

그래도 병원에는 꼭 가야지. 겉으로만 봐서는 잘 모르는 거니까. 일하는 식당 근처에 정형외과가 있니? 귀찮아도 꼭 한 번 가봐라.

그 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대답도 반응도 없는 질문을 하고 혼자 대답하고 또 다른 말을 계속 늘어놓는다. 어쩌면 그런 식으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164-165)




그러니까 이런 것. 상대에 대해 미운 마음이 있었는데도, 몸이 아파 보이니 병원에 가봐 꼭, 이라고 말하고, 어릴 때 아토피가 있었다는 흔적을 보자, 부모님이 마음 고생했겠구나, 하고 자연스레 나오는 것. 나는 이 힘든 와중에, 자신의 몸이 힘들고 영혼도 지쳐있는데, 그런데도 너무나 자연스레, 어떤 일말의 생각이나 고민도 없이 툭, 부모님이 마음 고생 많았겠네, 너 병원 가봐야 돼, 라고 말하는 이 마음이, 너무나 자연스레 진짜 그냥 몸에 배어 있어서, 이게 너무 애틋하고 고단해서, 이 부분을 읽다가 그냥 왈칵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아니, 이 여자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눈 앞의 상처를 보고 이렇게 자연스레 걱정부터 하고, 그 상처에 마음 쓰였을 부모님의 마음까지 바로 짐작해버리는 거야. 아 쓰다가 또 눈물나네 ㅠㅠ 코끝이 찡하다. 이런 거 대체 뭐지. 이렇게 자연스레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껴버리면 삶이 얼마나 힘들까. ㅠㅠ




나는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한 집에서 여성 셋이 사는 삶이 어떨지, 그 삶은 얼마만큼 어떻게 지속될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서로에게 더 익숙해질거란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위의 인용문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몸살감기로 몸져 누웠을 때 나가서 약을 사들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쌍화탕 사와서 전자렌지에 따뜻하게 데펴, 먹으라고 건넬 수 있겠지. 등에 타박상이 있을 때 옷을 들어 올리면 자연스레 파스를 붙여주기도 하겠지. 무엇보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함께 사는 가장 큰 이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게 가장 매력적이지 않나.


일전에 45년을 함께 산 부부가 나오는 영화를 봤는데, 훌쩍 나이든 남자가 '내꺼 그 책 어딨지?' 하고 창고에서 두리번거리자, 주방에 있던 아내가 '그거 어디어디에 있잖아' 하고 말해서 금세 남편이 찾는 걸 보고는, 함께 산다는 건 저런거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거. 



엊그제 밤 운동하고 집에 갔더니 너무 배가 고파서 고구마튀김을 몇 개 먹다가 제육볶음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이걸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남동생이 거실에 있었고, 이 새끼는 내가 이 밤(열 시)에 뭐 먹는 거 보면 잔소리잔소리 할텐데 먹는 걸 어떻게 안들키지? 싶어서, 그릇에 제육볶음을 담아서 식탁에 앉는 대신, 그냥 조용히, 서서, 그냥 조용히, 제육이 담긴 냄비 뚜껑을 열고, 그냥 조용히, 포크로 그대로 조용히, 제육볶음을 집어 먹었다. 모를거야, 이렇게 조용히 먹는데, 식탁에 앉은 것도 아니니까, 하고 조용히, 그렇게 쥐죽은듯이, 잔소리 듣기 싫어서 먹는데, 갑자기 이 새끼가



"뭘 또 그렇게 먹냐. 먹지 말랬잖아."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뭘 먹는 줄 몰랐던 엄마가 "쟤 고구마 튀김 밖에 안먹었어!" 해주셨는데, 남동생은, 


"무슨 소리야 저 누나 제육 먹잖아. 베란다 창문에 저 누나 먹는거 다 비쳐"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엄마랑 둘이 완전 빵터져서 웃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용히 먹는다고 먹었는데 그게 다 보이고 있었을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의 베란다 창문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런 거. 함께한 시간이 오래다 보니까 같이 사는 사람의 습관이나 취향을 다 알아버리게 되는 거. 이쯤에서 이런 행동을 하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는 거. 이런 거는 좀 재미있지 않나? 재미있고 어쩐지 안정감이 느껴지고 좋잖아. 이런 건 좀 좋은 것 같은데, 이 놈이 장가가면 이제 누가 나 못먹게 말리나.... 이 놈 장가가면 나는 이제 거대해지는 길만 남은것인가...



인생...




어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다가 요즘에 손에 물을 많이 묻힐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손이 터버렸고, 아파 ㅠㅠ 친구는 장갑을 꼭 끼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가방을 뒤져 주섬주섬 자신의 핸드크림을 꺼내준다. 말 나온김에 이걸 발라, 하고. 이거 촉촉하고 보호도 잘된다고. 그래서 나는 밥을 먹다말고, 와인을 마시다 말고, 친구의 핸드크림을 손등에 쳐발쳐발했다. 



다정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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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15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대해지는 길 ㅋㅋㅋㅋ

다락방 2017-12-15 10: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12-15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윗듀 2017-12-15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그냥 조용히, 냄비 앞에 서서 조용히, 포크로 제육볶음을 찍어서 조용히 먹는 다락방님 모습 상상하는 지금 이 시간도 너무나 다정합니다. 우리에게는 다정한 시간들이 있으니까요!!! 🖤

다락방 2017-12-15 11:3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스윗듀님!
우리에겐 헬페미니스트 선언을 읽는 다정한 시간들이 있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화이팅!

제육볶음은 사랑입니다! ♡

단발머리 2017-12-15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대해지고, 유명해지고, 예뻐지고.....

뭐가 또 있나요?

손은 더 부드러워지고, 인세도 많이 들어오고, 와인도 많이 사고, 치즈도 많이 사고, 포크질 한 번으로 제육볶음 두 개씩 집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2-15 11: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 장가가면 저는 좀 허전함을 느낄 것 같아요. 이렇게 갈구던 놈이 없어지니 나는 이제 어쩐담...하고 말이지요. 허구헌날 나는 자연인이다 보면서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 하고 그랬는데... 하아- 거대해지는 길만 남았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요즘 걸레를 자꾸 빨아대고 설거지도 자주해서(회사에서 ㅠㅠ) 손이 예전같지 않아요. 얼른 이 계절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요. ㅠㅠ

와인, 치즈, 제육볶음 다 너무 좋네요. 그런 것들만 실컷 먹고 마시면서 살고 싶어요. 일 따위 집어치우고...

2017-12-1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jifs 2017-12-1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뭐라 리뷰를 써야할지 몰라서....ㅋㅋㅋㅋ 한참을 고민했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다락방 2017-12-15 11:42   좋아요 0 | URL
저는 [82년생 김지영]은 딱히 좋지 않았거든요. 이 책도 어쩐지 딱 그 분위기일 것 같았는데, 오! 이 책은 좋았어요. 저렇게 의외의 부분에서 울컥 하기도 했고요. 뭐라 리뷰를 써야할지 모르겠는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비공개 2017-12-15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동받다가 빵 터지고.... ㅋㅋㅋ 오늘도 사랑합니다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7-12-15 13:40   좋아요 1 | URL
오늘도 사랑합니다~~~ ㅎㅎㅎ
댓글이 너무 우아하면서도 상큼해요^^

다락방 2017-12-15 13:43   좋아요 1 | URL
사랑이 넘치는 하루네요. ㅎㅎㅎㅎ
좋습니다. 좋아요!!

^__________^

레와 2017-12-15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사랑해 다락방! ♡


다락방 2017-12-15 15:09   좋아요 1 | URL
나도 ♡ (수줍)

레와 2017-12-15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책 읽으면 엄청 울거 같아. 리뷰랑 저 인용한 부분만 봐도 울컥하는데... ㅠ_ㅠ

다락방 2017-12-15 15:10   좋아요 1 | URL
아냐 또 그렇게 막 울게 되진 않을거야(아니야, 또 나랑 다르니까 울려나?). 책 좋다요. 추천합니다, 레와님.
 

원더우먼이 개봉한다고 했을 때 나는 잔뜩 기대했었다. 그러니까 스파이더맨이 그렇게 하듯이, 배트맨이 그렇게 하듯이,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곳에 찾아가 물리치는, 그런 영웅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을 막으러 갈 줄은 몰랐어.. 내가 지금 여기의 범죄를 막아주기 바란 건, 어떻게든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에게 공포를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여자영웅이 나타나 성범죄가 일어나는 곳이면 그 어디든 찾아가 성범죄자를 사지절단 내버리는 그런 영화를 원했다. 강간하지 말라고, 성적대상화 시키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러니까 '여자도 남자랑 같은 인간이야, 인간이 인간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해봤자 씨도 안먹히고,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가볍기만 하니까, 그래서 했던 놈이 또하고 새로운 놈이 또하고 성범죄 난리법석인 세상이 되니까, '아아 이러다가 나도 사지 잘릴 수 있겠구나' 하는 공포라도 심어주면 덜하지 않겠느냐 싶었던 거다. 실제에서 그런 영웅은 없다고 해도, 그런 영웅물이 자꾸 나온다면, 성범죄를 어떻게든 공포스럽게 응징하는 것들을 자꾸 접한다면, '아이구 이러다 큰일나지' 하고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을 했던건데,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역시 그런 일을 해주지 않았던 것처럼, 원더우먼도 그걸 안해줘서 내가 너무나 실망을 했어. 성범죄자 사지절단물을 원해..



나는 성범죄가 살인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사카 고타로'는 자신의 책 《골든 슬럼버》에서 주인공 아버지의 입을 빌어 '성범죄는 명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정확한 워딩은 이게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차에, 나는, 이런 영화를, 어제, 드디어, 보았다.

















여자주인공 '돈'은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이면서 순결 서약을 하였고, 다른 학교에 순결에 대한 강연을 하러 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학교에 잘생긴 남학생 '토비'가 전학오는데, 이 녀석은 '돈'의 순결서약을 자꾸 무너뜨리고 싶게 만든다. 토비 역시 순결서약을 했다고 말하면서 돈과 가까워지는데, 서로에게 성적으로 끌리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함께 수영을 하다 동굴에 들어간다. 돈은 재차 '지킬 거지?'를 묻고 토비 역시 그렇다고 하는데, 다른 남자라면 몰라도 토비는 좀 다르지 않을까, 라고 영화보면서 나 역시 생각했던 터라, 갑자기 토비가 옷을 벗고 '참을 만큼 참았어!' 하면서, 싫다는 돈에게 '가만히 있어!' 라고 할 때는, 와, 진짜 역겨웠다. 이날까지 살면서 내가 '이 놈이나 저 놈이다 다 거기서 거기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선 다르게 보려는 게 자꾸 나오는 것 같아. 돈이 되어서 영화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싫다는데도 강제적으로 밀고 들어오며 '넌 정신적으로는 순결해!'라는 개소리 하는 토비를 보니 진짜 오만정이 다떨어지고 남자 따위, 다 사라져버려라, 하는 심정이 되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강제적으로 성기 삽입을 했던 토비는 어떻게 되냐면,


고추가 


잘려서 


죽는다.


뎅강.



저기엔 어떤 가감도 없다. 말 그대로 정말 '고추가 잘린다'. 



돈 역시 이런 일이 처음이라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 토비의 고추를 보고 놀라는데, 집에 돌아가서 교과서를 열어 여성의 성기 모양을 보고 인터넷에 성기 돌연변이에 대해 검색해보며 '바기나 덴타타'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자기 안에 정말 이상한 게 있는건지, 자기는 살인자가 되었으니 자수를 해야할 것 같고, 돈은 어쩔줄 몰라하며 산부인과에 찾아가 검사를 받는다. 산부인과 남자 닥터는, 지극히 정상이고 너는 자라고 있다, 그런데 유연성 검사를 해보겠다며 손 하나를 모두 돈의 질 속에(도대체 왜!) 집어 넣고, 아프고 끔찍해서 소리지르는 돈의 안에서 닥터의 손가락도 잘린다.



엄마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상황.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는 돈은 너무 외로워서, 돈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남자아이를 찾아간다. 내 안엔 이상한 게 있고, 내가 사람을 죽인 것 같고, 자수를 해야할 것 같고, 그런데 얘기할 사람이 없어, 하며 우는 돈을 이 남학생은 달래주는데, 그러면서 섹스를 시도한다. 돈 역시 싫지 않아 섹스에 응했는데, 이 남자아이가 무사한거다. 어쩌면 이건 신화에서 말하는 영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신이 난 남학생은 한 번 더를 외치고, 돈과 남학생은 한 번 더 섹스를 하는 와중에, 남학생과 친구가 통화를 하면서 '내기에서 이겼다'는 말을 하는 걸 들은 돈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 묻게 되고, 그제야 돈은 이 남학생이 자신의 순결을 뺏을 수 있느냐를 두고 친구와 내기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남학생의 성기가 자신 안에 있는 채였고, 돈은 이 말을 듣고 빡이 치고, 그렇게 이 남학생의 성기도 잘린다.



이제 돈은 알게 됐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질 안에 있는 이빨이 상대를 물지 않는다는 걸. 그러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자신을 화나게 한 상태로 삽입을 시도한 상태에서는 상대의 고추를 잘라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이빨은 굉장히 강력해서, 그저 물었다 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냥 잘라버린다. 컷. 커팅. 뎅강 잘라버리는 거다. 



자신 안에 일어나는 변화가 뭔지 몰라 당황하고 무서워했던 돈이 자신이 가진 능력(!!) 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겪는 변화가 고스란히 나오는데, 성적 욕망 앞에 인내심을 기르려고 책까지 읽었던 그녀가, 이제 자신이 가진 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히치하이킹을 해줬던 할아버지가 늦은 밤에 차를 세우고 차 문을 잠가 그녀를 나가지 못하게 했을 때, 이 차안에서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당황하고 겁을 먹었던 돈은, 이내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를 알게 되고 서늘하게 웃는다.





그동안 이런 표정의 학생이었는데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것은 영화니까, 응당 나는 그런 것을 기대했다. 그러니까 그녀의 '진실한' 혹은 '진정한' 사랑 같은 것. 그녀가 질 안에 달린 이빨을 쓰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섹스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상대. 처음에 나는 토비가 그런 상대일 거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영화에서 그녀를 강간하려고 하거나 성적 대상화 시켜버리는 대상들 말고, 그녀를 동등하게 대우해주는 그런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건 다시 말해서, 고추가 잘리지 않을 놈이 없었단 얘기가 된다. 영화에서는 이런 그녀라도 사랑하는 남자에겐 이빨을 사용하지 않지, 같은 메세지 같은 건 끼워넣지 않는다. 강제로 밀고 들어와? 잘라버려. 나를 성적대상으로만 대해? 잘라버려. 




처음에 말한 성범죄자 사지절단에 대해서는 사실 내가 그런 판타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문제가 당연히 많다. 어쩌면 무고한 누군가의 사지를 자를 수도 있다는 걸. 아주 적긴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있긴 있을 터. 내가 생각하는 영웅물이 완전하고 완벽할 순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기나 덴타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스토리에선 무고함이 있을 수가 없고, 많은 성범죄 가해자들이 무고죄로 상대를 고소하는 일도 일어날 수가 없다. 당사자인 내가 싫다는데 밀고 들어오면, 내 안의 이빨이 물어뜯어 버릴테니까. 여기에 어떤 무고가 있을 수 있겠는가. 내 안에서 니 고추가 무사히 빠져나가느냐 아니냐로 이것은 강간이거나 섹스이거나 할 수 있을텐데. 바기나 덴타타는 남자의 거세공포증을 일컫는 용어라는데, 나는 남자들이 그 거세공포증을 정말로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여자가 질 안에 이빨을 품고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평생 건강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어릴때부터 있다가 완경 무렵에 서서히 이빨이 무뎌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안에 날카로운, 아주 날카로운 이빨을 품는 것이, 나에게도 어쩌면 피곤한 일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이빨을 품고 있어서 모든 남자들이 '강제로 하는 순간 고추가 잘린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이건 강제로 해도 쉴드쳐주는 인간들 투성이니 무서운 줄 모르고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것 같다. 하지 말아야 할 짓에 대해서 말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이빨이 생길 수 없다면, 인공시술이어도 좋을 것 같다. 원하는 사람들만 이 기능을 시술로 내 안에 넣는 거다. 혹은 모든 여자들에게 생기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생기는 것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강간하기 전까지는 누구 안에 이빨이 있는 지를 모르니, '어쩌면 이 여자 안에 이빨이 있을 수도 있다'라는 공포로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까.



이 영화에는 초반에 좀 거슬리는 장면이 하나 나오긴 하지만, 큰 장점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일단 그녀의 이빨이 결코 무디지 않다는 거. 물었다 놓는 이빨이 아니라 그냥 뎅강 하고 잘라버린다는 거. 얄짤 없이 그게 뭐든 잘라버린다. 고추든 손가락이든. 또하나. '사랑하는 남자라면 물지 않아요', '진실한 사랑은 찾아와요' 같은 친절한 멘트 따위 없다는 거. 사방을 둘러봐도 성적대상화 시키고 성희롱 하는 놈들 투성이인데, 영화라고 다를까. 친구부터 의붓 오빠 그리고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까지 여자를 성적으로 보는 남자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니 돈이 처음엔 자신이 돌연변이가 아닐까 걱정하고 속상해했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게 뭔지 알며 차게 웃을 수 있는 거 아닐까. 

게다가 이렇게 강간에 대해서 다루는데도 자극적인 섹스 장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강간 장면은 특히나 보기 되게 끔찍한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끔찍한 장면을 내보내지 않는다. 어제 《제2의 성》 읽으면서 어떤 장면에서 너무 힘들어서 덮을까 했는데, 보부아르가 나 힘들라고 그렇게 쓴 게 아니라, 실제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져와 얘기한건데도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더랬다. 끔찍하고 자극적으로 묘사한 게 아닌데도 그랬다. 이런데 자극적인 묘사를 가져오는 책이나 영화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할까. 질 안에 있는 이빨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그런 끔찍한 장면을 넣지 않은 게 이 영화의 장점중 하나다. 아, 고추 잘리는 장면은, 나올때마다 끔찍하지만.



포스터에 '그녀를 사랑하면 잘린다' 라고 되어있는데, 그녀를 '사랑'하면 잘리는 게 아니라 '강간'하면 잘리는 거다. 포스터 문구 똑바로 쓰세요. '사랑'하면 잘리지 않습니다. '강간하면' 잘려요. 강간이요.



이렇게 보는 동안만이라도 쪼그라들게 만드는 영화가 네이버에서 천원만 내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하하하.




영화 보면서 내가 분명 바기나 덴타타를 내가 읽은 책에서 접했는데 그 책에서 인용문 갖고 오자...싶었지만, 그 책이 뭔지를 모르겠더라. 아마도 페미니즘 도서가 아니었을까 싶어 그 앞에서 이 책 저 책 찾아보며 훑어봐도 밤만 깊어갈 뿐 원하는 걸 찾을 수가 없었어.... 내가 기억력이 좋았다면, 아, 이건 누구의 어느 책에서 이렇게 나왔었지, 할 수 있을 텐데. '어디서 분명히 읽었는데!! '하고 그게 어딘지를 모르겠으니 낭패다... ㅠㅠ 결국 네이버 검색으로 가져오는 비루한 나... Orz


페미니즘 관련 글 쓰면서 친구취소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ㅎㅎ 이 글 보면 친구취소 또 생기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제육볶음 먹고왔는데 열내서 페이퍼 썼더니 금세 배가 고파지네. 헤헷. 호두과자 먹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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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1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영화, 흥미돋는데요? ㅎ

다락방 2017-12-14 09:53   좋아요 0 | URL
짱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17-12-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간이 살인보다 끔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 속의 이빨이라니,,!! 좋은데요!! 그런 엄청난 호신용 무기가.. 갖고 싶어요 ㅎㅎ
근데 저 포스터 문구는 정말 아니네요. 문구 만든 사람이 사랑=섹스=강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다락방 2017-12-14 11:03   좋아요 0 | URL
사랑하면 잘린다니, 어떻게 저렇게 쓸 수 있나 몰라요. 저 사람에게 강간은 사랑과 동의어인가 봐요. 확 짜증나죠.
저도 질 속의 이빨 갖고 싶어요. 여자들 모두에게 있다면 좋겠어요.

에이바 2017-12-1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소설도 있을걸요? 본 기억이 있어요. 영화도 언제더라 영화제 출품했을 땐가 봤는데... 와우ㅋㅋㅋㅋ 외국에서 피임도구로 비슷한 거 나와서 욕 먹었던 거 같아요. 여성이 바기나 덴타타처럼 저런 걸 넣어두고 있다가 남성기를 잘라버리는거요.

다락방 2017-12-14 11:06   좋아요 0 | URL
외국에서 저도 이런 비슷한 거 나왔다고 사진 본 기억이 나요.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당시에 왜 여자가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기구로써 장착할 수 있는거라면 일단 엄청 불편할거고, 장착할 수 있다는 건 또 빼낼 수도 있다는 거니까 그렇게 큰 효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 기구를 스치듯 봤지 제대로 본 게 아니라서 음 뭔가 말을 보태기는 조심스럽네요.

질 안의 이빨! 저도 보면서 와우- 했어요. 강간범들 확다 뿌리 뽑아버릴 수 있을텐데요!!!

레와 2017-12-14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기나 덴타타˝
책속에만 있는 질속의 이빨이 아니라 현실에도 있으면 진짜 진짜 좋겠어요.

와. 대박이다.

다 잘라버려야죠. 잘라버리기 전엔 안 없어질거에요.

다락방 2017-12-15 08: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회사 직원한테도 얘기하니까 ‘진짜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더라고요. 아아, 이 여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란! ㅎㅎ

사랑은 야야야 2017-12-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했어요. 영화 보면서 엿자락처럼 댕강 댕강 잘리는 남성 성기를 보고 어어어어어 놀다가 결말이 좀 씁쓸했네요. 이 영화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다 기억나네요.ㅋㅋ

다락방 2017-12-15 08:30   좋아요 0 | URL
저는 돈이 히치하이킹 할 때부터, 아 저 운전자 새끼 다른 의도로 태웠을텐데.. 싶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내 ‘건드리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잘라버릴 테니까‘ 하게 됐어요. 이걸 이미 예전에 보셨군요!

카스피 2017-12-15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영화는 아닌데 이런 비슷한 소재의 오래된 일본 영화를 본 기억이 나네요.아무래도 타스를 제작한 이들이 참고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난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영화 《루시아》얘기를 했다. 내가 페이퍼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여자주인공이 남자와 헤어지고나서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가는데, '빠에야'를 주문하자 '그건 2인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여주인공이 먹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 거다. 나는 가뜩이나 애인하고 헤어진 것도 서러운데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게 된 게 너무 서러워서 빠에야에 대해서 '슬픈 음식'이라는 게 확 박혀버렸는데, 주말에 친구들한테 얘기하니까 다들 진짜 모두 하나가 되어 이러는 거다.


"혼자 2인분 시켜 먹으면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친구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애인하고 헤어져가지고 '혼자인 나'에 꽂혀서, '그런데 빠에야는 2인분부터' 이러고 흙흙 서러워, 서러워, 외로운데 서러워, 이랬는데, 그렇게 서러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냥 2인분 시켜서 먹으면 되고, 먹다가 다 먹으면 다 먹고 배 두드리면 되고, 다 못먹으면 남기면 되는 것이여. 뭘 그렇게 감정에 허덕이다가 외로운데 서럽기까지해 우앙- 하고 울음 터져버렸나(주인공은 울지 않았다) 생각하게 됐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혼자 가서 2인분 시켜먹는' 사람의 대표 인물로는 내가 있었다. 내가 그러고 다니는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올해 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 혼자 식당에 가서는 '락사'도 먹고싶고 '캉콩'도 먹고싶다 으아아아악- 욕망에 시달리다가, 에라이, 둘 다 시켜 먹지, 내가 언제 여기와서 이걸 또 먹을 줄 알고, 먹을 수 있을 때 다 먹어!! 이렇게 됐던 것.



둘다 먹어보는데 엄청 맛있어가지고,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나는 맥주도 시켰던 것이야!!




여기가 천국....




아, 근데 내가 이 얘기 하려던 게 아니고,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왜 ... 아 근데. 혼자 가서 뽀지게 시켜서 잘 먹는 거, 저 때 말고 또 했었는데? 을지면옥에 혼자 가가지고 평냉 시키고 제육 시키고 소주 시켜서 혼자 따라마시던 일.... 내가 그런 거 하는 여자사람이다. ㅎㅎㅎㅎㅎ





히히. 보기만 해도 넘나 좋으네. 오늘 집에 가다 순대국 먹을까? 순대국에 또 소주가 딱이지!




아아, 자 그러니까 나는 《고마워 영화》라는 영화 관련 책을 읽다가 책을 사고 싶어지는 것이다. 네?
















영화 《실비아》관련 글에서, 책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언급되는 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남성에 집착하는 게 병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그게 여덟 살 적에 목도한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여성이 갖지 못한 것을 태생적으로 지닌, 상대적으로 우월한(우월하다고 학습된) 남성에 대한 질투심도 작용한다. 그 사실은 영화에서 언급되지 않지만 이 영화의 토대가 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The Journals of Sylvia Plath>를 보면 영화에선 과감히 삭제된 스미스대학 시절의 그녀 내면세계를 읽을 수 있다. 1950년에서 1962년까지 적어 놓은 실비아의 일기를 이렇게 자서전 격으로 묶어낸 사람은 그녀가 한눈에 반한 후 '사악한 약탈자'라고 칭한 테드 휴즈다. (p.286)



실비아란 영화를 보면서 당연히 실비아 플러스의 일기를 떠올리는 그 순간의 기분은 어땠을까. 나는 둘 다 보지 않았으면서, 하나를 보면서 다른 하나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그 순간의 기쁨에 대해 생각한다. 이래서 많이 보고, 읽고, 듣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그 하나로만 보고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하나를 혹은 둘이나 셋을 소환해낼 수 있다는 거. 그게 우리가 차곡차곡 읽고 듣고 보는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는 《벨자》를 사두고 아직 읽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읽고 싶어지는 거다. 벨자보다 이게 더 좋을 것 같아! 하는 생각으로. 그래서 검색해보았다.


















그런데...709쪽이나 된단다. 그래서 아, 잠깐만...보류...... 하고 말았지 뭐야? 왜냐하면 나는 지금 《제2의 성》도 넘나 무거워....380쪽 정도 읽고 있는데 무겁다... 두꺼워..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이 책은 전자책으로도 있으니 오오, 전자책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여러분 전자책 대여는 7,800원이닷!!!)



고마워 영화를 읽다가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읽고싶어졌다면, 제2의 성을 읽다가는 스탕달을 읽고 싶어졌다. 보부아르가 이 책에서 멍청한 작가들 죄다 까는데, 스탕달은 아닌 것이야!! 발자크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친구가 발자크의 여성비하에 대해 발자크 책 읽으면서 막 얘기해줬었는데, 보부아르도 엄청 발자크 뭐라 한다. 읽다보면 발자크..쯧쯧 하게된달까. 발자크도 그런 면에서 한 번 읽어야겠다 싶은데, 스탕달..스탕달이 그랬다고?



















여기서는 여자가 단순히 타자가 되어서는 안 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여자는 그 자신이 하나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스탕달은 결코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에서만 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여성 인물에게 그녀 자신의 운명을 빠짐없이 부여하고 잇다. 그뿐 아니라 더욱 희귀한 일을 시도했다. 그것은 어느 소설가도 일찍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런 시도로, 자기 자신을 한 여성인물 속에 던져 버린 것이다. (p.319)



내가 꼬꼬마 시절에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었었는데, 이게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줄거리는 남아 있지 않고, 총각이 어떤 부인을 좋아했던 것 같은.... 데..... 집에 적과 흑 있으니까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희귀한 일'을 시도한 작가라니. 오, 멋져. 내가 스탕달을 다시 읽어주겠다. 유명한 고전이란 거 읽으면서 남자작가들한테 실망하고, 2017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슬프게 깨닫는 한 해였는데, 스탕달을 읽으면 조금 바닥을 밀고 올라올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그 뭣이냐, 발자크에 대한 부분도 잠깐 보고 가실게요~ 본문에 대한 각주로 나온 부분이다.



발자크의 《결혼의 생리》참조. "여자의 불평·외침·고통을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자연은 여자를 우리가 쓰도록 만들었소. 여자는 어린아이·고뇌·남자의 주먹·고통을 다 감당하게 되어 있소. 냉혹함을 자책하지 마시오. 자칭 문명국의 모든 민법전(民法典)에, 남자는 여자의 운명을 규정하는 법률을 다음과 같은 피 어린 서론 밑에 제정하고 있소. '약한 자여! 불행할지어다!'" (p.328)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째서 왜때문에 루이 랑베르 사고싶지...집에 나귀가죽 있는데.... 난 없는 게 뭐지?


(너!)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엄마가 이번 토요일에도 외출하냐 물으셨다. 왜? 물으니, '너 바쁜 것 같아서 주말만이라도 좀 집에서 푹 쉬라고' 하시더라.



- 엄마. 나 토요일에 아침에 운동갔다올건데 점심에 맛있는 거 먹을까?

- 그러자.

- 그리고 집에 와서 한 숨 잔 다음에 저녁엔 술마시자.

- 야, 너 그러다 간 상해.

- 아니야. 낮에 갈비찜이든 만두전골이든 거기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집에 와서 한 숨 자면 다 회복돼. 그리고 저녁엔 와인 마시자.



엄마는 아침부터 빵터져서 깔깔깔 웃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올리브랑 치즈는 사놨으니까, 저녁 메인 안주는 뭐로 할까. 후훗. 뭘 한 번 만들어본담?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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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2-13 09:30   좋아요 0 | URL
어므낫! 이 뜬금없는 사랑고백이라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사랑은 고백해야 맛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12-13 09:30   좋아요 0 | URL
ㅎㅎ 페이퍼 보면서 갑자기 고백하고 싶어져서요 ㅋㅋㅋ

다락방 2017-12-13 09:34   좋아요 0 | URL
이런 일이 종종 있었으면 합니다. ㅎㅎㅎㅎㅎ

스윗듀 2017-12-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락방님 굴 어때요 굴! 겨울엔 굴이죠!!! 반각굴에다가 청량고추 마늘 레몬 곁들여서 샤블리랑 한잔 캬...스읍
(몰랐던 실비아, 루시아와 친구가 된다)

다락방 2017-12-13 09:45   좋아요 0 | URL
크- 뭣 좀 아시는 스윗듀님!
제가 굴에 화이트와인 조합을 정말 사랑하는데요, 굴을 잘 못먹는다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굴 한 두개 먹으면 못먹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굴을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굴을 싫어하는데 굴과 화이트와인 조합을 사랑해요. 그냥 좋음 ㅋㅋㅋㅋㅋㅋㅋ 못먹는데 좋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미친 아이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윗듀님, 참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루시아 야해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스윗듀 2017-12-13 09:52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ㅣ히히히히 그렇잖아도 지금 찾아보고 오는 길입니다🤭 6년 전 생애 최고의 섹스, 라니 멘트는 좀 후지지만 개궁금하군요🤩 맞다...그렇다면 굴 대신 홍합은 어때요!!!!!

다락방 2017-12-13 09:57   좋아요 0 | URL
아 스윗듀님 나한테 실망하겠다..
저 굴, 홍합, 조개 다 싫어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역국에 조개 넣으면 먹지도 않는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요 이런 나라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너무 고기고기한 삶을 살아요. 으엉 ㅠㅠ


이게요, 남자가 작가인데 이름도 모르는 여자랑 바닷가 물속에서 달빛 아래 섹스를 하거든요. 그런 일이 있고난 뒤에 루시아란 여자를 만나 동거를 하게 되는데, 이 남자 머릿속에 이 달빛 아래 여자가 이름도 모르는채로 강하게 남아있는 거죠. 그건 달빛 여자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좋아하는 스토리... 그렇지만 제가 루시아의 입장이 되면 세상 슬픈 이야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잊지 못해. 우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윗듀 2017-12-13 10:22   좋아요 0 | URL
우엉ㅠㅠㅠㅠㅠㅠㅠ우엉우엉 저도 조개들어간 미역국은 안먹습니다..... 소고기를 넣어야 미역이 미끌미끌 윤기있게 잘 풀어지고 후루룩 넘어가며 입안을 부드럽게 유영하기 때문이죠 후후....

다락방 2017-12-13 10:55   좋아요 0 | URL
미역국엔 역시 소고기죠! 소고기 짱!! 으하하하핫.
저는 미역국도 사랑해요 ♡

비연 2017-1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과 와인 먹고 싶어지네요.. 이 아침부터 ㅎㅎㅎ

다락방 2017-12-13 10:55   좋아요 1 | URL
아, 모닝 와인! 그 이름도 아름다운 모닝 와인!
비연님, 저랑 한 번 만나서 와인 드십시다. 후훗.

비연 2017-12-13 12:28   좋아요 0 | URL
알라딘 와인동호회 만들어도 좋을듯요 ㅋㅋㅋㅋㅋㅋ

에이바 2017-12-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자크 대문호... 이럴 때 쓰려고 이 문장을 외웠나봅니다. 얼불노 왕좌의 게임 드라마에서 봤는데 소설에도 있는 것 같아요. The laws of my fist are about to compel your teeth. 당신의 강냉이는 소중합니다...

그런데 저도 2인분 시키면 되잖아 생각했어요. 빠에야는 2인분 시켜도 거뜬하던데요? 제가 탄수화물 덕후 한국인이라 그런가 ㅋㅋ 아이 참 루시아는 바보야... 저는 나이들었다는 걸 언제 느끼냐면 소화가 안 되서 먹고싶은 걸 다 못 먹을때예요. 인간이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사량을 높여서 맛있는 걸 많이 먹고 튼튼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아 그리고 발자크는 빚 갚는다고 글 엄청 써제꼈는데 저런 글을 남겼다니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ㅋㅋ 발자크 루이 랑베르가 시리즈잖아요. 저도 사 두곤 읽지 않았는데 그것보다 결혼의 생리를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7-12-13 10:58   좋아요 0 | URL
네네 맞아요, 에이바님. 맛있는 것 먹고 싶은 것 잘 먹고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운동해야겠어요. 근육이 단단해지게 운동해서 계속 먹고 마시는 삶을 살겠습니다. 불끈!!

발자크는 여성혐오 글로 이미 유명한 것 같아요. 보부아르도 지적했지만, 제 친구도 얼마전에 발자크 책 읽다가 지적했거든요. 결혼의 생리 저도 읽어보고 싶은데 발자크로 검색하면 번역된 도서로는 아직 그 책이 없는 것 같아요. 발자크 대문호.. 빻았네요 ㅠㅠ 다들 왜들 이러시는지... 이참에 스탕달을 다시 읽어볼까봐요.

스탕달도 읽어야 되고 발자크도 읽어야 되고, 그런데 저는 오늘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책을 또 한 박스 주문하고!! 꺅 >.<

잠자냥 2017-12-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에야는 원래 혼자서 2인분 먹는 음식 아닌가요?;;; *멀뚱*
아침부터 빠에야 먹고 싶어지네요.....

<루이 랑베르>는 생각보다 재미없...;을 수 있고요.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생각보다 가벼울 수 있습니다. 근데 전자책 참 저렴하네요...

다락방 2017-12-13 11:00   좋아요 0 | URL
아아 다들 빠에야 2인분 혼자 먹는 거라 하시니 제 마음이 너무나 좋습니다. 알라딘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천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이 랑베르는 재미..없나요. -0-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오늘 대여하려다가, 오늘 한박스 책 지른 게 있어 내일 마일리지 쌓일테니, 그걸로 대여해야겠어요. 우하하하핫. 10년간 볼 수 있다는데, 설마 10년간 안읽지는..않겠죠?

카스피 2017-12-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맛있는 음식사진을 보니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 가네요^^

다락방 2017-12-13 11:36   좋아요 0 | URL
오늘 뭔가 맛있는 거 드십쇼. 후훗.

2017-12-13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2-13 11:37   좋아요 0 | URL
저도 전자책 대여를 한 번도 안해봐서 몰랐는데 10년이나 하네요. 너무 좋아요!
그런데 집에 사두고 안읽은 책들을 떠올려보면... 10년..... 안읽고 후딱 지나가버릴 것 같기도 해요.
장거리 여행갈 때 크레마 들고 가면 되니까 거기에 얌전히 넣어두어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sijifs 2017-12-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인분을 먹을 수 있는 위장이라니 부럽습니다.
스페인 여행 가서 2인분을 못 먹어 혼자서는 빠에야 2인분은 힘들어서요.
스페인 음식점에서는 빠에야를 1인분씩 팔거나 메뉴 델 디아에서 소량으로 빠에야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영화 루시아 여주인공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울지는 않았을텐데요

다락방 2017-12-13 13:29   좋아요 0 | URL
루시아가 시내에 있었던 게 아니라, 동거남이 자신과 살면서 다른 여자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해서 무작정 떠나거든요. 오토바이 타고 막 달리다가 들른 식당이었고, 거기에서 메뉴를 보고 빠에야를 선택하는 거였어요. 루시아가 식당에서 일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루시아도 그 점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만, 그 날 그 때 그 기분에 찾아간 식당이 그렇지 않아서 속상했던 거지... 사실 루시아는 울진 않았고요 ㅋㅋ 제가 울었습니다. 아아 너무해 너무해 ㅠㅠ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

사실 저도 예전엔 거침없이 2인분 먹을 수 있긴 했는데, 나이드니까 양이 좀 줄긴 하더라고요. 저도 2인분은.. 좀 남길 것 같아요. 아하하핫

독서괭 2017-12-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발자크... 정말 헛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욕도 아깝습니다.
저 장염 걸려서 죽만 먹고 있는데 이렇게 맛있는 사진들을.. 저 모유수유 중이라 술 못 마시는데 이렇게 부러운 술상 자랑을... ㅠㅜ 빠에야.. 흑흑 먹고 싶어요.
다락방님 주말에 어머니랑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다락방 2017-12-14 09:25   좋아요 0 | URL
발자크 얘기는 몇 번 나오는데 이 사람은 버리고 가야할 사람인 것 같아요. ㅎㅎ
보부아르 진짜 세상 똑똑한 사람이네요. 읽으면서 감탄하고 있스빈다.

아니 장염..모유수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 못할 짓을 했네요. 엉엉 ㅜㅜ

주말에 뭐 먹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했어요. 신중하게 생각해서 현명한 결정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장염 어서 빨리 나으세요!!

Forgettable. 2017-12-1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에야 ㅋㅋㅋㅋㅋㅋ 이게 혼자 양이 많아서 못먹는게 아니라 비쌈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다락방 2017-12-14 09:25   좋아요 0 | URL
아 빠에야 비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싸도 서럽네... 아니 이별해서 괴로운데 밥 먹을랬더니 비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어떻게 살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부만두 2017-12-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인분 그냥 시키지, 왜? ,,,,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역시!

그나저나 발자크 읽지마요. ㅜ ㅜ 고통과 역겨움 ... 이름 값 덕에 책으로 나오는 거에요. 소설로 하나도 추천할 건덕지가 없어요!

다락방 2017-12-17 20:41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혼자 음식점을 찾아서 두 메뉴가 먹고 싶으면 거침없이 두 메뉴를 시키겠어요. 아 물론 전에도 그랬지만... 먹고 싶은 걸 참지 않겠어요. 불끈!!

발자크는 이렇게 패쓰하고 금욜에 추천해주신 책을 읽어야겠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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