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언제나 나의 로망이었지만 그러나 외국어야말로 노력에 노력을 해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던가. 4개국어를 하는 친구에게 '너는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잘해?' 물었더니, '미친듯이 외웠어, 미친듯이'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바로 그거였다. 그러나 나는 미친듯이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았지. 아니, 외국어가 다 뭐야. 미친듯이 뭔가 한 것도 없었던 것 같다. 미친듯이 사랑은 했지 않나, 라고 내가 나에게 물어보니, 그래, 미친듯이 사랑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 미친듯이 사랑한 순간에도 나는 나를 전부 내던지진 않았어. 흐음... 아아 이야기가 또 산으로 간다.



요가, 피트니스, 방콕, 스릴러 그리고 외국어까지 총 다섯권의 아무튼 시리즈를 읽었다. 그리고 나는 이 《아무튼, 외국어》가 가장 좋다. 작가가 글을 가장 잘 쓰기도 하지만 그 글속에 자신의 외국어에 대한 사랑과 열정과 그러나 중도에 포기했던 겸손함이 그대로 다 들어있어. 읽기에 가장 부담 없었던 아무튼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조지영'은 불어, 독어, 중국어, 일본어에 모두 도전했고 그 모두를 다 완벽히 마스터 하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학원을 찾아다니며 또 독학으로 외국어를 궁금해하고 공부한 것만큼은 자지러지게 좋다. 아마 그런 부분들이 나랑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는 조지영만큼 진도를 뽑지 못하고, 사전..그저 사전 만을 '사'둘 뿐이지만....



자, 아직 쓰기 전이니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지만 사전, 사전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어쩌면 내가 여기에서 한 번 풀어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고.. 아니야, 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아주 오래전에 극장에서 친구랑 《더티댄싱: 하바나 나이트》를 관람했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친구와 나는 워낙 더티댄싱을 좋아했어서 개봉하자마자 달려가 본 것. 검색해보니 2004년 이라고 나오네. 영화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쿠바.. 배경은 쿠바 였던것 같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듣는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el beso del final> 이라는 제목이 눈에 띤다. 어? beso... beso...내가 이걸 어디서 봤는데? 싶어서 기억을 더듬다가, 그즈음에 읽었던 '마누엘 푸익'의 《거미 여인의 키스》가 떠오른다. 오래되어서 기억이 뒤죽박죽인데, 어쩌면 책의 원제를 보다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노래를 떠올린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beso 를 봤어.



















저기 초록색 부분에 원제 써있다.  El Beso de La Mujer Aran"a (1976년)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던 나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노래를 들으면서 당연히 무슨 뜻인지 몰랐고, 그러나 책의 저 제목을 보면서 '어?' 하며 제목을 추측해보게 된다. 생김새로 보아 beso 는 명사일 듯한데(el 이나 de, la가 명사이진 않을 터), 그렇다면 '거미' 아니면 '키스'일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노래 제목에 '거미'가 들어갈 확률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beso는 키스일 확률이 높다. 나는 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점엘 갔고,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beso 는 키스가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ㅋ ㅑ - 이런 기쁨, 뭔쥬 알죠?


final 은 뭐 딱히 찾아보지 않아도 '최종', '마지막'의 뜻이 될텐데, 아아아아아, 그렇다면 el beso del final 은 마지막 키스 겠구나! 이 노래 제목은 마지막 키스였어!!!!! >.<






너무 씐나서 나는 얼마 안가 스페인어 사전을 구매해버린다. 사전을 구매해서 맨 앞장을 펼치면 발음기호가 나와있다. 그래서 알게 된다. 스페인어는 발음기호 그대로 읽으면 된다는 것을. 사전을 펼쳐 알 수 있는 건 일단 여기까지. 나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그렇게 스페인어 사전을 책장에 꽂아둔다.



사전.사전이란 무엇인가.모르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던가. 아무리 전자사전이 나오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우리가 언제든 모르는 걸 찾아볼 수 있도록 사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사전은 너무 중요한 거 아닌가요. 사전만 있으면 단어의 뜻을 알 수 있잖아! 그러니까 스페인어를 전혀 모른다해도 사전을 찾아보면 거기에 어떤 단어가 쓰여진 건지를 알 수 있잖아! 얼마나 근사합니까, 여러분. 사전은 너무나 필수 아니냐. 나는 모르는 게 있을 때 찾아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스페인어 사전을 시작으로 프랑스어 사전과 독일어 사전도 사버리는 것이여. 그렇다. 그리스 로마 신화 사전까지... 만세다!!






저기에 베트남어 사전을 가져다 꽂아놓는 게 현재 나의 목표여... 그러나 망설이면서 자꾸 미루는 것은, 저기에 저렇게 사전 꽂아두었지만 절대 꺼내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긴 세월을 걸쳐 알아내었기 때문이다. 박스도 안벗겨.... 하아- 스페인어 사전은 기뻐하며 첫장을 넘겨 발음기호를 보기라도 했지, 다른 사전은 그마저도 안했다.

 

, 그래도, 독일어!

독일어는 그래도 일단 기본적으로 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무슨 강동구청인가 에서 하는 무료방송으로 독일어 기초수강인가를 신청했다. 방송 내가 한 번 듣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아 베 체 데 .. 까지만 알고 접어버렸다.

 

그리고, 불어!

불어도 역시 그냥 기본이라도 발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저 사전도 구매해 두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구매한지 좀 오래되긴 했지. 10년도 넘었다. 아무튼. 올해였나 ... 불어 교재를 사버린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보겠다는 의지로, 분철서비스까지 신청했지! 물론, 먼지만 쌓이고 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니 어째서, 왜 때문에..나는 꾸준히 책을 읽고 꾸준히 글을 쓰고 꾸준히 좋아했던 사람을 좋아하면서 사는데, 그렇게나 꾸준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 어째서! 외국어에 있어서는 꾸준히가 발현이 안될까. 왜 일단 한번 푹- 찔러보고 뒤돌아설까. , 왜그러는가 나여.. 게다가 나는 외국어의 쓸모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단 말이다. 설사 쓸모가 그리 크지 않다 한들 교양 차원에서도 외국어는 너무나 완벽한 아이템이 아닌가!!!


















그래, 다 포기하고 영어, 영어 하나만 붙들고 살자. 영어도 못하면서 무슨 외국어야, 라는 생각을 나는 참으로 많이도 해왔는데, 그러나 왜 다른 외국어는 반드시 영어를 잘 한다음에 해야 한다는 이상하고 해괴망측한 생각이 드는 걸까. 영어. 영어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끝도없이 말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때는 제법 영어를 잘했던지라(아아, 찬란한 과거여...) 사회에 나와서 영어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첫 직장에 들어가 일주일에 세 번 가는 영어 학원을 동료 남자 직원하고 함께 등록하고서는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둘다 첫날 수업만 가고, 그 다음 수업 시간 때부터는 함께 퇴근해서 술집으로 향했다. 우린 미쳤어... 우리가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허구헌날 그 직원하고 둘이 술마시고 .. 하아. 무척이나 땀을 잘 흘리는 남자직원이었지. 같이 외근나가면 내 가방 안을 다 정리해주는 직원이었어. 대체 너는 가방에 왜 그렇게 쑤셔넣고 다니냐며...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둘이 술마시든가 다른 직원들 불러 같이 술마시든가, 하여간 허구헌날 술을 마시면서 영어 학원에 돈지랄을 한것이다...노팅힐 대본도 스프링분철로 사두었지. 아하하하하.구몬 영어도 했다가 밀려서 죄다 버렸었지... 방통대 영문학과 들어갔다가 반학기 다니고 자퇴했었다. 영어여, 영어, 영어란 무엇인가.....Orz





















"영어나 똑바로 하지" 하던 큰오빠의 말은 사실 틀리지 않았다. 업무로써 영어를 쓸 일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싶은데, 바로 그 이유로 더 잘하고 싶은 이유 또한 크지 않다. 세상에 재미있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영어가 많긴 하지만, 대체로 귀신같이 번역이 되어 있는 편이고, 어디 여행이라도 가서 영어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수준은 되니까.잡기는 커녕 손에 제대로 닿은 적도 없으나 영어를 이미 잡은 언어 취급하면서 그럼 다른 언어를 만나볼까 하며 이 언어 저 언어 기웃거리고 다녔다. 꼭 배우고 말겠다는 목적성이 약하고, 잘하면 좋지 싶은 정도라서, 번번이 입문과 초급 수준에서 뱅글뱅글 도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가서입 떨어지는 이 취미 아닌 취미를 앞으로도 꽤 오래 지속할 것 같다. (p.158)

 


내가 외국어를 못하는 까닭은, 조지영이 위의 문장에서 언급한대로, 어쩌면 뚜렷한 목적성이 없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잘하고 싶다는 뽕찬 마음만 있기 때문에 딱히 노력을 안하게 되는 것 같아.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까 또다시 이것저것 기웃거려 보고 싶어. 이쯤하고.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꼭지가 있다. 제목만 보자마자, '에피톤??' 했는데, 아니었다.

 

<바람이 분다> 처럼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오래전에 이자람이 불렀던 <Belle> 이라는 노래도 이따금 찾아 듣는다. 처음 듣자마자 이 노래의 정서가 프랑스 같다고 느꼈다(제목부터 그렇다). 가사 중 "그대가 너무나 아파요"라는 구절이 단박에 롤랑 바르트의 책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바르트는 이십대의 내가 열병처럼 애달프게 읽어 내려갔던 사랑의 단상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의 유명한 달낙이 바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J' ai mal a l'autre"인데(프랑스어 표기 어케 하는지 모르겠음:다락방),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그냥 비문이 돼버리는 이 문장이, 프랑스어로는 너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p.37)

 

 

아아,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는 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로 알고 있는데, 롤랑 바르트와 이자람... 이었던건가. 아아.




 

 





수줍게 넌 내게 고백했지
“내리는 벚꽃 지나 겨울이 올 때 까지
언제나 너와 같이 있고 싶어“

아마, 비 오던 여름날 밤이었을거야,
추워 입술이 파랗게 질린 나, 그리고 그대
내 손을 잡으며 입술을 맞추고
떨리던 나를 꼭 안아주던 그대
이제와 솔직히 입맞춤 보다 더
떨리던 나를 안아주던 그대의 품이 더 좋았어

내가 어떻게 해야 그대를 잊을 수 있을까
우리 헤어지게 된 날부터
내가 여기 살았었고, 그대가 내게 살았었던 날들

나 솔직히 무섭다
그대 없는 생활 어떻게 버틸지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생각할수록 자꾸만 미안했던 일이 떠올라
나 솔직히 무섭다
어제처럼 그대 있을 것만 같은데
하루에도 몇 번 그대 닮은 뒷모습에
가슴 주저앉는 이런 나를 어떻게 해야 하니

그댄 다 잊었겠지
내 귓가를 속삭이면서 사랑한다던 고백
그댄 알고 있을까?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또 얼마를 그리워해야 그댈 잊을 수 있을지

난 그대가 아프다
언제나 말없이 환히 웃던 모습
못난 내 성격에 너무도 착했던 그대를 만난건
정말이지 행운이었다 생각해
난 그대가 아프다
여리고 순해서 눈물도 많았었지
이렇게 힘든데, 이별을 말한 내가 이 정돈데
그대는 지금 얼마나 아플지...

나 그대가 아프다
나 그 사람이 미안해
나... 나 그 사람이 아프다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가 불어에서 나온 얘기라면, 독일어 부분에서는 독일 소설이 진지하고 재미없다고 조지영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아, 조지영 님이여, 새벽 세시요 새벽 세시. 그 책이 독일책이고 세상 재미있습니다!! 하고 속으로 부르짖고 있는데, 아아, 조지영 님이여... 새벽 세시 읽으셨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월이 한참 지나서, 독일에서 크게 히트했다던 소설책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고 왠지 웃음이 나왔다. 독일은 역시 산문의 나라인가? 남자와 여자가 만나지도 않고 기나긴 메일로 연정을 나누는 것이 꼭 <맨해튼의 선신>속 얀과 제니퍼를 연상시켰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 나라인가 보다. 말해도 말해도 못 알아들을까봐 말하고 또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기승전결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저렇게 결론을 내렸어. 너는 어떠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이렇게 주장해 …… 이런 얘기만 줄창 하고 있는 어떤 연애와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는 궁금해졌다. (p.50)


















동기가 무엇이든 반짝 하는 순간 '아아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외국어에 대해 흥미가 막 돋아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샹송을 불러보고 싶어서 불어를 할 수 있고 새벽 세시를 원서로 읽어보고 싶어서 독일어를 하고 싶어질 수도 있고.

 

지금 내가 외국어를 해보고 싶다고 사전 오래전부터 마련해두고 교재도 사서 쌓아두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긴 하지만, 혹여라도 내가 외국에서 살게 된다면, 그 때는 반드시 필요에 의해 그 외국어를 익혀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난 또 엄청 잘할거야. 나는 이 나라가 아닌 곳에서 당분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 언젠가는 얼마만큼이라도 꼭 살게 될텐데, 그럴 때 외국어 공부는 또 스트레스겠지. 면허도 있어야할지 모르지만, 나는 면허를 따놓고 이 나라에서도 운전하지 않는 사람이라, 어쩌면 외국에서도 늘상 대중교통만 이용하며 조금은 느리고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생의 어느 한 부분은 낯선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 낯선 나라에서 남은 평생을 살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한 발은 언제나 이 땅에 두겠지만, 나는 여기를 이곳에 두고 갈 순 없겠지만,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다.

 

얼마전에 만난 외사촌 여동생에게도 외국어를 공부해두는 게 좋을거라고 얘기했었다. 직장생활이야 전공과 다르게 펼쳐질 수 있는 것이고 뭐가 됐든 하면 되겠지만, 결국 '내 것'일 수 있는 건 내 실력, 내 외국어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나라 언어로 쓰여진 언어라면 그 나라 언어로 읽는 것도 꽤 매력적인 일일테고. 무엇보다 '나 자신만의 능력'이라는 면에서 외국어는 으뜸이 아닌가 싶다. 이래봤자 나는 못하지만...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게으름..게으름이 문제인가? 내가 그렇게 게으른 사람은 아닌데...

 

아무튼, 아무튼 외국어를 읽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무튼 시리즈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외국어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하나만 읽어보고 싶다면, 외국어를 읽는 게 좋을 것 같고. 사실 어떤 아무튼은 '이게 뭥믜..' 이렇게 되기 땜시롱 .....



집에 가면 사전 먼지 좀 털어줘야겠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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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9-08-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크크 다락방님 귀여워요

다락방 2019-08-02 10:20   좋아요 1 | URL
제가 항상 수연님의 외국어 공부 페이퍼를 보면서, 아아, 나는 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하는가... 스스로를 원망하곤 합니다. 그래놓고 또 아무것도 안하고 사전에 먼지만 쌓이죠.. 사람 안변하나봅니다...

수이 2019-08-02 10:30   좋아요 0 | URL
저야 그냥 재미로 슬렁슬렁 하는 거라서 다락방님이 생각하시는 그렇게까지 열심히는 못해요. 확실히 책은 덜 읽긴 하지만. 아무튼 중에서 외국어가 제일 좋았어요, 저는. 아 저도. 그냥 나 같은 사람이 여기에도 또 있구나 하고. 하나만 잘 하면 좋을 텐데 왜 하나에만 열중하지 못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세상에 하나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거 조금 건드리고 저거 조금 건드리면서 사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 그런 거 같아요. 새벽 세시 원서 읽기는 해보고 싶어지네요 후후, 버지니아 울프 언니 스페인어로 읽겠다고 울프 언니 스페인어 소설도 사고 그랬는데 이것도 병인 거 같아요. 그리고 변해요 사람, 다락방님. 아직 외국어에 폭 빠지는 계기를 못 만난 거 뿐이지.

다락방 2019-08-02 10:58   좋아요 0 | URL
저는 영어 원서 책 읽고 싶어서 방통대 영문과 들어갔던 거였거든요. 역시나 공부 안해서 학점 다 못따는 저를 보면서 아아 관두자.. 했어요. 머릿속에는 ‘외국어 잘하는 멋진 나!‘가 있는데, 이렇게 되기 위한 노력을 정말이지 전혀 하지 않네요. 외국어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 저는 사전만 사뒀지 건드리지도 않고 있잖아요. 후훗. 그래도 계속 해야지 해야지 생각하다보면 언젠가는 정말로 하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도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다면 좋을것 같아요. 공부는 그 자체로도 참 좋으니깐요.

수이 2019-08-02 11:27   좋아요 0 | URL
나중에 여유롭게 공부하실 날이 올 거 같아요. 그때 많이 즐기시면 좋을듯해요. 공부는 그 자체로도 참 좋으니깐_ 저릿저릿.

다락방 2019-08-02 11:33   좋아요 1 | URL
네, 수연님.
공부는 그 자체로 좋으니까, 꼭 외국어가 아니라도 그게 뭐든, 우리 계속계속 공부하면서 늙어가기로 해요!
:)

책읽는나무 2019-08-02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무튼 시리즈 중 외국어 이 책 참 좋았어요.
아무튼 피트니스랑 외국어를 먼저 접하고 좋아서 시리즈를 눈에 띄는대로 읽곤 있는데 그래도 저 두 권이 가장 좋았고,작가의 의지를 닮고 싶어 운동 깨작깨작 하고~~외국어 공부하려 준비만 계속 계속!!!!
2년 전 사다놓은 일본어랑 중국어 첫걸음 책 중 중국어는 아직 뜯지도 않았는데 색이 바래져 있더라는~ㅋㅋ
아시아쪽을 벗어나 유럽쪽을?? 생각하던 중 얼마전 베트남을 다녀와선 문득 베트남어를 배워보고 싶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늘 생각만 하기 대장인데...다락방님 사진 중 사전책장을 보니 음~~~사전부터 사다 놓는게 진정한 준비 아닌가?큰 깨달음을 주시는군요^^

다락방 2019-08-02 14:24   좋아요 0 | URL
아아.. 우리는 모두 외국어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까! 책나무님도 일본어, 중국어 첫걸음 책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첫걸음이란 무엇인가... ㅎㅎㅎㅎㅎ 저는 사전에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보지도 않고 먼지만 쌓이는데 여기에 또 베트남어 사전을 추가하려고 하니, 저라는 인간도 참 답없구나 싶어요. 외국어 잘하고 싶은 로망은 그러나 좀처럼 사그라들질 않아요. 노력은 하기싫고. 아아 이기적인 마음 ㅋㅋㅋㅋㅋ

언젠가는 책나무님도 저도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되어서(!!!!!!!!!!!!!!!!!!!!!!!!!!!!!!) 이곳에서 외국어 잘 익히는 방법..같은 것에 대해 얘기하도록 합시다. 화이팅!!

얼음장수 2019-08-0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글에 주제가 한 다섯 개는 되는 것 같아요. 여름은 블록버스터 시즌이니까요.ㅎㅎ
글 보니까 교토 가서 밤에 카타카나 외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간판이 너무너무 읽고 싶어 미치겠는데, 대부분 카타카나로 적혀 있어서, 밤에 숙소에 와서 1시간씩 외웠지 뭐에요.(카타카나 생긴 건 또 왜 그렇게 다 비슷한지.)
그리고 나서 자전거 타고 길거리 다니면서 간판 읽기 연습하면서 혼자 실실거렸던 추억이 떠올라서... 아, 아무튼 이 <아무튼, x> 시리즈를 저도 읽어갸 겠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9-08-02 14: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사실 주제가 없다면 없는 글을 쓰고 있다면 많은 글을 쓰고.. 에..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얼음장수님 엄청 근사한 시간을 보내셨었네요? 간판을 읽고 싶어 부랴부랴 익히고 나가서 그 글자들을 확인하는 시간이라니. 와.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혼자 실실거릴만 합니다, 얼음장수님.
확실히 노력해서 뭔가 성취하는 건 대단한 뿌듯함을 주는 것 같아요.


아무튼 시리즈는 다 좋은 건 아니라서요. 일단 확실하게 외국어, 피트니스 정도는 읽어도 좋습니다. 으하하하.

현재 기온이 34도에요. 잘 지내고 계십니까, 이 더위에!

감은빛 2019-08-0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책을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아직 손도 못 댔어요.
말씀처럼 뭔가 계기가 생기면 재미있게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비록 쓸 일이 없더라도 이런저런 다양한 언어를 조금씩 알고 있는게 재밌을 것 같아서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논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스마트폰 앱 중에 Drops 와 Mondly 라는 앱으로 전세계 여러 나라 언어를 비슷한 체계로 조금씩 익혀볼 수 있어요.
그냥 맛보기로 쉬엄쉬엄 보는 건 무료로도 가능하고,
좀 각잡고 보고 싶어지면 유료 결제해야 하는데, 그렇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폰으로 하루 5~15분 정도 들여다본다고 생각하면 재밌어요.

다락방 2019-08-02 14:48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앱은 어떤건지 한 번 살펴봐야겠어요. 그런데 저는 사실 앱보다는 사전과 책을 선호하기는 합니다. 뭐랄까 엣날방식이 저는 좋더라고요. 물론 네이버에 단어 넣고 검색하면 순식간이지만, 사전 넘기는 재미.. 같은 게 있지 않나요? 여전히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보는 것처럼요. 그래도 외국어 익히는 것은 오랜 로망이고 또 제 생각과는 달리 제가 앱이 확 적응해버릴 수도 있으니 살펴봐야겠어요. 저는 영어, 스페인어, 독어, 불어..를 하고 싶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위에 수연 님이나 감은빛 님처럼 여러 외국어를 재미삼아 조금씩 익혀두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사는 게 뭐가 그리 바쁘다고 ㅠㅠ

단발머리 2019-08-0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았어요. 이북으로 사서 읽었는데, 오디오북으로 다시 한 번 들으려고요.
다락방님의 주옥같은 문장이 하나같이 다 내 이야기여서 고민이 되네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젠가 저를 가슴뛰게 하는 외국어를 똭! 만날 일이 있을까요? 아.... 그런 날이 올까요?

다락방 2019-08-02 16:31   좋아요 0 | URL
고작 다섯권 읽긴 했지만 제가 읽은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제일 좋았어요. 문체도 차분하고 좋더라고요. 게다가 외국어에 대한 로망이 저와 같아서.. 하하.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저보다 훨씬 나은 실행력을 보입니다만!

저도 진짜 어떤 외국어든 하나 모국어만큼 하고 싶어요. 아니 그건 너무 큰 욕심이고, 읽는 게 가능해졌으면 좋겠어요. 읽고 해석하는 거요. 지금은 베트남어... 베트남 가서 쌀국수집 간판과 메뉴 읽고 싶어요.... 베트남어 사전 사야겠어요...........

나와같다면 2019-08-02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사 Elite 영한사전. 중학교 들어갈 때 선물 받았던. 여기서 다시 보니 뭉클하네요

다락방 2019-08-02 19:42   좋아요 0 | URL
네 저 영어사전은 매우 오래된 것입니다!!!! 제 남동생이 중학교따 보던 것 같은데... 그러면 대체 얼마나 된건지.... 아무튼 그러합니다!!!!! ㅎㅎ
 
비욘드 앵거 - 분노 폭탄을 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
토머스 J. 하빈 지음, 김소정 옮김 / 교양인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내 주변에는 화내고 소리지르는 게 주특기인 남자들이 있다. 그게 그렇게 화가 나? 라고 되물을 정도로 분노로 똘똘 뭉쳐있다. 목소리가 커야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목소리가 크다. 목소리가 크면서 소리도 잘 질러. 화를 내고 소리지르고 욕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그것이 분노 조절 장애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열등감이나 자존감 낮음을 감추기 위한 거란 생각이 든다. 정말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 거라면, 자신이 소리지르고 욕하는 상대를 고를 리 없으니까. 자기가 그렇게 소리 질러도 어쩔 수 업이 자기를 계속 보아줄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런 사람만을 골라 소리지르고 욕을 하고 화를 내는데, 그것이 어떻게 분노 조절이 안되는 거라 할 수 있는가. 누구보다 잘,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일테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나는 화를 잘 내고 소리를 잘 지르는 사람이 너무 싫다. 머리 끝까지 스트레스가 차올라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아웃시키고 싶지만 밥을 먹고 살려면 내 영혼의 한 부분을 일부 뚝 떼어내어 견디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설사 여기의 이 폭탄을 피한다고 해도 다른 데 가면 폭탄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세상에 남자는 절반이고 그들 대부분은 분노에 가득 차 있으니까.



이 책에서 저자도 얘기하지만, 특히나 남자들은 여자를 통제하려고 한다. 자신의 가족과 여자친구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하려 하고 감싸주려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남자들의 본능 자체가 여자보다 폭력적이라고 하는데, 하하하하하, 정말 그럴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건 그냥 남자들이 만들어낸 문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버지가, 선생님이, 직장 상사가, 학교 선배가, 군대 선임이 계속 때리고 학대하는 모습을 보아온 남성이라면, 자신 역시 그러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잖은가. 책에서 저자도 지적하지만, 대중문화에서도 폭력적인 남자를 미화하는데, 온통 폭력적인 남자들만 보고 자란 남자들이 스스로 폭력을 자신 안에 담게 되는 건 도리가 없잖은가. 잘못했으니 맞는 거다, 를 받아들인 피해자는 결국 잘못했으니 맞아야지, 라며 학대하는 가해자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 역시 분노로 가득차 있었으며 그로 인해 아내와 사이도 좋지 않은 결혼생활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다 자신의 성향을 고쳐갔고 아내로부터도 같이 사는게 훨씬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는데, 자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이 세상에 분노로 가득찬 남자들에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그러한 성향을 고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주고자 한다. 물론 더 깊게 들어가면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하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이 책의 모든 사항들은 상당히 쓸모 있고 유의미하다. 게다가 저자는 분노로 인해 폭력적이 된 남자와 같이 사는 여자들에게도 말한다. 여자들의 잘못이 아니니 그 옆에 있으면서 남자 고치려 하지 말라고, 그 남자를 고치는 건 여자가 할 일이 아니라 남자 자신이 해내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 떠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운동의 쓸모였다. 물론 익히 잘 알고 있는 사항이긴 하지만, 운동은 분노를 다스리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고 우울증에도 역시 그러하다. 우울해 죽겠는데 나가서 뛸 생각이 어디 들겠느냐마는, 평소에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둔다면 우울증과 수시로 분노하게 되는 감정들의 에너지를 다른 데로 분산시킬 수가 있다. 어제 친구를 만나 양꼬치에 소주를 마시면서 이 책 얘기를 덧붙여, 친구에게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뭐가 됐든 이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요즘 사람들 많이 뛰던데 나가서 뛰라고, 그것이 결국은 너를 지탱해줄거라고. 뭐, 꼬박꼬박 요가를 다닌 지 2년 째 되는 내가 건방지게도 그런 조언을 친구에게 한 것이다. 하하.




남자들의 문제 그리고 사회에서 남자를 대하는 문제도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지 성의있게 쓴 책이긴 하지만, 그러나 실제로 분노에 가득차서 매사 소리지르고 화내는 남자들이 이 책을 과연 보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안보겠지..화내느라 소리지르느라 미치겠지. 세상이 나를 무시하고 세상이 내 뜻대로 안된다는 것에 에너지를 쏟느라, '나는 뭔가 남들보다 더 화를 잘 내는 것같다'라는 인식 자체도 못할 것이고 설사 인식한다 해도 '이걸 고치고 싶다' 까지 나아가질 않겠지. 거기까지 나아간들 '책을 한 권 볼까, 이런 나를 고칠 수 있을지' 까지 생각이나 할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는 분노한 남자들이 책으로 약간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데까지 과연 생각하기나 할지.


글쎄, 잘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돈 존》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분노하는 남자, 포르노그래피에 중독된 남자에 딱 맞는 케이스가 그 영화의 남자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이다.





어째서 남자의 분노에 관한 책이 필요할까? 분노는 어쨌거나 분노일 뿐 아닌가?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남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여자와 다르다.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와 달리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조절할 의지가 크지 않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것이 옳든 옳지 않든지 간에 이미 그렇게 상황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가 훨씬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한, 분노한 남자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 P18

어떤 부류의 경험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어휘들을 알지 못하면, 그런 경험을 다루는 법을 알아내기가 훨씬 어렵다. 장식장을 만드는 목수가 나무를 묘사하는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신이 구사하는 나무에 관한 어휘들 덕분에 목수는 자기 인생에서 나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나무를 설명할 수 있다. 자유로운 언어 구사력 덕분에 나무들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 훨씬 깊이 나무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묘한 감정을 구사하는 어휘는 감정을 경험하는 일에 영향을 끼친다. 많은 남자들이 감정적으로 마비되어 있는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정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묘사하는 어휘력이 발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 P94

따라서 감정을 경험하는 일도 적고 감정을 처리하는 일에도 서투르다. 실제로 많은 남자들, 특히 화가 난 남자들이 유일하게 표출하는 감정은 분노와 성욕뿐인 것 같다. - P94

화가 난 남자들은 어디서 감정에 관해 배울까? 바로 대중 문화를 보면서 배운다. 거기서 무엇을 배울까? 난폭함, 경쟁심, (잘못된) 성적 기교를 배운다.
영화를 한번 살펴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남자들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공격적이고 오만하다. 그들은 악당을 물리치고 여자를 황홀하게 만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남성상이 있을까? 이와 완벽하게 반대인 모습도 있다. 시트콤 <앤디 그리피스 쇼>에 나오는 보안관 바니 파이프, 스탠 로럴과 우디 앨렌이 연기하는 조롱받고 비웃음을 당하는 따분한 남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작품에서 이들은 성적으로 혼란을 겪는 멍청한 실패자이다.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 남자 주인공은 오만하고 공격적이지만, 만나는 모든 여성에게 굉장한 오르가슴을 하룻밤에 수차례 느끼게 해줄 능력이 있다. - P97

화가 난 남자들이 자기 삶에 존재하는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은 결국 그들 자신에게 고통과 슬픔, 죄책감을 가져다준다. 어머니부터 여자 형제, 여자 친구와 아내에 이르기까지 화가 난 남자들은 주로 여자들을 공격한다. 대체로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 힘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남자들은 제멋대로 세상을 휘둘러 왔다. 왜냐하면 남자가 여자보다 몸집이 크고 힘도 세서 여자를 강제로 복종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적으로 학대했을 뿐 아니라 정치, 종교 같은 모든 모든 권력 제도에도 성차별이 존재하도록 만들어놓았다.
화가 난 남자들 다수가 주로 여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여자들이 남자의 행동을 참고 견딜 때가 많다는 데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여자들은 대체로 남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참고 인내하며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 - P104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도 남자들은 여자들을 다방면으로 통제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아이를 더 능숙하게 기를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여자들은 직장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자 상사와는 함께 일하기 싫다고 투덜댄다. 고위 군 장성부터 기업체 간부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은 비슷한 이유를 들어 모든 공공 기관에서 여자들이 고위 간부직에 오르는 일을 방해한다.
여자를 만날 때마다 자기 마음이 편하려고 상대를 통제하려고 든다면, 결국 그 관계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상대를 통제하다 보면, 결국 상대방이 정말로 원해서 내 곁에 머무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를 칭찬할 때도,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도,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해도 남자는 늘 여자의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필요해서 심은 통제라는 씨앗이 훗날 의심과 의혹이라는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 P109

일단 한 번이라도 폭력을 쓰게 되면 아주 획기적인 계기가 생겨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다시 폭력을 쓰게 된다. 과거의 폭력은 미래의 폭력을 예측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변수이다. 더구나 거친 논쟁은 폭력을 부르는 전조이다. 만약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자주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태도를 바꾸어야만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폭력을 쓰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P122

《오즈의 마법사》에서 겁쟁이 사자가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면서 흐느껴 울었다. "누가 내 꼬리를 잡아당겼어." 그러자 허수아비가 ‘네 꼬리를 잡아당긴 것은 사자 너‘라고 알려주었다. 이게 바로 화가 난 많은 남자들이 놓인 상황이다. 화가 난 남자들은 살면서 자신이 겪는 고통과 괴로움은 거의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거쳐야 하는 다음 단계는 스스로 자기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자기 꼬리를 그만 잡아당기자. - P138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내가 당신을 도발하는 말을 했기 때문에 화를 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분노에 가득 찬 반응은 분노를 어뜨리는 현재 상황과 별로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 터뜨리는 분노는 현재 무슨 일이 있건 간에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나 직전의 사건에 영향을 받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분노를 터뜨리는 순간에 진행중인 사건은 분노의 진짜 원인이 아닐 때가 많다. - P152

화가 난 남자들의 경우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믿는 성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성향과 맞물려 훨씬 심각해진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화가 난 남자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믿을 때가 많다. 이런 남자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안다고 믿으면 그 사람이 자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가정하게 된다. 쓸모없는 정보가 입력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실제 생각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자기 혼자 믿는 것을 근거로 삼아 사람들에게 반응하면, 결국 약간의 타당한 이유만 생겨도 스스로 크게 상처받고 화가 날 것이다. 쓸모없는 정보로 인해 쓸모없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 P160

제프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독심술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즉시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의 견해는 무엇인지 직접 물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당신의 물음에 대답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확증하는 듯한 말이 조금 나오자마자 상대방의 말을 끊어버리는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안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게 해줄 말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내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물어봐야 하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말해줘야 한다. - P162

분노를 조절하려면 다른 사람이 당신이 하는 일이나 당신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을 개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고른 넥타이나 당신의 정치적 견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틀렸다거나 바보라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방어 태세는 취하지 말자. - P196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을 하면 점점 더 화가 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행동이 감정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우리가 흔히 믿는 것과 다르다. 우리는 대부분 화가 나기 때문에 화내는 행동을 한다고 믿는다. 물론 맞는 이야기이지만,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을 하면 더 화가 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논쟁을 하는 동안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고 탁자를 손으로 내려치면 그런 행동을 하기 전보다 훨신 더 화가 난다. 그러니 이제 이 흐름을 바꿔보자. - P201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해야 한다. 결혼 생활과 인간관계가 예전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상담을 받거나, 아내를 좀 더 인정해주거나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저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항상 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았다면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P222

삶을 통제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통제해야 한다. 늘 소파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을 하고 건강해져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우울증, 불안, 분노가 줄어든다. 자제력도 자존감도 높아진다. 신체가 건강해지면 정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 P222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자기 통제의 문제이다. 특히 자제력의 문제이다. 여자를 때릴 때 자제력을 잃는 이유는 여자가 손쉬운 표적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조차 내팽개치고 덤비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자는 절대로 상사나 경찰이나 자기보다 몸집이 큰 남자를 때리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 위험한 상대여서 자기가 다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폭력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남성은 여성을 통제하려고, 논쟁에서 이기려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폭력을 쓴다. 하지만 남자에게 그럴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권리와 기회를 누려야 하고, 남자처럼 폭력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한다. 논쟁을 끝내려고 폭력을 쓰는 것은 자제력이 없고, 자기에게 찬성하지 않는 사람을 공정하게 대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자기가 폭력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 P237

화난 남자들은 아이들이 어른들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물리적 폭력을 써서 문제를 잠재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좌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폭력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또 다른 화난 남자로 키우는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배우란 말이야."라는 요구는 정말 터무니없다.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와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그러니 부모에게는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행동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자제할 줄 아는 남자는 좌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보여준다. 일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고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다른 방법을 써서 다시 한번 노력해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다. - P240

‘자유 연애‘ 시대가 온 뒤로 자기 욕망을 억제하거나 잔뜩 긴장한 상태는 나쁘게 여겨졌다. 사람들은 ‘긴장을 풀라‘거나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억제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따라서 기본적인 충동을 억제해야 할 때가 많다. 친구의 아내와 섹스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할 수는 없잖은가. 가게에서 탄산음료를 훔쳐 나오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훔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가 당신을 미친 듯이 화나게 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함부로 때릴 수는 없는 법이다. - P250

우울하고 화까지 난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고립시킨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보이려는 시도는 화난 남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들은 그저 혼자 있고 싶어한다. 가능하면 사람들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고립은 우울증을 한층 더 악화시킨다. 그 이유는 터무니없게도 자기가 우울해서 사람들을 피하고 있으면서도 왠지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고 자기와 함께 있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람들을 피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당연히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이는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 않고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생각으로 이끌어 더욱더 심한 우울과 분노에 빠지게 한다. - P259

화가 난 많은 남자들이 삶의 다른 영역에서 겪은 불만족과 불행을 성생활에서 보상받으려고 한다. 당신은 형편없는 직업에 아이들은 예의 없고 머리도 벗겨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화난 남자들은 적어도 암묵적으로는 섹스를 자주 해야 하고(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섹스는 놀라울 정도로 근사해서 섹스가 끝난 뒤에는 두 사람 모두 반쯤 넋이 나간 황홀감에 휩싸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인생처럼 섹스도 엄청나게 근사할 때가 있으면 그저 그럴 때도 있는 법이다. 성생활이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모든 감정의 달걀들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매일 같은 음식만 먹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인생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일이 섹스밖에 없다면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활동도 찾아봐야 한다. - P285

가능한 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해야‘만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들도 있다. 가능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섹스 외에는 아무런 기쁨도 없는 황량한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절제하게 섹스를 하면 성병에 걸릴 수도 있고, 대체적으로 남자들이 찾고자 하는 즐거움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아무 의미 없이 여러 사람과 하는 섹스로는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싶은 욕구를 조금도 채우지 못한다. 자신을 입증하는 문제와 섹스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섹스로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는 욕구는 사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아주 낮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불안을 감추려고 남성성을 계속 확인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밖에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결국 계속 좌절하고 불행할 수박에 없을 것이다. - P287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남자들이 그 원인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성 중독‘일 때가 많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혼외정사를 한다. 포르노그래피를 만이 보고 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에도 자주 간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이 세상에 ‘성 중독‘은 없다. 성 중독이라는 말은 무책임하게 섹스를 하는 남자들이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려고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같은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자신이 ‘성 중독‘ 이라고 말함으로써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난 책임 없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 책임이다. 언제 누구와 함께 섹스를 할 것인지는 당신이 한 선택이다. 그 선택은 중독과 아무 상관이 없다. - P287

혼외정사는 잘못이다. 솔직하게 밝힐 수 없다면 옳은 일이 아니다. 결혼 서약을 깨뜨리는 일이며, 아내를 속이는 일이다. 혼외정사라는 기만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 P288

질투는 사랑의 증거가 아니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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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도서는, 앞서 공지했던 대로, 『시녀 이야기』와 『허랜드』


중 택일해 한 권입니다. 물론, 두 권 다 읽으셔도 됩니다. 당근!


저는 일단 두 권 다 도전해볼 생각인데, 뜻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숑-



자, 여러분 7월 도서 잘들 읽고 계십니까. 저는 완독했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쓱으쓱)


8월은 좀 쉬어가는 의미로 소설을 읽도록 합시다. 그리고 9월부터 다시 또 열심히 달려봅시다.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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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9-07-3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시녀이야기네요 ㅎㅎㅎ
여름인데... 읽다보면 열불 터지실텐데...^^;;


카스피 2019-07-30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시녀이야기는 읽어 보았는데 허랜드는 아직 못 읽어 봤네요^^;;

비연 2019-07-3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시녀이야기 사두었어요. 8월에 읽을게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이상의 도서관 41
고정갑희 외 지음, 한정숙 엮음 / 한길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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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도 다 읽었다. 만세!! 나는 짱이야!! 한다면 한다!!!!!!!! 내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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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3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장면 곱배기를 허하노라~

단발머리 2019-07-30 12:39   좋아요 0 | URL
짜장면 곱배기랑 으쓱으쓱 부럽습니다!!!

블랙겟타 2019-07-3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위는 없지만) 2019상반기결산 ‘밀리지 않고 꾸준히 읽었어요‘ 상 드릴께요 ㅋㅋ
✧ヾ(❀╹◡╹)ノ゙♡
곱빼기 얼마든지 드세효!!

다락방 2019-07-31 14:08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짱인것 같아요. 제가 저한테 또 반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08-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 짱짱걸! 저도 거의 다 읽어가용 ㅋㅋ 오늘 일끝나면 별표달 수 있을 거같아욥

다락방 2019-08-01 17:31   좋아요 0 | URL
오오, 쟝쟝님 짱이네요. 그래요, 열심히 달려요! >.<

공쟝쟝 2019-08-01 17:38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든 7월이었어요. 8월이 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ㅋㅋ 얼른 책 다 읽어버리고, 락방님 글 너무 읽고 싶어요 ㅠㅠ 콜론타이 만세~!

공쟝쟝 2019-08-0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다 읽고 일단 총평 페이퍼썼어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멋지게 시녀이야기 구입 ㅋㅋㅋ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콜!론!타!이!
















콜론타이는 성적 욕망의 자연스러운 성격을 인정하는데, 전제로 가져오는 것이 베벨의 성적 욕구에 대한 사상이다.



베벨은 『여성과 사회주의』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이 가진 모든 자연적 충동(Naturtrieb)가운데,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욕을 제외한다면 성적 충동(Geschlechtstrieb)이 가장 강력하다. 종족보존의 충동은 "삶을 향한 의지"의 가장 강력한 표현이다. 이 충동은 정상적으로 발달한 익나존재라면 누구에게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복지를 위해 불가결하다." 베벨은 성욕을 죄악시하는 기독교 교회의 전통에 맞서 그것의 자연스러운 성격을 인정했다. (p.248-249)



콜론타이에 앞서 이 책에 실린 베벨에 대해서도 읽었었지만, 이 부분을 읽고서야 갑자기


베벨? 성적자유? 그렇다면..... 그 암소??


이렇게 떠올리게 되었는데, 오래전에 내가 페이퍼로 베벨이 암소의 교미장면 보고 여자사람친구와 나눴던 대화를 올린 게 생각난거다. 그거 베벨 아니었나? 그래서 그걸 확인하려고 하는데, 대체 그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 생각이 안나. 자본주의 넣어서 검색하고 경제 넣어서 검색하고 베벨 넣어서 검색하다가, 아아, 드디어 찾았다. 이 책의 이 구절이었다.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소스타인 베블런, p,340)





하하하하하하하하 베벨이 아니라 베블런이었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베벨, 베블럿, 뭐 헷갈릴만하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그러니까 성적욕망 자연스러운 것..이런 거 얘기하니까 갑자기 소 생각 났잖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물론, 소랑 하면 안됩니다, 베블런이여... 베벨도 마찬가지. 그냥 인간 남자들아, 소랑 하면 안된다. 소는 너에게 동의를 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케?

소를 강간하지 마시오.

모든 동물을 강간하지 마시오.



어제, 최근에 인기였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의 짧은 영상을 보았다.

극중 송가경(전혜진)은 재벌집 며느리인데, 시어머니의 종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그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남편인 오진우(지승현)와 이혼을 하게 되는데, 당장 시어머니의 집에서 나오니 갈 데가 없는거라. 남편은 자신이 가끔 들렀던 집에 그녀를 데려가서는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고 말했다. 이 집에는 나와 가끔 일 봐주는 도우미 아주머니만 들어올 수 있었다, 라고 하면서. 송가경은 남편에게 '집을 구할때까지만' 여기 있겠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나갈테니 너가 여기서 지내' 라고 말한다. 불행과 고통이 가득한 결혼생활을 둘이 함께 살았던지라, 송가경은 남편에게 '너에게 위자료 받을 생각 없다'고 말하는데, 남편은 이것은 처음부터 너 주고 싶어서 산 거였고, 이만큼은 하게 해달라, 고 말하는 거다. 그렇게 모든 살림이 갖춰진 좋은 아파트를 송가경은 남편으로부터 받는다.


물론 송가경이 그간 살아온 그 종같은, 노예 같은 삶에 있어서 그 집 하나로 퉁쳐질 수 있겠느냐마는, 위자료는 그녀를 종처럼 부렸던 시어머니에게 받을 것이고, 그간 자신을 물질적으로 지원해줬던 남편에게 또 이렇게 집을 받게 되다니, 와, 역시 부자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 남자라면 집을 사두고서 '어차피 너 주려고 샀어'가 되는 거였냐.... 대박...... 나는 내 돈으로 작은, 아주 작은 집을 사두었고, 그마저도 대출금 갚느라 허덕였었는데... 인생......


왜 나에게는 부자 남친이 없었나. 어째서 나는 간신히 자기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남자들과만 연애했나. 그것은, 나 역시 그러한 사람이기 때문인가. 물질적으로 풍부한 사람이 물질적으로 나를 지원해준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일전에 칠봉이와 연애하던 시절에 칠봉이는 가끔 주식투자를 했는데, 어느 날은 크게 이익을 봤다며, '너 이제 고생은 그만하고 쓰고 싶은 글이나 쓰면서 살아' 라고 했었더랬다. 그 달콤한 말에 취한지 며칠도 안되어 칠봉이는 크게 손해를 봤다며, '너 계속 회사 다니면서 돈 벌어야겠다' 라고 했었지... 이것이 현실의 연애 아니던가. 대체 경제적 지원이란 무엇인가, 그게 가능하긴 한것인가. 내 살아생전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인가... 엥겔스가 마르크스에게 그러했듯이.....




절친한 친구이자 그 이상이었던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사상적 동료이자 혁명동지였고, 문필가와 스폰서의 관계였다. 엥겔스는 매우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스폰서여서 마르크스의 저술과 사상, 혁명이론의 확립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쏟아 부었을 뿐 아니라, 혁명이론의 확산에 누를 끼칠만한 마르크스의 약점들이 적대세력에 의해 이용되지 않도록 온몸을 던져 희생했다. 마르크스에 대한 엥겔스의 희생적인 태도는 오랫동안 일종의 '불가사의'로서, 또는 '혁명적 동지애'로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만, 엥겔스를 마르크스 사상의 성실한 스폰서로 이해한다면 그렇게 불가사의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엥겔스는 자신의 꿈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직접 수행할 수 없었던 작업을 마르크스에게 위임했고 마르크스가 그것을 잘 해내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격려했으며, 대화와 조언뿐 아니라 독촉도 하고, 적대세력을 제거해주기도 했다. (p.184)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지는 않았어도 엥겔스가 마르크스를 후원했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정도로 유명한 일인데, 어제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또 진심 부러웠다. 나도 누군가 후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가족들 역시 돌보고 후원했으며, 심지어 마르크스가 가사도우미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입적하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대체..뭐하는 인물이여... 돈도 엥겔스가 줘, 가사도우미랑 아이 낳고 책임도 안져... (절레절레)


물질적인 지원도 지원이지만, 적대세력을 제거해주기까지 하다니... 와... 이건 진짜 짱이잖아. 적대세력은 어떻게 제거했지? 아무튼 적대세력 제거라니, 너무 대단한 것이다. 대체 이렇게 적대세력까지 제거해줄 사람이 세상에 어디있나. 내 주변에는 나를 대신해 나의 적대세력을 물리쳐줄 사람이 누가 있나... 없다. 나는 혼자다. 나는 오로지 나 혼자 싸워야해.



물질적인 후원 너무 부럽다. 물론 적대세력 제거도 너무 부럽고. 그러나 내가 일전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보고도 얘기했듯이, 후원만 받고 사는 것으로 인생에 만족하고 있으면 안된다. 물질적 지원은 누구나 받을 수 없는, 아주 운 좋은 케이스의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내 평생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해. 아나스타샤가 반드시 자신의 일을 찾아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레이만 보고 있으면 안돼. 사랑이란 감정도 있다 없어지기도 하고 또 대상이 옮겨지기도 한다. 돈이란 것 역시 있다가 없어지기도 해. 칠봉이를 봐라. 오늘은 나더러 글만 쓰라고 해놓고 다음날엔 나더러 돈벌라고 하잖아? 우리는 타인의 지원을 받는다면 감사하며 잘 받아야겠지만, 그러나 내가 독립적으로 돈을 벌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레이가 옷장에 옷 가득 쌓아두고 아무거나 골라 입어, 라고 하면 오 땡큐 하고 골라입으면 즐겁겠지만, 그러나 내가 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어느날 그레이가 다른 여자에게 옷을 선물할지도 모르고 그레이가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레이가 사기를 당해서 돈이 없을 수도 있어. 그런데 내게 있는 것은 오직 그레이의 지원 뿐이었다면, 나 역시 그레이랑 같이 진창으로 빠지는 것이여. 내가 그레이에게 구속되지 않고, 그레이가 나를 쥐고 휘두를 힘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레이에게 권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돈을 벌어야 한다, 아나스타샤여... 그래서 그레이가 빡치게 하면, 두려움 없이, 겁냄 없이, 이 새끼야 헤어지자, 하고 뒤돌아 뚜벅뚜벅 힘차게 걸어나올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 돈을 믿어서도 안돼.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고 사람은 누구나 변심할 수 있어. 인간은 불완전하며 불안정한 존재이므로 지원 받는 것에서 만족해 이대로 스톱하지 말고, 자기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돈을 벌자!! 내가 쓸 돈은 내가 벌고, 저축도 하고!!!!!!!!!! 그레이 따위 애초에 나에게 없어도 내가 먹고살 수 있도록!!!!!!!!!!!!!!!!!!! 그러다 물심양면 지원해줄게 하는 그레이가 나타나면 즐겁게 지원을 받되, 내가 내 돈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외국어를 하자, 외국어를!!



외국어..

나의 풀지 못할 숙제.... 쓰읍-




어제는 엥겔스가 마르크스를 물심양면 지원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읽으면서 개부러웠다. 하아- 나는 책 5만원어치 사면서 중고 하나 끼워넣으려고 애쓰고(마일리지 2천점), 쿠폰 쓰려고 하는데, 며칠전에 한 박스 샀으니까 오늘 한 박스 사고 싶은 거 꾹 참고 여기서 한 권, 저기서 한 권... 이렇게 주문하는데, 그런데 엥겔스같은 친구 있으면, 지승현 같은 전남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장바구니 다 털어줄게, 할 수 있을텐데........ 나한테 악플달리면 다 제거해주고...........  하아- 그렇제만 엥겔스는 죽었고 송가경도 지승현의 지원을 계속 받는 대신 사라지는 걸 택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곳, 추구해야 할 것은, 내 스스로 당당히 내 능력을 발휘해 돈을 버는 것이야.




내가 믿을 건 나 뿐이다!!!!!


나는 오늘 내가 번 돈으로 짜장면을 사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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