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아니고 부엌 식탁인데, 커피 내리려고 일어나보니 이렇게나 엉망이고...


그러하다..


난 왜 늘 이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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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9-06-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엉망이라고요? 아닌데...;;;;

다락방 2019-06-09 17:17   좋아요 0 | URL
아아 이게 엉망이 아니라니,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꼬마요정 2019-06-0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 옆보다 정돈이 잘 되어 있는데요..^^;; 이 와중에 제 옆에 책더미랑 커피가 담긴 잔이 있다는 것까지 같아서 소오름이... ㅎㅎㅎ

다락방 2019-06-09 17:17   좋아요 0 | URL
아앗 꼬마요정님도 언제나 어수선한가요? 책 읽는 사람들은 이렇게 옆에 막 쌓아두고 펼쳐두고 읽어야 하는가 봅니다 ㅋㅋ 전 정신차리고 식탁 위 초토화 된 거 보고 너무 깜짝 놀라서... 하아-

얼룩말 2019-06-0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 예뻐! 식탁 책 받침대 머그컵!!! 어느 하나 안 예쁜 게 없어요

다락방 2019-06-09 20:41   좋아요 0 | URL
아니 딱히 예쁜 건 없는것 같은데 말이죠 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6-1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멋져보이는 것은...^^

다락방 2019-06-10 08:36   좋아요 0 | URL
여러분들 늘어놓는 거 좋아하시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왜 참아야 하죠? - 참을 만큼 참았으니 이제는 참교육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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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 절반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나온다. 이미 신문기사나 여성학 책들을 통해서 혹은 SNS를 통해서라도 알고 있는 것들이라 새로울 건 없지만, 숱한 성폭력 기록을 읽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제목만 보고 페미니즘 에세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이제 페미니즘 에세이는 좀 건너뛰고 싶은데.. 생각하며 읽었다가 수시로 트리거 눌려서 책장을 덮고 고민했다. 다 읽을까 말까. 묻어두었던 것들을 기어코 꺼내보게 하는 데에서 지쳐버렸달까. 계속 이런 식이라면 내가 이 책을 읽어서 얻는 게 과연 무엇인가.


그러나 2부라도 해도 좋을 뒷부분에서는 저자가 직장내 성폭력을 당하고나서 가해자를 고소한 기록이 나온다. 길고도 힘든 싸움에 지쳤을텐데 끝까지 싸운 기록을 읽노라니, 이 기록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가해자는 자신은 성폭력범이 아닌, 피해자와 사랑하는 사이었음을 핑계로 대고 있고, 피해자가 이 재판을 포기하게끔 협박하기 위해 자기랑 친하다는 조폭 형들까지 부른다. 그런데도 끝까지 싸운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런 저자가 이 모든 과정을 끝내고 싸움꾼이 된 건 너무 당연한 게 아닐까. 그녀는 이제 마트에서 젊은 여자캐셔에게 시비거는 할아버지에게 으르렁 댈 수 있는 싸움꾼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버텨준 이들에게, 싸워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



이 책은 페미니즘 입문서라고 봐도 좋을텐데, 이미 꼴페미라면 건너 뛰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대해 얘기할 친구도 별로 없고 페미니즘을 알고 나니 좀 외로워졌다면, 싸움꾼이 되고 싶은데 격려가 필요하다면, 그런 사람들에게는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혹여라도 성폭행 가해자 고소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1993년 유엔이 채택한 ‘여성폭력철폐선언‘을 볼까요. 제1조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적·공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성적·심리적 해악과 여성에게 고통을 주거나 위협하는 강제와 자유의 일방적 박탈 등 젠더에 기초한 모든 폭력 행위‘로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육체에 영향을 미쳐야 성폭력인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심리적 폭력도 성폭력입니다. 여성을 독립된 인권을 지닌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나오는 온갖 언어폭력들도 다 성폭력입니다. 남성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외모를 가꿀 것, 남성 밑에 있을 것, 남성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짓지 말 것, 남성을 대할 때는 항상 유순한 표정을 지을 것을 강요하는 것도 성폭력입니다.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된 성폭력입니다. - P45

피해망상 남성들이 성폭력 사건 기사에 마치 전통 민요 메들리마냥 꾸준히 되풀이해서 다는 댓글이 있습니다. 꽃뱀 타령과 무고 타령이죠. ‘여자가 지목만 하면 무조건 처벌받아 무고한 한 남자의 일생이 끝장난다‘는 말들, 다 뻥입니다. 일반 범죄 사건의 기소율은 85%인데 성폭력 범죄는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중한 피해를 입어도 증언에 빈틈이 있으면 그 사건은 기소되지 않습니다. 피해 여성의 지목과 증언만으로 남성이 처벌받아 일생을 망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범죄자가 증거 부족으로 기소되지 않고 무혐의를 받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도 주위에 무고하게 성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이 많다면, 그것은 단지 성범죄자 남성이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저지를 범죄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P210

그런데 이런 무고죄 맞고소는 굉장히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2018년 3월 12일 루스 핼퍼린-카다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부의장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카다리 부의장은 "미투 운동 이후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모습은 한국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고 이게 얼마나 강력한 전략인지 정부가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성폭력 실태 개선을 위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난 후 현재는 형사 조사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의자의 무고죄 접수를 안 받아주도록 정부가 조취를 취했습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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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은 실제로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넬은 버넌이 미울 지경이었다. 이기적으로 자기 일에만 푹 빠져서, 그녀가 불행하면 자신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싫다고 하고 있었다 …… (p.284)



애거사 크리스티가 '웨스트매콧' 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여 번역한 여섯권의 소설을 모두 다 읽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보다 웨스트매콧이 쓴 소설을 나는 더 많이 읽어버렸는데, 매작품마다 저마다의 고유한 성격을 가진 인물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이 소설에서도 그랬다. 어느 하나 완벽한 인간은 없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특성일 테니까. 입체적인 인물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단단하게 자기몫을 하고 있다. 물론 지지리 못난 인간까지도.


이 소설 속에서는 특히 음악의 천재로 나오는 남자, '버넌'이 너무 싫었다 ㅎㅎ

아름다운 '넬'을 사랑하면서 버넌의 가난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게 되는 넬을, 자기 멋대로 '너는 가난을 신경쓰지 않는 여자잖아' 라고 단정짓는다.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상대가 불행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너가 불행하면 내가 힘들기' 때문에 싫은 남자. 내가 딱 싫어하는 인간 유형인데, 그러니까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이 심하면서, 그걸 인정하기 보다는 늘상 '너를 사랑해', '너를 위하는 거야'로 포장해버리는 사람. '너를 이토록이나 진실되게 사랑하는 나'에 푹 빠져버린 사람. 정말 딱 싫어. 너무 징그럽지 않은가.


그런 남자이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고나서야 비로소 '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했구나, 처음부터 그랬어' 라고 깨닫게 된다. 진짜 바보 천치가 따로 없다. 똥멍충이. 음악의 천재이지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는 똥멍충이. 나는 그런 음악의 천재 따위 필요치 않다. 완전히 자기 중심적이라, 상대가 당연히 자기 생각대로 결정할 거라고 너무나 확신을 갖고 있는 점이 진짜 너무 짜증나고 못마땅하다. 싫어합니다. 책에서도 주변 친구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며 버넌을 비난하곤 하는데, 버넌은 그러니까 현실보다는 환상에 집착해 사는 사람이다. 이 사랑은 아름다울거야, 가난해도 사랑만 있으면 행복할거야 블라블라..



무엇보다 '제인'에게 한 행동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한 넬이 다른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하자 큰 슬픔에 겨워 제인에게 '옆에 있어달라' 말하고 그녀에게 키스하고 그녀와 함께 살면서, '내가 잘못생각했어, 너랑 결혼할게' 하고 돌아온 넬을 얼싸안으며, 제인이 보는 앞에서 행복해하고 팔짝팔짝 뛰고, 그래 우리 결혼하자 이러는 개새끼... 제인은 뭐냐, 그러면? 왜 너가 힘들 때는 제인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해놓고, 어떻게 제인 앞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됐다고 팔짝팔짝 뛰어? 니가 인간이냐 진짜? 그리고 결국 어떤 실수를 저질렀죠?



이긍...

그만하자....



책의 제목이 '인생의 양식'이어서인지, 나는 오늘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점심시간. 나보다 먼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동료 직원에게 맛있게 잘 먹고 오라고 인사하고 웃으면서, 아 좋다,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할 게 없고 어제와 같은 일상이 안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사가 몹시 싫어서 미칠 것 같은 시간도 지나갔고, 동료와도 늘상 사이좋게 지내고, 그렇게 평온하고 가만한 나날들이 이어지니 좋구나, 하는 생각. 물론 이런 틈틈이 슬프거나 힘든 일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오늘은 평온한 오늘이 좋다, 하는 생각을 한것이다. (아, 내일이 쉬는 날이어서 기분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너무 힘들었던 작년과 재작년 생각이 났다. 작년과 재작년은 심정적으로 몹시 힘들었다. 재작년에 일어났던 일과 작년에 일어났던 몇몇 일들이 나를 몹시 힘들게 했는데, 지금와 돌이켜보면 '그것이 그렇게까지 힘들 일이었나'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아니었는데' 하게 되는 것이다. 넓게 보면 좋은 일에 대해서도 나는 되게 힘들어했다. 남동생의 결혼과 조카의 성장에 있어서,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그들이 내게서 멀어지는 것 같다는 서운함이 어찌나 크던지 너무 힘들어서 곧잘 울곤 했다. 애인의 이성친구가 몹시 신경쓰여서 숨이 막힐 지경인 적도 있었다. 몇 번이고 '나 좀 어떻게 해줘'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으면서 나는 얼마나 지옥에 살았던가. 그 때의 나를 그 지옥에서 건져내기 위해 나는 사랑을 좀 공부해보자 생각해서 사랑에 관한 책도 읽었더랬지. 그러나 그 지옥에서 빠져나오게 된 건 한참이 지난 후였고, 떠나갈 사람들이 떠나간 뒤였다. 그때 내가 그에게 나 좀 살려달라고, 속으로만 외치지 않고 입밖으로 말했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나는 수차례 내게 물었지만, 딱히 긍정적인 생각은 들질 않는다.



대학시절 '스토리'의 <다시>란 노래를 좋아했는데, 이게 유명한 노래가 아니어서 내 주변에도 아는 사람이 없는 노래인데, 요즘 이 노래가 너무 생각이 나는 거다. 다시 듣고 싶어 음악앱을 검색해도 안나오고 유튜브를 검색해도 안나와, 그저 혼자 흥얼거리는 게 전부이구나, 했는데, 이 노래를 알만한 사람에게 이 상황을 얘기하고 싶은 거다. 역시 남동생 뿐이었다.



"스토리의 다시 라는 노래 알지? 이게 유튭에 없네."



나는 남동생이 안다는 답을 할거라고 생각했다. 아니까. 그리고는 나처럼 없냐고 서운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놈은 아 글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답을 보내왔다.



"나한테 있어."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얜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새끼가 다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더니 슝- 파일을 보내주는 게 아닌가.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좋아서 계속 웃었고, 이걸 동료에게 얘기하니, 차장님네 남매는 진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남매인 것 같아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전에는 조카와 같이 서점에 갔다가 사달라는 책을 사줬는데 다 읽었다고 하더라. 앗, 타미야, 그 책 어땠어? 물어보니. 이모 그거 감상문 썼어, 하고는 '사진 찍어 보내줄게' 하면서 슝- 사진을 보내주는 게 아닌가. 아아, 내 조카여. 너는 누구 조카다? 이모 조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내 안에 사랑 넘쳐서 어떻게 하지를 못하겠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는 남동생과 조카가 각자 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음을, 자신들의 세계를 더 확장시키고 있음을 알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그들이 나로부터 멀어진 게 아니라 그들이 더 성장하는 거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전히 나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나 역시 그러하며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로부터 멀어진다는 생각에 서운해했던 시간은 이제 다 지워져버렸다.

애인의 어떤 말들에 크게 상처받고 힘들었던 그 시간도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 때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그렇게 숨이 막혔을까.



그 일들이 정말 나를 그렇게까지 힘들게 할 일이었나. 만약 지금 이순간 또 닥친다면 나는 그때처럼 똑같은 크기로 힘들어할까? 지금의 내게 그 일들이 똑같이 일어난다면 나는 물론 서운할 것이다. 힘들기도 할것이다. 그러나 그 크기는 작년이나 재작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작년과 재작년의 바이오리듬 탓일까? 왜 그 일들을 나는 그토록이나 크게 비극적으로 받아들였을까? 내 운명의 흐름은 그 때, 그 모든 것들을 그렇게 힘겹게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지점에 와 있었던 걸까? 그 흐름이 지금은 안정적인 단계로 넘어왔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이라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텐데' 라고 생각할 수 있는걸까?




인생은 뭘까.

나는 인생에 대해 아주 자주 생각한다.

앞에 누가 있든, '인생은 뭘까' 종종 묻곤 한다.



인생은 뭘까.



그리고 지금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얼마나 유지될까. 내일 일은 나도 모르기 때문에, 당장 내일 나는 무언가로 인해 힘들어할지도 모르고 슬퍼할지도 모른다. 분노야 뭐, 자주 일어나는 것이고. 또 어쩌면 당장, 아직 닥치지 않은 오늘 밤에 즐거울지도 모른다. 자기 전에 웃으며 잠드는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




버넌은 음악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천재였고, 넬을 사랑한다고 생각해 결혼까지 밀어부쳤지만 훨씬 더 나이들고 나서야 넬에게 '아니'라고 덤덤히 말할 수 있을만큼 실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제인은 자신에게 사랑과 죽음이 그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조'는 '난 너같은 사람이 싫어'라고 해놓고 진실된 마음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이럴 줄은 몰랐는데'의 연속인걸까.



지금까지의 나의 삶도 그랬다.

그럴 줄은 몰랐는데, 라는 말을 얼마나 여러번 뱉었던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이 회사에 입사했고 그럴 줄은 몰랐는데 여태 다니고 있다.

그럴 줄은 몰랐는데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그럴 줄은 몰랐는데 이별도 했지.

그럴 줄은 몰랐는데 슬퍼서 울기도 했고 그럴 줄은 몰랐는데 행복해서 엉엉 운 적도 있다.





지금 확실한 건 내가 오늘 저녁 양꼬치를 먹는다는 것.

그것 뿐이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닥쳐봐야 알겠지만, 쉬는 날인 내일 점심에는 치즈 닭갈비를 먹으러 갈 것이다. 동네에 새로 생겼어, 꼭 한 번 가서 먹어보고 싶어. 아빠한테 가자고 해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밥도 볶아 먹어야지. 이런거슨 인생의 작은 기쁨....... ♡




그녀는 슬픔에 잠겼지만 행복해했다. 남편은 죽어서 그녀 차지가 됐고, 그의 생전에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이러는 상황을 원하는 대로 만드는 능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결혼생활이 아주 행복했던 것처럼 그럴듯한 이야기를 엮어가기 시작했다. - P128

"네, 이 오페라는 페르 귄트보다 솔베이를 위한 거예요. 솔베이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아주 얌전하고 소극적이지만 페르 귄트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야말로 세상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굳게 확신하죠. 솔베이는 페르 귄트가 자신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가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고, 방치되고 버림받기만 하는데도 말이죠. 솔베이는 그가 자신을 버린 것이 오히려 사랑의 큰 증거라고 생각해요."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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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6-0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안에는 이토록 ‘사랑이 넘쳐서‘ 사랑대신 돈을 선택하는 것이로군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05 17:48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망친다) =3=3=3=3=3=3=3=3=3=3=3=3=3=3=3=3=3=3=3

사랑은 내안에 넘치는 것이니 저는 돈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응?)

잠자냥 2019-06-05 17:57   좋아요 0 | URL
제가 사람을 한참 잘못 봤어요. 저 그거 ‘사랑‘ 선택했는데 ‘돈‘이라고 하셔서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05 18:01   좋아요 0 | URL
저런. 정말 잘못보셨군요! 아니, 다들 왜이렇게 잘못보시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 분 빼고 다 틀리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룩말 2019-06-0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정말 좋아요.

다락방 2019-06-06 11:2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좋아해요! ㅎㅎ

비연 2019-06-0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사 크리스티의 이 책들,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19-06-06 11:42   좋아요 2 | URL
이 시리즈 좋아요, 비연님!
 






지난 토요일에는 엄마와 술을 마셨다. 보통 여행 프로그램을 틀어두고 술을 마시는데, 그 날도 엄마가 '니가 좋아하는 여행 프로그램 틀어봐' 해서 채널을 돌리다가 드라마 《봄밤》이 하길래 채널을 고정했다. 엄마, 이거 보자.


이걸 처음부터 제대로 본 게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지난번에도 잠깐 본 적이 있던 터라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대략 알고 있다. 지난번에 잠깐 본 것만으로도 마음이 막 몰랑몰랑 해졌으므로, 나는 이걸 한 번 보기로 한다.



내가 본 게 몇 회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정인(한지민)은 자신이 먹어야할 영양제가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공부하는 정인의 동생이 친구에게 다 갖다준 것.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그 영양제가 다시 필요했던 정인은, 그 약을 팔았던 지호(정해인)에게 문자메세지를 넣는다.


"오늘 약국 문 열었어요?"



그 날은 주말이었고 약국이 쉬는 날이었다. 지호는 여느때처럼 주말에 사람들과 어울려 농구를 했고 뒤풀이로 맥주를 마시던 중이었다. 그런 참에 정인으로부터 문자가 온 것. 잠깐 고민하던 지호는 답장을 보낸다.


"네, 열었어요."



거짓말이다.

거짓부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지호와 정인은 처음 만나고 아는 사이가 되면서 서로에게 호감이 생겼다. 정인을 향한 지호의 마음은 이성으로의 호감이었고 그건 정인도 마찬가지. 그러나 정인에게는 오래 사귀어온 애인이 있었다. 지호랑도 알고 지내고 싶은 마음,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 정인은 지호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하지만, 지호는 정인에게 '친구로 지낼 자신이 없다'고 말하며 그 제안을 거절한다. 크-


위의 친구 제안 거절은 아마도 1,2회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이 장면만 잠깐 보았던 나는, 이 순간 지호의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성으로, 연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싹트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 사람과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며 상대를 속이는 일이다. 속이면서, 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에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 왕년에 그거 안해본 사람 어디있나. 나도 다 해봤다. 어떻게든 옆에 있고 싶고 그러므로 오케이 친구, 알겠어, 하며 친구로 지내는 바로 그 마음... 그러나 마음 깊숙이 저기 저 안에 들어있는 큰 사랑... 럽...


더 럽....



하아-


그러나 그런 식으로 친구로 지낸다면 내 가슴은 찢어져요. 아파요. 더 가까워질 수 없고, 그러나 상대에게 다른 사랑이 생기는 걸 지켜보기도 해야 하는 그 마음. 그것들을 감당하면서 억지로 웃으며 '응 잘됐네' 해야 하는 그 마음... 그거슨 노노해. 그러지말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이제 그만 아프게 하자. 그러므로 지호는 정인을 계속 만나고 싶고 다정한 사이가 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자신은 없어' 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싫어서, 원하지 않아서 친구로 지내지 않는 게 아니라, 더 큰 마음이라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 거야. 뭔지 알지. 크- 소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 아닌가. 아무튼 그랬는데 그 다음 회차를 안봐서 뭐가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둘은 친구...가 되기로 했는가보다.



친구.

펑요우.

프렌드...



친구란 무엇인가....




자, 그렇게 지호는 부랴부랴 달려가서 서둘러 약국 문을 연다. 약국 문을 열고 잠시 후 정인이 온다. 그 때 그 영양제를 다시 달라고 말하면서 그들 사이의 대화가 이어진다. 처음엔 서먹, 하다가 다시 이어지는 대화. 그 잠깐 동안 서로에게 할 말을, 약국 앞 공사로 인해 시끄러운 소음들 탓에 방해받기도 하면서, 하다가 말다가 하다가 말다가, 그러다가 정인의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을 또 받다가, 받는 걸 보다가...



닫았던 약국 문을 열기 위해 서두르는 남자와, 굳이 그 밤에 굳이 꼭 다시 살 필요가 없는데도, 굳이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약국에 갈 핑계를 만들어 대는 여자와, 그들 사이의 분위기와, 그 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 봄밤을 지켜보는 나의 여름밤...




"엄마, 저 마음 뭘까. 약국 쉬는 날인데 열었다고 거짓말 하고 달려가서 약국 문을 여는 저 마음, 저 마음은 어떤걸까."



나는 괜스레 센치해져 툭, 건넸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도 다 해봐서 알잖아."



어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지 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와인 홀짝 홀짝...

드링크.

건배.




오늘 낮에는 혼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사를 주문해두고는 아하, 넷플릭스에 봄밤 있던데, 그거 봐야지, 하고는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한 번 제대로 보자, 하고 3회를 골랐다. 1,2 회는 대략적으로 둘이 알게된 게 나올 것이고, 아마도 5.6회쯤이 약국 문 열러 달려간 것일테니, 그 사이, 그 사이를 보자.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는가 보자.



아아, 이것은 또 슬프기도 한 것이,

정인은 정인의 애인이 못마땅하다. 말 하나하나가 다 거슬려.. 내가 듣기에도 거슬렸는데, 아마 사귀기 전에는 그런 것들을 무심히 넘겼던 것이겠지. 정인의 여동생이 외출한 걸 보게된 정인의 애인은, 그렇다면 집에 정인이 혼자 있겠구나 싶어 정인의 집 앞에서 '잠깐 집에 가서 차 한잔 할까' 하지만, 정인은 '늦었다' 며, '오늘은 동생도 있고... '라고 거짓말을 한다.

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요.

왜 어떤 거짓말은 시작을 암시하고 어떤 거짓말을 끝을 암시하나요.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그렇게 쓸쓸히 애인은 돌아서가고, 애인이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는채로, 우리의 정인은 네, 으라라라라라라라라, 지호에게 전화를 겁니다. 따르르르릉-





"여보세요."

"이정인이에요."



그렇다, 이것은 그들의 '첫' 통화였다.

첫..

첫 통화.

그래서 지호는 그런다.


"정인씨 전화목소리는 이렇구나"


그 때 정인은 그에게 말한다.


"내 목소리가 어떤데요?"



아아, 새벽 세시다, 새벽 세시야. 새벽 세시에 정확히 이 대사가 나왔다!!



2분 뒤
Aw:
에미, 말문이 막혀버렸어요. 내가 몹시 놀랐다는 소리예요. 당신 목소리와 말투를 전혀 다르게 상상하고 있었거든요. 당신, 정말로 늘 그렇게 말해요? 아니면 목소리를 일부러 꾸민 건가요? 

45초 뒤
Re:
제 목소리가 어떤데요? 

1분 뒤
Aw:
끝내주게 에로틱해요! 포르노방송 진행자처럼. 

7분 뒤
Re:
그거 칭찬이죠? 한시름 놓았어요! 당신도 나쁘지 않은걸요. 당신은 글보다 말이 훨씬 대담해요. 목소리가 아주 허스키하게요. "내가 줄곧 이런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었던 거야?" 이 대목이 마음에 들어요. 뭐랄까, 무척 방탕하고 섹시한 느낌이 나요. 그런 목소리라면 비아그라 같은 정력제 광고에 써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p.304)


















나는 이 순간 정인이 되어 지호의 말을 기다렸다. 지호는 과연 뭐라고 답할 것인가. 레오가 에미에게 그런것처럼 포르노 방송 진행자처럼 끝내주게 에로틱하다고 할것인가. 두구두구둥-

그러나 지호는 이렇게 말한다.



"들어줄만 해요."



하아-

이것이 그러니까 그렇다.

이런 대답도 좋은 것.

이것이 바로 시작이다.

이것이 봄밤이야.

아무 말이나 다 그냥 다 좋아.

이들 사이는 그러니까 막 친한 친구도 아니고, 친구 하기로 했지만 사실은 이성애감정 둘 사이에 물씬물씬하고 막 그래가지고, 만나면 또 서먹해져서 잠깐 어색어색 하다가 금세 웃으며 농담하고 반말과 존대말을 썪어 버리는 것이야... 봄밤이여.. 하아- 숨이 막힌다. 여름에 숨막히게 하기 있긔없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줄줄 운다 나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어 울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화 목소리라는 게 그렇다.

얼굴을 맞대고 듣게 되는 목소리랑은 달라.

왜 다를까?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다르다.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전화 통화를 처음으로 하게 되면, '당신의 전화 목소리는 이렇구나' 라는 말을 사실 누구나 하게 되는데, 이것이 시작되는 관계에서 나오는 말이니만큼, 그 문장 안에 뭔가 다 담겨 있는 것만 같다. 꾹꾹 눌러담은 당신에 대한 나의 호감..이런 거. 크- 건배.





지호도 정인의 애인의 존재에 대해 아는만큼, 그들은 일반적인 친구들처럼 자주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서로가 늘상 궁금해. 지호는 정인의 친구이자 동료에게 정인의 안부를 묻고, 정인은 친구로부터 그가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막, 또 뭐래, 뭐랬는데? 궁금하고 미치겠다.


잘 지내나요?


사실은 내가 당신에게 쉽게 전할 말을, 그거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 그냥 물어보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어떤 사이에서는 차마 묻지 못하고 내내 삼키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야 하고, 다른 수단을 통해 몰래몰래 들여다봐야 한다.






영화 《우리 사이 어쩌면》에서도 마찬가지. 어린 시절 헤어졌다 13년만에 만나게된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일상이, 소식이 궁금하다. 그런데 상대에게 그걸 직접 묻지 못하고 빙돌아간다. 여자는 남자의 페이스북을 훑어보며 남자에 대한 소식을 업데이트 하고, 남자는 요즘 잘나가는 셰프가 된 여자의 기사를 검색해 찾아 읽으며 여자에 대해 파악한다.


물어, 직접 물으라고.

잘 지내는지, 잘 있는건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 그냥 물으라고!

훔쳐보지 말고 물으면 되잖아.

숨어서 쳐다보지 말고 물으라고, 이 밥통아!



하이.

하우 아 유?

파인 땡큐 앤 유?


거짓부렁...


사실 나는 파인 하지 않다고 한다...



















책이나 사러 가자.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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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6-0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도 다 해봐서 알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제 술을 한동안 못 마셔서 어떡하십니까? 술 마시고 싶을 때마다 책을 사세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04 14:37   좋아요 0 | URL
엄마의 대답 넘나 쿨한 것입니다. 쿨싴이라면 어디가서 지지 않는 엄마인 것입니다... ㅎㅎ

네, 제가 내일을 마지막으로 두달가량 술을 안 마셔야 되는데, 그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득해지는 것이지만, 흑흑 ㅠㅠ 책....을 사면 채워지겠죠? (뭐가?) 너무 슬퍼서 ‘사실 한 달이어도 되지 않나?‘ 라고 점차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킁킁.

비연 2019-06-0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대답... 아 빵터졌어요 ㅎㅎ
근데, 두달.. 술.. 못 먹...;;;; 책으로 채우시려면 책이 가득 해지실 듯...
한달은 안되구요... 괜챦다 할 때까지 계속 금주하셔야 한다는...ㅜㅜㅜ

다락방 2019-06-04 16:30   좋아요 0 | URL
저도 어머니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고 합니다


제가 검색해봤는데, 2주... 금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저는 그것을 믿는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6-04 16:53   좋아요 0 | URL
2주! 는 정말 짧은듯. 아마 그 때 말씀하신 수술을 하는거 같은데... 전 석달 정도 금주하고... 술마시기 시작.

다락방 2019-06-04 16:55   좋아요 2 | URL
닥터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확실하겠지만, 물어봤다가 두 달이나 세 달이라고 답할까봐 듣기 싫어서 못물어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9-06-04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04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9-06-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세시에 관련된 글에 댓글을 안쓸수가 없네요.
잘지내요? 나는 잘 지내요.

다락방 2019-06-04 16:30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누굽니까!
저야 뭐 여기에서 늘 지내던대로 지냈지요.
따라쟁이 님이야말로 잘 지내나요?

2019-06-04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04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9-06-0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안녕!

다락방 2019-06-05 09:11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도 안녕? 잘 지내고 계시지요? :)

공쟝쟝 2021-01-13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새벽세시를 다 읽고 다락방님 글 타래들을 다시 읽어보는 작은 기쁨 ㅋㅋ

다락방 2021-01-13 08:14   좋아요 1 | URL
좀 많을텐데요....좀이 아니라 많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13 09:27   좋아요 0 | URL
과연 출근할때 읽고 ㅋㅋ 퇴근할때 읽어도 안끝날 분량이다 ㅋㅋㅋㅋㅋ
 
본격소설 - 하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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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사둔 소설인데 지금 읽어서 이렇게 별로인건가, 10년전에 읽었어도 별로였을까.
특별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 나눠 갖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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