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리 소콜로프 - 잘츠부르크 리사이틀 [디지팩 2CD]
쇼팽 (Frederic Chopin) 외 작곡, 소콜로프 (Grigory Sokolov) / 유니버설(Universal)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

그리고리 소콜로프 연주를 처음 듣는 순간,

나는 동작을 멈추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그저 듣고만 있었다.

일을 하러 나가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 힘을 만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글렌 굴드 연주를 만났을 때처럼 강력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삶과 연주 스타일은 글렌 굴드와 비견되었다. 

 

 

Grigory Sokolov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 [2CD](현재 품절)

 

 

소콜로프의 음악에 대한 완벽주의 성향은 스튜디오 녹음을 꺼리고 실황음반을 선호하는 탓에, 그의 앨범은 그 경력에 비해 턱없이 적다. 완벽주의 성향으로 스튜디오 녹음을 선호한 글렌 굴드와 다른 듯 닮은, 예술을 향한 의지.

콜로프의 에이전트는 지난 20년 동안 그의 연주회의 실황 녹음을 정리해왔는데, 원래 취지는 그가 남긴 소중한 해석을 보존하는 것이었지만, 언젠가 소콜로프가 일부 공연의 CD 발매를 허락해주길 희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 음악적 진실성과 관객을 존중하는 마음 덕분에 소콜로프는 공연의 오직 "순수한 실황 녹음"만 음반 발매를 고려한다. 그 발상은 연주자의 삶에서의 한순간을 음악에 대한 그의 해석 그리고 그 음악을 연주한 시공간과 함께 포착하는 것이다.

 

……소콜로프는 전후사정과 상관없이 올곧게 개인적 기준에 대해 타협을 거부한다. 이는 스튜디오 녹음에 대한 오랜 반감에서부터 연습시간이 부족해서 협주곡 연주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까지 적용된다.

"음악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무엇이든 음악에 반하는 것이며 함께할 자리는 없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그런 다른 것들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평생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ㅡ 앨범 부클릿 中   제시카 두첸(Jessica Duchen)

 

글렌 굴드(1932~1982)가 자발적 은둔생활을 선택한 것과 비슷하게 소콜로프도 구소련 체제 하에서의 자발적 은둔생활을 선택했다.

 

「소콜로프는 1950년 상트페테르부르크(당시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그곳 음악원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12살의 나이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첫번째 주요 연주회를 하게 되었고, 불과 16살이었을 때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장 에밀 길레스의 지지를 받고 우승을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해 콩쿠르의 여러 수상자가 빠르게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반면, 소콜로프는 여행이 통제되고 있었다.

일부 소비에트 연주자들은 더욱 큰 개인의 자유를 찾아 서방으로 망명하였으나, 소콜로프는 레닌그라드에 머물면서 자신의 예술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했다. 철의 장벽이 무너진 이후에야 더 널리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ㅡ 앨범 부클릿 中   제시카 두첸(Jessica Duchen)

 

구소련 체제 하에서 소콜로프의 빛나는 청년기 연주가 그렇게 묻혀버렸다는 것이 안타깝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나이도 나이지만 소콜로프가 장거리 여행을 꺼려해 우리나라에서 그의 공연을 볼 기회가 없을 거라는 점이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이번에 발매한 [2008년 잘츠부르크 리사이틀 The Salzburg Recital](2015.1)은 20여 년 만의 정규앨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쇼팽 24곡의 전주곡, 공연 당시 앙코르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정갈하면서도 깊은 울림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연주 동영상을 보면 약간 곰 같은 몸집인데도; 가볍게 나타나 짧은 인사와 함께 바로 연주에 몰입하고, 연주를 끝냄과 동시에 낙엽처럼 떠나는 소콜로프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2008년 잘츠부르크 리사이틀 The Salzburg Recital]  이 앨범 꼭 소장하시길.

그리고리 소콜로프 대부분의 음반이 품절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이 국내 라이센스반도 곧 품절될 겁니다.

YouTube로 소콜로프의 연주를 듣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어 저도 구매!

사고 후회한다면, 제 추천의 잘못보다 저는 당신의 귀를 의심할 겁니다.

 

혹, 유럽쪽 가시게 되면 꼭 공연도 보시고요.

2015 공연 스케줄표 : http://www.amcmusic.com/en/concerts-2/grigory-sokolov-concerti-2/

 

 

ㅡAgalma

 

 

 

 

 

 

 

 

 

 

 

 

 

 

 

한 철학자가 ‘사물들을 이렇게 보라’고 말한다고 하자. 그러나 첫째, 그것은 사람들이 사물들을 그같이 보는 것을 보장하지 못 한다. 그리고 둘째, 그의 권고는 너무 늦게 온 것일지 모른다. 더욱이 그런 권고는 어느 경우이건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 사물들을 지각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그런 변화를 초래하는 힘은 완전히 다른 데서 시작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음악을 이해하도록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가? 왜냐하면 그것이 음악을 설명하는 것으로 불릴 수 있는 유일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ㅡ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나는 내가 연주하고 싶은 곡만 연주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연주하고 싶은 것만 연주한다...나는 이번 시즌에 바로 이 작품을 연주하고 싶은 강렬한 갈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삼 년 전에 미리 상세한 프로그램을 달라고 하면 모두 괴로워하게 된다. 그것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라서 공연 계획에 큰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선택권은 없다. 나는 절대로 주문에 따라 연주하지 않는다."

ㅡ그리고리 소콜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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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2-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클래식에 대해 좀 알면 뭔 말을 하겠는데 클래식의 거의 문외한이라서.....

AgalmA 2015-02-17 13:27   좋아요 1 | URL
멋있게 평하는 건 평론가들한테 맡겨두고요 우리는 그저 들읍시다ㅎㅎ
새소리가, 바람소리가, 아이들 노는 소리가, 연인의 목소리가 듣기 좋은 걸 남들에게 어떻게 구구절절 표현할 수 있겠어요. 시인들은 좀 능력이 있는 거 같지만....각자 마음의 음악으로 담으며 사는거죠.
곰곰발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연휴 맛난 것도 많이 챙겨 드시길 바라며(다시다는 좀 뺀 걸로ㅎ)!

수이 2015-02-17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래식에 대해서는 쿨럭_ 그래도 듣고 ^^ 저는 드뷔시의 [달빛]이 좋더라구요 호호_ Agalma님 명절 잘 보내시구요.

AgalmA 2015-02-17 14:41   좋아요 1 | URL
저도 그저 감상자죠^^. 음악의 기쁨 읽고 교양 좀 쌓아야 할;; 저도 드뷔시를 가장 좋아했는데, 음반을 찾아들으니 통상 알고있는 낭만주의 음악만 한 게 아니더군요. 후기 낭만주의 영향을 받은 쇤베르크의 표현주의가 연상될 정도의 인상적인 작업도 많아 깜짝 놀라기도!
아, 세상은 정말 공부할 게 많아요

수이 2015-02-17 14:52   좋아요 1 | URL
아이참_ 음악의 기쁨은 저도 아직 한 페이지도 펼치지 않았는데 호호호;;; 부끄럽네요. 그럼 좀 더 듣고 올게요~~ 공부할 게 많아서 행복해요.

[그장소] 2015-02-17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 이 필요 없는...

AgalmA 2015-02-17 14:51   좋아요 1 | URL
말할 수도 없는...

수이 2015-02-17 14:53   좋아요 2 | URL
그래도 뭔가 더 주절거리고 싶게 만드는......

[그장소] 2015-02-1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Agalma님..이 앨범 기다리신 거군요?^^

AgalmA 2015-02-17 16:32   좋아요 1 | URL
네! 아침 9시에 도착!! 아니, 설연휴 배송이라 한참 기다릴 줄 알았더니 고맙게도 일찍!
시디 1 - 4번 트랙 혼자 듣기 정말 아까워요ㅎ 동영상 중간에 모차르트 그 곡이 있긴한데 이 시디 수록곡이 더 최고-ㅇ-b
이 실황 녹음과 편집 정말 예술인 듯.

[그장소] 2015-02-1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투브도 음질 좋다..했는데..역시 cd 가..도이치 그라모폰이라 뭐 믿는 구석도 있지만요.으 어뜩케...갈등..ㅎㅎㅎ오늘 좀 더 듣고 쇼팽이랑 바흐 버전은 아무리 사도
아까운거 모르는데 ..이 달 은 완전 마이너스..

AgalmA 2015-02-17 15:12   좋아요 1 | URL
책은 매일 볼 수 없지만 음악은 매일 들을 수 있죠ㅎ
도이치 그라모폰 수입음반은 며칠전까지 있었는데 어제보니 바로 품절! 역시 대단한 명성! 전 비싸서 라이센스반으로 만족;
책이랑 함께 사면 2000원 적립금도 받으실테고....ㅎ

수이 2015-02-17 15:20   좋아요 1 | URL
Agalma님 말씀 들으니까 뭐죠, 막 저도 사야할 것만 같고 그럼 매일 들을 거 같고 그럼 하나도 안 아까울 거 같고_

AgalmA 2015-02-17 15:29   좋아요 1 | URL
제가 다 잘못했네요; ㅋㅋ

만병통치약 2015-02-17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은 으음. 스즈끼 2권에 있는 두 사람의 척탄병이 가장 명곡입니다 ㅋㅋ

AgalmA 2015-02-17 15:29   좋아요 1 | URL
전 이상하게 가곡보다 악기 자체 소리가 더 좋더라고요.

[그장소] 2015-02-1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안되면. 저도 그래야 할것같아요.그라모폰은 소장하는 재미도 좋은데...ㅎㅎ

[그장소] 2015-02-17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램프가 거덜내는 램프였다고 왜 말 안했지? 부인 내실의.철학 등등 만 좀
있어 보일뿐이고. 실재는 지갑 내실은 거지로 만드는 ㅎㅎㅎ

수이 2015-02-17 15: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언!!!

AgalmA 2015-02-17 15:3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램프가 돈을 빨아들이는 거였어! 으히히;

[그장소] 2015-02-17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리아도 좋지만 저도 그냥 연주가 더 좋아요. 때때로 그 곡들이 필요에 의해 가곡이 듣고싶을때도 있지만 역시 질리지않는건 연주..

AgalmA 2015-02-17 15:38   좋아요 1 | URL
반대로 노래가 들어가서 더 좋을 때는 재즈랄까요. 쳇 베이커나 빌리 할리데이 같은 독특한 음색이 마치 악기처럼 어우러져 있을 때^^

[그장소] 2015-02-17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알라딘의.요술램프는 원전에 오역이 없었나 ㅡ심히 다시 재고를해 볼 필요가 있어요 ㅎㅎㅎ 아..걔들도 해피엔딩였는지는아무도 모르나?? 역학조사를 해보던지...ㅋ

AgalmA 2015-02-17 15:43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천일야화 어디 부분에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천일야화도 봐야되고...아고고; 알라딘 때문에 이래저래 우리 고생이 많습니다 ㅎ;;

[그장소] 2015-02-17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들은 몸통이 성대가 악기인데 얼굴을 가지고 말 이라는걸 할 뿐이라는....ㅎㅎ 실은 악기 자체 재즈라는악기..

[그장소] 2015-02-17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일중에 몇번째 밤인지 ...? 김연아씨를 불러...인터뷰라도...ㅎㅎㅎ그러고 보니 그녀는 세헤라자드 때도 잠 못자는 역이고 .투란도트 에서도 ~못자는~ 죽음의 무도..말할것도 없나..음악얘기하다....

AgalmA 2015-02-17 18:02   좋아요 1 | URL
어제 피겨세계선수권대회 뉴스를 잠깐 접했는데, 국적 상관없이 모두들 김연아를 벤치마킹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과연 김연아 선수 기량도 기량이지만 패션, 선곡 등...정말 예술의 경지였구나 싶어 그 예술을 다시 못보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장소] 2015-02-1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뿐 아니라..피겨계가...확 죽었죠... 얘깃거리가 그렇게 없을 수가 없어요.하다못해 음악적 선곡에 스토리라도..뭔가 그 태크닉하고 조화로우면 자연스러워서 이야기 할 법 한데..이건 음악도 못 건지고...슬퍼요...

AgalmA 2015-02-17 20:54   좋아요 1 | URL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의아할 정도-_-a 음악선곡, 의상을 제가 준비해주고 싶을 정도...재수없는 발언이면 죄송합니다(_ _)

[그장소] 2015-02-1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나마 센스가 있는편 같지않아요? 형광에 적어도 에어로빅 수준으 아니니까..^^ Agalma 님 센스 믿어요.~!! 음악을 선곡하는 건 좀. 다른 문제인가봐요. 아마 그것도 이미잘 아실것 같지만요! 저..완전 날 새고..종일 이러고 있는데 Agalma님 도...그런것 같아요..?^^ 차 안에서 명상하실 요량?!

AgalmA 2015-02-17 23: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왜 죄다 그 에어로빅 반짝이를 고집하는지 휴...
그런 의상 보기보다 고가더군요;
기술에 따른 음악안배가 필요할텐데 그 지점에 맞춰 음악을 선곡해줄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음악을 어떤 식으로, 누가 고르는지 참 궁금한 점. 취재를 하러 갈까...하아.
책 고르느라 골머리 중;;;
그장소님 거의 못 주무신 거 같은데 어쩌시려고...

[그장소] 2015-02-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게 생활 같아서..괜찮아요.^^.
감독하고 상의하고 선수가 유명선수의 경우.
선곡에.자신의 의견반영을 많이 한다고 해요.마오의 경우 ㅡ그 러시아 타라소바 여사 였나 ㅎㅎㅎ 101 달마시안 의 그녀 같은...ㅎㅎㅎ 그녀의 입김이 주로 쌧다고 하고..연아선수는 같이 의견을 정하고..타 선수들은 대부분 유행을 따라 흐르는 듯 해 보여요..요즘 반응 으로는..참..신기하죠? 패션의 대가라는 곳에서...그런..의상...이상해..암튼..의상은
우리나라가 제일 인거.같아요.어린 선수들까지는 아니고..아직.

AgalmA 2015-02-17 21:13   좋아요 1 | URL
기술만 너무 앞세우고 그런 부분은 너무 주먹구구식이군요.

[그장소] 2015-02-1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겨 완전 전문가가 보면 또 에이~할텐데..ㅎㅎㅎ의상도 각자..선수들도 일정 레벨이 오르기 전엔
전부 자비로 충당하다시피 하니까..그럴 수밖에..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의상면에서.비싸면서 돌려입고 조금 고치는...늘 그런 스타일 이 나오는지도...열악한 환경 이니까..탑싱 이나 되야..의상도 좀 제대로 맞춰입으니..

AgalmA 2015-02-17 23:44   좋아요 1 | URL
피겨에 이렇게 애정어린 관심을 가지고 계실 줄 몰랐습니다;

[그장소] 2015-02-1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거리에서 겨울에 가다말고 잠깐 서서..
정말 한 순간 였어요.피겨에 빠진게..그때가 아마 2007 COC 대회.
김연아가 아닌 우리 피겨 자체를 응원하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은 길이 멀어요. 그치만 .예뻐요..소연.해진 선수..

AgalmA 2015-02-18 00:00   좋아요 1 | URL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책에서 러시아 사라포바 테니스선수 신드롬, 미국 타이거 우즈 신드롬 내용을 보다가 우리나라 골프, 피겨 등 각종 스포츠계 신드롬도 생각해 봤어요.
어린 친구들이 꿈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그 중 겨우 1% 정도만 꿈을 이룰텐데...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런 꿈을 좇느라 인생의 깊은 좌절을 겪을까 저는 그게 더 염려되더군요.
다행히 한국사람들이 워낙 노력형이고 기술습득도 빨라 성공률이 높은 것은 긍정적이라 봐야겠지만요~_~

[그장소] 2015-02-1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프로 던가? 영화요.여진구가 나오고 또 한명은 기억이...그 사람이 프로에서 사고치고 숨어지내는 시골 분교에 가서 골프 가르치는 교생 .을 하죠. 마을 사람들한테 당신 아이들 안된다. 아무리 해도. 지금 Agalma님이 하신 말씀 그대로 해요.ㅎㅎㅎ 현실이 그렇다고.. 1%가 되든 안되든 그건 도아니면 모. 결국 해봐야 아는 거라는 말. 물론 그 다음...은? 근데요...그렇게 열심히 아둥바둥 정규교육 쫓아 살아도..사는 건 결국 다 거기서 거기..
더라고.하고싶은걸 하고있나..아니면.그런데로 회사다니고있나.아니면 결혼.과....행복의 질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뭘 해도 노력하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 행복할 거고 불행도 역시 최선을 다해 불행하고 또.이겨도 내고..
그러는것 같아요.

AgalmA 2015-02-18 00:1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만화가가 못 돼서 슬퍼요! 물론 제 경우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저혼자 고집불통였기 때문에 불똥은 제가 다 맞는 걸로 결론-_-.....
여전히 제멋대로 살아요. 아하하하;;;

[그장소] 2015-02-1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인생 끝까지 간게 아니잖아요..
슬퍼하지 마시고..지금 이 모든일들이 다 경험으로 축적되 쓰일 일이 있을 거라고 믿으세요.박완서 작가님 이 늦게 작가에 데뷔하신거 아시죠? 지금은 그릇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 거라고..늦은것은 없다고..포기하지않으면..저는 믿거든요..

AgalmA 2015-02-18 00:35   좋아요 1 | URL
전 언제나 이 하루가 끝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더 기를 쓰고 이 세상을 알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모두의 슬픔과 반목이 그래서 더 안타깝고요.
오늘처럼 멋진 cd를 만나 소콜로프같은 예술가들의 치열함을 보고 느끼며 제 삶 또한 되새기며 밀어가는 거겠죠.
이 서재의 모두도 그럴테지요 :)

[그장소] 2015-02-18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작가적 시점 이라고 해드릴까요?! ^^
이제니 시인 의 시집 제목..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라고 해드릴까요?!^^~ 한 평생을 80세 90세를 살아도 남는 회한이 있고 ...
못다한 뭔가에 아쉬움 . 그때..이랬더라면..하는 후회를 한다잖아요.물론 만족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도 아마 어쩜. 아아..하루만...더~~ 이럴지도...모르죠..
박애주의자ㅡ인건가ㅡ봐요..Agalma님은
그 많은 사랑을 슬픔을 다 혼자 어쩌고...ㅎㅎㅎ 그러니..원하는 걸 꼭 이루세요..

AgalmA 2015-02-18 01:03   좋아요 1 | URL
제 죽마고우는 저랑 아주 반댄데...(이런 말 해도 되나;)...인간은 당해도 싸다! 알게 뭐야 주의자; 그런데 사람들은 걔를 늘 필요로 하는ㅋ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삶이고 사람이고 그러니 마음이라도 서로 둘 곳 좀 있게 하자....갈수록 그런 생각을 합니다. 늙어가는 어머니도 딱하고...다 그래요.
그장소님도 마음 속 풍랑 잘 견뎌내시고, 잠도 푹 주무시며 힘내시길...이 긴 대화 끝에 우리 진정 새해 덕담을 나누네요^^

[그장소] 2015-02-18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막...금박 쓴거.날아갔어요!!!!ㅎㅎ)
나쁜끝은 있다..언제고..늘 마음아파하는.사람한테는.위로랍시고...해주는.말이....고작 그거라는~
너도 나도 마음 이라도 편차..뭐! 이러다 세상이 이꼴이 된건 아닐까요~?
이왕 진 십자가...수고롭도라도 더 지고 가시어요.^^ 알아주는 이 없는 것이 고행 인거라고. 덕 을 쌓는다...그러자고...ㅎㅎㅎㅎ
새해 복 많이 많이 북 많이많이~~^^♥♥

AgalmA 2015-02-18 01:33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은 왜그리 글이 잘 날아가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남들도 다 그리 살아, 별 수 있냐, 튀어봤자 너만 고생이지....그런 식 말과 태도입니다. 다같이 바꿔나가면 정말 티끌만큼씩이라도 서서히 바꿔나갈 수 있을텐데.
일베도 있지만 생각있는 사람들도 뭉쳐서 말하는 모습도 그만큼 드러나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장소님의 글 날아감도 이젠 안녕~되시길 기원할께요ㅎ
또한 좋은 책 많이 만나 씩씩한 몸과 마음 잃지 마시길/

[그장소] 2015-02-1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폰에 결함인지 하루에 한 열댓번은 시스템에러 신고를 하는것 같아요 .
어느땐 글을 골라서 부러 그러나...싶을때도 있어서 손을 딱 놔버리고 싶어져 버리기도 해요.그만 떠들라는 신호 같달까요?
ㅎㅎㅎ제 폰이G3 cat.6 거든요.키판도 제 손가락으로 누르면 꼭꼭힘줘야 하고..그러다보면 어느 땐 와다다다 커서가 역으로 글짜들을 잡아먹으면서 싹 다 지워 버릴때도 있어요.아주 혼비백산 하는데 아무리 커서를 멈추려 해도 스톱모션은 없어요 ㅡㅎㅎㅎ
저도..그 말 싫어요..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그래서...? 이왕이면 좀 더 좋자고 내가 조금 더하면 하나 더 거들면 ...조금 더.좋아지는 세상이...누군가에게는 열리겠죠.저는 그러는데...그럼..저더러.어리섞다 하죠.소설많이 봐서 소설속에 산다나....아...쫌..소설같음..안되나요? 아름다울수 있음 그게 좋지...인간이 왜 인간이게요...튀자는게 아니고...그 복이 꼭 내 대에..내 자식.내 가족이 누리자는게 아니라...모두 함께...같이 좋자..하는 건데..그럼 뒤통수를 치더라고요..허무하긴 해요...그래도..또 별ㅡ수없어요 .
저는 Agalma님의 생각을 지지합니다.
손해 좀 보고..조금 느려도...^^
님도 넉넉한 마음의 여유 갖는 연휴 보내시고 오세요...또 뵈요..오늘도 참 좋은
인연이었습니다.늘 고마워요.부족한 저와 말상대 해주셔서요

복받으실거예요~~^^♥♥♥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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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John Lennon - Beautiful boy]

 

§

당신은 이 글을 읽을 수도, 안 읽을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린 거의 외로울 것이다.  

 

◆  북플과 리뷰를 '마니차'나 '안전망'으로 바라지만 사실은 '외로움'

    - 소비자로서가 아닌 좋은 이웃이 되고, 좋은 이웃이 필요한 이유

 

p84~85   2장   타인의 시선으로 하는 선택

유명인과 동일시하려는 욕망은 오스트리아 철학자 로버트 팔러Robert Pfaller가 명명한 상호 수동성’interpassivity 개념을 도입해 보면 좀 더 복합적인 측면을 이해할 수 있다. 상호 수동성은 개인과 그 개인을 대신해 무언가를 경험해 주는 대리인[대용물]proxy 사이에서 일어난다. 가령 세르비아에서는 상을 치르는 사람들이 대신 애도해 줄 여성들을 고용해 장례식장에서 곡을 하게 한다. 불교도에게는 자신을 대신해 기도해 주는 마니차praying mills가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결코 보지 않을 영화를 녹화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녹화기가 그들을 대신해 영화를 봐주기 때문이다. ■

(* 마니차 : 라마 불교의 두루마리 경전을 넣어 둔 원통형 법구法具, 문맹이어서 경전을 읽을 수 없었던 티베트인들은 이것을 돌리면 경전을 읽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p208   결론  사회는 왜 변하지 않을까?

우리가 선택을 할 때 흔히 조언을 구한다는 바로 그 사실은 개인이 공동체에서가상의 공동체든 현실의 공동체든안전망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선택은 아주 외로운 행동이 되었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다른 집단에 기댈 수 있었다.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조언을 구하고자 늘 새로운 방법을 강구한다. ■

 

 

◆ 선택의 독재성

 

p23   서론

 

선택은 압도적인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선택을 잘못했을 때 발생할 죄책감과 불안, 후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선택의 독재적 측면에 기여한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이렇게 지적한다.

정치사상에서 독재tyranny라는 말의 가장 오래된 용례 가운데 하나는 주권의 동의어이다. 모든 문제가 공통의 주권적 원리나 이성에 회부될 때 그 원리 혹은 개인은 사회에서 독재자로 군림한다. …… 제도가 단일한 권위의 원천으로 군림할 수도 있고, 때로는 신념이 현실을 재단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Richard Sennett, The Fall of Public Man, 1986)

 

p26~27

이 책의 목적은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생각, 그리고 자기만의 모습을 찾아라라는 명령이 어떻게 우리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기 시작했고,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더 불안하고 더 탐욕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후기 산업자본주의가 선택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해 이는 자본주의의 지배를 영속화한다.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에 따르면, 문제는 자기 삶이 구성되는 방식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는 자명한 것, 주어진 것, 거의 자연적인 것으로 기능한다. 철학자들이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는 숨겨진 명령들, 존재의 방식들, 비밀스러운 요구 조건들을 이해하려면 자명한 것obviousness과 주어진 것given-ness의 베일을 벗겨 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복종하는, 기이하지만 아주 정연한 논리를 의식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사회 또는 현재의 상황에 반대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특정한 이데올로기가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사람들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믿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신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의 다수가 믿는 것을 참이라고 믿는 것이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들은 타자의 믿음에 대한 믿음에서 번성한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던 전공산주의 국가들에서 가장 명백할 것이다.

 

 

 

선택의 불안

  p36   1장   선택은 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

  선택과 관련해 어떤 게 신경 쓰이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대답한다.

 

• 이상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전화 회사를 바꾼다.)

• 남들이 내 선택을 어떻게 생각할지, 남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한다.
• 사회를 책임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느낀다. (예컨대, 사람들은 정말로 전기 회사를 직접 선택하길 원하는 것일까? 이것이 개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인가? 하고 자문한다.)
• 실제로는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할 것이하는 점이 염려된다. (남들이 나를 대신해 이미 '선택'을 내리고 있고, 기업들도 마케팅 전략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 "가만 있으라"는 오래된 뿌리

 

 p41   1장   선택은 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

  칼뱅주의적 노선을 취했던 기독교 자기 계발서들은 독자가 삶의 많은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단념하게 하도록 애썼다. , 천국에도 자리가 제한되어 있듯이 모두가 세속의 성공을 누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승자와 패자가 있긴 하지만 사실 인간들끼리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내부의 더 낮은 자아와 끊임없이 씨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p42

  그러나 20세기로의 전환기에 경제활동에 관해 조언하는 많은 자기 계발서의 논조가 서서히 바뀌었다. 경쟁자를 제거하고 전리품을 차지한다는 관념이 용인된 것이다. 한 사람이 삶에서 성공하고자 할 때는 자기 내부의 자아와 태생적 환경들에 맞서 싸워야 할 뿐만 아니라 성공을 추구하는 다른 이들을 앞지르는 일에도 주의를 집중해야 했다. 그래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다윈 이후의 사고방식, 즉 적자생존과 연관되었고, 삶은 가장 강한 자 내지 가장 교활한 자가 성공하는 일종의 전장으로 인식되었다. 20세기 들어 여성이 일터에 진입하게 되면서 자수성가형 인간[남성]에 관한 생각은 또다시 수정되었다.

(중략)…… 오늘날에는 자수성가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선진국의 젊은 남성 혹은 여성들이 단순히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의 고정된 경로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 심지어는 어느 정도 성공해 부를 획득하는 것조차 흔하고 당연한 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과제는 자기 창조. 포스트모던한 쩐문직들에게는 삶 그 자체가 일종의 예술 창작 활동 혹은 도전적인 기업 경영, 즉 계속해서 개량하고, 개정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며, 성공은 그것의 가장 완전한 표현이다. 이런 까닭으로 선택에 대한 관념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 사람의 모든 것은 사회가 조장하는 행복과 자기 충족감에 다다르기 위해 조심스레 내려야 하는 결정의 문제가 되었다. ■

 

§§

몸이라도 건강하면 좀 더 의연할 수 있을 텐데, 병원이라도 가게 되면 우리는 당장 위태해진다.

 

◆ 수술대 앞의 의료소비자, 우리의 현재 - 내 몸은 어디까지 내 책임인가

 

 p87~88   2장   타인의 시선으로 하는 선택

현재 의료 서비스에서는 선택과 자기 지배라는 관념을 예찬한다. 의사는 더는 권위자를 자처하며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을 권하지 않는다. 요즘은 그저 환자에게 선택지들을 고지하고 환자가 결정하도록 하거나 동의(또는 거부)를 표하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의사의 처방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고 훈련도 받지 못한 환자가, 그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해 동의를 한다는 것[고지에 입각한 동의]informed consent은 요식적인 행위일 수 있으며, 상황이 잘못됐을 때 책임과 소송을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심각한 질병이 생겼을 때 어떤 치료를 받고 싶은지 직접 선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선택의 자유가 추상적인 수준에서는 호소력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사태가 심각해지면 사람들은 누군가 전문 지식을 갖춘 권위자 가 대신 선택해 주길 바란다. 배리 슈워츠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건강한 집단에게, 만약 암 진단을 받을 경우 치료 방법을 직접 고르겠는가 라고 묻자 65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실제 암 환자 가운데 직접 선택하길 원한다고 답한 이들은 12퍼센트에 불과했다.

 

p89

자기 치유 이데올로기가 많은 나라에서 정치인들이 공공 의료 서비스를 민영화하기 시작한 시기에 급격히 번성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의료 기관에서 받는 치료에 점점 더 불만족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이들 가운데 갈수록 더 비싸지는 민영 의료 서비스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었다. 자기 치유 이데올로기는 건강에 대한 책임, 심지어는 병을 치료하는 힘까지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생각을 조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유형의 각종 산업들도 발전시킨다. 내면의 치유력과 조우하는 신기한 방법들을 제시하는 소위 뉴에이지 의료 전문가health guru들이 넘쳐 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

분석해 들어갈수록 우리의 선택은 전혀 합리적이지도, 주체적이지도 않다.

이론으로 살펴보지 않아도 우리도 늘 느끼고 있다.

"대충 네 알아서 줘" , "이거 어떤 거 같아?" , "그냥 이걸로 하자", "앗, 깜빡했네, 미안." , "어, 이거 집에 있었네", "나도 그거" 등등등...

◆ 대타자와 대주체

 

p104~106     2장   타인의 시선으로 하는 선택

대타자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프랑스 정신분석가 샤를 멜망Charles Melman은 대타자에 관한 오늘날의 인식 변화가 세계는 합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가정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합리적 세계에 대한 믿음은 대타자에 대한 사고뿐만 아니라 세계가 예측불가능하며 그것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거대한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상의 가능성을 박탈한다.

십여 년 전 프랑스 정신분석가 자크-알랭 밀레Jacque-Alain Miller와 에릭 로랑Eric Laurent은 더는 대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추론하고 윤리 위원회들에 대한 우리의 강박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과학의 진보는 많은 해답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의문을 야기해 왔고, 우리는 이런 답을 제시하는 어떤 권위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임시 특별 기구들예를 들면 대타자의 비일관성을 다루도록 고안된 윤리 위원회들을 만들어 낸다. 물론 이런 기구들도 늘 비일관성을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질서의 구조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프랑스 철학자 다니-로베르 뒤푸르Danny-Robert Dufour는 이를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대타자에 대한 인식의 역사를 추적했다. 문화들은 저마다 언제나 특수한 자기 기원의 흔적들을 파악하고자 애쓰는 주체들을 형성한다는 프로이트의 가정에서 출발한 뒤푸르는 이것이 사람들이 대타자를 그리고, 노래하고, 형체와 목소리를 부여하고, 무대에 올리고, 표상하는(심지어는 표상할 수 없는 것에 eogoj도 초월적인 표상을 부여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대타자는 우리를 위해 우리 스스로 유지할 수 없는 것을 유지해 주며, 따라서 우리가 형성되는 토대가 되어 준다. 그래서 우리의 역사는 늘 대타자의 역사, 더 정확히 말해 대타자의 이미지들인 것이다. 뒤푸르는 더 나아가 주체는 늘 대타자에 종속된 주체이며, 대타자는 과거에 일종의 대주체big Subject의 형태로 신이나 왕에서부터 자연원리와 인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해 왔다고 지적한다. 서구 역사가 전개되어 오면서 개별 주체와 이 대주체의 차이는 작아졌다. 뒤푸르는 계몽주의 시대 초반에 개인이 자신의 준거를 바로 자신에게서 찾게 되었다고 본다. 바로 이때부터 주체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데 더는 외부의 존재Being , 나라, 혈통 를 참조하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는 자기 자신이 자기 고유의 기원이 되었다. 근대성과 더불어 다양한 대주체들이 출현했다. 이는 교회 권력의 쇠퇴와 엄청난 과학적 진보와 관련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인간 주체는 점점 더 그 자신과 관련해 탈중심화되었다.

뒤푸르는 탈근대 사회에서는 더는 상징적 대타자, 즉 주체가 요구를 표명하고 문제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위가 되는 불완전한 실체는 없다고 결론짓는다. 그런 사회에서는 시장이 대타자가 된다. 오늘날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가 되리라는 발터 벤야민의 예견을 이어받아, 시장이 신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근래의 경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자유 시장경제라는 신조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죄다 이단이라는 딱지가 붙었기 때문이다.

현재 인간 주체는 영구히 탈중심화되어 있다. 주체를 둘러싼 상징적 공간은 항상 아노미 상태이고 분산되어 있다. 그래서 탈근대성 논의들은 거대 담론들과 신뢰할 만한 권위들이 사라졌다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개인주의는 주체가 점차 자신을 자기 창조자로 인식하는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

 

 

 

◆ 바라지 않았던 선택의 모습

 

p183~184    5장   강제된 선택

누군가가 선택권을 제공받는 동시에 빼앗긴다면, 당연히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제된 선택은 사회를 결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강제된 선택의 사례가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합의가 사회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는 이 자유를 간단히 거부할 수 없다. 가장 엄하고 잔혹한 전체주의 정권조차도 흔히 강제된 선택이란 행위에 의지했다. 이는 강압적 정치가 흔히, 개인이 정권의 질서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는 환상에 근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런 정치적 일상적 사례들에서 나타난 강제된 선택은, 개인에게 방어기제(, 신경증)를 형성하는 강제된 선택이 있다는 정신분석 개념과는 상이하다, 정치적 사례들의 경우, (군대에 가거나 감옥에 가거나, ‘고문없었음에 표시하거나 죽어나, ‘예의에 맞게 행동하거나 품위 없는 사람이 되거나 등과 같은) 행동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이런 사례들에서는 방어기제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감자나 징집병이 목숨을 구할 수 있지만, 자신의 진실을 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라캉이 말하는 주체는 사회화 과정에서 훨씬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한다. 주체가 개인적 방어기제를 형성하는 강제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정신병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정신병 또한 선택의 문제다. 또다시 강제된 선택이긴 하지만 말이다. 라캉에 따르면, 정신병에 걸리는 문제에서조차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정신병적 구조는 단순히 개인에게 부과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이 스스로 형성하는 것이다. 비록 의식적으로 형성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

 

 

 

 

 

§§§§

옮긴이 박광호씨의 의식 있는 후기도 옮겨본다.

  결국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선택해야 할 것은 우리 공동의 것, 게임의 룰, 선택의 룰 자체이다. 그 고민과 씨앗은 협동조합, 지역 화폐, 마을 공동체,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이미 시작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온전한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 및 결선 투표제, 국가 관료에 대한 민주적 통제,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풀뿌리민주주의 등으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민주화하고, 기본 소득, 토지 공유화, 노동자 경영권 등으로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선택 역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선택을 제한하는 구조 ㅡ 정치적 · 경제적 구조와 인간의 심리적 구조 ㅡ 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것이, 우리의 선택이 조삼모사 원숭이의 선택이 아니라 온전한 선택이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200페이지가 약간 넘는 적은 분량임에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시하는 책이다.

대타자와 이데올로기라는 과도한 상정으로 개진해 나간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의 사회가 광범위하게 그 테두리에 매몰되어 있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전혀 무리수가 아니란 생각.

우리와 연관된 정치 · 경제 · 생활(소비,육아) · 정신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

결국 사지 않기로 한 선택 하나.

생각해 보니 그 카테고리에서 사고 싶은 책은 『공산당 선언』뿐인데,

컵을 갖기 위해 굳이 그 이상의 책을 사고 싶지 않다! 로 탕탕탕! 결론.

읽었던 책이 많아 살 수 없는 것이니 구매자분들은 오해마시길^^;

 

 

사겠다는 자유와 사지 않겠다는 자유.... 선택의 자유인가, 자유의 선택인가....그것을 끝으로.  

 

 

 

ㅡAgalma

 

 

 

 

 

 

p136
무제한적 만족과 자기 충족감을 조장하면서도 불만족이라는 토대에서 번창하는 사회에서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토록 소비에 미쳐 있을 리 없다!) 좌절감은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한다. 개인에게 좌절은 흔히 불만족보다 더 고통스럽다. 불만족은 욕망과 얽혀 있는데 좌절은 주이상스와 관련된 문제들ㅡ우리가 향락하는 바로 그 방법ㅡ과 연관되어 있다. 장-피에르 르브룅은 이렇게 쓴다. ‘주이상스를 향한 의지가 사회를 지배할 때 프롤레타리아의 끈끈한 연대는 경쟁과 대립으로 바뀌고 사회의 증오는 심화된다.’(Lebrun, Un monde sans limite, p.250)

p200
우리는 스스로 내린 선택에 수치심을 느낄 때 전체 사회를 응시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다. 또한 사회의 부정의 앞에서는 시선을 떨구고, 적절한 선택을 내리지 못한 것에 수치심을 느낀다. 우리는 사회질서의 결함을 보는 대신 자신의 결함을 보고, 우리가 누리거나 성취하는 것이 적을 때 자신이 열심히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다. 이들은 삶에서 성취감이나 행복을 느끼기가 힘들고 자신들의 실패에 대한 비난을 개인적으로 견텨 내야 하기 때문이다. 리얼리티 쇼, 놀이동산, 새로운 무수한 오락물이 넘쳐 나는 시대에 가난은 외부의 시선에서 보기엔, 선택할 수 있는 생활, 자유의사로 참여하고 그만둘 수 있는 개인으로 오인될 수 있다

p209~211
그러나 선택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인간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다. 개인이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곧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문제는, 우리가 선택을 오로지 전적으로 합리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그래서 경제 이론과 소비자의 관점에서 선택을 사고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견해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사실 우리에게는 선택을 인간의 정신 및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파악하는 더 폭넓은 이해 방식이 필요하다. 정신분석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증상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우리가 저마다 자신의 고통을 이성적으로 선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개인은 주체ㅡ늘 자신의 증상(즉, 신경증)을 만들어 내는 사람ㅡ라는 의미이다. 변화는 가능하고 또 우리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그것을 극복할 능력도 있다.
선택이란 관념을 강요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사회는 계급차이와 인종적‧성적 불평등을 은폐한다, 1987년 마거릿 대처는 유명한 선언을 남겼다, ‘사회 같은 것은 없다. 개인으로서의 남녀, 그리고 가족이 있을 따름이다.’ 이런 관점은 이후 사회의 전 층위에 스며들었다.

p213
존 레넌의 유명한 노래[아들을 위해 쓴 <뷰티플 보이>Beautiful boy] 중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살다 보면 뜻밖의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지. 그동안에 너는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말야.’ 선택도 마찬가지다. 선택지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선택을 내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선택의 독재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부할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실제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될 것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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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딘 이벤트와 사투 - 펭귄클래식의 역습
    from 공음미문 2015-02-24 21:19 
    §신학기라 슬슬 알라딘도 이벤트에 박차를 가하는군요.지난주 펭귄클래식 컵을 안사고 버텼건만펭귄클래식이 어찌 또 내 속을 알고 1만 원만 사도 사은품을 준다는 솔깃한 제안을!그린핑거 베이비로션이 1000명 인분으로 창고에 가득할 것 같지만.... 그래서 오늘 주문하는 김에 펭귄클래식에서도 1권 사고야 말았습니다;랜덤이라지만 무조건 당첨은 확실하니 상품으로 뭐가 올지 살짝 기대합니다 ☞☜;내일 지킬 하이드 영화도 보러 가는데 제발 지킬 하이드 양장 노트가
  2. 불안의 기후 변화 속에서
    from 공 음 미 문 2015-06-22 05:02 
    § 불안, (반갑진 않지만) 안녕? 책을 읽을 때는 기분이 많이 울적했는데, 정리 하다보니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게 돼서 생각에 살이 좀 붙은 거 같다. 이 맛에 리뷰를? 하지만 아직도 너무 길어.... 1장 [서론] 그동안 인류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주었고 지속적인 불안 요인인 것은 폭력(전쟁, 테러, 각종 범죄), 질병(바이러스), 환경(지진, 쓰나미 등), 경제 불황이라고 생각된다. 서론에서 레나타 살레츨은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불안해
 
 
수이 2015-02-1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생각하는 것들과 맞닿는 지점이 많은데요. 음음 노래 좋고 읽어야지_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근데 언제 사서 언제 읽지_ 그리고 더불어 이렇게 쓸데없는 댓글을 달아도 괜찮을까 그냥 삭제를 해야 하나 역시 선택의 갈등 앞에서 한참 왔다 갔다 하네요. 그리고 마지막_ 쿨럭;; 컵을 갖고 싶어서 책을 산 이 사람;;;;;; 푹 찔리고 말았습니다;;;;;;

AgalmA 2015-02-17 14:46   좋아요 0 | URL
댓글 쓰는데 웬 고민을 그리; 저또한 이 책 요즘 제가 생각하는 지점 많이 짚어줘서 좋았어요. 결국 펭귄컵을 포기하게 만든 주범이기도ㅎ...정말 갖고 싶었지만ㅜ
200페이지라 금방 읽으실 거예요.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는데 메모를 하도 옮겨야해서 차라리 살 걸 그랬나 했어요ㅎ 여기 글에 안 올린 재미난 글이 얼마나 더 많은지 모르시죠? ㅎㅎ

수이 2015-02-17 14:54   좋아요 0 | URL
으악_ `여기 글에 안 올린 재미난 글` 으악으악_ 저를 이렇게 안달나게 만드시다니! Agalma님 나빠욧! 하고 냉큼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다른 분들 글도 있나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AgalmA 2015-02-17 14:58   좋아요 0 | URL
후회 안하실 거예요. 최대한 살펴보시라고 굳이 제가 방대한 양을 올린 거니까요. 라캉 이해에도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3월에 살레츨 새 책 또 나올 예정이던데 그것도 꼭 볼 생각입니다^^

수이 2015-02-17 15:22   좋아요 1 | URL
레나타 살레츨 Ted 강연 막 듣고 왔어요. 이번 주는 무리일 거 같고_ 다음주에 월급 들어오는대로 지르려구요. 언젠가 읽어야지_ 하다가 보니 테드 강연 있어서 다 듣고_ 그래, 읽어줘야지, 읽어야겠어, 이 책은 나를 위한 거잖아! 막 흥분하고_ 3월에 나온다는 살레츨 새 책_ 그것도 리뷰 꼭 해주셔야 해요, 아님 미리 알려주셔도 좋구요. 기다리기 전에 막 조를래요. 다른 `재미난 글`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주세요!!

AgalmA 2015-02-17 15:31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램프로 돈도 가져가고 책읽고 리뷰 내놓으라는 사채 시스템 비슷한ㅋㅋ

수이 2015-02-17 15:34   좋아요 1 | URL
알라딘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ㅋㅋㅋㅋㅋㅋ

[그장소] 2015-06-26 0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참 안타까웠는데...계속 그 글쓰기 시스템은 나한테 제 개인적으론 너무 최적화였는대, 폰이 안되고 제 가 취할수 있는 모든 방법이 거부하니, 애석하게도 , 서재로 우회하는 수단..글을 복사해 붙이는 방법을 쓰고있는데.. 여기 서재는 글저장
시간및 로그아웃이 멋대로인 지라..어느 순간 훅 날아가거든요.그렇게해서, 북플사용자에서 탈락자가 되고 말았죠. 그런데 계속 있었데도 누가 보는가 안보는가에 천착해 내글이 이제 인기글이 아닌가에 까지..두루 신경을 써야한다, 생각하니..자연도태가 저는 필요한 수순이었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치열하지 못하니..꼭 필요한 글만 남아야하는 거죠. ^^ 영화에서 말하듯 쓸모없는 글, 쓸모없는 사람,..자연제거 되는 식..^^ 그래서. 결국 마음에 대한 것을 보는데 책은 전문적인가 흥미위주에 머물러 볼
것인가...인가..까지도..선택하라 ?! 관심가져달라...?!어렵다..이건.

AgalmA 2015-06-27 20:06   좋아요 1 | URL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자세, 행위가 중요한 동력이며, 그것을 또한 객관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다른 사람에게 맞추려들면 내 글은 금방 무너지죠. 그러나 내 감상, 주관 속에서 안주하려 들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기도 어렵죠.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작품이든 책이든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 과정은 결국 동일한 거죠.
 

§

다뤄진 내용들은 우리가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서 거의 알지만 정확히 법리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처리되었는지 잘 알지 못 했다. 그저 됐다, 안됐다 / 유죄냐 무죄냐 선고에만 관심을 가지고, 징역 몇 년 몇 개월이다 하며 분노했다. 모종의 커넥션과 거래와 음모론으로 생각하는 걸로 그쳐서도 안될 것이다. 어떤 법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악용되고 있는지도 보고, 이참에 법공부도 겸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세월호 법적 처리에 대한 예비공부도 할 겸. 그간 판례 흐름을 보면 지속적인 비슷한 맥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뒤가 잃어버린 20년의 대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의 이치와 이론과 방편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사람에게 불도저식으로 적용되고 있는 법리를 제품 사용서보다도 외면한다면 정말 암담한 일이다. 무엇보다 법을 잘 몰라 당한 어려움, 누구든 있지 않은가. 아직 없다면 축하ㅡㅜ!

어린 친구가 이 책을 보고 사법고시에 도전하는 계기가 돼도 좋겠고! (미안, 난 글렀어. 기억력이 만신창이라)
읽기로 정해둔 책 정리가 되면, 이 책 리뷰도 꼭 써보고 싶다. 갑자기 법공부하고 싶어지면 곤란한데;;
이런 책은 도서관에 신청해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간일 때 사람들에게 가장 노출 빈도가 높으므로 좋은 책일수록 나는 대출반납을 빨리 하려고 노력한다. 다시 가서 봤을 때 대출이 안 되어 있으면 혼자 애태우며;;
법리 책은 나도 생소해서 판결문과 법리에 내가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것은 법조히즘인가;
내용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것 같으니 보기 전에, 우리 겁먹지 말자! 법을 밥 말아 먹자!!
치맥과 법치의 대결~ 집에서 해보는 거 어떨까? 법치 치맥 인증 사진 리뷰대회!!! 같은 거 하면 이 분야 책 좀 팔릴 거 같은데.... 흠.
후원해 줄 프랜차이즈 치킨 사장님, 연락 주세요. 알라딘에~ 사은품: 치킨 모양 대형 쿠션 제공도 좋겠네요. 디자인 시안 제가 생각해 보겠습니다.




ps)
낼 출근을 위해 이젠 자야 해서 모바일로 쓰느라 맞춤법, 문장력이 괴발개발인 점 감안해 주시길;
이 책이 많이 알려지고 읽혀서 알라딘에 리뷰가 많아졌으면 하는 맘에서 글 올립니다.


ㅡAgalma

 

 


 

 

 

 

 

 

 

 

 

 

 

 

 

 

 

2014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위법 /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 도박 중독자에 대한 강원랜드의 책임 /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 <백년전쟁> ‘두 얼굴의 이승만’ 편 / 원세훈 1심 / 재능교육 학습지교사 노동자성 / 전교조 법외노조 1심 / 이해관 KT 공익신고 2심 / 자살 여군 대위, 성추행한 소령 집행유예 / 선거권·피선거권의 연령 기준 헌법소원 / 해병대 장교 이적표현물 소지죄 무죄 /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재심 / 김용판 1심 / 옥외 집회 사전신고제 합헌

2013년
통상임금 판결에서 신의칙 문제 /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대리투표 유죄 / 외부 성기 형성 없어도 성별 정정 허가 /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학교 폭력과 학교의 책임 / ‘언소주’의 소비자 불매 운동 상고심 / 노회찬 삼성 떡값 검사 실명 공개

2012년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합한 이유 / 박경신 ‘검열자의 일기’ 2심 /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 / 집시법상 해산 명령의 적법 요건 / 기성회비 반환 소송

2011년
정봉주 허위사실 유포죄 확정 판결 / 인터넷을 통한 후보자 지지·반대 금지 위헌 / 무죄판결의 의미 / ‘선거 쟁점’에 대한 찬반 표시도 공직선거법 위반

2010년
제주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해제 / 군 불온서적 지정 / 역사 교과서 수정 명령 / 한명숙 뇌물 수수 사건 1심 /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의 효력 / 전교조 시국선언

2009년
야간 집회 금지 집시법 규정 위헌 / 강제 철거의 근거였던 도시정비법 조항 위헌법률심판 제청

2008년
야간 집회 금지 집시법 규정 위헌법률심판 제청 /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 이건희 무죄 1심

2007년
상경 집회 원천봉쇄 / 성희롱으로 해고된 카드 회사 지점장 / 정몽구 회장 집행유예 /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들 1심 / 상지대 정이사 선임 무효 / 파업에 참가한 울산 북구청 공무원 승진 취소 / 교통 불편 우려로 경복궁 인근 집회 금지 / 한미 FTA 협정문 초안 비공개

2006년
감사원 내부 비리 고발자 현준희 / 선분양 하면서 인근 쓰레기 매립장 설치를 알리지 않은 건설사 / 개인 파산 제도에서 면책 불허가 사유인 카드깡과 카드 돌려막기 / 관급 공사의 부패를 막는 청렴계약 조항 / 명의 신탁과 불법원인급여 / 퇴직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 / 안산시 공무원 내부 고발자 김봉구

2005년
법원 100미터 이내 집회 금지 합헌 / 삼성전자 주주 대표소송 확정판결 / 돈 갚을 능력 없는데 카드 사용하면 사기 / 이마트 노조 가처분 사건 / 미술 교사의 누드 작품 음란물 인정 / 공안문제연구소의 공안 감정 / 지문 날인 제도 합헌 / 성폭력 범죄에서 ‘항거 불능 상태’의 의미 / 영화 <그때 그 사람들> 다큐멘터리 부분 삭제 판결 /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의 홈페이지에 올린 비판 글 / 동방페레그린증권 사건과 삼성전자 주주 대표소송에서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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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평한가 1 - 집회의 자유 : 법은 인간 위에 있지 않다
    from 공음미문 2015-05-21 22:15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란 문장은 매우 의심스럽다. 만인은 법에게 권한을 줌으로서 법에 구속받는 궁지를 자처했다. 강제 속에서 평등을 꾀한다니 이치가 참 괴이하다. 법(law)의 사전적 뜻에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이라는 이중삼중의 강제력이 포진해 있다. 法이라는 한자어는 어떤가. 水와去는 둘 다 ‘흐르다’는 성질이 있다. 去에는 ‘내쫓다’라는 제거의 뜻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흐르게 하고, 무엇을 제거하고 있는 것일까. 칼 슈미
 
 
수이 2015-02-1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치 치맥 인증 리뷰대회_ 생각만 해도 아찔아찔 좋아 죽겠는데 과연_ 음......

AgalmA 2015-02-12 23:02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을 때 제가 자진 법치 치맥 리뷰대회 스타트 하려고요ㅋ;

오쌩 2015-02-16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덕에 책 보관함에 넣었습니다ㅎ 이책과 더불어 한겨례에서 나온 올해의 판결이라는 책도 같이 보면 좋을듯 합니다. 저도 도서관 반납기일때문에 완독은 못했습니다;;

AgalmA 2015-02-16 23:5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한겨레 그 책들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원세훈 판결 처리가 향후 어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정말 법 좀 알아야겠단 생각이 물씬^^

네오 2015-04-11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다 읽었어요? 오늘 폴리티코에 양심적인 미국연방 판사글 보니 한번 책뭐있나 했더니,,판결문수집록 밖에 없네요, 저는 이런책으로 읽지는 않고 아예, 판결문정본을 읽었어요,. 그런데 이 소송절차법을 알면 이해가 쉬운데 우리는 결론만 보잖아요, 그래서 오해가 생기는것 같은데, 김용판케이스는 구체적증거없이 증언만가지고는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내릴수 없었을거예요 그리고 헌재결정문과 대법윈판례는 조금 다른 유형이예요,

AgalmA 2015-04-11 15:49   좋아요 0 | URL
도서관 신청해서 아마 다음달에 받아보게 될 듯 해요. 판결문 정본도 보십니까@@ 또다시 네오님은 무시무시한 분이다 할께요(_ _) 소송절차가 정확히 어찌되나 헌법부터 해서 관련 법전들도 한번 볼까 하다가 그러다 고시생 되겠어서ㅎ; 일단 이 책을 보면 법관련에 대해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맥락이 잡힐 듯도 해서 관심 시작단계예요.
단순히 한국사회 부정의를 알자는 게 아니라 세계의 시스템을 알고자 하는 데 더 방점이 있어요

네오 2015-04-11 16:59   좋아요 1 | URL
보면 어떤지 알려주세요,,,,그런데,,,매번 책검색할때마다,,아니 음반검색할때도,,,님이 있네요^^,

AgalmA 2015-04-11 17:01   좋아요 0 | URL
자주 안 부딪히는 쪽으로 노력해 볼께요. 이거 또한 재밌을 듯ㅎㅎ

네오 2015-04-1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는 되게 반가웠다는 말이었는데요,,정말 취향 똑같다고요,,혹시 야구는 좋아해요?????????

AgalmA 2015-04-11 18:05   좋아요 0 | URL
반가움 뜻이란 거 알아요ㅎ 뭔가 다른 것도 있어야 더 흥미로운 대화가 있지 않겠나 하는 뜻의 말이었습니다. 제가 또 청개구리 스타일이어서...남들 좋다고 하면 아예 다른 걸 찾는 자라서; 그래서 제인과 에밀리도 읽지 않는지도요ㅎ
폴 오스터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보면 야구에 관심을 가져볼까 싶기도 한데, 짐작하다시피 제가 너무 관심사가 많잖습니까? 스포츠까지는 참 힘들어요ㅎ 그리고 스포츠의 대결의식들,룰,판정,인간의 환호들.... 제겐 재미가 아니라 인간 욕망에 대한 불편한 점을 건드리기도 해서^^;
 
안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1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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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고티의 서문 中 

(p17) 엄밀한 의미에서의 철학적인 사고는 신학 속에 파묻혀 수도원에서 잠자고 있었다. 에로티시즘과 형이상학은 동시에 발전한다. 종교는 전투적이며, 형이상학은 에로틱하고 관능적이다.

 인간을 전투적이고 호전적이게 만드는 것이 종교성이거나 아니면 인간을 종교적이게 만드는 것이 전투성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별 중요하지 않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형이상학적 본능이다. 결국 이 원죄가 인간을 관능적이게 만들었고, 이브처럼 선악을 알려는 열망인 형이상학적 본능을 일깨운 것 또한 바로 이 관능성이다. 그 후에 전투성의 관능성에서 탄생한 종교의 형이상학, 즉 신비주의가 나타난다.

 크세노폰이 『회상』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누었던 저 아테네의 창녀 테오도타는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진리를 탄생시키는 산파술을 개발한 소크라테스의 진리 탐구 방법에 열광하여 그에게 자신의 중매쟁이가 되어 남자 사냥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스어 교수인 우나무노 선생님에 따르면 테오도타의 남자는 사냥의 동반자인 신테라테스를 가리킨다고 한다. 이처럼 흥미롭고 교육적인 정보는 그에게 빚진 것이다.) 창녀 테오도타와 산파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매우 흥미로운 대화를 통하여 우리는 어떻게 철학이 상당 부분에서 매춘업이며 매춘업 역시 철학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두 직업 사이의 내적인 연관성을 분명히 알 수 있다.

 

 

§

이 소설의 주제는 꽤나 일찍 나오는데 그것은 우나무노의 성마른 특질에서 비롯된 듯하다. 

빅토르 고티에게 서문을 맡겨 놓고 곧바로 뒤에다 고티의 서문이 맘에 안 든다고 투덜대는 서문을 다는 거 보고는ㅋㅋ

『안개』의 주제는 바로 아래 34페이지에 직접적으로 나온다.

 

 

(p34) 주님, 매일 매일의 무수한 사물들을 저에게 주옵소서. 인간은 심한 고통이나 큰 기쁨에는 굴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고통과 기쁨은 사소한 사건들로 구성된 거대한 안개 속에 감추어진 채 닥치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안개 같은 것. 인생은 구름 같이 모호한 것이다.■

 

 

내가 본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아우구스토의 현학적 철학이 어떻게 사랑과 현실을 재단하고 비극을 자초하는가이다.

자주 느끼지만 사랑과 찌질함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다. 철학과 현실의 관계처럼.

요즘 헤겔을 읽고 있는데, 그동안 풍문으로 들었던 것과 매우 판이했다. 정-반-합도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입문서나 해설서의 2차 터널로 우회하지 말고 번역의 1차 터널만 감수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또다시 했다.

....안개 속을 헤쳐 해를 건지려는 헤겔.

오, 철학이여.

 

ㅡAgalma

 

 

 

 

 

 

(p25~26) 우산을 케이스 안에 있을 때는 잘 접힌 채 맵시있고 우아한데, 펼치면 미워 보인다.

  아우구스토는 생각했다. '인간이 사물을 이용한다는 것, 즉 그것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다. 사물의 가장 숭고한 기능은 단지 그것을 바라볼 때에 있다. 먹기 전의 오렌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러한 문제는 우리 모두가 천국에서 진지하게 신을 명상하고 신 안에서 모든 사물을 바라볼 때 바뀔 것이다. 여기 이 가련한 인생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신을 섬기는 것이다. 우리는 신을 이용하는 데 급급하여 우산을 펴듯 신을 펴서 모든 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할 뿐이다.'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바지를 걷어 올리려고 몸을 굽혔다. 그리고 마침내 우산을 펴고, 잠시 멈추어 서서 생각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오른쪽으로 아니면 왼쪽으로?' 왜냐하면 아우구스토는 보행자가 아니라 인생을 산책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p122) "인생이야말로 유일한 인생의 스승이야. 그보다 나은 교육은 없어. 오직 살면서 사는 법을 배우는 거야. 인간은 각자 새로운 인생 수업을 다시 받아야 해……"

"그렇다면 많은 세대가 수세기에 걸쳐서 남겨놓은 유산은 어떻게 되지요?"

"유산이 있다면 환영과 환멸, 그 두 가지밖에 없어. 그 두 가지는 우리가 조금 전에 만난 곳에서만 발견되지. 성당에서만 말이야. 확신하건대 자네를 그곳으로 데려간 것은 큰 환영 아니면 큰 환멸일세."

"두 가지 다지요."

"그래그래, 둘 다지. 왜냐하면 환영과 희망은 환멸과 추억을 낳고, 환멸과 추억은 또한 환영과 희망을 낳지. 친애하는 아우구스토, 과학은 현실이고 현재야. 이제 나는 결코 현재에서는 살 수 없어. 나로 말미암아 희생된 내 가련한 아폴로도로ㅡ이 말을 할 때 그는 목이 메었다ㅡ죽은 이후로, 그러니까 자살한 이후로 내겐 어떤 현재도 없어. 어떤 과학도 어떤 현실도 내겐 아무런 가치가 없어. 난 그 애를 기억하면서 또는 기다리면서 살 수밖에 없네. 그래서 모든 환영과 환멸의 집에 머물러 있는 걸세. 성당에 말이야!"

"그렇다면, 지금 신앙이 있으시단 말인가요?"

"난들 알 수 있나!"

"그럼 없으시다는 건가요?"

"내겐 신앙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가 기도를 하는 것은 알고 있지. 그런데 내가 무엇을 기도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해 질 무렵 묵주기도를 드리러 성당에 모이는 사람들이 몇 명 있지.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몰라, 그들 역시 나를 모르지.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내적인 교감을 바탕으로 연대감을 느끼고 있어. 지금은 돼먹지 못한 인간들에게 천재들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네."■

 

 

 

(p276) "희극에서는 자신을 왕이라고 믿는 자가 그 역을 맡게 되지."

"그런데 자넨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자네 기분을 풀어주려는 거야. 게다가 아까 말한 것처럼 만일 우리 얘기를 듣고 있는 숨어 있는 소셜가가 그것을 재생하기 위해 기록해 두었다면, 소셜의 독자는 비록 한순간일지라도 자신의 실체를 의심하게 되어 우리와 같이 자신이 단지 소셜적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게 되지."

"그것은 어째서지?"

"그를 위해 내기 위해서지."

"그래, 나는 예술의 가장 구원적인 요소는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 기분 전환하고 고통을 잊기 위해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지……"

"아니야, 예술의 가장 구원자적인 요소는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하는 데 있어."

"존재한다는 것이 뭔데?"

"자, 보라고. 이제 너는 치료가 되는 중이야. 너를 삼키기 시작하고 있어. 이런 질문이 그걸 증명하는 거야. '사느냐 죽느냐……!'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인물 중 하나인 햄릿이 한 말이지."

"그런데, 빅토르. '사느냐 죽느냐.'라는 말은 내게 항상 엄숙한 공허로 보일 뿐이야."

"문장은 심오하면 심오할수록 더욱 공허한 법이지."

"바닥이 없는 우물보다 더 심오한 것은 없어. 자네가 보기에 가장 진실한 것은 뭐지?"

"음…… 음…… 데카르트의 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아니야. 그것은 단지 이런 말이야. A는 A와 동일하다."

"하지만 그 말은 아무것도 아닌데!"

"그렇기 때문에 가장 진실한 것이야. 왜냐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지. 그러나 너는 데카르트의 저 헛소리를 그렇게까지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그렇고말고……!"

"좋아. 그걸 말한 사람이 데카르트였나?"

"그렇지!"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왜냐하면 데카르트는 단지 허구적 존재로 역사에 의해서 만들어졌어. 그렇기 때문에…… 그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그러면 누가 그 말을 했어?"

"아무도 그 말을 한 적이 없지. 그것은 그 자체로써 말해졌던 거야."

"그렇다면 존재하고 사고했던 것이 생각 그 자체였단 말이야?"

"물론이지! 생각해 봐. 그건 존재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

"그렇구나!"

"그러니 아우구스토, 생각을 하지 마.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만일 계속 생각하게 되면……."

"그러면?"

"너를 삼켜버려!"

"말하자면 자살하란 말이지……?"

"거기까진 끼어들고 싶지 않아. 잘 있어!"

빅토르는 골똘히 생각 속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아우구스토를 남겨둔 채 나가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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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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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내 독서 지침은, 이 현실을 유지시키고 곧잘 그 믿음을 붕괴시키는 나/타자/사회가 함의하고 있는 매우 의타적인 동인(動因)을 살피는 것이다.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더 늦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하는 심경으로 

그동안 내 독서는, 다변화를 모색했다 해도 필요와 호기심과 취향이 모인 괴상한 모습이었다. 누구를 돕거나 알릴 것이 아니었으므로 오로지 나만을 위한 독서였다. (네, 우물안 베짱이였죠)

세상은 한 가지만 파기에도 무궁무진했다. 전문가여, 오타쿠여, 그래서 행복합니까.

탐구와 취향의 다른 편에는 자기 계발과 현실 안주를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와 개체 그리고 정신 두루 살피는 독서가들은 생각보다 많이 보이지 않는다. 풍부한 지성이 있다해도 관용과 배려가 어우러져 있는 이도 참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정도의 사람이라면 알려지지 않기가 쉽지 않고, 숨어 있다면 그들은 뭘 하고 있는걸까. 아는 만큼 회의론과 결정론에 빠지기 쉬워 말을 아끼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공부가들은 그럼에도 말하는 책임을 감수하며 말하는 것일테다.

내 무식하고 자의적인 표본 관찰 속에서 우리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요즘 이걸 느끼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전화위복이 돼줄까?

아무튼 모든완벽을 꿈꾸며 추구하는 동안 우리는 카운트다운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호는 이 무수한 허구성을 드러내 보여준 원자폭탄이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천안함침몰, 용산사태, 국정원 부정선거 무수히 겪어도 당면한 사건들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했다. 세월호 참사가 마지막일 거 같지 않아 우리는 더 불길해하고 있다.

무엇이 우릴 그토록 강박하게 만드는지 나대로 계속 생각해왔다.

 

생명의 소중함.

전 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을 위해 매일 걱정하고 슬퍼하지 않는다면, 이건 매우 속인주의적인 태도다. 지장보살이 아니고서야 전 세계의 죽음을 위해 매일 눈물 흘린다는 건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인간 생명 뿐 아니라 전 지구의 생명을 우린 재점검해야 한다.

 

참을 수 없는 정부의 온갖 무능과 비리와 부조리함들.

왜 이런 정부, 이런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나. 일제 청산도 안했는데 없는 게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기회주의와 탐욕은 굳이 경제라는 거대담론으로 얘기하지 않아도 인간의 내재성이다. 자본주의 치하 아래 이 현실을 욕하고 외면하는 이들과 제 이익 좇기 바쁜 이, 모두가 함께 이 결과의 지렛대질을 한 거다. 그래서 우리는 이토록 더 울분에 싸이는 거겠지. 죄인이 우리 손에 잡히지 않는 세상. 죄를 제대로 벌할 수 없는 세상.

 

주권을 박탈당한 채 끊임없이 희생물로 바쳐지는 "호모 사케르" 피해자들. 

[자신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만큼 제3자인] 우리는 촛불을 들고 각종 후원을 하고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얘기하고 사건의 명확한 해결 촉구를 요구하지만 매번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연일 혹독한 수모와 실제 고통의 호모 사케르적인 삶은 모두 사건 피해자들이 살고 있다.

예방을 바라고 대책을 세우는 것은 표면적이다. 세월호 피해자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 또한 호모 사케르이기 때문이다. 비굴하게 이 땅에, 이 삶에 예속되어 있으니까.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홍철기씨는 우리 표면 깊숙이 내재화되어있는 우리 의식의 썩은 뿌리를 적시해줘서 반가웠다. 이 책을 덮을 때까지 이것이 정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적은 지면이지만 적절한 지적이었다.

 

눈먼 자들의 국가』 기획 의도는 "우리는 과연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총체적 난국 속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눈먼 자들의 국가는 이 시점의 정리와 질문을 대신해준 셈이다. 정답 제시가 아니었기에 각각의 부족함과 한계들은, 독자인 우리도 갖고 있는 것이므로 결점으로 보지 않으려 했다 

상징적인 표현임에도 나는 "기억하자"는 구호를 경계한다. 그것은 자칫 감정적 연민으로 끝날 수 있다. 이 연민에 대한 경계를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지적한 바 있다. '가만히 있으라'처럼 감정적 정지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기억"을 끊임없이 "관심"으로 현실화시켜야 한다.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 2014), 『금요일에 돌아오렴』(창비, 2015) 속속 관련 책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인과관계의 실타래가 복잡한 상태지만, 이후 더 체계적이고 더 다양한 층위 분석이 꼭 제시되어야 한다. 고통스러운 미증유의 우울함 속에서 나 또한 찾아나가야 한다.

말로만 내지르는 질타와 호소는 쉬운 법이다. 그조차도 모르고,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홍철기씨의 의견처럼 우리는 '공적으로 보여주고 보는 능력'을 기르고 의사소통의 길을 바로잡아야 한다.

행동에 있어서도 우리 난관은 이어진다. 불의에 대한 진정한 미움과 거부는 내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라는 타협점을 빌미로 자신의 삶으로 후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싸울 수 있을까는 변함없는 인류의 질문이다.

입으로는 조화와 화해와 긍정을 말하지만 허상적인 주체성으로 똘똘 뭉쳐 이익과 경쟁과 시기를 일삼는 우리가, 이 세상을 바꿀 용기를 얼마나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이 또한 근대 이후 계속 되어온 질문이다.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우린 매번 궁지에 처할 것이다.

우리가 세월호에 대해 어떤 해결을 보느냐가 향후 한국의 미래일 텐데, 사건 해결은 바라면서 정작 자기 자신을 간과하는 것이 너무 많이 보여,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이 정체(停滯)들이 너무나 섬뜩하다. 더한 것도 겪었다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든 흔하게 말하는, 자유 · 행복 · 삶 · 사람 … 이 저 우주의 별보다도 점점 더 멀게만 느껴져 뼈저리다.

과거 사람들의 희생과 교훈 따로, 내 인생 따로 그렇게 스스로 분리되어서는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한다. 내 몸처럼 진정 세상의 전반을 [보]살펴야 할 때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찾는다고 한다. 나는 좋은 질문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그에 부합하는 행동도 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 무수한 실패와 좌절에 굴하지 않고 좋은 질문을 찾아야 한다. 의타(依他)가 아닌 의지(意志)로서.

 

 

 

 

ㅡAgalma

 

 

 

p207 홍철기「세월호 참사로부터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가」

신자유주의란 ‘정치’가 ‘경제’에 의해 대체되는 기획일 뿐만 아니라 보다 본질적으로는 ‘경제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통치의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치가 경제에 의해 대체된다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문화, 예술, 사회, 기술처럼 인간 활동의 다원적 영역들 중 특정하게, 그리고 가장 가시적으로 ‘정치’ 혹은 ‘경제’라고 부를 수 있는 대상 영역을 지칭한다. 이런 점에서 경제가 정치를 대체한다는 것은 경제 영역으로부터의 국가의 후퇴, 그리고 정치와 사회 영역을 경제의 논리에 종속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국가로부터 자율적인 시민사회는 시장으로 대체되거나 그와 동일시된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정치적인 것은 정치의 존재론적 조건, 혹은 토대를 의미한다. 그것은 특정 행위나 활동을 ‘정치적’이라고 표상하는 동시에 이에 ‘정치적’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기준’을 뜻한다.

p210​ 홍철기「세월호 참사로부터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가」

주체성의 사유화에 의해 초래되는 가장 심각한 결과는 언어, 혹은 의사소통 관계 자체의 사유화인 것이다. 사유화된 의사소통의 관계에서 각자의 경험의 복합성은 그것을 말하는 자신에게도, 이를 듣는 타자에게도 모두 사적인 측면으로 환원되어 표상될 뿐이다. "우리에게 부재한 것은 실존적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관계의 부재"이며 "그 결과 남는 것은 (……) 지극히 사사로운 관계 혹은 동일한 관계다. 대신 그 자리는 힐링이니 상담이니 하는 말로 사적인 것을 더 사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소비하는 그런 ‘시장’의 팽창이 대신한다" (엄기호 『단속사회-쉴새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창비, 2014, p26~27)

p214 홍철기「세월호 참사로부터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가」

신자유주의는 투명사회의 치안이라는 측면에서는 오직 사유화된 영역만을 가장 투명한 가시성의 범위에 남겨두며 공공성을 보이지 않는 사회의 그림자 속에 버려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투명 사회의 치안의 논리하에서는 모든 논쟁적인 외부는 사라진다. 혹은 사라졌다고 선언된다. 따라서 법치에 대한 왜곡된 강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치적 책임은 사법화를 겪는다.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으면 정치적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 전도는 책임의 탈정치와의 가장 명확한 징후다. 동시에 ‘제도’는 ‘조직’의 형태로의 부패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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