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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리 소콜로프 - 잘츠부르크 리사이틀 [디지팩 2CD]
쇼팽 (Frederic Chopin) 외 작곡, 소콜로프 (Grigory Sokolov) / 유니버설(Universal)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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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리 소콜로프 연주를 처음 듣는 순간,
나는 동작을 멈추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그저 듣고만 있었다.
일을 하러 나가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 힘을 만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글렌 굴드 연주를 만났을 때처럼 강력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삶과 연주 스타일은 글렌 굴드와 비견되었다.
Grigory Sokolov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 [2CD](현재 품절)
소콜로프의 음악에 대한 완벽주의 성향은 스튜디오 녹음을 꺼리고 실황음반을 선호하는 탓에, 그의 앨범은 그 경력에 비해 턱없이 적다. 완벽주의 성향으로 스튜디오 녹음을 선호한 글렌 굴드와 다른 듯 닮은, 예술을 향한 의지.
「소콜로프의 에이전트는 지난 20년 동안 그의 연주회의 실황 녹음을 정리해왔는데, 원래 취지는 그가 남긴 소중한 해석을 보존하는 것이었지만, 언젠가 소콜로프가 일부 공연의 CD 발매를 허락해주길 희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 음악적 진실성과 관객을 존중하는 마음 덕분에 소콜로프는 공연의 오직 "순수한 실황 녹음"만 음반 발매를 고려한다. 그 발상은 연주자의 삶에서의 한순간을 음악에 대한 그의 해석 그리고 그 음악을 연주한 시공간과 함께 포착하는 것이다.
……소콜로프는 전후사정과 상관없이 올곧게 개인적 기준에 대해 타협을 거부한다. 이는 스튜디오 녹음에 대한 오랜 반감에서부터 연습시간이 부족해서 협주곡 연주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까지 적용된다.
"음악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무엇이든 음악에 반하는 것이며 함께할 자리는 없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그런 다른 것들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평생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ㅡ 앨범 부클릿 中 제시카 두첸(Jessica Duchen)
글렌 굴드(1932~1982)가 자발적 은둔생활을 선택한 것과 비슷하게 소콜로프도 구소련 체제 하에서의 자발적 은둔생활을 선택했다.
「소콜로프는 1950년 상트페테르부르크(당시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그곳 음악원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12살의 나이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첫번째 주요 연주회를 하게 되었고, 불과 16살이었을 때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장 에밀 길레스의 지지를 받고 우승을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해 콩쿠르의 여러 수상자가 빠르게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반면, 소콜로프는 여행이 통제되고 있었다.
일부 소비에트 연주자들은 더욱 큰 개인의 자유를 찾아 서방으로 망명하였으나, 소콜로프는 레닌그라드에 머물면서 자신의 예술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했다. 철의 장벽이 무너진 이후에야 더 널리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ㅡ 앨범 부클릿 中 제시카 두첸(Jessica Duchen)
구소련 체제 하에서 소콜로프의 빛나는 청년기 연주가 그렇게 묻혀버렸다는 것이 안타깝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나이도 나이지만 소콜로프가 장거리 여행을 꺼려해 우리나라에서 그의 공연을 볼 기회가 없을 거라는 점이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이번에 발매한 [2008년 잘츠부르크 리사이틀 The Salzburg Recital](2015.1)은 20여 년 만의 정규앨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쇼팽 24곡의 전주곡, 공연 당시 앙코르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정갈하면서도 깊은 울림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연주 동영상을 보면 약간 곰 같은 몸집인데도; 가볍게 나타나 짧은 인사와 함께 바로 연주에 몰입하고, 연주를 끝냄과 동시에 낙엽처럼 떠나는 소콜로프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2008년 잘츠부르크 리사이틀 The Salzburg Recital] 이 앨범 꼭 소장하시길.
그리고리 소콜로프 대부분의 음반이 품절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이 국내 라이센스반도 곧 품절될 겁니다.
YouTube로 소콜로프의 연주를 듣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어 저도 구매!
사고 후회한다면, 제 추천의 잘못보다 저는 당신의 귀를 의심할 겁니다.
혹, 유럽쪽 가시게 되면 꼭 공연도 보시고요.
2015 공연 스케줄표 : http://www.amcmusic.com/en/concerts-2/grigory-sokolov-concerti-2/
ㅡAgalma
한 철학자가 ‘사물들을 이렇게 보라’고 말한다고 하자. 그러나 첫째, 그것은 사람들이 사물들을 그같이 보는 것을 보장하지 못 한다. 그리고 둘째, 그의 권고는 너무 늦게 온 것일지 모른다. 더욱이 그런 권고는 어느 경우이건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 사물들을 지각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그런 변화를 초래하는 힘은 완전히 다른 데서 시작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음악을 이해하도록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가? 왜냐하면 그것이 음악을 설명하는 것으로 불릴 수 있는 유일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ㅡ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나는 내가 연주하고 싶은 곡만 연주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연주하고 싶은 것만 연주한다...나는 이번 시즌에 바로 이 작품을 연주하고 싶은 강렬한 갈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삼 년 전에 미리 상세한 프로그램을 달라고 하면 모두 괴로워하게 된다. 그것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라서 공연 계획에 큰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선택권은 없다. 나는 절대로 주문에 따라 연주하지 않는다."
ㅡ그리고리 소콜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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