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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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주홍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무가, 눈 부시게 파란 하늘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모두 시어가 되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시집 한 권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 박완서 작가의 수필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에서 추천하여 읽게된 이 시집은 한국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이라는 부제로 낯익은 시들이 많이 나온다. 또한 문태준 시인의 해설로 시 하나하나의 시대적 배경과 작가에 대한 설명, 내면에 담고 있는 뜻까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이 시를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때 참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 헤어지고 나면 사소함으로 변해가는 그 가벼움이 서글프다. 그러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겠지.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헤어짐은 늘 가슴 아프다.

수묵(水墨)정원 9 - 번짐 /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조정권의 <산정묘지>, 박목월의 <나그네>에서 김현승의 <눈물>과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를 망라한다. 깊어가는 가을, 따뜻한 시 한편 읽으며 가을을 만끽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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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0-1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어가는 가을고 어울린다...그러네요.^^ 잘 읽고 가요.

세실 2010-10-14 13:05   좋아요 0 | URL
그쵸. 가을엔 시집 읽으면 참 좋아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들을 다시 한번 읽어도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치유 2010-10-15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시집 한권 들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보림이는 결심하고 노력한 보람을 얻었으니 더 열심히 할것 같아요..기특해요..
반장에 일등아들 엄마라..기분 최고시겠어요..축하축하합니다..

세실 2010-10-15 23:14   좋아요 0 | URL
그쵸. 가을은 시집 한권 읽어주는 센스^*^

네 기말고사에 더 좋은 결과 얻는다고 하니 그저 용기를 심어주려고 노력중이랍니다. 감사해요 배꽃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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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의 어느 날 아치울에 있는 작가의 집을 찾았다. 잘 정돈된 마을 풍경과 길 양쪽으로 피어있는 벚꽃길, 아차산이 마주보이는 곳에 황토로 지은 아담한 집과 초록빛 잔디 정원이 참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내 자식들과 손자들에게도 뽐내고 싶다. 그 애들도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참 좋겠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

작가의 나이 여든임에도 때로는 소녀 같은, 미사여구로 꾸미지 않는 솔직한 글이 참 좋다. 나도 먼훗날 자식들과 손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아흔까지도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읽을수 있는 기력이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은 크게 세 꼭지로 나누어 쓰여졌는데 정원을 가꾸며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는 작가의 일상과 문태준 시집 <그들의 발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고흐의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등에 대한 느낌을 적은 '책들의 오솔길'이라는 예쁜 제목의 책 에세이, 그리고 마지막은 작가가 좋아했던 김수환 추기경님, 박경리 선생, 박수근 화백의 추모글로 짜여졌다.

6.25의 경험이 없었다면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작가의 글에는 6.25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우리 민족의 한이기에 어린 세대들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보낸 가슴 아픈 삶도 담백하게 이야기하며 세월의 연륜을 보여준다. 서평이라기 보다는 삶속에 녹아져 있는 책읽기에 대한 느낌도 참 좋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작가의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를 읽고 쓴 글이다. 가슴 한곳이 텅 빈것 같은 공허한 계절 가을에 시집 읽으며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

섬세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어느새 편안해지는 내가 보인다. 점점 친구 같아지는 옆지기와 착한 아이들이 있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으니 이 정도면 행복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나이들어 가는 것도 괜찮을듯. 아름답게 나이듦을 알려주는 이 책을 읽으며 작은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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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1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벌써 여든이셨군요.
마음은 나이들고 싶어하지 않지만,
글은 나이먹지 않는 것 같아요.

세실 2010-09-20 09:29   좋아요 0 | URL
그쵸. 글은 사십대인 우리에게도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되잖아요.
감성적이고, 소녀같은 취향을 아직도 갖고 계셔서 그런가 봐요.

꿈꾸는섬 2010-09-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세이...너무 좋을 것 같아요. 여든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녀적 감수성을 갖고 계시죠.ㅎㅎ 부러워요. 저도 그렇게 나이들어 가고 싶어요.^^

세실 2010-09-20 15:21   좋아요 0 | URL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답니다. 특히 책에 관련한 에세이 참 좋아요.
여든에도 소녀적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계실수 있는지 참으로 존경스러워요.
우리 노력해요^*^

순오기 2010-09-20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꼭지로 나뉘어 있다니 보고 싶네요.
이 양반은 나이 들어도 여전히 고운 소녀 같아요.

세실 2010-09-20 15:22   좋아요 0 | URL
네. 특히 책에 관련된 부분이 좋답니다.
저도 그렇게 나이들어 가고 싶어요. 때로는 소녀처럼 보여지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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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바쁜 일상에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낸다는 건 힘든 일이다. 가능하면 퇴근후 1시간씩 걷는 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운동의 이유도 있지만 하루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요즘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욕심을 내볼까 하는데 이유는 그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힘은 러너의 열정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하루키의 회고록으로 소개 되었다. 자신의 삶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그가 하루의 일상을, 소설가로서 추구하는 삶을, 러너로서의 삶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솔직함과 문체의 담백함은 읽는내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소설쓰기의 방법으로서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문학적 재능과, 하루에 3-4시간씩 의식을 집중하는 집중력 그리고 1년이나 2년간 집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지속력이라고 한다. 문학적 재능이야 선천적일 수 있지만 집중력과 지속력은 노력에 의해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마라톤은 좋은 방법이 될수 있겠다.      

하루키가 그런 것처럼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일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것에도 참으로 열정적이다. 1년에 몇번씩 42.195km를 완주하고, 100킬로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며, 수영, 사이클, 마라톤 3종 경기를 하는 트라이 애슬론을 즐겨하는 그의 열정은 고스란히 소설 쓰기에도 반영된다.

아테네 올림픽에 사용되었던 올림픽 스타디움,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는 뉴욕의 보스톤 마라톤을 찾아다니며 완주하는 그의 도전하는 삶이 멋지다.  

   
  하나의 풍경속에 타인과 다른 모습을 파악하고, 타인과 다른 것을 느끼며, 타인과 다른 말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님으로써,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것이다. (중략)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온전한 '나'로서의 주체의식을 갖는 것,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도 나에 대한 예의다. 하루키처럼. 

묘비명에 쓰고 싶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하루키가 내게 손짓을 한다. 읽다가 포기한 '상실의 시대' 다시 읽어봐야 겠다. 그의 삶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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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1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요렇게 목표를 세우면 바로 옮기는 울 세실님이 존경스러워!
배워야해요, 내가~^^

세실 2010-09-11 13:03   좋아요 0 | URL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그대도 멋져요~~
제게 악기는 도저히 넘을수 없는 벽.
비오는 토요일 운치 있죠?

프레이야 2010-09-1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가 가져야할 기본 자질, 끈기와 집중력!
저도 나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겠어요. 불끈!

세실 2010-09-11 15:26   좋아요 0 | URL
그쵸. 우리 함께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예의를 갖추어요.
그런데 님이 불끈하시니 왠지 웃음이 납니다. ㅋㅋ

치유 2010-09-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도 충분히 열정적이고 옆에서 지켜보기엔 너무나 아름다워요.

세실 2010-09-11 17: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배꽃님.
하지만 괜히 그렇게 보이는 걸수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해서 문제예요.

양철나무꾼 2010-09-12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의 등을 두들기며'끝까지 걸어도 괜찮다'라고 해주고 싶지만 말이죠~
이 계절엔 무엇인가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여~^^

세실 2010-09-12 07:50   좋아요 0 | URL
달리다 힘들면 당연히 걷게 되는데....천천히라도 달리려는 그 의지가 정말 대단하죠. 전 어제 5킬로 달리는 것도 걷는게 더 많았답니다.
이 가을에 음 그쵸?

2010-09-12 0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2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9-1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는 상실의 시대는 아마 그전에 포기하셨을 때보다 더 괜찮게 다가올거에요. 저의 경우에는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번째 읽었을 때 훨씬 더 좋았거든요.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넘겼던 문장들이 두번째에는 막 가슴에 들어오기도 하고 그랬어요.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게 되신다면, 그 후의 세실님의 감상도 궁금해요.
:)

세실 2010-09-13 08:45   좋아요 0 | URL
두번씩이나 읽었다니 음 저도 도전해 봐야 겠어요. 불끈.
사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지저분한 책땜에 더 진도가 나가지 않았어요.
이 참에 구입해야 겠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잖아요. ㅎ
님의 가슴에 들어왔다는 글이 어떤걸까 생각하면서 읽어볼께요^*^

마녀고양이 2010-09-1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너무 골골거려서,
운동을 제대로 해야할거 같아요. 하루키의 에세이는 그런 면에서 항상 감탄하게 되고
저를 반성하게 되죠.......

15일 정도에 책 주문할 때, 만보계도 같이 주문해야겠어요. ^^

상실의 시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언니의 열정은 지금도 충분히 멋지십니다.
더 멋지면 눈 뜨고 바라보기 힘들어염! 큭큭.

세실 2010-09-13 08:49   좋아요 0 | URL
맞아요.님
다요트가 아닌 운동을 하시면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으실 거예요.
화이팅~~~
아 님도 좋아하시는군요.
전에 넘 다급하게 읽었나봐요.
이 가을에 음미하며 읽어야 겠어요.

호호호. 님이 눈뜨지 못할만큼? 아자 아자 화이팅!
지난주엔 하루도 빠짐없이 1시간씩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했답니다.
이젠 중독된 느낌? 헤헤~~

참 그 젤리 핸드폰 케이스는 보림양이 사달라고 해서 직접 장바구니에 담으라고 했더니 리뷰에 올렸기에 삭제했습니다. 죄송!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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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설레인다. 낯선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되고,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 소설가인 저자는 정신분석, 심리 상담에 관한 책을 다독함으로서 '내 안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다.  

우리 삶의 중요한 비밀 한 가지는 우리 대부분이 세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맺기 방식을 토대로 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정신분석을 받은 후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얼마나 정확하게 인간 정신을 설명하는 말인가 싶어 놀란 일이 있다.

 심리치료의 기본서인 미실다인 박사의 <몸에 밴 어린시절>에서도 다룬 내재과거아의 트라우마는 성인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저자는 로마, 뉴질랜드, 독일, 중국, 영국등 세계 각국의 여행지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과 그안에서  만난 상처받은 사람들의 내면을 통해 무의식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심리의 다양한 요소들을 설명한다.  

사랑할 때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면으로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감정을 넘어서서 계속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통합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랑이 한 사람을 아름답게, 자신감 있게, 성숙하게 만드는 이유 역시 그 어려움을 이겨낸 성과일 것이다.   

용기는 두려움과 절망감을 안은 채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능력이라고 한다. 홀로 존재하는 용기, 내면과 직면하는 용기, 선을 지키는 용기 등 우리 생의 각 국면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없다면 사랑은 단순한 의존 상태가 되고 용기가 없다면 충성심은 획일주의가 되고 만다. 용기는 일체의 정신적 덕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인 사랑의 감정, 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이 표출되는 질투, 타인을 받아들여 나의 일부로 만드는 동일시, 행복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느낌의 자기존중, 타인에 이르는 가장 선한 길이라는 공감등 감정의 요소들을 다양한 경험으로 이야기 한다.  

어린시절의 상처받은 영혼을 진정한 자아찾기를 통해 치유하며, 어른이 된 후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적극 노력해서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은 참 중요하다. 삶은 때로는 얼룩지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 즐거운 곳이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가 말한 "사람풍경은 목욕을 막 끝낸 사람의 비누냄새처럼 인간의 무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학적 향기가 나는 정신분석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나는 그렇게 말하겠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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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정말 좋아해요. 김형경 님의 소설도 읽었지만, 저는 심리 치유 에세이 쪽이 훨씬 맘에 들어요. 천개의 공감, 사람 풍경, 좋은 이별 모두 가지고 있답니다.

세실 2010-08-14 17:14   좋아요 0 | URL
읽을수록 향기가 나는 책입니다.
좋은 이별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이것도 좋을듯 해요.
심리, 정신분석에 관한 책을 얼마나 읽어야 이런 책을 쓸수 있을까요~~

마태우스 2010-08-1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여행을 안가서 자아를 못찾고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전 이런 식으로 특정 주제에 맞는 책들을 나열한 페이퍼를 쓰는 분을 보면 존경심이 들어요. 풍부한 독서가 있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글구 24년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건, 제게 세실님은 미스코리아 선입니다^^

세실 2010-08-14 17:15   좋아요 0 | URL
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늘 좋게 봐주셔서 그런거지요. 저도 깊은 독서는 하지 못해요. 마태님^*^
호호호~ 미스코리아 선이라. 캄사합니다. 아름다운 휴일이예요!

2010-08-15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5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8-1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의 '외출'만 읽었더랬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였는데 영화보다 소설이 좋았어요.
이 책, 담아갑니다. 괜한 선입견으로 미뤄뒀던 책인데
세실님의 권유로 늦게라도.ㅎㅎ

세실 2010-08-15 11:21   좋아요 0 | URL
요즘 제 맘이 심난해서 그런지 이 책 참 괜찮았습니다.
여행에 대한 욕구, 자의식에 대한 욕구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 주네요.
참 편안하게 읽을수 있던 책입니다.
님이랑 잘 어울릴 책이예요.
한번 더 읽으려구요^*^

yamoo 2010-08-15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사람풍경>과 <천개의 공감>을 갖고 있는데, 아직 읽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김형경 작품 중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 넘 실망한 나머지...그 이후로는 김형경 작가의 그 어떤 책도 읽기를 보류하고 있습니다. 김형경 작가의 두 에세이집은 하나 잘됐다고 여기저기서 추천을 해 줘서 사다 놓고는 있지만 언제 읽을지 째려만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리뷰를 보니,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에요~

세실 2010-08-15 21:04   좋아요 0 | URL
사람풍경 꼭 읽어 보세요.
정혜신씨가 말한 '문학적 향기가 나는 정신분석서'라는 표현이 참으로 잘 어울린답니다. 여행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풍경을 통해 내재되어 있는 자아 욕구 혹은 트라우마를 정확히 건드려 주네요.

양철나무꾼 2010-08-16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세실님.
yamoo님 페이퍼에서 슐레이만 얘기 댓글 보고 트랙백 해 왔습니다.

음~정혜신 부분이 약간 그런데,자주 들리겠습니다~^^

세실 2010-08-16 06:4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구나.
슐레이만에게 영향을 끼친 한 권의 책과 트로이 도시 아는 내용이라 반가웠지요.
별로 맘에 안드시나요? 전 와닿던데요. 헤헤^*^

반딧불,, 2010-08-1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후로 김형경의 책이 많이 달라졌죠.
그 이후에 쓰는 책들이 많이 편안해진게 좋았어요.
무거움을 잘 감싼다고 해야할까..? 통과한 느낌^^
그럼에도 아쉬웠던 것은 심리학적인 것을 너무 많이 끌어온 느낌이 뭐랄까
서걱거린다는 느낌? 더 좋아지겠죠.

세실 2010-08-16 23:17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한층 곰익은 느낌이랄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을수 있어 편안했답니다. 이제 시작인걸요^*^

2010-08-23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3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0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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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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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책은 이외수의 '벽오금학도' 이다. 신선세계와 현실을 오가는 판타지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고, 그 여운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TV에서 가끔 접하는 작가의 모습이 반갑고, 소설이 나오면 의무감에 읽게 된다. 대기업 광고에도 나오더라. 

요즘은 엄친딸의 위력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무색하게 하지만, 부족함이 없음은 자칫 나약함을 대변하기도 한다. 약간의 부족함이 꿈과 용기를 갖게 하는데 더욱 큰 힘을 발휘함을 믿는다. 

만약 그대가 지금 지독한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나는 차라리 박수를 치고 싶다. 그대는 축복 받은 자이며 선택받은 자이기 때문에 도대체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을 이유가 없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 노력하라.

 '청춘불패'는 제목처럼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사랑, 왕따, 친구, 꿈, 미래, 가치관의 혼란, 직장, 외모, 열등감, 장애, 자살, 시험, 가족, 경제적인 문제등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위안을 주며, 삶의 방향, 꿈을 제시한다.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과 다양한 삶을 접한 그의 글은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이가 들수록 긍정의 에너지가 샘 솟는 삶의 지혜는 읽는 내내 몸과 마음을 정화해 주는 느낌이다. 가족과의 관계로 가끔 고민스러운 내게도 도움이 되었다.    
 
작가 노트라는 부제로 책의 중간중간 나오는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상에는 딱 한가지 종류의 나쁜 놈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나뿐인 놈' 이다. 나뿐인 놈이야말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쁜 놈이다. 누구든 '나뿐인 놈'으로서의 근성만 없앤다면 그 자체로 성인군자나 다름이 없다. 대저, 어떤 우주 시공에 '나뿐인'놈이 생명체로 존재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기심에 대해 말하는 '나뿐인 놈'은 오늘 하루 나의 화두였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내 가족이 우선이 되면서 그 외의 관심은 뒤로 미룬 이기심으로 가득한 나를 반성한다. 

남을 비난하고 싶은가.
그러면 그 비난을
지산에게 한번 적용시켜 보라.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가.

있다면
정작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당신 자신일지도 모른다.

"감성마을에 사흘째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모든 풍경들이 눈발 속에 흐리게 침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져 버렸습니다.

올해는 겨울만 계속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유사 이래로 그런 사건이 벌어졌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철새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그런데도 봄은 무슨 거창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픔이 깊을수록 다음에 오는 환희도 찬란한 법이지요. 저는 눈보라에 침몰하고 있는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올봄이 얼마나 화사할지를 이미 눈치채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을 위해서 감성 마을의 모든 문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 지는 글을 읽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나뿐인 나'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내가 되고 싶고, 좀 더 열정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연마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선택의 기로에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읽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  

여우꼬리)

하루종일 규환이와 둘이 책을 읽다가, 훌라후프를 돌리다가, 낮잠을 자다가 하며 보냈다.
진주 친구네 집으로 2박3일 여행 떠났던 보림이를 터미널에서 데려 온것 빼면 바깥 출입도 하지 않았다.
퇴근한 옆지기를 위해 고등어 조림, 연근 조림으로 저녁상을 차리고, 아이들은 **파닭으로 해결.

평소라면 이시간에 깨어 있는 건 기적일텐데, 낮잠을 2시간 자고 났더니 초롱초롱하다.  
빗소리만 들리는 이 고요함이 달콤하다.
몇시까지 깨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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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5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함으로 밤을 새시려구?

세실 2010-07-25 14:08   좋아요 0 | URL
그 밤을 새울까 하는 마음은 책 읽는 순간 5분안에 잠 들었다는...
누워서 책 보면 안되더라구요. ㅎㅎ
아 오늘도 참 더워요~~

후애(厚愛) 2010-07-25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부님 싸부님> 책을 내신 이외수 작가님이세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

세실 2010-07-25 14:09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이 책은 청년들을 겨냥해서 쓴 책인데 참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읽어도 좋을 책이어요.

후애(厚愛) 2010-07-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캡쳐 이벤트>하는데 참여하세요~
동네방네 소문내고 있습니다. ㅋㅋㅋ

세실 2010-07-25 14:09   좋아요 0 | URL
어이쿠..통 큰 후애님. 넘 쎄요~~~~
저 1등 꼭 하고 싶어요^*^

순오기 2010-07-2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외수 작가는 '하악하악' 밖에 못 봤어요.
전에 님이 벽오금학도 좋다고 한 기억이 있어 중고샵에서 구입했는데 아직 안 읽었어요.
독서마라톤 상금을 노리는 중이라 가급적 문학 외 분야의 책읽기에 올인이거든요.ㅋㅋ

세실 2010-07-25 23:32   좋아요 0 | URL
예전 느낌이라 지금 다시 읽어보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 느낌이 참 강했어요. 그러면서도 다시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네요. 아직 한번도 읽지 않은 책이 너무 많아서 그렇겠죠.
독서마라톤. 음 우리 충북에도 추진해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했습니다. 지금의 저 혼자만의 인력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부럽다. 광주^*^

마녀고양이 2010-07-2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훌라우프도 못 해염.. 아흐흑.
세실 언니에 비하면 왜이리 못 하는거 투성이죠? 에공에공...

<나 뿐인 놈>.. 요즘 제가여,, 누구를 보면 불끈불끈 화가 나는데
결국은 제가 이기적인거겠지 하고... 반성합니다.

세실 2010-07-26 23:17   좋아요 0 | URL
어머 마녀님. 이런
전 등산로 평평한 곳에 있는 아주 두꺼운...아줌마만 돌릴수 있는 그 시커먼 훌라후프도 돌린답니다. 그래서 뱃살이 없나? ㅋㅋ
사람 미워하면 할수록 나만 힘들어 지더라구요.
그 사람의 장점 한가지라도 발견하려고 노력하면 어떨까요? 나를 위해서요.
전 A+ 한학기에 하나 받을까 말까 였답니다. 충분히 대단해요 님!

전호인 2010-07-2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결국은 5분을 넘기지 못하셨네요.
청년들이야 뭐, 읽지 않고 제목만 봐도 힘이 불끈 솟아오를 겁니다.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 결국은 공동체입니다.
질서를 파괴하지 않고 사는 삶.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세실 2010-07-26 23:22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누워서 책만 펴면 잠이 오니 원.... 쇼파에 정좌하고 앉아서 봐야 한답니다.
꽤 괜찮은 책이었답니다. 읽을수록 향기가 나는 책 이예요.
참 책에서 정말 향기가 나더라구요.
요즘 제주도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