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사과 창비시선 301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시집을 펼치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시를 읽을까?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였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문태준, 나희덕, 정호승, 황동규 시인 정도.....ㅇ

오늘은 나희덕 시인의 <야생사과>를 읽었다.

캄캄한 돌

 

메카의 검은 돌은
원래 흰색이었다고 해요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나면서
손에 움켜쥐고 나온 돌,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

입 맞추고 만지는 동안

고통을 빨아들여 캄캄한 돌이 되었다죠

 

내게도 검은 돌이 하나 있어요

그 돌은 한때 물속에서 아름다웠지요

 

오래전 해변을 떠나며

무심코 주머니에 넣고 온 돌,

그러나 그토록 빨리 빛바랠 줄은 몰랐어요

내가 고통을 견디는 동안

고통이 나를 견디는 동안

돌 또한 나를 말없이 견디어 주었지요

 

어느날부터인가 돌을 만지는 게 두려워졌어요

돌을 열 수도, 닳게 할 수도 없으면서

돌의 본성이 너무 깊이 박힌 손,

만지는 것마다 돌이 되어버릴 것 같았지요

 

빛바랜 돌을 바라보며 떠올려봐요

돌이 물속에서 빛나던 때를

검은 물기 위에 어룽거리던 무지개를

 

그 찰랑거리던 아침이 내게도 있었겠지요

메카의 검은 돌이

오래전 흰색이었던 것처럼

 

 

 

밤 강물이여

 

낯선 물결이 반짝인다

바로 눈 앞에서, 또는 아주 먼 곳에서

 

몇시간째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누가 흐르는지 알 수가 없다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어디론가 흘러가는 기억의 포말들

 

밤 강물이여

여기, 나를, 내려놓는다

 

비로소 그를 미워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그를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곳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아무도 나를 깨우러 오지 않고

 

 

이틀쯤 굶어도 배고프지 않고

마음의 공복만으로도 배가 부른 곳

 

몸 속 깊이 잠들어 있던 강물이 깨어나

물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곳

 

밤 강물이 고요한 것은

더 깊이 더 멀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억하고 싶은 시 두 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2-08-2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강물을 쳐다보고있었던 적이 있었지요. 더 깊이 더 멀리 흘러가는 그 고요의 힘을 나직하게 느끼며ᆢ 공복만으로도 배부른 그런 텅빈 충만감, ^^ 이 시 참 좋으네요.

세실 2012-08-2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밤 강물, 밤바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무언가 정리가 되는 느낌,
아닌건 미련 갖지 말자 하는 비우기가 됩니다.

오늘 홍대거리로 공지영 북 콘서트 갑니다.
의자놀이 마음 아픈 시간이 되겠지만, 외면할수 없겠지요.
행복한 한주 되세요^^

프레이야 2012-08-28 23:54   좋아요 0 | URL
의자놀이, 어떻던가요?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볼 생각이에요. 사실 이런 책을 사서 읽어줘야하는데 말이죠.ㅠ
근데 한겨레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하종강 님과의 갈등이 있더군요.
표절 문제던데, 공지영 작가의 그후 태도가 좀 도발적이고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ns에 너무 과격한 어조를 보이니 참ㅠㅠ

세실 2012-08-29 09:01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르포르타즈입니다. 쌍용자동차의 진실?
우리가 왜곡해서 알고 있던 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자세히 설명해주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빌려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그 갈등은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SNS 저작권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원저가 오리지널 원저가 아니었던거죠. 리트윗 하다보면 누가 원저인지 모르듯이....
공지영씨가 많이 과격해졌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좋은데, 왜 운동을 하면 그렇게 되는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맑게 개인 하늘이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지만, 힘찬 하루 보내요, 우리!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이가 궁금했다. 1949년생, 우리나이로 64세다. 어쩜! 그 나이에 이렇게 말랑말랑 유쾌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마치 30대 후반의 젊은 작가가 쓴 듯한 통통 튀는 글이 여름 끝자락의 무더위를 날려 버린다. 
<상실의 시대>, <1Q84>의 무거운(?) 장편을 쓴 작가 답지 않은 가벼움에 잠시 혼돈스럽기도 했지만 읽을수록 맛깔스럽고, 깔끔한 문체가 마음에 든다.

 

나는 제법 나이를 먹었지만, 나 자신을 절대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니, 실제로는 분명 아저씨랄까, 영감이랄까, 틀림없이 그쯤 됐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뭐, 아저씨니까"하고 말하는 시점부터 진짜 아저씨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아줌마 다 됐네" 라고 말하는 순간(설령 농담이나 겸손이었다 해도) 그 사람은 진짜로 아줌마가 돼버린다.  일단 입 밖에 낸 말은 그만한 힘을 발휘한다. 정말로.

사람이란 나이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살면 되지. 애써 더 젊게 꾸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애써 자신을 아저씨나 아줌마로 만들 필요도 없다. 나이에 관한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꼭 필요할 때 혼자서 살짝 머리끝 쯤에서 떠올리면 된다.        (p.112)

 

마흔을 넘기면서 나 자신을 아줌마로 인정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의식하지 말아야 겠군. 옆지기에게 빈말이라도 아저씨라는 호칭도 쓰지 말아야겠다. '젊은 오빠'로 불러야 할까? 

 

서명의 일부분이기도 한 에세이 소제목 <채소의 기분>에서 영화 주인공 앤서니 홉킨스가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는 말에서 "채소가 시시한 존재가 돼버린다"고 우려한 그의 고민에 웃음이 났다. 나도 '듣는 채소 기분 나쁘겠다. 채소를 무시하는거야?'하며 혼잣말을 했는데......

채소, 햄버거. 파티, 금붕어, 아보가토, 굴튀김, 버찌등 일상을 소재로 한 내용들이지만 미국, 유럽등 다양한 곳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풍요로운 삶들이 에세이에 녹아 있다. 책속 주제와 연결된 간결한 동판화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Tip처럼 한 제목이 끝나고 난뒤 두 줄로 쓰여진 글, 예를 들면 "초밥 만드는 사람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나오는 회전초밥은 없죠? 눈이 돌아가기 때문일까?" 하는 글은 주제와 전혀 연관성 없는 생뚱맞은 글이지만 잔잔한 웃음을 준다.  일본 서점의 소설 코너에는 남성작가와 여성작가의 글이 구분되어 진열돼 있다니 궁금해지네. 일본여행때 확인해야 할 미션! 
에세이를 쓸때 정했다는,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이런 원칙도 마음에 든다. 에세이는 간결하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런 류의 글이 좋다. 

 

현재의 삶이 어수선해서 긴 글을 읽을 수 없을때, 당장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있지만 책을 읽고 싶을때, 마음이 한없이 우울할 때 이 책은 '바카스' 처럼 달콤함과 시원함을 안겨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2-08-28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전 아줌마 이야기 써 두었는데... ㅋㅋ~ 바람 소리에 너무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가 이제 준비할 시간이 되었는데 헤롱거리게 되네요. 상실의 시대는 읽은 것 같은데, 내용은 가물가물~ 아이큐 84로 읽혔던 제목이 일큐 84 라는 사실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 ㅎㅎ~ 가볍고 말랑한 책! 좋아요. 베란다에 붙여 둔 신문지가 투두둑 떨어지네요. 떨어지기 전에 빨리 물을 뿌려 두어야겠어요. 근데, 이곳은 아직 바람은 조용하고... 문을 닫아두어서 푹푹 거려 힘이 드네요. 다들 별일이 없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세실 2012-08-28 17:41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처음 나왔을땐 아이큐 84로 알았다는.. ㅎㅎ
오늘 휴교라 편안한 하루 되셨을 듯. 애들만 휴교하지 말고 부모중 한명도 놀게했음 좋겠다는 생각 했습니다. 신문지 붙이셨구나. 옆집 친구가 붙인다기에 안붙여도 된다고 했는데.... 그 물 뿌리는 것도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청주는 바람이 줄었습니다. 오늘밤만 잘 넘기면 괜찮을듯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동안 이 소설을 불륜으로 치부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여행을 떠난 사이에 어떻게 남자를 집으로 들일수 있나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현실적인 잣대로만 생각했다.  며칠전 우연히 들른 북카페에서 중고책으로 구입해 다시 읽어본 후에야 좀 더 소설적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난 참 보수적이군.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거의 마지막 장면인 비가 참 많이도 내리던 날, 킨케이드의 지프와 프란체스카 부부의 차가 스치듯 지나치는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음속으로는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함께 떠나고 싶어하지만 나보다는 남편과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울면서 그렇게 떠나보낸다.

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 참으로 가슴시린 사랑, 나흘간의 짧은 사랑이지만 둘의 사랑은 깊고도, 애잔했다. 

" '흰 나방이 날개짓할때' 다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시면, 오늘 밤 일이 끝난 후 들르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내가 지금 이 혹성에 살고 있는 이유가 뭔 줄 아시오, 프란체스카? 여행하기 위해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아니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이 혹성에서 살고 있는 거요. 이제 그걸 알았소. 나는 머나먼 시간동안, 어딘가 높고 위대한 곳에서부터 이곳으로 떨어져 왔소. 내가 이 생을 산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랜기간 동안, 그리하여 그 많은 세월을 거쳐 마침내 당신을 만나게 된 거요."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번역자 공경희가 말미에 첫 문장으로 적어 놓은 "도대체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를 몇번씩 읽어 본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평생에 한번뿐일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야하는 그 마음, 그리고 긴긴 세월을 세상을 떠돌다 쓸쓸히 죽어간 킨케이드.
남겨진 가족을 위해, 사회적 통념인 도덕성을 위해 프란체스카는 긴 세월을 연락 한번 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묻어둔 사랑을 한다. 문득 개츠비가 오버랩된다. 사랑하는 여자 곁에서 한평생 맴돌다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개츠비. 그리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지극히 평범한 엄마에게도 힘들때 의지하던 남자가 있었다는......
삶이 메마르고, 힘들때 뜨거웠던 한때의 사랑을 떠올리면 이겨낼 힘을 얻을까?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2-21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1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1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2-22 11:42   좋아요 0 | URL
나도 이런 사랑 한번 해봤으면.... 하는 여자들의 로망이지요.ㅋㅋ
하지만 누구나 저런 사랑을 할 수는 없으니 책으로 영화로 대리만족 하는 거고요.^^

몸도 맘도 가볍게 와요~ 터미널에서 기다릴게요.^^

세실 2012-02-27 10:42   좋아요 0 | URL
이런 사랑 해보았으면? 푸하하~~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하는 그 슬픔도 감당하기 힘들듯 해요.
그냥 막연히 꿈꾸는 사랑이 더 아름답겠죠?
요즘 이런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거 보면 나 비로소 흔들리는 나이 맞나봐...ㅋㅋ

프레이야 2012-02-2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이 말씀하신 그 명장면 잊을 수 없어요.
책은 읽지 않았고 영화만 봤지만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이 대사가 주던 감동도 정말^^

세실 2012-02-21 23:28   좋아요 0 | URL
책으로 읽어보세요. 아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실 거예요. 가벼워서 금방 읽을수 있고요~~~
목요일 가져가야겠다~ ㅎㅎ
"몇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그 감정이라니 정말^^

라로 2012-02-2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때문에 다시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다는,,,읽을 책도 많은데,,,ㅎㅎㅎㅎ
세실님이,,,,,,너무 좋아,,쑥스러워서 3=3=3=3=333=3333

세실 2012-02-27 10:43   좋아요 0 | URL
나비님 읽어보세요. 맘 먹으면 한나절이면 읽어요.
좋은 글귀들 소리내어 읽어보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풋...
나도 나비님이 너무 좋아요~~~ 우린 참 잘 맞아요. 그치?
6월엔 1주일에 한번씩은 만날수 있겠다. ㅋㅋ

라로 2012-02-27 23:34   좋아요 0 | URL
응~~~♥
그런데 6월은 무슨 일로? 아항~~~ㅋㅋㅋ

세실 2012-02-28 09:54   좋아요 0 | URL
우리에겐 coffee & galley 에서의 일이 있죠~~~~~ ㅎㅎ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저는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좋은 부분들, 감동받은 부분들에 줄을 치고, 한 권의 책읽기가 끝나면 따로 옮겨놓는 작업을 합니다. 이 강의의 목표는 이런 방식의 책 읽기를 통해 제가 느낀 '울림'을 여러분께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강의의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여러분이 제게 '울림'을 준 책을 사고 싶게 만다는 겁니다. 결국 저는 광고하는 사람이니까요."

 

이 책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인 박웅현이 고등학생인 딸에게 고액 과외 대신 고전강독을 해주기 위해 강의를 시작했다는 딸을 위한 인문학 책읽기다. 광고인인 그의 독서법은 다독보다는 정독이다. 많은 책을 읽기 보다는 한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다. 책에 밑줄을 긋고, 포스트 잇을 붙이고, 메모를 하며, 다 읽고 난 후에는 가슴에 와 닿는 글을 노트에 옮겨적는다고 하니 책읽기에 공들이는 정성과 노력은 참으로 본받을만 하다. 그동안 열권의 책 한꺼번에 읽기, 속독하기라는  조바심속에 진행된 내 안의 독서법들이 왠지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허둥지둥한 책읽기는 책을 덮고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책한권 읽었다는 위안으로만 삼았다니.....     
 

그가 감동 받았던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옆에서 읽어주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광고인이라 고객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능력이 출중한걸까? 읽는 내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것처럼 따뜻했다. 깊이있는 책읽기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수반되는 그의 일과 깊은 연결고리가 되고, 가치있는 삶으로 나아간다. 
넓은 여백위에 달랑 콩 한쪽과 짧은 글이 인상적이었던 풀무원 광고. 광고의 모티브는 판화가 이철수의 <마른풀의 노래>였다고 하니 이철수의 간결한 그림과 글이 떠오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훈을 그도 좋아하니 왠지 공감대가 형성되는 느낌이다. 그외에도 좋은 책인줄 알지만 쉽게 읽혀지지 않는 알랭 드 보통, 고은의 책, 오스카 와일드, 김화영,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밀란 쿤데라, 법정스님의 다양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책 속에 숨어있는 보석들을 찾아내는 힘을 그는 갖고 있다. 책에서 만난 좋은 글들은 그의 노트에 차곡차곡 쌓인다. "맞아 이 글 참 좋았어" 하는 감탄을 연발하면서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좋은 점으로 강조하는 인성과 창의력 신장이라는 명쾌한 답을 그는 보여준다. 새해에 다이아몬드 같은 이 책을 만나서 참으로 감사하다. 다독보다는 정독하기! 박웅현이 소개한 책 다시 한번 읽어보기! 조르바, 안나, 뫼르소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기!   


"이제 저에게 울림을 주었던 책들을 말씀드릴 겁니다. 제가 김훈을 왜 좋아하는지, 알랭 드 보통에 왜 빠지는지, 고은의 시가 왜 황홀한지, 실존주의 성향이 짙은 지중해풍의 김화영,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왜 전율하는지요. 그리고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시간'이라는 시련을 견뎌낸 고전들의 훌륭함에 대해 이야기할 겁니다."

첫번째. 판화가 이철수의 <마른풀의 노래>

성이 난 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 속에서 기꺼이
바람 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두고 마음 풀었습니다.
                                                                            - <길에서> 전문

두번째 책은 김훈의 <바다의 기별>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어서, 30년이 지난 무덤 가에서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속에서 바래지는
또 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슬픔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우리 남매들이 더 이상 울지 않은 세월에도 새로 들어온 무덤가에서는
사람들이 울었다. 이제는 울지 않는 자들과 새로 울기 시작한 자들
사이에서 봄마다 풀들은 푸르게 빛났다.

 

전직 기자답게 글에서 섬세함과 간결함, 명료함이 드러나는 김훈의 글은 나도 참 좋아한다. 

세번째.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네번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있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 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 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다섯번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진정한 인간의 무리로, 그들에게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우아하고
아름답고 도량이 넓고 대담하고 쾌활하고 온갖 정열에 얼굴을 붉히는
일 없이 몸을 던져야 하며, 그 이외의 온갖 것들은 모두 웃어 넘길 수 있어야 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 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이른바 성공을 하고 그 성공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여섯번째. 손철주의 <인생이 그림 같다>

뼈빠지는 수고를 감당하는 나의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일곱번째.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해질녘 서편 하늘을 물들이는 장엄한 노을앞에 섰거나, 한밤중 아득한
천공에서 무수히 쏟아져내리는 별무리의 합창을 들을 때, 혹은 동틀녘
세상 끝까지 퍼져나가는 황금빛 햇살의 광휘를 온몸에 맞으면서, 어느
누가 감히 예술을 논하겠는가, 봄날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햇가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길고 짧고 굵고 가는, 물기 오른 여린 가지들이
이루는 조화와 오만 가지 빛깔, 그것은 기적이다. 가을 새벽 거미줄에
붙들린 조그만 이슬 알갱이에 다가서 보자. 그 깜찍한 비례며 앙증맞은
짜임새도 경이롭지만 알알이 비치는 방울 속마다 제각기
살뜰한 우주가 숨어 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2-01-1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그대로 장바구니로 들어가게 만드시네요. ^^

저도 책을 정독하는 스타일이라, 꽤나 오래 잡고 있을 때가 많은데 비슷하네요.
저는 작은 포스트잇으로 표시하고, 두번째로 다시 줄 긋고, 그담에 옮겨적거든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좋은 책은, 그냥 읽기만 하려면 너무 아까와요. 제 기억력을 어찌 믿나요.. ^^

책을 많이 읽고 싶은데, 또 하는 일이란게 그렇게 되질 않네요, 아 아쉬워라... ㅠㅠ

세실 2012-01-11 09:01   좋아요 0 | URL
이책 강추예요. 참 따뜻한 남자네요.
광고인답게 아주 쉽게 조분조분 이야기하듯 해줍니다.
나두 정독이 필요해요. 책을 덮고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니...ㅎ
옮겨적기까지 하는구나..
난 접어놓고, 밑줄긋고, 낙서하듯 책 앞장에 쓰고..ㅋ

올해는 이 책에서 소개한 책만 읽어도 한층 성숙한 독서가 될듯^*^

순오기 2012-01-1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김훈의 바다의 기별, 나도 저기에 밑줄 좌악~ 그었는데... ^^
이 책 프야님한테 사달라고 할까봐요, 아직 책선물을 안 골랐는데...

세실 2012-01-11 09:03   좋아요 0 | URL
그랬구나. 전 읽지 않았다는...ㅎ
어제부터 흑산 읽고 있어요. 재밌네요~~~
이 책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꺼예요. 도서관엔 필수.
엄마들이 "책 추천해 주세요" 할때 이 안에 책만 추천해도 성공하실듯^*^

라로 2012-01-1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다 읽으셨군요!!
앞으로 세실님 책 많이 읽으시라고 빌어야겠어요,,
알라딘에 리뷰 쓰시러라도 오시게,,ㅎㅎㅎㅎ

다이아몬드같은 책이라니!!오호~~~
나도 새해에 그런 책 발견했는데~~~. 안 만나면 안 알려주지,,,ㅎㅎㅎㅎ

세실 2012-01-11 09:04   좋아요 0 | URL
넵. 드디어 다 읽었어요. 또 읽고 싶어지는책.
어제부터 흑산 읽고 있어용. 꽤 괜찮네...김훈 책은 참 매력있어요.
ㅋㅋ 알라딘은 따뜻해! 나비님이 반겨줘서 좋아~~~!

뭐야. 어떤 책인데? 알려주면 예약하지...ㅋ 어디?

라로 2012-01-11 17:04   좋아요 0 | URL
책 도착했어요!! 고마와요,,잘 읽을게요.
그런데 편지 글이 왜 그렇게 정중해요???
단체로 보내는 거였나??했다는,,ㅎㅎㅎㅎ
암튼 알라딘 오시면서 제 서재는 들르지도 않고,,,책 보내주셔서 고맙지만 삐졌어요,,ㅠㅠ

세실 2012-01-13 09:20   좋아요 0 | URL
으이구. 언니가 정중하니까 나도 정중해 지는거지요....ㅋ
못살아. 그렇게 정중했나?
서재 분명히 놀러 갔는데? 칫 자세히 안보고는~~~~
오늘도 행복하세용^*^

재는재로 2012-01-1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좋은데요 내용도 좋고 읽은 보람이 있어요 군데 군데 사진도

세실 2012-01-13 09:22   좋아요 0 | URL
그쵸. 이 책 참 좋아요. 내용도 사진도.....책에서 어쩜 이리도 좋은 글만 잘 뽑았나 싶어요~~
역시 박웅현이죠^*^

글샘 2012-01-1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
On becoming an artist.라는 책입니다.
영어로 된 책인데, 제가 영어로 읽은 책 중에서(뭐, 열 권도 안 되는구만... 영한대역 빼구요. ^^) 제일 멋지고 훌륭하고, 무엇보다도... 문장이 어렵지 않은 책입니다.
비슷한 말들이 반복되는 듯 하면서도,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도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영어 공부하기엔 좋겠다 싶어서요.
학지사에서 '예술가가 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도 있는데, 영어로 읽는 게 더 재밌을 겁니다.
개학하면 불가능할 터이니... 한번 도전해 보시길...

세실 2012-01-20 17:42   좋아요 0 | URL
오홋 영어로 된 책을 읽으신다구요? 박사를 하시려고 하나? ㅋㅋ
멋지고, 훌륭하고, 어렵지 않고....오케이 접수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번역본도 사야겠죠?
감사합니다.
글샘님. 행복한 명절 되시어요~~~~~

햇빛눈물 2012-02-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교보에 갔다. 전시되어 있는(분야별 베스트셀러 코너) 이 책을 발견하고 제목에 끌려 좀 읽어봤는데, 확 끌리더군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 고전, 글들은 나름 다 이유가 있는듯 합니다. 그 사람도 좋아하고 감동하고, 나도 좋아하고 감동하고....세실님의 블로그도 그렇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ㅋㅋ

세실 2012-02-05 09:15   좋아요 0 | URL
햇빛눈물님. 맞아요. 확 끌리죠.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진정 책읽기를 통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박웅현처럼 읽어야해요.
올해 목표중 하나가 박웅현이 소개한 책 천천히 읽기랍니다.
맞아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죠. 감사합니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혹시 레드퀸 효과라고 알고 계세요? 내려가고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빨리 뛰어도 어지간히 빠르지 않으면 제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상을 말하는 거죠. 자신의 속도가 움직이는 주변환경과 같다면 같은 장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루이스 캐럴의 또 다른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얘기죠. 레드 퀸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왕인데 체스 판의 말 중 하나에요. 달리기의 명수죠. 아무리 달려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한 두배는 빨라야 한다."

 

"나는 독서의 목적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믿는다. 세상에는 책에 파묻혀 살면서도 자기 앞 길도 제대로 헤쳐 나가지 못해 가정의 앱물단지로 전락한 사람들이 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인문학 독서를 한다고 하면서도 사회 정의나 봉사, 기부의 삶에 철저하게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런 독서를 싫어한다. 나는 독서를 통해 비정규직이 CEO가 되고, 빚에 허덕이던 가정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사회 정의에 무심하던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기부와 봉사에 대해 '언젠가는' 이라고 말하던 사람이 '지금 당장' 변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린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에 대한 자기 개발서이다.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답게 이지성은 독서+자기개발을 접목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며칠후면 우리 아이들은 긴긴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왠지 이번 겨울방학의 성패가 아이들의 중딩, 고딩의 3년을 좌우할 듯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생각한건 매일 한권씩 책읽기!

직장에서 동료에게 밀리고, 책에 전혀 관심없던 홍대리가, 독서멘토 해일을 만나서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별 거부감없이 읽힌다. 처음엔 독서습관을 잡기위해 '100일 33권 책읽기' 집에 나만의 책꽂이를 만들고, 읽고 싶은 책 33권을 구입해서 100일동안 읽는 것. 독서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활용해도 좋을듯 하다.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 33권을 사줘야 하는 부담은 좀 크겠지만...  

다음엔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자기 업무 분야의 책을 1년동안 100권 읽기. 1주일에 2권의 책을 구입해서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고 1주일에 2권 리뷰쓰기. 독서고수라도 힘들겠지만 분명 가치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엔 1년 365일 책 읽기 .
2-3년동안 자기개발서만 2000여권의 책을 읽은 이지성은 그렇게 <꿈꾸는 다락방>이 탄생했겠지.
내게 가장 끌린 것은 내 분야의 책 100권 읽기. 이젠 실행으로 옮길 때다.

방학중 규환이는 1일 책 1권씩 읽기, 보림이는 일주일에 2권 책읽기.
주제는 문학, 역사, 과학을 중심으로....
난 서평관련 책을 100권 읽을 예정. 
방학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업그레이드 되어 있겠지? 

무언가 체계적인 독서를 하고 싶다면? 독서를 통해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이 책 읽고 독서플랜 짜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12-23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7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7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