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 다니는 건 내 삶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여행과 독서, 이 두 가지는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죠." 사진작가 배병우의 말이다. 침실, 복도, 화장실, 아이들방 등 집안 곳곳에 책장이 있는 그에게 서재는 나눔의 공간, 소통의 공간이다.  
<지식인의 서재>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책을 좋아하는 15인의 서재 들여다 보기로 그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추천하는 책 목록과 간결한 서평은 읽고 싶게 한다.

특히 인상적인 서재는 조국교수의 연구실. 책장으로 둘러 쌓인 공간에 붉은 쇼파가 자리하고 있다. 색다른 분위기와 야하게 지내려고 구입했다는 그의 표현에 웃음이 난다. 시를 좋아하는 조국교수는 독서는 소통이고, 투쟁이라는 표현을 한다. 그가 추천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고 싶어진다.  헤이리에서 창작 레지던스를 겸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솟대 예술작가 이안수. 널따란 거실에 빙둘러 높게 쌓여있는 그의 서재에 있는 책을 야곰야곰 읽고 싶다. 게스트 하우스에도 TV는 없고 책만 있다고 하니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사람은 쪼잔하게 살면 안 되는 거야. 우리 모두 큰 산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해. 쩨쩨하고 쪼잔하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는 건 아무 가치가 없어. 5천만 인구를 상대로 살면 안되는 거야. 전 세계 63억 인구를 상대로 살아야지. 힘든 곳, 고통 받는 곳, 어려운 곳에 마음이 가야 해. 그렇게 큰 산 같은 마음을 길러야 해. 그러려면 많이 읽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생각해야 해."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말이다. 그 외에도 한국 최초의 북디자이너 정병규, 한국의 타샤 튜더로 불리는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의 만화사랑, 집과 도시를 설계하는 건축가이자 소통을 좋아하는 정치인 김진애, 연극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장진의 서재를 보여준다.

그들은 어릴때부터 책벌레였다. 책을 통해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고, 미래의 큰 꿈을 키워나가는데 도움을 얻었다. 책읽기는 지식을 얻고, 창의력을 키우고,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성장한다는 교과서 이론보다 이런 지식인들의 책과 함께 한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서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라는 백마디 말보다 "빌 게이츠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에 있는 도서관이었다"라는 말이 더 큰 힘을 발휘하듯이......
   
우리 집에도 큰 방을 도서관으로 만들어 큼직한 4인용 책상도 들여놓고, 천 오백권정도 책이 있어 제법 도서관 티가 난다. 아이들과 그 곳에서 책을 읽고 공부도 한다. 사서로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의무감으로 시작한 책읽기였지만 책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소중한 영향소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책을 통해 나를 알고, 주변을 알고, 세상을 안다.

딱 일주일만 책만 읽으며 살고 싶다. 사서에게 독서휴가제를 달라 달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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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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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나이 17세, 신체 나이 80세, 누구보다 빨리 자라, 누구보다 아픈 아이 아름,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름에게 어느날 시련이 닥쳐오는데.....' 아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TV 프로에 나온 영상의 첫 화면이다. <두근두근 내인생>은 열일곱살의 엄마, 아빠가 결혼을 해서 낳은 열일곱살의 아름이가 조로증에 걸려 80세가 되고, 병마와 싸우는 가족의 이야기다. 

어두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내는 김애란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에 웃기도 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참 슬픈이야기다. 체육고등학교에 다니다 자퇴한 아빠와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가족에게 반항했던 엄마, 결혼을 하고 아름이를 낳고도 막노동을 전전하는 아빠가 신경쓰여 외할아버지는 스포츠용품 대리점을 차려주지만 빚만 잔뜩진채 망한다. 그 상황에서 아름이의 육체적 나이는 하루, 한달, 일년씩 가속도가 붙는다. 유일한 친구인 60세 장씨할아버지와 서로 의지하며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안타까움이 인다. 암치료를 받고 있는 이서하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서하는 가상의 인물로 소설가가 꿈인 30대 남자가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을 알게 되면서 아름이는 상처를 받는다.  

작가는 마치 시인처럼 함축된 의미의 글을 중간중간 그려넣고 있다. 아빠와 아름이의 대화에서 "네가 하지 말아야 할것은 미안해 하지 않는 거야.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는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그러니까 너는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가족을 한단어로 표현한다면 '삶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외로울때, 기쁠때, 슬플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가족이니까, 지금 지치고 힘이 들어도 가족은 살아가는 힘이 되니까. 아름이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 의지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가족은. 이 책은 다 읽고 나서도 우울해지지 않아서, 비극이 아닌 희망이 보여서 좋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 것은 나무들이 제일 잘 안다. 먼저 알고 가지로 손을 흔들면 안도하고 계절이 뒤따라온다. 봄이 되고 싶은 봄. 여름이 하고 싶은 여름. 가을 혹은 겨울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봄'하기로 마음먹으면 나머지는 나무가 알아서 한다. 자연은 해마다 같은 문제지를 받고, 정답을 모르면서 정답을 쓴다. 계절을 계절이기에 하는 건 바람의 가장 좋은 습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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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7-11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인용하신 세줄을 비롯해서, 싯구 같기도 하고, 오랜 성찰이 담긴 듯 베껴두고 싶은 구절이 여기 저기 숨어 있었어요. 해마다 같은 문제지를 받고 정답을 모르면서 정답을 쓰는 것은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세실 2011-07-11 13:16   좋아요 0 | URL
언뜻 듣기에 김애란 작가가 시도 썼다죠?
전 이런 느낌 참 좋아요. 소설이면서 시적인 내음이 물씬 풍기는 책. 무언가 읽는 보람이 더 있잖아요.
정답을 모르면서 정답을 쓰는거....억지만 아니라면 그렇게 살아야죠 뭐. 맞아요. 우리의 삶이죠...

하늘바람 2011-07-1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슬플것같네요

세실 2011-07-11 13:1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슬프지도, 그렇게 어둡지도 않아요. 물론 눈물은 나지만 웃음도 난답니다.

2011-07-1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1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2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3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3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7-13 17:29   좋아요 0 | URL
ㅋㅋ 달려갑니다^*^

프레이야 2011-07-1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문 마지막 문장 짧지만 강하네요.
계절을 계절이게 하는 건 바람의 가장 좋은 습관.
나의 계절엔 지금 어떤 바람이 불어오고 또 지나가고 있는지...^^
이 책 요즘 인기가 대단하네요. 전 아직이지만.

세실 2011-07-12 09:21   좋아요 0 | URL
김애란 작가는 시인같은 포스가 느껴집니다. 전 이런 소설이 좋아요.
글안에 시가 들어있어 무언가 여운을 남기는 소설....

읽어보면 분명 좋아하실거예요.
언니 잠깐~~~

꿈꾸는섬 2011-07-15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두고 아직도 못 읽고 쟁여두고 있어요. 얼른 읽고 싶네요.^^

세실 2011-07-16 09:25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좀 슬픈 내용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쿨해지는 느낌이랄까. 통통 튑니다^*^

희망찬샘 2011-07-1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눈에 밟혀 오는 책이네요.

세실 2011-07-18 08:31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렇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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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표지 그림 한가운데에 유난히 돋보이는 못생긴 여인이 서 있다.  화가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이다. 원작에는 못생긴 여인을 부각시킨 느낌이 없는데 표지에는 유난히 그녀만 빛이 난다. 이 책의 제목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이 그림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아 만든 피아노곡 제목이기도 하다.  

표지가 시사하듯이 이 책에는 화자인 주인공과 평생을 사랑하게된 참으로 못생긴 그녀, 그리고 직장동료 요한이 나온다.

" 카레가 식을때까지 망연자실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처럼, 나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 말하자면, 그때까지도 꽤 많은 못생긴 여자들을 봐왔지만 나는 그녀처럼 못생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세기를 대표하는 미녀를 볼 때와 하나 차이 없이, 세기를 대표하는 추녀에게도 남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과연 그렇게 못생긴 여자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그녀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상업계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백화점에 정식 직원으로 취업했지만 주차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그녀, 어릴때부터 들어온 '못난아, 재수없다 '라는 꼬리표는 열등감과 소심한 성격으로 변해갔다.
그런 그녀를 호기심으로, 연민으로 바라보던 주인공 '나'는 어느덧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사랑 뒤에 올지 모를 헤어짐이 두려워 떠나간다. 문득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오버랩된다. 윤여정은 이순재를 좋아하지만 죽음으로 홀로 남는 것이 두려워 사랑하는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자 시골로 떠난다. 짧은 시간일수도 있지만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느 날 아침 알 수 있었습니다.  
저의 전부가... 보이지 않는 세포 하나하나까지... 당신을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눈을 뜨고 바라보던 방안의 풍경과...흐트러진 이불이며, 그런 사소한 사물들과...베갯잇에 떨어진 몇올의 머리카락 마저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매일 아침 당신이 보고 싶고... 당신을 떠나서는 살수 없는 여자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을 떠나왔습니다. 말도 안된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많은 고민 끝에 저는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저는 당신이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중략)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이 제게 준 빛이 있는 한... 이제 어떤 삶을 살아도 저는 행복할 수 있을 거예요. 매일 아침 당신을 보고싶어하는 여자에게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실은 이 길을 택함으로써 끝끝내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러니까 저...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꼭 전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저는 당신을 보고 싶어할 것이고, 또 그런 할머니가 되어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런 얼굴로 태어난 여자지만 저의 마지막 얼굴은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얼굴일 거예요. 그리고 끝으로...꼭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한 번도 못한 말이고 다시는 못할 말이지만...부디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곡차곡 이 말을 눌러 쓰면서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있는 거라고... 저 역시 스스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안녕히 계시기 바랍니다.  

헤어짐뒤에 그녀가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는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평생을 음지에서 살았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고 싶어하는 애틋한 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소비 문화의 상징인 백화점이 주무대이지만 주차요원들이 주인공으로 소시민의 삶과 애환을 보여준다. '나'의 아버지가 유명 배우가 되었지만 못생긴 엄마와 자식을 부끄러워하는 일그러진 아버지의 모습, 가족에 대한 상처로 자살 미수를 하고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하는 요한, 그녀는 야만적이고 외모 지상주의가 심한 우리나라를 떠나 독일에서 평범하게 살며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간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고, 찍어낸듯 똑같은 성형미인이 아닌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아름다움, 그리고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는 참된 사랑의 가치를 강조한다. 사랑함으로써 더욱 빛이 나고, 아름다워지는 사랑의 위대함이여! 내가 한없이 보잘것 없는 존재라고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으면 힘이 샘 솟을듯, 부끄러운 내가 아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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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1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주무시고 낼 마저 쓰셔요~
박민규 저도 읽었어요.
님이 읽고 해석하신 박민규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세실 2011-04-19 20:35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박민규 참 멋진 작가예요. 이제 쓰려고 합니다. ㅎ

오늘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출장 다녀왔어요. 따뜻한 봄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이 터미널에서 도서관까지 걷는 즐거움을 주었답니다. 특별강연도 좋았구요. ㅎ

꿈꾸는섬 2011-04-1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재밌게 읽었어요.^^

세실 2011-04-20 21:57   좋아요 0 | URL
아 님도 읽으셨군요. 궁중요리 배우시라, 아이들 키우시랴, 책 읽으시랴.....참 부지런 하십니다^*^

2011-04-21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1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4-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참 좋게 읽었는데 호불호가 꽤 극명하게 나뉜 작품이어서 놀랐어요.
윤여정이 아니라 윤소정 씨가 출연한 거죠? 방금 이름 찾아보고 왔어요.^^ㅎㅎ

세실 2011-04-26 22:5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저도 괜찮았어요. 아주 아주 못생긴 여자라는 억지 설정이 조금 인위적이긴 하지만
분명 가능한 얘기잖아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윤소정씨요. ㅋㅋ
 
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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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때의 취미는 독서, 영화, 노래감상, 중년에는 일본 무용이었고, 현재는 시쓰기인 저자 시바타 도요. 그녀는 올해 백살이다. 허리가 아파 취미였던 일본 무용을 할 수 없게 되어 낙담했을때 아들의 권유에 의해 아흔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산케이 신문의 <아침의 시>에 입선했다는 그녀의 시는 참 곱다.

살아가는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하루하루/너무나도 사랑스러워//빰을 어루만지는 바람/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들//제각각 모두/나에게/살아갈 힘을/선물하네.

바람과 햇살이//툇마루에/걸터앉아/눈을 감으면/바람과 햇살이/몸은 괜찮아?/마당이라도 잠깐/걷는 게 어때?/살며시/말을 걸어옵니다//힘을 내야지/나는 마음속으로/대답하고/영차, 하며/일어섭니다.

약해지지마//있잖아, 불행하다고/한숨짓지 마//햇살과 산들바람은/한쪽 편만 들지 않아//꿈은/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나도 괴로운 일/많았지만/살아 있어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

저금//난 말이지, 사람들이/친절을 베풀면/마음에 저금을 해둬//쓸쓸할 때면/그걸 꺼내/기운을 차리지//너도 지금부터/모아두렴/연금보다/좋단다.

화장//아들이 초등학생때/너희 엄마/참 예쁘시다/친구가 말했다고/기쁜 듯/얘기했던 적이 있어/그 후로 정성껏/아흔일곱 지금도/화장을 하지//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아흔이라는 나이에도 이처럼 소녀적 감성을 간직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보너스로 사는 삶처럼 하루하루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이 시에 고스란히 베어있다. 현재 가진것에 만족하고,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면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요즘 매사 불만이고, 신경질적인 내 맘을 들켜버렸다. 그리고 나의 걱정을 저멀리 달아나게 하는 기쁨을 주었다. 이 시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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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3-2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세실 님이 시바~ 할머니보다 행복한 나이잖아요. 아무리 신경질이 많아도 말입니다. ^^
시바~ 할머니는 진심으로 그렇게 부러워하실 걸요.

세실 2011-03-23 10:52   좋아요 0 | URL
호호호 아이들에게, 옆지기에게 있는대로 신경질을 부렸어요....
지금은 다행히 평상심을 찾았답니다.
시바 할머니는 저를 아직 어린애라고 생각하시겠죠? ㅋㅋ

양철나무꾼 2011-03-21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참 예쁘네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다시 소녀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바람과 햇살이 몸은 괜찮아?하고 물어준다는 발상도 그렇지만, 한쪽 편만 들지 않는다는 것도요.
마흔인 지금도 화장을 잘 안 하는데, 아흔일곱이 되면 달라질까요?^^

세실 2011-03-23 12:4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되나 봅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다시 소녀로....호호호
작가의 맘이 참 예쁘죠?
혹시 알아요. 그땐 예쁘게 꽃단장 하실지...전 할꺼 같아용^*^

비로그인 2011-03-21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마치 제게 하는 말 같습니다.
왜인지 꽤 긍정적인 느낌의 시집일 것 같다는 생각인데요. 꼭 읽지 않아도 그 느낌을 알 것 같기도 하고요.

덕분에 긍정의 힘을 얻고 갑니다 ! ^^

세실 2011-03-23 16:44   좋아요 0 | URL
네 삶의 지혜를 터득하신 분 같으세요.
여기에 올린 시들은 제 마음에 감동을 준 시랍니다. 괜찮죠.
저도 이 시 읽으면서 긍정의 힘을 얻었답니다. 이신전심이세요^*^

프레이야 2011-03-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딱 저에게 필요한 시들이네요.
특히, '저금'이 맘에 들어요.
즐겁게 한 주 시작해요, 우리.^^

세실 2011-03-23 16:4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힘 내세요. 프레이야님.
제가 베푸는 친절도 피드백이 되서 돌아올꺼 같아요.
이 시 읽으면서 그런 생각도 했답니다.
4월에 우리 만나요^*^

책가방 2011-03-2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는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배우게 해 주네요.
세상을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세실 2011-03-23 16:4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맞아요.
여유, 초연, 관조, 감사....이런 느낌이 들죠.
긍정의 힘 같아요.

잘잘라 2011-03-2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금」이라는 시, 정말 좋아요.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다른이가 베푼 친절..

세실 2011-03-23 16:47   좋아요 0 | URL
님도 좋으시구나.
맞아요. 친절을 받으면 오래 기억하고 꺼내보는 그 감사하는 마음. 힘들때 큰 도움이 될꺼 같아요.
이렇게 댓글 달아주는 님도 저에게는 큰 친절.
가끔 꺼내 읽으면 좋겠죠^*^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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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함이란 표현이 맞춤일때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참으로 먹먹하다'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세상 사람들이 나를 배신해도 가족만은 믿어주리라는 무조건적인 희망, 내가 힘들고 지칠때 쉴 수 있는 의자 같은 곳, 그런 부모가 되려고 아이들에게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책에는 온전한 가족의 모습은 없다. '아버지는 작년 9월에 이감되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아버지는 군청의 5급 공무원으로 뇌물죄와 알선수재로 징역형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혐오스러워 하고, 감옥에서 나오면 따로 살려고 기존의 단독주택을 팔아 아파트 두 채를 장만했다.  

얘, 그 인간이 모범수가 되었대. 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아버지가 구속된 후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 인간, 또는 그 사람으로 지칭했다. '인간' 또는 '사람'이라는 익명성에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의 피로감이 쌓여 있었고, 익명성을 다시 구체적 대상으로 특정하는 '그' 라는 말에는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중략) 어린 내가 보기에도 아버지의 삶은 멸종의 위기에서 허덕거리듯이 위태로웠고, 비굴했다.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이 보기에도 민망하게 직장의 상사들에게 굽실거렸고 밤중에도 수시로 불려나갔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29세의 딸 조연주는 가족에게서 멀리 도망치듯 피해 민통선 부근의 국립수목원에 세밀화 그리는 계약직 직원으로 살아간다. 가끔은 아버지에게 면회를 가지만 "미안하다"로 일관하는 아버지는 한없이 초라한 모습이다. 그에 반해 어머니는 맹목적으로 종교를 믿으며 시도때도 없이 딸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다"는 말로 불안함을 대신한다. 
 
일그러진 가족의 모습이 읽는내내 부담스러워 연주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은 직장 상사 안실장과의 첫만남에서 여운을 남겼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있다. 안실장의 아들 신우는 또래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학교가기 싫어하는 자폐아이고,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조연주씨군요.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메말랐다. 그의 목소리는 음성이 아니라 음항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 목소리는 뭐랄까, 대상을 단지 사물로서 호명함으로써 대상을 밀쳐내는 힘이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불러서, 내가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자리에다 나를 주저앉히는 듯했다. 그렇게 낯선 목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

연주는 그녀가 근무하는 자등령 젊은 숲에서 작약, 패랭이꽃. 도라지꽃, 수련등의 세밀화를 그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민통선안으로 면접보러 오던 첫날, 입구에서 출입제제를 하던 김중위와 몇번의 만남을 갖는다. 그로 인해 메마른 연주의 삶에는 작은 희망이 비쳐지고, 김중위의 제안으로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중 찾은 유골 그리는 작업도 병행한다.

감옥이 편하다는 아버지의 말과는 다르게 퇴소한 아버지는 많이 아프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장만해둔 아파트로 보내고 간병인을 쓰면서 간혹 들여다 보는 것으로 살아간다. 결국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아끼던 ' 좆내논' 말을 타고 멀리 떠났다.

이 책에는 수목원의 사계절을 묘사한 아름다운 나무와 꽃의 풍경이 펼쳐지지만, 주인공들의 을씨년스러움과 유해현장 발굴이라는 오싹함이 오버랩되어 읽는 내내 늦가을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만지면 부서질듯한 위태로움과 회색빛 그림자가 스멀거렸다. 작가는 가족의 해체를 다루었겠지만 이런 극단적인 삶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른뒤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아직은 가족은 삶의 희망이다. 

그해 말 연주는 재계약에서 제외되었고, 근무하면서 김중위와 가끔 만나는 동안 사랑의 눈빛은 보지 못했지만, "김중위를 다시 만났을까? "하는 설레임이 드는걸 보면 작은 희망은 보았나보다. 어쩜 책을 읽는동안 대상이 누구라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는지.... 참으로 비루하다.    

여우꼬리.

이제 전을 부쳐서 엄니 전화하시기 전에 시댁으로 가져가야 한다.
오늘은 우리 넷이 함께 전을 부치는 날이다. "일어나, 일어나~~~~" 
명절때 난 전을, 형님은 두 세가지 요리를 해 오는데 형님이 넘어져서 팔에 기부스를 했단다. 이런 0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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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2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2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2-0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독서회 1월 토론도서였는데,
김훈에 대한 호불호도 나뉘었지만, 작품에 대해서도 찬반토론이 대단했어요.
요즘은 읽은 책 리뷰 쓰는 것도 귀찮아서 서평단 도서 아니면 잘 안 쓰게 되네요.
나이가 먹어서 그러나, 게을러져서 그러나~~~~~ ㅜㅜ

세실 2011-02-09 09:48   좋아요 0 | URL
전 김훈 작가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정말....아니었어요.
작가의 진정한 의도가 뭔지도 찾아내지 못했어요.
난해하기도 하고, 어쩜 하나같이 모두 불완전한 가족인지.
읽는내내 우울했습니다.
님은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알라딘 안방마님께서 ㅠㅠ
힘내세요.
그러지말고 21일 청주에 오세요.
꽃그린터, 코람데오 그립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