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노트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 코드 지식여행자 11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석중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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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알라디너들이 마리여사라는 애칭으로 그녀에 대한 호감어린 글을 쓸때 그녀를 선점한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조바심이 생겼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마리여사에 푹 빠져 살면서 그녀의 팬이 되었다. 팬티 인문학을 읽으면서 선입견으로 하마터면 그녀를 잃을뻔 했다. 그녀의 또다른 책 <프라하의 소녀시대>도 읽어야지. 이러다 프라하 가고 싶은 병에 걸리는건 아닌지....

저자의 이력이 다채롭다. 일본 도쿄 출생. 9살부터 14살까지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학, 러시아어 동시 통역사, 작가,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 56세 난소암으로 사망. 문득 동시 통역사는 아니었지만 번역가로, 작가로 유사한 삶을 살다간 장영희 교수를 생각했다.

마리여사의 글은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졌지만 인문학 스럽다.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코드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에는 그녀가 동시통역사로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생각, 그리고 일본인으로서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져 있다.

  확실히 일본인은 잡종 민족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일본열도에는 여러 시대에 걸쳐 남방의 섬들로부터, 또는 대륙에서 다양하고 잡다한 민족들이 들어와 정착했다. 그래서 일본인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대륙은 바다에 둘러싸인 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민족간의 교류나 혼혈의 기회가 많았을게 틀림없다. 그런데 대륙의 민족이 외견상으로 통일성을 유지하고, 교류 빈도가 훨씬 낮은 일본인의 겉모습이 제각각인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오래전부터 그런 의문이 들곤 했다.
  수수께끼가 풀린 것은 이케다 기요히코 씨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였다. (중략) 이케다 씨의 관찰에 의하면, 같은 영역에 동일한 종이 속해있을 때 여기에 아종으로 구분되는 곤충이 생식할 경우, 생존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아종마다 그룹화가 더욱 강하게 촉진된다고 한다. 아종 간의 다른 점을 더욱 확실히 강조하는 한편, 동일 아종 내의 비슷한 점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때로는 종이 갈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용모가 달라지는 동일한 종의 곤충이 발견되는 모양이다.

 
내 생각이지만 일본인 중에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필요 이상으로 신경쓰는 사람의 비율이 이상하게 높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지에 관해서는 무관심하다. 스스로 가치 기준과 미의식에 자신이 없으니 더욱 타인의 평가를 신경쓰는 것이겠지만, 반대로 타인의 눈이 없다면 얼마든지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는 게 무섭다.

 
그저 쉴새없이 정보를 담아 넣기만 하는 뇌가 과연 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성이란 지식의 많고 적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식에 대한 저작 능력이나 운용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닐까. 

단식을 권함이라는 소제목에는 살처분하려던 닭 200마리에게 이주동안의 단식을 통해 건강한 몸과 다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었다는 잡지 보고서의 예를 들면서 단식의 유용함을 이야기 한다. 끊임없이 먹어대는 나같은 사람은 단식이 꼭 필요하다. 이주일은 못하겠지만 하루쯤 단식하는 것도 좋을듯 하다. 모든 면에서 약간은 부족한 것이 최상의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될수도 있겠지. 일과 휴식에서는 "취미는 일입니다" 라는 일중독이라는 낙인이 찍힌 일본인의 특성과 휴가의 필요함을 강조한다. 일중독은 아니지만 일년에 최소한 네번의 휴가는 가야 한다는 내 지론과 일맥 상통한다. 사계절의 변화는 느껴야 하잖아.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하게 유추 해석할 수 있는 그녀의 해박함이 부럽고, 적절한 예시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 스타일을 닮고 싶다. 그녀의 글에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읽는 즐거움을 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틀림없는 또 하나의 현실을 보는 눈이 그녀에게는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반대로 압도적인 현실로 인식되던 것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의 뒤편에 놓인, 틀림없는 또 하나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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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1-3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를 선점해서 질투를 느끼셨군요. ㅎㅎ
네, 제가 꼭 찜해 놨습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 외의 책들은 '교양 노트'와 비슷하게 칼럼들을 묶어낸 책들이 많습니다.
그걸 주제별로 묶은 것들이어서 관심가는 걸로 읽으시면 될 겁니다.
저도 이렇게 전작주의자가 되어보긴 처음이거든요. ㅎㅎㅎ
마음산책에서 올해도 마리 여사 책이 나온다더군요. 기대되는 소식...

순오기 2011-01-30 02:03   좋아요 0 | URL
하하~ 글샘님은 선점하셨고, 나는 후발 주자지만 마리여사 팬입니다.^^
아직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마리여사를 알려면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꼭 읽으셔용!

세실 2011-01-30 09:15   좋아요 0 | URL
호호호 글샘님, 오기언냐, 나비언냐. ㅋㅋ
글샘님은 별도의 방까지 만들어 놓으셨으니 부러울만 하죠^*^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글.....
마리여사 딱 제가 추구하는 컨셉입니다. ㅎㅎㅎ
저도 이 참에 마리여사 전작주의자가 되어볼까요?
읽는내내 즐겁고, 행복한 적 오랜만에 가져보는 느낌이예요.
두분이 추천하는 프라하의 소녀시대 콜입니다.
저도 신간 기대하겠습니다.
님들 덕분에 마리여사 알게 되어서 감사드려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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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는 평생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3년전에는 치매와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힘든 상황을 겪으셨다. 그 후에는 거동이 힘든 외할머니까지 2년여를 모셨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늘 지친 모습의 엄마가 불쌍하고, 안쓰럽기도 했지만 도움도 되어 드리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주인공 연수처럼.....

제목만 읽어도 눈물이 날것 같은 이 책은 드라마화 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대본을 읽는듯한 생생한 전달에 읽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쩌면 식상한 스토리인 우리 아버지 세대의 보편적인 이야기 전개로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와 검소하고 희생적인 사랑으로 대두되는 엄마, 결국 엄마는 오줌소태가 낫지 않아 진료차 간 병원에서 말기암으로 판정받는다. 그리고 시집살이 시킨것도 모자라 치매에 걸린 할머니, 유부남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딸 연수, 아버지의 대를 잇는 의사가 되기 위해 삼수까지 한 아들 정수가 나오는 가족이야기다.

아버지 이야기

병원을 개업했지만 의료사고로 고스란히 날리고 젊은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 월급의사로 들어간다. 정년을 1년 앞두고 퇴직을 강요당한 아버지의 삶도 참으로 기구하다. 인생의 낙오자 또는 패배자라는 자의식으로 가족에게 냉정하며 사랑을 베푸는 방법조차 모른다. 엄마의 시한부 삶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량함과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조금 더 일찍 사랑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엄마의 죽음을 막을수 있었을까?

" 거리로 나온 아버지는 비틀거리며 담배부터 물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사실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사랑스런 자식인데, 겉으로는 그 마음을 손톱만큼도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때리기까지 하는 아버지, 뻔히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 내처 그 길로만 가는 어이없는 행보다.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랑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모르면 배워야 하는 것을 그것이 나려니, 그게 내 사랑법이려니 하고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보니 어느새 자식들과의 거리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엄마 이야기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몽둥이로 맞아도, 오줌소태로 힘들어서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에 예약좀 해달라고 해도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남편과 살면서도 싫은 내색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삶.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오래되어서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사는 시어머니를 따뜻한 집으로 모셔 가려고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평생의 소원인 전원 주택을 짓고는 이사가기 전 生의 마지막 밤을 그곳에서 맞이한다. 

"정수야 너...다 잊어버려도, 엄마 얼굴도, 웃음도 다 잊어버려도...니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건 잊으면 안돼. (중략) 연수야, 엄마 연수 사랑해, 알지? 너는...나야, 엄마는 연수야.... (중략) 당신 빨리 와, 나 심심하지 않게. 여보, 나 이쁘면 뽀뽀나 한번 해주라."  

아직은 건강한 부모님을 보며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시아버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아직 효도라고는 하지 못했는데 늘 노심초사 걱정만 끼쳐드리다가 그렇게 보내드리는 건 아닌지 심난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어느덧 나도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아이들 곁을 지켜 주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몸에 이상이 생기는 듯 하다. 허무한 삶이 되지 않도록 매일을 열심히 살아야겠지. 내일은 시어머니께 전화로 아양을 떨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오버랩 되었는데, 정작 난 시어머니께는 받기만 하고 베푼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방황하는 사람들, 그대들의 방황은 정녕 옳은 것이다. 그러나, 그대의 어머니가 살아있는 그 시기안에서 부디 방황을 멈추라. 아픈 기억이 아무리 삶의 자양분이 된다 해도, 부모에 대한 불효만은 할 게 아니다. 대학때 가출한 나를 찾아 학교 정문 앞에서 허름한 일상복으로 서있던 어머니가 언제나 눈에 밟힌다. 그때도 이후에도 왜 난 그분에 미안하단 말 한마디를 못 했을까. 바라건대, 그대들은 부디 이런 기억 갖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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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1-12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이라는 걸 해서 처음으로 고향도 떠나왔고, 엄마도 떠나왔고, 25년동안의 내 삶과도 이별을 했답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밖으로 나다니지도 못하고... 그때 우정의 무대를 보면서 얼마나 울었던지...ㅋ
엄마가 보고플 때~~♬♪
지금 엄마는 여섯번째 외손주 산후 뒷바라지 준비중이랍니다. 막내여동생 예정일이 21일이거든요.
제 큰아이가 올해로 열여섯이 되니까... 그 세월동안 산후 뒷바라지만 벌써 여섯번째네요.
조금씩 당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기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답니다.
전 엄마와의 이별은.... 상상하기도 싫답니다... 정말!!!!

세실 2011-01-13 00:06   좋아요 0 | URL
엄마가 보고플때..맞아요 그 노래 들으면 정말 엄마 생각 나요.
저희 친정엄마는 며느리 3명 산후 뒷바라지까지 하셨답니다. 정말 대단하시죠.
아직 건강하셔서 참 다행스럽지만 연세가 있으신지라 늘 걱정이랍니다.
요것도 마음만요.....
자주 찾아뵙고, 전화라도 드려야 하는데 참 사는게 바빠요. ㅠㅠ

穀雨(곡우) 2011-01-1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마고우가 지금 외부적인 영향으로 방황을 하고 있어요. 지켜 보는 입장에서 안타깝기도 하고 힘이 되어 주질
못하니 답답하기도 하던차에...세실님의 글이 마음에 와 닿네요.

세실 2011-01-13 00:0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구나....맞아요. 친구가 힘들어할때 옆에서 지켜보는거 참 맘 아파요. 친구분에게 위로가 될 따뜻한 책 한 권 권하시는것도 좋을듯 해요. 그럴땐 전화 한통화, 밥 한끼 같이하는 것도 힘이 되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1-1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매라는 단어는 항상 갑갑하게 걸리는 듯 해요.
노인 문제는 정부와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희생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 같아요.

하지만 그것은 객관적인 이야기이고,, 주관적으로 제 주위 분들은 편안하게 아무 걱정없이
오래오래 사시다가....... 그렇게 떠나셨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부모님에 대해서 그런 상상 못 하겠어요. 도리도리.

세실 2011-01-13 00:13   좋아요 0 | URL
그쵸. 부모님은 가능하셨지만 저는 자신없어요. 그 누군가가 대부분 한사람에게 전가하는 것도 참 답답하죠. 님 말씀처럼 정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해요. 다행히 요즘은 요양보험이 있어서 저렴한 비용으로 모실수가 있더라구요. 저두 정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친구 시아버님 상 당해서 다녀왔는데 시어머님 돌아가신지 두 달만에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더라구요. 금술이 좋으셨다고 하더니.....

글샘 2011-01-1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들은 부디 이런 기억 갖지 말라...
이런 말 아무리 들어도 또 한심하게 사는 게 인간 아닌가요? ㅎㅎ
말로 뭐가 이뤄질 거 같으면, 부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로 해탈했어야죠.
슬픈 가족 이야기는 전 피하는 편인가 봅니다. 읽는 책이 없네요. ^^

새해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세실 2011-01-13 00: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때 뿐이죠. 그리고 자식은 부모님 돌아가시면 후회하는 그런 관계인듯도 하구요.
아무리 잘한다 한들 후회는 하겠죠.
그래도 전 이런 책 읽으며 반성합니다. 안그러면 넘 삭막해 지잖아요.

님도 해피한 한해 되세요^*^ 술은 조금만요. ㅋㅋ

같은하늘 2011-01-1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할머니도 젊어서 쌩쌩(?)하실땐 딸집에서 외손주들 봐주시더니, 나이들어 힘 없어 지시니 우리집으로 오셨지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6년여를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를 돌보시던 엄마가 때문에 속상해하며 할머니를 미워했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칠순이 넘으신 엄마, 아빠가 모두 건강하게 계시다는데 감사해요.

세실 2011-01-15 09:35   좋아요 0 | URL
님 어머님도 저희 엄마랑 비슷한 상황이셨네요. 가끔 엄마가 할머니께 짜증내는 모습 보면 엄마가 어찌나 안되보이시던지...막내동생은 엄마께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전 엄마의 마음 충분히 이해가더라구요. ㅠㅠ
맞아요. 저희 친정부모님도 모두 건강하셔서 좋아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빌어요. 우리 부모님도. 님 부모님도...

순오기 2011-01-1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에겐 언제나 받기만 하다가 그분들이 떠나시면 후회만 남고...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또 그 죄송함을 내리사랑으로~~~~~

세실 2011-01-15 09: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잘하거나 못하거나 후회는 다 하는거 같아요.
그래서 내리사랑인가봐요.
요즘 전 정말 나쁜 딸, 나쁜 며느리예요. 겨울되면 왜 더 꼼짝도 하기 싫어지는지....ㅠ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감동 휴먼 다큐 '울지마 톤즈'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증보판
이태석 지음 / 생활성서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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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 강론의 주제는 고 이태석 신부님 이야기였다. 신부님은 수단의 오지 톤즈에서 사랑을 전하는 사제로,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의사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브라스 밴드의 감독으로, 학교를 짓고, 병원을 짓는 건축가로 그렇게 예수님과 닮은 삶을 살다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홀연히 떠나셨다. 아무런 희망이 없던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고, 희망이 되어 주던 영원히 함께 하리라 믿었던 분을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남아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동영상으로 보았던 그들의 눈물 흘리는 모습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책과 영화를 통한 홍보로 톤즈의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겠지만 제2의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이 또 계실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켠에 남는다. 수단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고와 때로는 웃으면서, 먹고 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들의 빈곤함에 안타까워 하면서 단숨에 읽어내려간 이 책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의사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음에도 사제의 길을 택했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봉사하며 살았던 신부님은 예수님을 많이 닮았다. 48세의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한 하느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 후 알려진 수단 아이들의 비참한 삶과 신부님의 아름다운 봉사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여자를 중시하고 아끼는 여인들을 위한 천국이라는 외형과는 달리 예쁘게 치장을 해서 결혼할때 소를 한마리라도 더 받으려고 한다는 그들의 풍속은 여자를 단순히 상품의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실상이 놀랍고 화가 난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쿵후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의 순수함, 나환자에게 새신발을 신겨주는 신부님, 차로 다섯시간이 걸리던 곳을 한시간 십분만에 갈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교통사고가 늘어났다고 하니 발전이 좋은 것만은 아닐수도 있겠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좋은 길' 그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을랴? '좋은 길'은 정말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좋은 길을 나 혼자만의 길인 양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달리고 남용하는 우리 인간들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대편에서 차가 와도 쌍라이트를 번쩍이며 목숨 걸고 앞차를 추월해 내고 마는 일부 사람들의 병적인 사고방식이 무고한 '좋은 길'에 죄를 덤터기 씌우는 꼴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부님이 자주 받는 질문으로 의술로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데 신부가 될 결심을 한 것과, 우리나라가 아닌 먼 아프리카까지 갈 생각을 했냐는 물음에 슈바이처 박사와 어릴적 집 근처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던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10남매를 훌륭히 키워 주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 아름다운 향기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좀 더 나이가 들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지 하며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나의 미래를 밝혀줄 작은 등불이 되었다. 방학때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 있는 장애우집에 가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실질적인 봉사를 하며  더불어 사는 삶, 나누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나면 공감하겠지. 
부디 신부님의 아름다운 삶이 우리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우꼬리) 좋은 책을 보내주신 희망찬샘님 감사합니다.

 수단은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너무도 많아 금방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고 다른 하나는 손만 대면 금방 톡하고 터질 것 같은 투명하고 순수한 이곳 아이들의 눈망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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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6 0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6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6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2-26 17:56   좋아요 0 | URL
이상한 수녀님 꼬임이라니.....에구 그런 아름다운 봉사가 분명 살아가면서 좋은 지침이 될텐데 아쉽습니다. 전 보림이가 간다고 하면 적극 보낼 생각입니다. 먼저 의사가 되어야 할텐데.....ㅋ

마녀고양이 2010-12-2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만 대면 금방 톡하고 터질 것 같은 투명하고 순수한 이곳 아이들의 눈망울.
너무 좋네요. 가슴도 뭉클하구요.

세실언니 바쁘셔서, 봉사 활동까지 가능하시겠어요?.. ㅠㅠ.
건강 챙기시고, 행복한 일 가득한 연말 되셔요! 쪼옥~

세실 2010-12-27 09:40   좋아요 0 | URL
그쵸? 아이들의 순수함을 참 예쁘게 표현했어요.

그동안 도서관에서 봉사활동 했는데 좀 더 실제적인 봉사활동을 해서 봉사의 참의미를 깨닫게 해야겠다는 생각 했습니다. 규환이도 델꾸가려구요. 히

님도 마무리 잘하시는 멋진 한주 되세요.

saint236 2010-12-2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엄청 울었습니다. 조만간 이 책도 한번 읽어보려고 보관함에 담아 두었고요. 인터뷰 내용 중에 한 관객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움이 깊으면 아픔이 된다."

세실 2010-12-27 09:41   좋아요 0 | URL
아 보셨군요. 23일에 했죠. 저는 지나고 나서 알았어요. 어찌나 아쉽던지....
아이들 읽게 하려고 거실 탁자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리움이 깊으면 아픔이 된다...알꺼 같아요.

bookJourney 2010-12-27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리뷰 보고, 보관함에 담았어요. 마음이 찡~!
보림이가 원하면 적극 찬성하시겠다는 세실님 멋쟁이!!

세실 2010-12-27 09:42   좋아요 0 | URL
그쵸.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이예요.
언제나 읽으려나....ㅋ
그 의사 되는게 문제죠. 헤~~~

2010-12-27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2-2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23일 저녁에 모처럼 아내랑 TV로 이 프로그램을 같이 봤답니다. 그리고 아내가 TV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것도 처음 봤습니다(아내가 신문등을 통해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스토리를 예전부터 자세히 알고 있더군요). 그 후로 책과 신문 등에서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이어져 나오더군요. 그토록 아름답고도 멋진 미소를 가지신 분이 그렇게나 빨리 머나먼 곳으로 떠나 가시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고 너무 안타까워서 할 말이 없더군요....

세실 2010-12-28 14:10   좋아요 0 | URL
아 TV 보셨군요. 못내 아쉬워요. 어찌 봐야 하는지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딸의 도움을 받아야 할듯.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실제적인 도움이 되어 주면 더 좋겠지만요.... 참 맑고 따뜻한 미소를 가지셨지요.

글샘 2010-12-28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가 필요한 게 이런 분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한 건데 말입니다. 쓰레기 같은 이야기만 종일 늘어놓곤 하죠.
이태석 신부님 책이 나왔군요.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던 책입니다.

즐건 연말 보내시고,
봉사도 많이 하시고... ^^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시길...

세실 2010-12-28 14:13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전 왜 드라마 상영시간만 알고 있는지.....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님도 행복한 연말 되시고,
건강한 방학 보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희망찬샘 2010-12-28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간의 병원생활을 끝으로 드뎌 낼 집에갑니다 찬이가폐렴으로 입원하는바람에 ㅠ.ㅠ 책읽으셨네요. 많은 감동 받으셨다니 기뻐요*^^*

세실 2010-12-29 09:07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구나. 일주일씩이나요. 찬이도 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퇴원 축하드려요.
아이들 어릴땐 그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램뿐이죠.
커가면서 욕심이 들어나는 것이 고민.
예전에 보림이도 일주일 입원한 적 있는데 힘들더라구요.

네 님 덕분에 행복하고 옆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을 알게 된건 제게 큰 영광입니다. 감사해요.

비로그인 2010-12-29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뭔가 기분 좋은 다짐을 하신 것 같아서 저도 막 기분이 좋아지려고 합니다.
남기신 글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긴 하지만 조금 일찍 여행을 떠나신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 보고요.

몇 해전에는 이맘때 천주교 행사 가서 찬송가를 악기로 연주하던 기억이 나네요. 플룻을 하던, 친한 윗 고참이 수사였고, 또 저도 성당에 잘 나가던 때여서 더 좋았던.. ㅎ 오늘은 그때 연주하던 곡을 떠올려 봅니다.

세실님 연말 잘 보내고 있으시죠? 눈길 조심하시고요 !! ^^

세실 2010-12-30 09:01   좋아요 0 | URL
아 님도 카톨릭 신자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주일미사만 가는 무늬만 신자이지만 힘을 얻고 있습니다.
삶의 한 부분이 되었어요. 제게 성당 가는건.....

도서관으로 옮기게 되어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분주한 날이긴 하지만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랄까.
이런저런 일들이 많은데 페이퍼에 올릴 여유가 없어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람결님도 눈길 조심하세요^*^

후애(厚愛) 2010-12-3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1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해피 뉴 이어~~~

세실 2011-01-02 09:06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건강하시고, 옆지기님과 지금처럼 알콩달콩 행복한 한해 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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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다소 도발적인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의 저자 목수정은 일하던 공연장에 큰 손해를 끼치며 마지막 기획공연은 막을 내리고, 격렬한 행복이라고 믿었던 사랑이 1년도 안돼 지옥바닥으로 끌어내리며 끝이 났던 사랑, 이 두 가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프랑스행을 결정한다. "나처럼 작정하고 백지 상태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그곳은 천국이었다. 내 오랜 여신 이사도라 던컨과 시인 랭보의 묘지 등을 걸어서 순례하며 이 믿기지 않는 거대한 전설 같은 도시를 탐험했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첫 달이 꿈결같이 흘러갔다"

언니와 동생 사이에 낀 둘째. 부모의 관심에서 적당히 배제된 둘째라는 타이틀이 그녀에게는 좀 더 자유롭게 살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부모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으면서도 직장생활하면서 모은 천만원을 들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프랑스로 떠날 용기를 주었나 보다. 같은 둘째임에도 전혀 자유롭지 않았던 나. 직장생활하면서 모은 천만원을 당연히 결혼자금으로 써야 한다는 융통성 없던 내가 한심하다. 난 그때 왜 배낭여행 갈 정도의 도전정신도 없었을까?

파리 8대학에서 그녀는 문화정책을 공부한다. 학교에서 가장 멋진 공간인 도서관에서 책의 숲에 푹 빠져 공부하고, 공공서비스 영역에 포함되는 연극은 영화의 두배 정도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문화의 홍수에 빠져사는 그녀는 어느덧 뼛속까지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모든 비용이 전액 무료인 나라, 연극배우만으로 살아가기에도 충분한 보장을 해주는 프랑스. 250년 후에나 완성될 희완의 작품인 어른들의 놀이터 '갸를롱'에 언젠가 가보고 싶다.

결혼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두려움을 그녀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딸 칼리의 아빠 희완은 그녀에게 반려자이기 이전에 든든한 후원자요 조력자다. 그녀의 선택을 믿어주고, 국경을 넘나들며 늘 함께 하는 그들의 관계가 참으로 사랑스럽다. 잠시 우리나라 민주노동당 연구원으로 생활하지만 진보적인 그곳에서조차 자행되는 편협함과 이기주의에 염증을 느낀 그녀는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다. 문득 그녀의 떠남으로 우리나라 문화정책은 조금은 주춤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노파심일까?   

아이들 시험기간이라 성당 다녀오는 것 이외에는 집에서만 생활했던 일요일에 이 책 읽으면서 행복했다. 그녀와 희완과의 편안하면서 아름다운 사랑,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생각하는 육아,  가족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 문화정책에 대한 시각, 프랑스의 다양한 문화 등 에세이라고 하기엔 가볍지 않은 읽을거리와 생각거리가 많았던 책이다.  

막연히 남성적이고, 전투적일거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사도라 던컨을 닮았고, 여성스러우며 아름답다.

"결국 독서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이미 알고 있는 진리들을 여러가지 방향으로 다시 환기하고 내 삶에 끌어들이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함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희완이 내가 독서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공유하기를 바랐다. 너는 도대체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육아교육 책을 얼마나 읽었냐 타박하며, 그러나 그럴수록 희완은 더욱 더 멀리 달아났다."         p.238

오늘이 행복하면, 내일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나의 삶의 태도가 진실하다면, 내일의 나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다.          p. 310 

 한 우물을 파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그리하여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전 인류가 주입시켜온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동안 나의 욕구와 관심은 나와 함께 진화할 것이며, 열심히 그 새로운 호기심과 열정에 화답하며 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진실이다. 그래봤자 1세기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 내게 주어져 있을 뿐이고 나의 관심사는 '문화'라는 거대한 대지 속에서 이리 저리 출렁거릴 뿐이다.            p.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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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2-06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닥을 치고 올라올 때 더 높이 비상을 할 수 있나봅니다.
프랑스와 우리 한국 사회는, 참 많이 다르겠지요. 그러고 보니 제목이 그걸 비유한 것이로군요. 앞 구절은 프랑스 사회, 뒷 구절은 한국 사회를.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내일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새겨갑니다.

세실 2010-12-06 06:11   좋아요 0 | URL
굿모닝 나인님^*^
어젯밤 좀 일찍 잠들었더니 새벽 4시에 깨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구속받지 않는 자유가 좋아요.
밥하고, 배추국 끓이면서 알라딘 글쓰고...

바닥까지 갔을때 올라갈 수 있는 용기가 참 대단하죠. 자포자기할 수도 있을텐데요....
님 말씀 듣고 보니 그런데요. 프랑스와 한국사회 와우~~

편안한 한주 되세요^*^

섬사이 2010-12-0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kbs에서 핀란드 교육에 대한 다큐 방송을 봤어요.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함께 혐동하는 걸 배우는 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그 나라 사람들은
나 혼자 top이 되는 게 최고라고 배우는 우리와는 뼈 속부터 다르겠죠?
"살아있는 동안 나의 욕구와 관심은 나와 함께 진화할 것이며, 열심히 그 새로운 호기심과 열정에 화답하며 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진실이다'라는 구절, 참 멋지네요.

세실 2010-12-06 13:04   좋아요 0 | URL
아웅 저도 핀란드교육 궁금했는데..요즘 TV를 안보니 좋은 프로그램을 이렇게 놓치는군요.
핀란드는 모두가 함께가는 교육 이념이 좋은거 같아요.
다시보기로 봐야겠어요.

목수정의 가치관은 참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멋진 사람이죠.

2010-12-0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7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8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8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2-0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목수정,정명훈 때문에 관심 갖게 됐는데...님의 이 리뷰를 읽으니 새로운 걸요.

"살아있는 동안 나의 욕구와 관심은 나와 함께 진화할 것이며, 열심히 그 새로운 호기심과 열정에 화답하며 살고 싶다. "
이 문장 마음에 새겨요~^^

세실 2010-12-08 09:27   좋아요 0 | URL
작년일이었죠. 아마...
요즘 좀 경직된 생활이 이어져서인지 그녀의 열정, 자유로움, 용기가 많이 부러워요.
모든걸 훌훌 털고 떠날수 있는 용기 전 아마도 평생 못할듯. 요 글 참 좋죠^*^

마녀고양이 2010-12-0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걸까요?
과연....... ㅠㅠ
외국에서는 이렇게 자유로운 창의력을 펼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날개를 꺽이는 것을 보면, 좀 답답해져 버려요.

세실 2010-12-08 15:58   좋아요 0 | URL
그쵸? 흑. 자유로울수 없나봐요.
다시 돌아간 걸 보면 참 슬픈 현실이죠. 더군다나 진보신당임에도.....
우리나라는 모든 것에 선이 딱 그어져 있는듯 해요.

2010-12-09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0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읽자 2010-12-1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표지가 저자의 전신사진을 쓰고 있음에도 그 저자의 외적인 어떤 면을 내세우기보다는 책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전신사진을 표지에 이렇게도 쓸 수 있다니.. ^__^

세실 2010-12-15 08:46   좋아요 0 | URL
그쵸. 표지가 왠지 신비스러우면서도 자유로움이랄까. 소박함도 느껴지고요.
읽으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했습니다. 표지도, 글도..........

같은하늘 2010-12-2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자유로운 모습이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라면? ㅜㅜ

세실 2010-12-25 21:45   좋아요 0 | URL
그게 문제랍니다.
그 진보정당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니. ㅠㅠ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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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라딘 모님이 내 글에서 장영희교수님 느낌이 난다고 한다. 문학 리뷰를 주로 쓰고, 대부분이 긍정적인 내용 위주라 그런 생각을 했겠지만 평소 존경하는 분의 글을 닮았다니 기분이 좋았다. 독서치료과정을 공부하면서 강사가 추천해준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새롭게 읽고는 따뜻함과 긍정적인 그러면서도 문학의 아름다운 결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글은 읽는내내 행복했다.

이 책은 고 장영희 교수의 1주년 유고집으로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조금은 유사한 문학과 일상의 만남이다. 그녀와 친분있는 화가 김점선의 그림 느낌이 나는 장지원의 삽화는 책의 내용과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을 준다. 전체 3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책을 읽은 느낌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또는 유학시절에 만났던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의 풍경에 대한 조각들이다. 

앤 타일러의 소설 <바너비 스토리>에서 
" 아, 물론이지요.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당신은 나의 천사이고, 나 역시 당신의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어요."   p.15

책을 읽고 이런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직장동료, 아이들, 주변 사람을 천사로 바라봐주면 그들도 나에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무실에서 마음이 맞지 않아 보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되는 사람이 있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한줄기 빛이 비추는 느낌이다. 그녀를 나의 천사라 생각하고 장점만 바라보면 충분히 좋은 관계로 유지될 수 있을 느낌이랄까.   

2부는 그녀가 사랑했던 문학작품의 원문, 번역된 글 그리고 작품에 대한 느낌을 간결하면서도 편안하게 들려준다. 개츠비가 평생을 사랑한 데이지의 배반으로 죽음을 맞기 직전의 장면을 인용한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히스클리프의 캐서린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시가 특히 아름다운 에밀리 디킨슨의 <만약 내가>, 프로스트의 <자작나무>,  실버스타인의 <엄마와 하느님>등은 원문과 함께 꼭 기억하면 좋을 사랑스러운 글이다.   

3부에는 그녀를 사랑했던 이해인 수녀님, 박완서 작가님이 쓴 1주기 추모글과 생존 사진을 보여준다. 하반신 불구라는 중증 장애와 암투병의 이중고로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와 마지막까지 문학을 사랑했던 열정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남보다 뒤쳐지는 생각으로 우울할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속상함으로 불행하다는 느낌이 들때  이 책은 마음속 응어리를 점점 작아지게 한다. 초겨울의 스산함이 어릴적 엄마와 함께 따뜻한 아랫목에 누웠을때의 그 행복처럼 내 마음에 꽃비가 내린다.  그녀는 떠났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은은한 향기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고히 잠드소서! 

If I can……
Emily Elizabeth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onto his nest,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약 내가……
에밀리 E.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간혹 아침에 눈을 뜨면 불현듯 의문 하나가 불쑥 고개를 쳐듭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아등바등 무언가를 좇고 있지만 결국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딱히 돈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명예도 아닙니다. 그냥 버릇처럼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움켜쥐면서 앞만 보고 뛰다 보면, 옆에서 아파하는 사람도, 둥지에서 떨어지는 기진맥진한 울새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뛰면서 마음이 흡족하고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국 내가 헛되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두려움은 늘 마음에 복병처럼 존재합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들판에 콩알을 넓게 깔아놓고 하늘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져 그중 콩 한 알에 꽂히는 확률이라고 합니다. 그토록 귀한 생명 받아 태어나서, 나는 이렇게 헛되이 살다 갈 것인가.
누군가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태풍이 지나고 다시 태양이 내비치는 오후의 화두입니다. 

      

Love Poem / Robert Bly

When we are in love, we love the grass,
And the barns, and the lightpoles,
And the small main streets abandoned all night.

사랑에 관한 시 / 로버트 블라이

사랑을 하게 되면 우리는 풀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헛간도, 가로등도
그리고 밤새 인적 끊긴 작은 중앙로들도.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미성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성숙한 사람은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기본 원칙은 내 삶 속에서 상대방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세상의 중심이 내 안에서 바깥으로 이동하여 마음이 한없이 커지고 순해집니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아름드리나무뿐 아니라 길옆에 숨어 있는 작은 풀 한 포기도, 하늘을 찌를 듯 높고 멋있는 빌딩뿐 아니라 초라한 헛간도, 휘황찬란하게 밝은 네온사인뿐 아니라 희미한 가로등도,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큰길뿐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는 외로운 길도,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들, 하잘것없는 것들까지 모두 애틋하고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사랑하므로 그 사람이 꼭 필요해서 '나와 당신'이 아니라 '나의 당신' 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 그게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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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12-0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 세실님이랑 장영희님의 글 그런 면에서 정말 닮았어요.
이 책은 읽지 못했지만,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라고 쓴 그녀가 저 세상으로 간 것도 '인간의 계획을 싫어하는'
(어느 장의 첫 문장) 신의 뜻일까 싶네요.
세실님, 고요한 일요일 저녁이에요. 날이 꽤 추워졌어요.

세실 2010-12-06 04:33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문학의 향기 닮고 싶은 분이죠.
신문에 연재된 미출간글 이라고 하는데 <문학의 숲을 거닐다>랑 유사해요.
같은 시기에 연재된 글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어제 좀 일찍 잠들었더니 새벽에 깨었습니다. 고요와 신선함이 좋은데요.

순오기 2010-12-06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글에서 장영희 교수님 느낌이 난다고 한 '모'님은 장영희 교수님을 존경하는 팬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아직 못 읽었는데~~~~ 님께 땡스투하고!

세실 2010-12-06 04:37   좋아요 0 | URL
호호호 님도 팬이시군요^*^
마음이 울적할때, 심난할때 읽으면 더없이 좋은 책.
차안에 두고 잠깐씩 음미하며 읽어야 겠습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

꿈꾸는섬 2010-12-0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너무 좋죠.^^

세실 2010-12-06 13:05   좋아요 0 | URL
아 님도 읽으셨군요. 네 넘넘 좋아요. 차에 두고 시간날때마다 봐야 겠어요.
그리고 이참에 영어공부도 좀 하구요.

2010-12-08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8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10-12-0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이쁘네욤
예전에 님께서 선물해준 축복이라는 책이 참 마음에 남아욤^^

세실 2010-12-09 08: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스타일이예요. 조금은 다르지만....
읽을수록 향기가 나는 책이죠.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께요.

같은하늘 2010-12-2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빨리~~~
빠른 시간 안에 이 책을 내 손에~~~ㅎㅎ

세실 2010-12-25 21:44   좋아요 0 | URL
호호호 책 신청하셨나요?
두고두고 보면 좋을 책입니다. 차에 두고 잠깐씩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