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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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바쁜 일상에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낸다는 건 힘든 일이다. 가능하면 퇴근후 1시간씩 걷는 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운동의 이유도 있지만 하루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요즘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욕심을 내볼까 하는데 이유는 그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힘은 러너의 열정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하루키의 회고록으로 소개 되었다. 자신의 삶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그가 하루의 일상을, 소설가로서 추구하는 삶을, 러너로서의 삶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솔직함과 문체의 담백함은 읽는내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소설쓰기의 방법으로서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문학적 재능과, 하루에 3-4시간씩 의식을 집중하는 집중력 그리고 1년이나 2년간 집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지속력이라고 한다. 문학적 재능이야 선천적일 수 있지만 집중력과 지속력은 노력에 의해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마라톤은 좋은 방법이 될수 있겠다.      

하루키가 그런 것처럼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일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것에도 참으로 열정적이다. 1년에 몇번씩 42.195km를 완주하고, 100킬로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며, 수영, 사이클, 마라톤 3종 경기를 하는 트라이 애슬론을 즐겨하는 그의 열정은 고스란히 소설 쓰기에도 반영된다.

아테네 올림픽에 사용되었던 올림픽 스타디움,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는 뉴욕의 보스톤 마라톤을 찾아다니며 완주하는 그의 도전하는 삶이 멋지다.  

   
  하나의 풍경속에 타인과 다른 모습을 파악하고, 타인과 다른 것을 느끼며, 타인과 다른 말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님으로써,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것이다. (중략)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온전한 '나'로서의 주체의식을 갖는 것,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도 나에 대한 예의다. 하루키처럼. 

묘비명에 쓰고 싶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하루키가 내게 손짓을 한다. 읽다가 포기한 '상실의 시대' 다시 읽어봐야 겠다. 그의 삶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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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1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요렇게 목표를 세우면 바로 옮기는 울 세실님이 존경스러워!
배워야해요, 내가~^^

세실 2010-09-11 13:03   좋아요 0 | URL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그대도 멋져요~~
제게 악기는 도저히 넘을수 없는 벽.
비오는 토요일 운치 있죠?

프레이야 2010-09-1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가 가져야할 기본 자질, 끈기와 집중력!
저도 나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겠어요. 불끈!

세실 2010-09-11 15:26   좋아요 0 | URL
그쵸. 우리 함께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예의를 갖추어요.
그런데 님이 불끈하시니 왠지 웃음이 납니다. ㅋㅋ

치유 2010-09-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도 충분히 열정적이고 옆에서 지켜보기엔 너무나 아름다워요.

세실 2010-09-11 17: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배꽃님.
하지만 괜히 그렇게 보이는 걸수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해서 문제예요.

양철나무꾼 2010-09-12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의 등을 두들기며'끝까지 걸어도 괜찮다'라고 해주고 싶지만 말이죠~
이 계절엔 무엇인가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여~^^

세실 2010-09-12 07:50   좋아요 0 | URL
달리다 힘들면 당연히 걷게 되는데....천천히라도 달리려는 그 의지가 정말 대단하죠. 전 어제 5킬로 달리는 것도 걷는게 더 많았답니다.
이 가을에 음 그쵸?

2010-09-12 0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2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9-1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는 상실의 시대는 아마 그전에 포기하셨을 때보다 더 괜찮게 다가올거에요. 저의 경우에는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번째 읽었을 때 훨씬 더 좋았거든요.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넘겼던 문장들이 두번째에는 막 가슴에 들어오기도 하고 그랬어요.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게 되신다면, 그 후의 세실님의 감상도 궁금해요.
:)

세실 2010-09-13 08:45   좋아요 0 | URL
두번씩이나 읽었다니 음 저도 도전해 봐야 겠어요. 불끈.
사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지저분한 책땜에 더 진도가 나가지 않았어요.
이 참에 구입해야 겠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잖아요. ㅎ
님의 가슴에 들어왔다는 글이 어떤걸까 생각하면서 읽어볼께요^*^

마녀고양이 2010-09-1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너무 골골거려서,
운동을 제대로 해야할거 같아요. 하루키의 에세이는 그런 면에서 항상 감탄하게 되고
저를 반성하게 되죠.......

15일 정도에 책 주문할 때, 만보계도 같이 주문해야겠어요. ^^

상실의 시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언니의 열정은 지금도 충분히 멋지십니다.
더 멋지면 눈 뜨고 바라보기 힘들어염! 큭큭.

세실 2010-09-13 08:49   좋아요 0 | URL
맞아요.님
다요트가 아닌 운동을 하시면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으실 거예요.
화이팅~~~
아 님도 좋아하시는군요.
전에 넘 다급하게 읽었나봐요.
이 가을에 음미하며 읽어야 겠어요.

호호호. 님이 눈뜨지 못할만큼? 아자 아자 화이팅!
지난주엔 하루도 빠짐없이 1시간씩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했답니다.
이젠 중독된 느낌? 헤헤~~

참 그 젤리 핸드폰 케이스는 보림양이 사달라고 해서 직접 장바구니에 담으라고 했더니 리뷰에 올렸기에 삭제했습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