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2년에 산 <총,균,쇠>를 2022년에 읽었다. 사실 당시 반 정도(14장까지) 읽다가 이유는 모르겠으나 중단하고 방치해 두었다. 지난 달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내친김에 이 책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는 완독에 성공했다. 사실 완독했다는 것을 자랑할 일은 아닌게 이 책은 인류 진화의 방대한 역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가 읽기에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가 부담스러울 뿐이다.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는 미국의 학자로 UCLA의 지리학, 생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땄으나, 학문에 대한 열정이 엄청났는지, 뉴기니에서 새를 연구하면서 조류학자로도 활약하였다. 더 나아가 인류학, 역사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고 프랑스,라틴어,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도 구사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학자로서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는 이런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진화생물학과 인류학에 대한 많은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여 전 세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는데, 유명 저서로는 <제3의 침팬지>,<섹스의 진화>,<문명의 붕괴> 등이 있다.


1997년 출간된 <총,균,쇠>는 1998년 일반 논픽션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는데, 저자는 자신이 아는 모든 분야의 지식-인문,지리,역사,생물학,언어학 등-을 활용해 인류 문명의 역사와 그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문명 간의 불평등과 그 원인, 그리고 그런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만들었는지를 밝힌다.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뉴기니에서 새를 연구하던 시기에 얄리라는 뉴기니인의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질문에 자극을 받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p.18)


얄리의 이 질문은 뉴기니인과 유럽의 백인 사이의 차이를 의미했지만, 저자는 이 질문이 바로 '현대 세계에 존재하는 더 큰 규모의 현저한 불균형'(p.19)의 문제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판단, 여러 분야의 연구와 집필 과정을 거쳐 25년 후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전 세계 부와 힘의 분포를 보면 평등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유럽과 동아시아에 사는 사람들과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몰아내고 그 곳을 차지한 사람들이 전 세계의 부와 힘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아프리카를 포함한 유럽의 통치를 받은 다른 민족들은 비록 지배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여러 방면으로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서 질문이 시작된다.


"이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왜 부와 힘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분포하게 되었을까?"

"왜 어떤 민족은 지배를 받고 또 어떤 민족을 지배를 할 수 있었을까?"

"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한가?" 등등등...


그 답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총,균,쇠'에 있다. '총,균,쇠'를 소유했느냐, 소유하지 못했느냐에 따라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무기, 병균, 철기를 소유한 민족이 그렇지 못했던 민족을 정복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피사로가 잉카 제국을 참패시킬 수 있었던 것, 훗날 근대 유럽이 다른 대륙들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세 가지를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직접적인 요인들인 '총, 균, 쇠'를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무기와 병균, 철이 다른 민족을 정복하는데 직접적으로 그 위력을 떨친 건 맞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직접적인 요인이 왜 특정 민족에게만 나타났는지, 다시말해 '어째서 아프리카인 또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니라 유럽인들이 총기, 가장 지독한 병원균, 그리고 쇠를 갖게 되었'(p.32)는지를 역사적, 과학적 방법으로 밝히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은 인종이나 민족 간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에서 발생했다고 규정하면서, 환경적 조건이 지난 13000년간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을 동원해 폭넓고 깊이있는 분석을 한다. 


인류의 방대한 역사를 다뤘음에도 내가 이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매 챕터마다 수시로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지금 무엇을 알기 위해 이 글을 읽고 있는지 그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한 원동력은 바로 아래와 같은 질문들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보다 '먼저 출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p.69)


"어째서 스페인은 원주민들을 참패시킬 수 있었을까?"(p.102)


"어째서그와 같은 직접적 이점들이 신세계보다 유럽에 더 편중되었을까?"(p.112)


"식량 생산이 시작된 시기와 양상이 이처럼 지리적으로 달랐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p.158)


"왜 수렵 채집민들은 식량 생산을 시작했을까?"(p.159)


"어째서 발명의 기술들은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발전했을까?"(p.347)


"이렇게 일찍 출발했는데도 어째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유럽을 정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을까?"(p.446)


"중국인 이주민의 후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폴리네시아인이 되었을까?" (p.501)


"중국은 어쩌다 기술의 선도자 위치를 유럽에 추월당했을까?"(p.601)


'환경적 차이'에 의해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된 인간 사회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발전을 가져다 준 것은 '식량 생산'이었다. 식량 생산이 바로 '총,균,쇠' 가 출현하기 위한 '선행 조건'이었기 때문에 각 대륙의 민족들이 언제 어떻게 식량생산을 시작했는가의 문제는 각 민족의 앞날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근데 문제는 작물화와 가축화가 가능한 야생 식물과 동물이 대륙마다 차이가 있었던 것. 작물화와 가축화가 쉬웠던 동식물이 우연히도(!) 유라시아에 가장 많이 몰려 있었고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대표되는 그곳은 당연히도 식량 생산을 최초로 시작한 곳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민족은 식량을 생산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착 생활을 하게 되고, 인구는 조밀해지면서 정치적으로는 중앙집권화되고 경제적으로는 복잡한 사회를 이루게 된다. 또한 잉여 식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가 집단도 생겨나 문자와 다양한 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축으로부터 병(천연두,결핵,홍역 등)이 전염되고 인구가 밀집해 있으니 전염병이 쉽게 전파, 오랜 시간을 통해 면역력도 얻게 되는데, 저자는 '무기류, 기술, 정치 조직 등의 우월성만으로 유럽인들이 비유럽인들을 정복할 수 있었던 건 아니'(p.285)라고, 세균이라는 '사악한 선물'이 없었다면 그러한 정복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후 약 2000만명에 달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인구가 한두 세기에 걸쳐 최대 95%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 주된 요인은 바로 유럽의 병원균이었다.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균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항력이 전혀 없었다.

이러한 이점을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는 갖고 있지 못했기에 1532년 피사로가 168명의 오합지졸을 이끌고 잉카 제국으로 쳐들어갔을 때 잉카 제국은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총,균,쇠>는 B.C.11000년경 각 대륙에서 함께 출발했던 인류가 어떠한 이유로 각기 다른 역사의 과정을 밟게 되었는지 지구상의 전 대륙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저자가 학자로서 쌓아온 지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나의 부족한 글솜씨와 미천한 지식으로 인해 이 훌륭한 책을 좀 더 잘 정리하지 못해 아쉽다. 

정말 시간만 많다면 한 번 더 읽고 싶다. 만약 시간이 없어서 읽기 힘드신 분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이라도 꼭 읽어 보시라고 하고 싶다. 사실 700페이지에 걸쳐 계속 반복되는 설명이라 요점은 앞, 뒤에 다 있다고 봐도 된다. 다만 매 챕터마다 하나 씩 격파해 나가는 그 과정이 매우 짜릿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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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4 2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정리 잘하셨는데요 *^^*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큐도 아이랑 찾아서 본 기억이 납니다 *^^*

coolcat329 2022-04-14 21:41   좋아요 2 | URL
에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재밌는 내용이 많은데 다 쓰려니 힘이 빠져서 정말 러프하게! 써봤는데 영 ㅋㅋ 그렇습니다.

청아 2022-04-14 2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재밌게 읽고도 이렇게 리뷰를 써내지 못했어요ㅎㅎ 아,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건너간 인류의 흔적이 있다는 부분이 놀라웠어요.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쿨캣님 덕분에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

coolcat329 2022-04-14 21:46   좋아요 2 | URL
네네~저도 그 부분 넘 재밌었어요. 야요이 문화가 한국인이 넘어가서 세운 문화라니,..😅
근데 그 말하면 한국 일본 살살 눈치보는 다이아몬드 글도 웃기더라구요 ㅋㅋ

scott 2022-04-14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불평등 그리고 전쟁,,,,

역사적으로 대 전환기를 맞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 책들이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이 빠지지만 인류학 지리학, 역사학, 진화생물학, 생리학, 조류학으로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흥미롭게 조망한 책인 것 같습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교육 환경도 부럽 ^ㅅ^

coolcat329 2022-04-14 21:47   좋아요 3 | URL
이 분 정말 부모부터 대단하더라구요. 천재 집안인가봐요. 경제적 성공까지 정말 학자로서 최고를 찍으셨어요.

페넬로페 2022-04-14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오래전에 구비했고 첫부분 읽다가 포기했는데 어렵지 않다고 하시니 재도전 하봐야겠어요.
쿨캣님 리뷰로 정리되어 읽는데 도움 많이 될 것 같아요^^

coolcat329 2022-04-14 21:50   좋아요 3 | URL
중간까지는 정말 재밌는데 문자이야기 나오면서부터 조금 지칩니다. 이 책이 매 챕터마다 같은 말 반복이 많거든요. 근데 중간 넘어가면 또 좀 괜찮아 지다가 마지막 에필로그랑 <일본인은 어디서 왔는가> 논문이 재미납니다.
다시 도전해 보세요~

레삭매냐 2022-04-14 2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도 유명한 책이라 사서
좀 읽다가 어느 시점에서
멈춘 것으로 기억합니다.

coolcat329 2022-04-14 21:52   좋아요 3 | URL
십년전 저도 그랬습니다. ㅋㅋ 제 생각엔 지금 읽으실 책이 산더미시니 프롤로그랑 에필로그만 다시 보셔도 좋을거 같습니다. 일본인 논문하구요~😉

새파랑 2022-04-16 05: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잠깐(?) 읽고 덮었었는데 쿨캣님 리뷰를 보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리뷰를 너무 잘 쓰신거 같아요 .저 질문들을 보니까 막 궁금해집니다 ^^

coolcat329 2022-04-16 08:00   좋아요 2 | URL
아주 간단히 요약한건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자의 질문이 나침반 역할을 해줘서 방향잃지않게 해줘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