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오 작품의 가장 큰 테마는 비행과 소녀(혹은 소년, 혹은 소년과 소녀)다. 여기에 배경은 환타지다. 무슨 비행소녀의 로망같은 느낌이다. 어쨌든간에 비행과 소녀가 만들어낸 아름답고 놀라운 장면들이 무수리 짱짱하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의식을 잃은 소녀(시타)가 어둔 밤 빛나는 보석과 함께 하늘로부터 공중부양하며 서서히 내려오는 장면. <토토로>에서는 토토로와 토토로의 배에 메달린 소녀들이 거대한 팽이를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소년(하쿠)와 소녀(치히로)가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며 떨어져 내리는데, 치히로의 눈에서는 눈물이 방울방울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 등등 기타 등등이 그렇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소녀 소피와 마법사 하울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고무인간들을 피해 공중으로 날아올라 춤추듯 하늘을 걸어다니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때 흘러나오는 흥겨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애잔한 왈츠풍의 음악이 바로 이 영화의 메인테마곡인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다. OST에는 이 장면을 별도로 ‘공중산책’으로 명명하고 있다. ‘인생의 회전목마’의 한 변주다.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나 '지브리 25주년 기념콘서트'를 꼭 함 보시라. '25주년 기념 콘서트'는 정말 감동감동적이었다. 관람석 저 뒤편에 앉은 하야오의 눈에 눈물이 맺히더라. 동영상을 보면서 소생도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에게 따뜻한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빗자루를 타고 비행하면서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 소녀 이야기이고, <붉은 돼지>는 전쟁에 회의를 느낀 비행기 조종사가 스스로 돼지가 되어 하늘의 해적을 소탕한다는 이야기다. (소생의 프로필 사진 되겠다. 날지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뿐이야!!!)  <벼랑위의 표노>는 배경이 바다속 이지만, 여기서 바다는 바로 하늘의 다른 이름이다. 바다 속에서의 유영은 바로 하늘에서 비행에 다름 아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모터같은 기계장치없이 순전히 바람의 힘만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체가 등장한다. 소녀(공주) 나우시카는 이 비행체 최고의 조종사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모두 소장하고 있고 모두 보았는데 똬악! 하나 못본 것이 있다. 당연히 아직까지 DVD로 출시되지도 않았다. 그것은 바로 ‘전쟁 미화’라는 논란이 있었던 2013년작 <바람이 분다> 되겠다. 하야오의 은퇴작이다. 하야오는 은퇴선언을 한번 번복한 적이 있지만 왠지 이번은 정말인 것 같은 느낌이다. 일본에서는 700만이상이 관객을 모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공식집계된 관람객은 106,546명이다. 2013년도 국내 개봉당시에 소생이 극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아마도 대구에서는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지로는 일본의 항공 엔지니어인 호리코시 지로(1903-82)를 실제 모델로 하고 있다. 바로 2차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의 설계자이다. 제로센은 ‘영식함상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를 말한다. 줄여서 ‘영전(零戰)’이라고 했는데, 일본어로는 레이센 또는 제로센이라고 불렸고 영어로는 Mitsubishi A6M Zero다. 미쯔비시에서 생산했다. 제로센은 전쟁말기에는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의 전투기로 사용되었다.

 

 

소생이 뭐 이 작품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대충 주워 듣고 또 미루어 짐작하기에 하야오가 침략 전쟁을 미화하기 위해서 이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하야오는 일관되게 기계문명에 대한 경고와 반전(反戰), 평화, 생태주의의 메시지를 설파해왔다. 소생은 이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내용적인 면에서 조금 아쉽다. 하야오 작품의 주요 테마인 ‘비행’과 ‘소녀(소녀)’와 ‘판타지’에서 이제 소년은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환타지는 거세되어 배경은 현실과 접속했으니 남은 것이라고 오로지 ‘비행’뿐인데, 환타지가 제거된 비행은 왠지 퇴색한 느낌이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소생이 어디 감히 거장에 대한 감탄과 존경의 념을 회수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소생의 유소년이 코난과 포비가 없었다면 얼마나 황량하고 쓸쓸했을 것이며, 지브리의 작품들을 보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던 깜짝 놀란 그 마음들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비행’은 인류의 오랜 비원 중에 하나다. 신화 속에서 아폴론의 아들 파에톤은 부질없이 신의 아들임을 입증하려 아버지의 태양마차를 훔쳐 몰고 하늘을 날다가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었고,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루스는 밀납으로 붙인 깃털 날개를 달고 미궁을 탈출하면서 태양 가까이 다가가려는 헛된 욕심을 부리다가 태양열에 밀납이 녹으면서 깃털이 분해되어 추락하여 사망했다. 신화이래로 또 수많은 인간들이 비행을 염원했고 그 염원만큼이나 많은 추락과 실패 끝에 라이트 형제가 마침내 비행에 성공했으니 신화와 현실이 이어지는 그 길의 끝에서 지로도 같은 꿈을 꾸었을테지만 시절이 너무 암울했다. 한 개인의 오래고 아름다운 꿈이 집단적 광기가 발동하는 전쟁의 참혹한 광풍 속에서 온전하게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극중에서 지로가 했다는 말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발레리의 시구절은 의미심장하다. 어서바삐서둘러 <바람이 분다> DVD가 출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득 머리에 떠올랐는데 ‘바람이 분다. 날아야겠다.’도 괜찮지 않나유?

 

 

 

 

 

 

 

 

 

 

 

 

 

 

 

 

 

 

 

 

 

 

 

 

 

 

 

 

 

 

 

 

 

 

 

 

 

 

 

 

 

 

 

 

 

 

 

 

 

 

 

 

 

 

 

 

 

 

 

 

 

제 옷장 속의 dvd들입니다. 도서수용계획상 불가피하게 책장에서 쫓겨난 dvd들은 오랜 세월 동가식 서가숙하며

거실 서랍장, 안방 서랍장 등을 전전하며 풍찬노숙하다가 서재방 옷장 속 서랍속에 일단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어둡고 후미진 곳이지만 어쩔수 없지요. 처음에는 비디오테이프를 사모았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게 퇴출되어

버려 지금도 안방 옷장 속에는 100여개의 비디오 테이프가 잠자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없어 틀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피땀으로 모은 것이라 손발이 덜덜 떨리게 아깝고,..그런데...요즘은 또 블루레이라는 것이

나와서 기존 일반 dvd는 다 쓸모없이 그리 되는 것인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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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2015-12-1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컬렉션입니다. 미래소년 코난은 정말 엄청난 작품이었죠^^ 콧수염 선장 아저씨가 타고 다니던 로보트가 그렇게 갖고 싶었었는데. 그나 저나 다음주에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이 개봉됩니다. 예고편을 보니 이번편의 나쁜놈은 십자가형의 라이트세이버를 사용합니다. 자기칼에 팔목 날아가지 않을까 보는 사람이 두근두근 하더군요. 다음주가 기대됩니다.

붉은돼지 2015-12-12 20:27   좋아요 0 | URL
미래소년 코난은 정말 재미있었죠...물론 지금 보면 그림이 조금 거시기 하기는 합니다만....십여년 전인가 언젠가 대구시내 지하상가를 지나는데 어떤 작은 가게 앞에 20-30대 남성들이 소복하게 모여있어서... 뭔가 싶어 가보니 텔레비젼에서 미래소년 코난을 하고 있더군요..ㅎㅎㅎ 코난이 80년대에 티비 방송을 처음햇었고 두어번 재방송도 했던것 같은데 아마 재방송하고 얼마안된 시점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도 스타워즈 무척기다리고 있습니다. 설마 자기 팔목을 날리기야 하겠습니까...나쁜놈이라도 그놈도 다 강력한 포스를 쓰는 넘인데요 ㅎㅎㅎㅎㅎ

appletreeje 2015-12-12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 주신 dvd 중, 제가 소장한 11장도 보여 반갑습니다~
물론 `붉은돼지`도 포함해서요~ㅎㅎㅎ

붉은돼지 2015-12-12 22:56   좋아요 0 | URL
어머머! 저를 가지고 계시군요 ㅎㅎㅎㅎㅎ

컨디션 2015-12-1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야자키 하야오, 애들 어릴때 비디오 시절 대여점 꽤나 들락거린 기억나네요. 추억돋게 만드시는 이런 페이퍼. 게다가 뭔가 개념장착한 맥락까지 갖춘. 아, 이런 팔로십 가득한 댓글이라니.. 아 뭐어때. 붉은돼지님 건방이(죄송^^) 하늘을 찔러서 어쩜 날수있을지도..ㅎㅎ

붉은돼지 2015-12-12 23:10   좋아요 0 | URL
시건방이 충천탱천을 한들 비행은 언감생심 뛰어본지도 오렌지입니다^^
좀전에 드라마 `애인있어요`에 `인생의 회전목마` 음악 나오더군요

비로그인 2015-12-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가 나오기전 일본 ld를 떴던 비디오테이프는 구하기 힘들어 하나의 권력이었다죠. 대원미디어에 감사할 뿐. (아직 블루레이 판갈이가 남았습니다....) 거장의 시대는 가고 지브리스튜디오도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또 한 시대가 지나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붉은돼지 2015-12-12 23:46   좋아요 0 | URL
아아 그렇군요 이렇게 속절없이 한 시대가 가는군요 ㅜㅜ
문득 전도서의 한구절이 떠오릅니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

oren 2015-12-1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바람이 분다고 훌훌 날라다니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물론 그 돼지가 붉은 비행기를 탄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겠지만요... 그냥 돼지는 식용으로 쓰일 때가 최선일 지도 C= C= C=
* * *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증명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목적이란 가장 좋은 목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일례로 코는 안경을 얹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우리는 안경을 씁니다. 다리는 양말을 신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우리는 양말을 신습니다. …… 또 돼지는 식용으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년 내내 돼지고기를 먹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좋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 볼테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붉은돼지 2015-12-14 11:09   좋아요 0 | URL
붕이란 새는 한번 날개짓에 구만리를 난다고 했는데..그 전신은 곤이라는 커다란 물고기였다고 하죠 아마...(혹자는 이 곤이 우임금의 아버지라고도 하더군요..곤은 치수에 실패하여 순임금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고 옛날에 배웠어요...이런 이야기 참 재미있죠....)

소생이 돼지이긴 하나 겨드랑이에서 보드라운 깃털이라도 돋아나면 문득 환골탈태하여 바람없이도 하늘을 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ㅎㅎㅎ.. 뭐.....그도저도 안돼면 기꺼이 제 한 몸 던져 인류의 일용할 양식이 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양은 보증하지만 맛은 장담못합니다.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12-23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첨엔 비디오테입, 그 다음엔 DVD로 요즘엔 BD로 미디어를 모으기 때문에 그 기분은 잘 알죠.ㅎㅎ 비디오로 영화를 보면 묘하게 아날로그한 느낌에 추억이 돋아납니다.ㅎㅎ 버리지 마셔요. 나중에 후회할 수 있습니다.ㅎㅎㅎㅎ 저도 지브리 좋아합니다.

붉은돼지 2015-12-23 21:52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말은 저렇게 해도 버릴수가 없죠..한 개씩 두 개씩 나름 발품팔아 가며 힘들게 사모은 것들인데 쉽게 버릴 수야 없죠 ^^ 저는 BD가 뭔가 했습니다. 검색해보니 방글라데시..ㅎㅎㅎㅎ 블루레이 디스크를 말하는 군요....저는 아지 BD는 한장도 없습니다. 이것도 곧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서요..ㅎㅎㅎㅎ
 

 

 

 

 

 

 

 

 

 

 

 

 

 

어제 아내는 혜림씨와 외출을 했다. 동네 몇몇 학모님들과 키즈 카페에 가신다고 한다. 소생으로서는 황송할 따름이다. 덕분에 소생이 내부자들을 볼 수 있었다. 여보~ 고마워요~~ 나 홀로 봤다. 요즘은 거의 영화를 혼자 본다. 처음엔 혼자 보는 게 조금 어색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더 편하고 좋다. 혼자 먹는 빠다오징어 맛은 뭐라 말할 수 없이 고소하고 달콤하다. !! 또 생각나네...ㅜㅜ

 

각설하고, 내부자들재미있다. 여성분들께서는 조금 꺼려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불초한 돼지는 무척 재미있게 봤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하면 역시 어르신들의 기품있는 음주문화........는 아니고, 무슨 흥부네가 박 타듯이 톱으로 사람 손목을 슬겅슬겅 써는 그 장면........도 아니고.....

 

소생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다름아닌 우장훈 검사의 고향 집 풍경이다. 우장훈 검사의 고향 집을 왜 그런 고서점으로 배치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좀 오래 보여줬으면 했는데 화면이 금방 넘어가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어쨌든 무슨 숲처럼 우거진 서가의 풍경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역시 알라디너다운 소감아닌가? 하하하 

 

이와 관련해 조승우는 우검사가 어릴 때 살았던 집은 실제로 담양에 있는 서점이다거기 가보고 깜짝 놀랐다. 큰 서점 하시던 선생님이 책을 다 처분할 수 없어서 산속에다가 책을 다 갖다 옮기셨다. 책이 엄청나다. 책 냄새가 너무 좋았고 그 분도 멋있어 보였다. 우장훈이 옛날에 사법고시 준비하면서 공부할 당시 열정의 자양분이 된 공간이자 저에게는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준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비슷한 장면이라고는 이거 하나밖에 못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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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1-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승우 나오는 거면 전 무조건입니다.
그런데 윤태호 작가 원작이로군요. 미생으로 유명한!
그렇다면 뭐 믿을만 하겠습니다.
그런데 1권만 나와있는 상태군요.
요즘 사회 고발 드라마나 영화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송곳도 그렇고...

붉은돼지 2015-11-23 13:37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아직 안 보셨군요...
스텔라님 보시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쌍욕이 입에 붙은 조승우도 무조건 무조건인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
제도 소싯적에는 욕 좀 했지만....
나이를 먹으니 중고딩들 지하철이나 이런 곳에서 말끝마다 욕하는 거...듣기가 싫더라구요
참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고 하는 소리인줄은 압니다만....

그건 그렇고 <내부자들>이 원래 윤태오 원작인데 만화는 미완성이라고 하는군요....^^

살리미 2015-11-23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봤는데 ㅎㅎ 저도 고서점 장면이 젤 좋더라고요^^ 근데 그 공간이 실제로 있는 곳이었군요! 대단해요. 책들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싶은 환경이던데....
그 서가 사이를 막 걸어서 내방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붉은돼지 2015-11-23 14:18   좋아요 2 | URL
역시 알라디너의 피를 속일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ㅎㅎㅎㅎㅎ
저도 그 장면 보면서 저렇게 관리하다가는 책들 다 상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병통치약 2015-11-23 14: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작업장이 저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ㅠㅠ 약간의 포샵으로 보면 저렇게 우아해 보이지만 사실은 심난한 상태죠. 방 입구부터 책장이 들어서서 입구 들어가기 좁고, 모든 벽은 기본 책장이고요 여기저기 자리 없이 쌓여 가는 책들...비슷하군요.....가운데 서 있는 사람마저 비슷...아..아닙니다...

붉은돼지 2015-11-23 14:21   좋아요 1 | URL
어멋! 통치약님께서 저런 우거진 서가의 숲 비슷한 곳에 사신다니.... 너무 멋져요....호호호
뭐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저 가운데 있는 사람같이 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물론 그리 된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로 안 멋져보입니다... ㅎㅎㅎㅎㅎ 초 치는 감은 있으나 저 캡쳐 화면 딱 보니 쥐똥 많게 생겼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11-23 17:02   좋아요 0 | URL
맞아요...쥐똥 많게 생겨먹었습니다. 그리고 저런 곳에서는 책 관리가 꽤 어려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꽤 인상적이었어요.,..뭐랄까 데카당스적(?)이라고나 할까요 ㅋㅋㅋㅋ

바세린 2015-11-2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쿰쿰한 책냄새가 잔뜩 날것 같습니다ㅋㅋ!
저런 곳에서 책을 읽으면 뭐든 재미있을 것 같아요ㅎㅎ 내부자들 곧 보러갈것 같은데 붉은돼지님 글을 읽고나니 이 장면이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D

붉은돼지 2015-11-24 10: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쿰쿰한 냄새도 잔뜩 나고 쥐똥도 많을 듯 하지만....그래도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잊혀진 지하 궁전 안 책들의 숲......뭐..이런..ㅋㅋㅋㅋ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셔요....잠깐 나와요...또 배경이 좀 어둡고 해서...ㅜㅜ

cyrus 2015-11-2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를 보다가 책 소품이 잠깐 비추는 장면이 나오면 어떤 책이 있는지 집중하면서 관찰합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작중 인물과 전혀 상관없는 책이 소품으로 사용되었는데 요즘은 간접 광고 효과 때문인지 이름 있는 출판사의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붉은돼지 2015-11-25 11:2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도 드라마나 영화 볼 때 책이 나오면 어떤 책인지 유심히 살펴봅니다...ㅎㅎㅎ
내부자들에서는 특정 도서가 나오지는 않고 극중 우검사가 어릴 때 살던 집이 무슨 고서점처럼 설정되어 있어서 유심히 봤는데요...잠깐 나오고는 끝이어서 좀 아쉽더군요^^

쪼꼬미 2015-12-0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에 나오는 서점은 담양 아니고 단양에 있는 서점이에요. 올 여름에 다녀왔던곳인데 오늘 영화보고 반가운 마음 들더라구요. 정말 책 많고 쿰쿰한 책냄새 나구요. 실제로는 영화 화면보다 먼지가 더 많이 끼어있어요,,

붉은돼지 2015-12-03 11:32   좋아요 0 | URL
아~ 단양이었군요.....역시 쿰쿰하고 쥐똥도 나올듯한 ㅎㅎㅎㅎㅎ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
 

오는 1217일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7 - 깨어난 포스의 메인 예고편이 어제 공개되었다. 네이버에 올라와 있다. 배경은 전편인 스타워즈3 - 제다이의 귀환으로부터 30년 후가 되겠다. 스토리는 여전히 공화국군과 제국군 대결 양상인 듯 하다. 레아공주와 한솔로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 주인공인 모양이다. 스카이워커 가문이 빠질 수 없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들도 등장한다. 흑가면 베이다경의 손자다. 어떻게 보면 이제까지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스카이워커 부자의 이야기였다. 미쿡에서는 사전 예매에서 벌써 압도적인 기록을 보이고 있어 흥행 돌풍이 예상된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처음인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이 나온 것이 아마 1977년일 것이다. 그후로 스타워즈2 - 제국의 역습, 스타워즈3 - 제다이의 귀환이 연이어 나왔다. 그로부터 20여년 후인 1999~2005년 사이에 프리퀄 3부작이 나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않는 위험,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역습,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시간 순으로 보자면 처음 나온 스타워즈 1, 2, 3은 에피소드 4, 5, 6이 되는 것이다. 프리퀄 3부작으로부터 다시 십여년이 지난 지금 이제 시퀄 3부작이 시작되려고 한다. 가슴이 너무 설레인다. 에피소드 1,2,3를 기다리는 동안은 행복했다. 마침 반지의 제왕 3부작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해서 정말 그때는 연말을 흐뭇하게 보냈다.

 

지금 기억에 1999년인가 2000년인가 개봉한 에피소드1은 아마도 미쿡과 동시 개봉이었던 것 같다. 개봉일이 12월말이었는데, 이게 또 1회가 아침이 아니라 야심한 밤 12시였다. 아마 미국과 동시개봉 때문에 그런 듯하다. 소생은 그날 같은 공장 동료인 스타워즈 빠돌이 일인과 둘이 손잡고 영화를 봤다. 그 야심한 시간에도 극장 안은 빠돌이 빠순이로 가득했다. 아아아아!!!!!!!!!!! 스타워즈의 그 장엄하고 웅장한 오프닝 뮤직이 돌비 서라운드 스트레오로 (요즘도 돌비 스트레오라는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흘러나오면서.... 스크린에는 그 유명한 자막이 도도하게 올라간다.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감격한 소생은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개 박수를 열나게 치고말았다........가 아니고 칠뻔했다...정말로....지금 생각해보면, 빠돌이 빠순이가 소복하게 모여앉은 그때 그 야심한 극장 안에서, 그 감격적인 순간에 왜 천둥 우레와 같은 박수가 안나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아마 누구 한명이라도 먼저 박수를 쳤다면 연이어 박수갈채가 터져나왔을 것이다. 모두 마음은 꿀뚝이지만 눈치본다고 그랬을 것이라는 혼자 생각이다. 소생 비록 얼굴 붉은 소심한 돼지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마음을 다해 열열한 박수를 치고 말리라 다짐해본다. 이것은 스타워즈에 대한 소생의 의리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에피소드 7 포스터를 올려봅니다. 이렇게 막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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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10-2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여름부터 스타워즈 마케팅으로 난리법석입니다. 메인 예고편 저도 봤는데 환장하겠더라구요 ㅎㅎ

붉은돼지 2015-10-22 09:2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서 스타워즈 부스가 설치되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아아아...예고편은 너무 감질나요 ㅋㅋㅋㅋ

에이바 2015-10-2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제이 감독이 스타트렉을 버리고(?) 스타워즈로... ㅠㅠ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붉은돼지 2015-10-22 09:30   좋아요 0 | URL
스타트랙 감독이 스타워즈 감독을 맡았군요....처음 알았습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tv 스타트랙 시리즈도 열심히 봤는데요...^^

보슬비 2015-10-2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대되어요. 드디어 7편이 나오는군요.

붉은돼지 2015-10-22 09:31   좋아요 0 | URL
저도 기대에 가슴이 빵빵 부풀어 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15-10-22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생은 아직 스타워즈시리즈를 못 본 불쌍한? 혹은 행복한 1인 입니다.

붉은돼지님의 글을 보니 이 영화 꼭 봐야겠군요ㅎ
좋은 하루 되세요~

붉은돼지 2015-10-22 09:3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스타워즈 시리즈는 남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 아내도 스타워즈는 뭐..그냥...별로라고 하네요 ㅜㅜ

moonnight 2015-10-22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굴붉은 소심한 돼지^^;; 저도 함께 물개박수치겠습니다. 두근두근^^

붉은돼지 2015-10-23 11:11   좋아요 1 | URL
네~ 마음을 다해서 같이 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5-10-28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예전에 비디오로 먼저 접했던 original trilogy, 그 이후에 나온 prequel trilogy 그리고 다시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온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그런데 첫 날 바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10-28 10:34   좋아요 1 | URL
아마 이것도 미쿡과 동시개봉하는 건 아닐까요...
그러면 또 심야봐야하는데....뭐 관계없습니다....어쨋든 마음을 다해서 물개박수를...^^

챔피언 2015-10-28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소식입니다! 기다리던 이벤트가 한발 앞으로 다가왔군요. 우리편 로봇이 나타났을때 박수를 치던것은 30년전 세종문화회관 별관 무지개 극장에서는 흔한일이었는데^^ 성인이 극장에서 박수를 치는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죠~

붉은돼지 2015-10-28 13:0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ㅎㅎㅎㅎ 옛날에 극장에서 만화영화볼 때 우리편 로보트가 나쁜편 로보트를 쳐부수면 아이들이 소리지르며 박수를 막 치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영화에 공감했었죠 ㅋㅋㅋㅋ
포스가 함께 한다면 용기를 한번 내어보죠...뭐....

챔피언 2015-10-28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ay the force be with you!

붉은돼지 2015-10-28 14:04   좋아요 1 | URL
you too!! ㅋㅋㅋ
 

 

 

 

 

 

 

 

 

 

토요일 아침은 아내가 야심차게 백선생표 뽁음밥인지 뭔지를 만들었다. 나는 그냥 그저 그런데 혜림씨는 입맛에 딱!!!! 맞는 모양이다. “엄마!! 정말, 정말 맛있어요”를 연발한다. 아내는 아내 나름대로 우쭐해져서는 “고래?? 그럼 또 만들어줄게..호호호... 역시 백선생이 뭐가 있긴 있어...” 어쩌고 하며 좋아한다. 소생은 백선생 뽁음밥을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얻어먹는 주제라 그냥 가만 있었다. 이렇게 분위기 좋을 때는 개인적인 소수의견을 표명하면 안된다. 나도 이제 그정도는 안다.

 

 

아내는 조리원 계 모임이 있어 아침을 먹고는 혜림씨와 바로 집을 나가셨다. 나는 어제부터 생각해 둔 것이 있다. 처자가 집 나간 이참에 그동안 못본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다. 두 편을 골랐다. 하루에 두편을 보기는 처음이다. 외화와 방화 사이좋게 각 한편씩!! 선정된 영화는 〈인턴〉과 〈사도〉다. 글자 수가 두자씩이고 하나는 영어 하나는 한문, 한편은 현대물 한편은 역사물, 짝이 짝짝 맞다. 쿵짝짝~ 쿵짝짝~ 뭐 이런 것까지 다 신경쓴 것은 아니지만 선정하고 보니 그렇다. 탁월한 선택인 모양이다.

 

 

이건 본론과는 뭐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방화라고 하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적어본다. 방화란 나라 방(邦)자를 써서 방화(邦畵)인데....불싸지르는 방화(放火)가 아니다. 옛날에는 방화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같은 어른들이 애들 몰래보는 성인영화를 방화라고 하는 줄 알았다. ‘국산영화’ 혹은 ‘국내영화’라고 하면 무슨 쇠고기 원산지 표시 같아 좀 이상하긴 하다. 글자 수로는 외화에 방화가 딱 어울리긴 한다.

 

 

각설하고(소생은 항상 엉뚱한 소리를 많이 해서 문제다. 핵심이 없고 맥락을 찾지 못한다. 한창 이야기하다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를 잊어버린다. 한심하다.) 〈인턴〉은 짐작했듯이 무난한 휴먼드라마다. 인터넷 통신판매로 크게 성공한 젊은 여성이 정부 정책상 어쩔 수 없이 늙은 인턴을 채용한다. 처음에는 퇴물 늙은이 취급하다가 점차 그 경륜에 도움을 받아가면서 쿵짝이 맞아간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약간 지루한 면도 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젊은 여사장에게는 어린 딸과 전업 남편이 있다. 문제가 없을 수 없지만 영화는 공식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 결말이 꼭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두 사람 모두 만족하니 다행이다. 물론 영화 안에서 이야기지만...

 

 

앤 헤서웨이 출연하는 영화 중에 소생이 본 영화는 〈인터스텔라〉와 이 영화 밖에 없다. 헤서웨이는 뇌쇄적인 미인도 쭉빵의 육감적인 여자도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눈길을 끄는 용모다. 약간 처졌지만 큰 눈과 엄청나게 큰 입이 매력적이다. 웃을 때는 정말 입이 귀에 걸린다.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 자연스럽고 또 아름답다.......뭐랄까 하여튼 해서웨이는 눈과 입으로 연기하는 배우같다. 슬픔과 기쁨, 놀람 등 모든 감정을 눈과 입으로 표현한다. 헤서웨이의 눈과 입만 쳐다보다 보니 어느듯 영화가 끝나버렸다. 〈인터스텔라〉에서 이름모를 행성에 홀로 남겨진 헤서웨이의 그 서늘한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아아!!!! 나라도 어떻게 로켓타고 가서 빨리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눈빛이었다.

 

 

 

 

 

 

 

 

 

 

 

 

 

 

다음은 사도 이야기. 사도세자에 대한 다소 신비적이고 환상적인 드라마나 소설도 많다. 원래는 영민하고 뛰어난 재목(백성을 내 몸같이 생각하고 언월도를 휘두르는 무술에도 능한 분명히 성군이 되었을 그런) 이었는데, 권력에 눈이 먼 아비의 욕심과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사리사욕과 당리당략 뿐인 사대부들의 당쟁 틈바구니에서 안타깝게 희생되었다는 이야기다. 세자가 광증으로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등 해괴한 짓을 해서 결국은 뒤주에 갇혀 죽었다는 ‘한중록’의 기록은 노론 홍봉한의 여식인 혜경궁 홍씨가 노론의 당리당략을 대변하고 변명하기 위한 기록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꾸는 나라〉가 대표적이다. 예전에 이덕일의 책을 읽었을 때는 햐 이게 진실인가???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 〈사도〉는 정병설의 〈권력과 인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저런 신문기사나 인터넷의 책 소개 등을 보면 아비가 자식을 죽인 것은 비정하기는 하지만 자식이 이미 미쳐서 영 못쓰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뒤주에 가두어 죽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부가 아닌 임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한중록’은 승정원 일기나 왕조실록 등 여러 사료와 일치하는 점이 많아 사료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걸 보니 이게 또 맞는 거 같다. 이덕일은 사학자이긴 하나 들에 있고, 정병설은 한중록을 깊이 연구하긴 했지만 국문학자다. 양측의 논리가 식민사관이니 친일사관이니 어쩌고 하는데까지 뻗어나간다.

 

 

문제 학생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 부모의 역할이 지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 부모 밑에 자란 문제 학생이 모두 자살하거나 미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성장한 뒤에는 학생에게도 부모를 극복할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도저히 극복하지 못하여 심연으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힘들게 극복하여 성취를 이루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평생을 상처와 싸우며 고단하게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극은 모두의 잘못이고 모두의 책임이다. 말하자면 운명이다.

 

 

소생이 영화는 잘 모르지만 소생이 보기에〈사도〉는 꽤 잘 만든 영화다. “그렇다면 그 사유를 조목 조목 대보시오” 라고 한다면 소생 답변은 역시 궁색하다. “하여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유....” 라고 할밖에.... 조금 지루하기도 하다. 사극치고 ‘사도’처럼 칼싸움 안나오는 영화도 드물지 싶다. 영화의 처음과 중간에 등장하는 봉사가 까만 눈동자도 없는 허연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부르는 노래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강력했다. ‘옥추경’이라고 한다. 듣고 있자니 심장이 벌렁벌렁거리면서 몸에 소름이 돋는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곧 일어날 것만 같다.

 

 

사도를 보면서 두 번 울었다. 어린 정조가 “자식이 아비에게 물 한 그릇도 못 드린단 말입니까? 하는 대목에서 주책없이 눈물이 질질 흘렀다. 또 한 대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울긴 울었는데 왜 울었는지도 모르니 한심하다. 늙어서 눈물이 많아졌나....요즘 아내는 성격이 좀 괄괄해져서 한번씩 가차없이 소리를 내지르기도 한다. 그래놓고는 스스로 말하기를 늙어서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어 그러니 이해하라고 한다. 그러면 소생은 요즘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지 옛날 같으면 그냥 웃어넘길 소리에도 상처를 입는다. 늙으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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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12 0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글은 항상 너무 재밌어요^^ 아침부터 비실비실 웃었답니다. 저도 남편이랑 애들 보내고 <사도> 보러 가려구요^^

붉은돼지 2015-10-12 21:11   좋아요 0 | URL
어머! 오로라님 감사합니다.^^
사도 보셨겠네요?? 재미었나요??

고양이라디오 2015-10-1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ㅎ

<사도>에 나오는 노래가 `옥추경`이었군요. 저도 정말 그 노래가 가장 인상깊고 좋았습니다!!!

<인턴>의 앤 해서웨이도 너무 이뻤고요ㅠㅠ

붉은돼지 2015-10-12 21:14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님 감사합니다.^^

사도에 나오는 그 노래 정말 강렬했습니다.

앤 해서웨이가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제 마음속에서 뭔가 환해지면서 꽃이 활짝 피어나는 그런 느낌???입니다. ㅎ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5-10-19 21:59   좋아요 0 | URL
저도 붉은돼지님의 `그` 느낌을 잘 알 것 같네요.

앤 해서웨이 미소도 참 아름답지요!


살리미 2015-10-1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도 사도 보면서 서너번 눈물을 흘렸는데 언제 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암튼 이준익 감독이 사극은 참 고급지게 잘 만든다는 느낌이었어요. 배우가 연기력을 잘 발휘하는 것도 좋은 감독이 연출하는 능력이라고 보거든요. 붉은돼지님 리뷰덕에 `옥추경` 기대하고 들었더니 더욱 가슴에 팍팍 꽂히더군요. 사도세자도 영조도 그러고 싶진 않았을테니 둘의 비극은 운명이겠죠. 그런 비극적인 운명을 예상케 하는 가슴떨리는 노래였어요. 마지막 정조의 춤사위를 사족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는 결말을 나름 잘 풀어냈다고 봤어요. 이 얘기가 영조-사도세자-정조에 이르는 삼대의 이야기인 듯 해서요.
하루종일 영화 사도에 압도되었다가 퇴근하는 남편 붙들고 소주 한잔 하면서 영화 얘기 해주고 돌아오는 길에 댓글 봤어요.. 그래서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아졌네여^^

붉은돼지 2015-10-13 09:44   좋아요 0 | URL
어머! 오로라님도 치매끼가......호호호~ ^^
영조의 대사 중 `너는 이 좋은 환경에서 왜 공부 안하니??` 에서는 꼭 우리 또는 우리 부모를 보는 듯했습니다.
감독이 다 의도하고 만들었겠지만요...

제 여식은 아직 어리지만 영화를 보면서 참..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차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요..^^

icaru 2015-10-1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머!.. ㅋㅋ

붉은돼지 님 페이퍼에서 아내분 이야기 듣는 것도 재미있어요~ 오랜만에 서재마을 기웃하고 있는데,, 여전히 재밌으신..

붉은돼지 2015-10-14 11:51   좋아요 0 | URL
어머! 이카루님 오랜만이어요...

이제 이 `어머!` `어멋!` 이런 말 그만 써야겠어요..
너무 많이써서 식상하고 별로 재미도 없는 듯해요...ㅎㅎㅎㅎ
 

 

 

 

 

 

 

 

 

 

 

 

요즘의 잠자리용 도서는 하루키의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무슨 하루키 다시 읽기 프로젝트라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놈의 무라키미 지겹지도 않으세요?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뭐 어째겠어요. 제 입맛에 딱인 것을. 이 무말랭이는 무라카미라디오 3부작에 비해서는 쫀득쫀득하고 뽀득뽀득 씹히는 맛이 조금 떨어진다. 물론 소생 입맛에 그렇다는 것이다. 씹히는 맛이 떨어지는지, 올라가는지, 짠지, 매운지, 도저히 두눈 질끈 감고도 먹을 수 없는지는 역시 자신의 입으로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어쨋든 어젯밤 실로 야심만만한 시간에 침대에 누워 무말랭이를 먹다가....아니 읽다가 무슨 슬픈 운명처럼 아래와 같은 대목을 만난 것이었다. 소생은 그만 벌떡 일어나 편의점으로 달려갈 뻔 했다. 돈까스를 사러...(물론 가지는 않았어요

 

비엔나 슈니첼이란 비엔나식 송아지 커틀릿을 말한다. 이것은 맥주병으로 두들겨 얄팍하게 편 송아지 고기에 옷을 입힌 후 찰랑찰랑한 샐러드 오일에 한 면씩 튀기는 요리다. 돈가스처럼 기름에 푹 담가서 튀기면 맛이 없다. 비엔나 슈니첼에는 이 밖에도 꼭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튀긴 쇠고기 위에 동그랗게 썬 레몬을 얹고, 한가운데 안초비로 만 올리브를 올려놓는다. 그러고 나서 케이퍼를 뿌린다. 뜨거운 버터도 끼 얹는다. 곁들여 내놓는 음식은 흰색 누들. 이것이 규칙이다. 이것들이 다 갖추어져야 비로소 , 비엔나 슈니첼!’이라고 할 수 있다.” (P119-120) 왜 맥주병으로 두들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병이 깨어지면....

 

예전에 아내와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베르펜에 있는 호엔베르펜 성이라는 중세의 고성을 둘러보고, (이 성에서는 중세의 매사냥을 시연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시간이 늦어 매사냥은 못보고, 새장에 갇힌 매만 여러마리 구경하다 왔다.) 성의 더 위쪽에 있는 무슨 세계 최대의 얼음동굴이라는 곳에 기어들어갔다가 한참을 뺑뺑이 돌고 나왔는데, 그 동굴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식당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슈니첼(메뉴판에는 비너 슈니첼이라고 되어있었다.)을 처음으로 먹었다.

 

용모는 돈까스 비슷한데 돈까스보다 두께는 훨 얇고, 크기는 돈가스의 3~4배 정도로 컸다. 레몬과 감자샐러드, 감자튀김이 같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흰색 누들은 없었다. 그래도 무척 맜있게 먹었다. 그 뒤로 빈에 가서도 슈니첼을 먹고 오스트리아에 있는 동안 몇 번 슈니첼을 먹었지만 그 얼음동굴 아래 식당에서 먹은 슈니첼만큼 맛있는 슈니철은 없었다. 그리고 슈니철을 먹은 어느 곳에서도 흰색 누들은 나오지 않았다. 소생이 먹은 비너 슈니첼은 모두 짝퉁이었단 말인가....어쨋든....배 출출한 야밤에 저런 글을 읽고나니.. 갑자기, 이니 당연히.....아아아아!!! 먹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돈가스라도 말이다.....ㅠㅠ

 

이건 또 영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긴데, 박민규가 말했던가?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고...그건 그렇고, 중세 고성에서의 매사냥이라고 하니 문득 생각났어요. '레이디 호크'라는 영화를 기억하실는지? 배경은 중세!! 마법사와 기사와 레이디가 등장하는....흉악한 마법사의 무시무시한 저주로 멋진 기사는 밤에는 늑대, 낮에는 인간으로 살아야하고, 또 한 아름다운 숙녀는 낮에는 매, 밤에는 인간으로 살아할 운명이다. 그러니까 낮에는 기사가 어깨에 매를 얹혀서 다니고 밤에는 숙녀가 늑대를 한 마리 데불고 다니는 뭐 그런 모습이 된다.

 

짐작하셨겠지만 이야기는 로맨스로 흐르는데, 두 남녀는 인간의 모습으로는 서로 만날 수 없으니...둘이 인간의 형상으로 만날 수 있는 때는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 찰나의 순간.....아아아아!!!! 그 애절함이란... 그 애닯픔이란....쯔쯔쯔,,, 절로 혀가 차지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 애절한 둘 사이에 기사의 시종인 잘생긴 청년이 끼어들고, 이 청년이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듯 하다가, 이야기는 삼각관계 비슷하게 흐르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될까아아요? 소생도 기억이 가물치 마루치 아라치. 마법에 빠진 멋진 기사와 아름다운 레이디...아 재미있어요...급 땡기쥬?~~ 흐흐흐....한 번 보시길

 

이 영화에서 기사로 등장하는 배우는 바로 룻거 하우어이다. 룻거하우어 하면 역시 SF 불후의 명작,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이야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하우어 씨는 반란 리플린컨트의 리더 로이로 등장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엔딩 장면. 내리는 빗 속에서 비둘기들이 날아오르기 전, 밧데리 방전으로 갑자기 멈춰선 시계바늘처럼 숙여진 룻거하우어의 머리, 그 은빛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던 빗물...

 

죽기 전 룻거하우어의 마지막 대사 "나는 당신네 인간은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아왔지. 오리온좌의 옆에서 불에 타던 전함. 탠하우저 게이트 근처 어둠속에서 번쩍이던 C-빔의 불빛도 보았어. 그 모든 순간들은 시간 속에 사라지겠지. 마치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ouser gates.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서재를 뒤져보니 2004년도에 블레이드 러너 관련하여 페이퍼를 쓴 것이 있다

http://blog.aladin.co.kr/733305113/231372

 

 

 

 

 

 

 

 

 

 

 

 

 

 

<추신>

로마의 일인자 대리석 문진은 그제 도착했는데, 가짜 데나리우스 은화가 또 안와서...

소생 바로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더니 어제 보냈다고 한다....

좀전에 택배아저씨로부터 "부재중이셔서 경비실에 맡겼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 모형 은화는 뭐 별로 필요도 없는데,,,

혼자 생각에,,,,내가 뭐 사은품을 못 받아서 그런건 아니고...

준다고 했으면 줘야지.. 약속을 지켜야지...하는 마음에(이 마음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대뜸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던 것이다.

좀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경망스러운 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왜 한세트인 사은품을 하나씩 따로 따로 보내주는지...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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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5-07-2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짤쯔부르크에 가서 슈니첼을 먹었고. 스위스에서는 돈까스가 먹고싶을때마다 취리히 구시가지에 아는 사람만 안다는 허름한 식당에서 곧잘 슈니첼을 먹었어요. 거기가 그래도 부담없는 (스위스의 물가에 비하면) 가격이라 자주 갔어요 한국의 돈까스의 대체제로 딱인데,저는 접시 옆의 흰밥과 배추김치가 생각나고 ㅠ
레몬즙 뿌릴때마다. 한국의 달짝찌끈한 소스가 넘 그리웠어요 ㅠㅠ

붉은돼지 2015-07-23 11:21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 오스트리아 여행 때는 곧잘 슈니첼만 먹었던 것 같아요..
다른 것도 먹었을 텐데...슈니첼만 기억이 나네요...
지금 기억으로는 김치 없이도 입맛에 맞았던 것 같아요^^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런 식당에 가서 먹어보지 못한게 아쉬워요 ^^

에이바 2015-07-2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인트가 많은 페이퍼네요.. 슈니첼! 블레이드러너! 룻거 하우어! 저도 슈니첼 먹고싶어요.. 하루키는 정말 묘사가 신급이에요ㅠㅠ

붉은돼지 2015-07-23 13:18   좋아요 0 | URL
룻거 하우어도 이제는 완전 할아버지가 되었더라구요 ㅜㅜ

물고기자리 2015-07-23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는 지겹지 않아요^^

붉은돼지 2015-07-23 13:19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5-07-2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때때로 경망스럽다 싶지만,
전 안달루시아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그렇게 그렇게 넘어가는 일, 종종 있습니다~!

붉은돼지 2015-07-24 08:45   좋아요 0 | URL
난리치면 안 되는 것도 되게 해주고
그냥 죽은 듯이 있으면 정말 죽은 줄 알고 해줄것도 안해주고....
그러면 안되죠,ㅎㅎㅎㅎ

moonnight 2015-07-2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경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요. 한세트인데 함께 보내주어야지요-_- 어쨌든 잘 받으셔서 천만다행입니다. 가만 계셨으면 못 받으셨을 수도ㅠㅠ 룻거 하우어 저도 레이디 호크보고 홀딱 반했던 배우였죠. 그땐 여러번보는 것도 가능해서 두세번 봤던거 같아요. 미셸 파이퍼도 너무 예쁘고@_@;

붉은돼지 2015-07-2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레이디호크의 여주인공이 미셀 페이퍼였군요....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