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잠자리용 도서는 하루키의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무슨 하루키 다시 읽기 프로젝트라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놈의 무라키미 지겹지도 않으세요?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뭐 어째겠어요. 제 입맛에 딱인 것을. 이 무말랭이는 무라카미라디오 3부작에 비해서는 쫀득쫀득하고 뽀득뽀득 씹히는 맛이 조금 떨어진다. 물론 소생 입맛에 그렇다는 것이다. 씹히는 맛이 떨어지는지, 올라가는지, 짠지, 매운지, 도저히 두눈 질끈 감고도 먹을 수 없는지는 역시 자신의 입으로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어쨋든 어젯밤 실로 야심만만한 시간에 침대에 누워 무말랭이를 먹다가....아니 읽다가 무슨 슬픈 운명처럼 아래와 같은 대목을 만난 것이었다. 소생은 그만 벌떡 일어나 편의점으로 달려갈 뻔 했다. 돈까스를 사러...(물론 가지는 않았어요

 

비엔나 슈니첼이란 비엔나식 송아지 커틀릿을 말한다. 이것은 맥주병으로 두들겨 얄팍하게 편 송아지 고기에 옷을 입힌 후 찰랑찰랑한 샐러드 오일에 한 면씩 튀기는 요리다. 돈가스처럼 기름에 푹 담가서 튀기면 맛이 없다. 비엔나 슈니첼에는 이 밖에도 꼭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튀긴 쇠고기 위에 동그랗게 썬 레몬을 얹고, 한가운데 안초비로 만 올리브를 올려놓는다. 그러고 나서 케이퍼를 뿌린다. 뜨거운 버터도 끼 얹는다. 곁들여 내놓는 음식은 흰색 누들. 이것이 규칙이다. 이것들이 다 갖추어져야 비로소 , 비엔나 슈니첼!’이라고 할 수 있다.” (P119-120) 왜 맥주병으로 두들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병이 깨어지면....

 

예전에 아내와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베르펜에 있는 호엔베르펜 성이라는 중세의 고성을 둘러보고, (이 성에서는 중세의 매사냥을 시연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시간이 늦어 매사냥은 못보고, 새장에 갇힌 매만 여러마리 구경하다 왔다.) 성의 더 위쪽에 있는 무슨 세계 최대의 얼음동굴이라는 곳에 기어들어갔다가 한참을 뺑뺑이 돌고 나왔는데, 그 동굴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식당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슈니첼(메뉴판에는 비너 슈니첼이라고 되어있었다.)을 처음으로 먹었다.

 

용모는 돈까스 비슷한데 돈까스보다 두께는 훨 얇고, 크기는 돈가스의 3~4배 정도로 컸다. 레몬과 감자샐러드, 감자튀김이 같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흰색 누들은 없었다. 그래도 무척 맜있게 먹었다. 그 뒤로 빈에 가서도 슈니첼을 먹고 오스트리아에 있는 동안 몇 번 슈니첼을 먹었지만 그 얼음동굴 아래 식당에서 먹은 슈니첼만큼 맛있는 슈니철은 없었다. 그리고 슈니철을 먹은 어느 곳에서도 흰색 누들은 나오지 않았다. 소생이 먹은 비너 슈니첼은 모두 짝퉁이었단 말인가....어쨋든....배 출출한 야밤에 저런 글을 읽고나니.. 갑자기, 이니 당연히.....아아아아!!! 먹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돈가스라도 말이다.....ㅠㅠ

 

이건 또 영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긴데, 박민규가 말했던가?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고...그건 그렇고, 중세 고성에서의 매사냥이라고 하니 문득 생각났어요. '레이디 호크'라는 영화를 기억하실는지? 배경은 중세!! 마법사와 기사와 레이디가 등장하는....흉악한 마법사의 무시무시한 저주로 멋진 기사는 밤에는 늑대, 낮에는 인간으로 살아야하고, 또 한 아름다운 숙녀는 낮에는 매, 밤에는 인간으로 살아할 운명이다. 그러니까 낮에는 기사가 어깨에 매를 얹혀서 다니고 밤에는 숙녀가 늑대를 한 마리 데불고 다니는 뭐 그런 모습이 된다.

 

짐작하셨겠지만 이야기는 로맨스로 흐르는데, 두 남녀는 인간의 모습으로는 서로 만날 수 없으니...둘이 인간의 형상으로 만날 수 있는 때는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 찰나의 순간.....아아아아!!!! 그 애절함이란... 그 애닯픔이란....쯔쯔쯔,,, 절로 혀가 차지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 애절한 둘 사이에 기사의 시종인 잘생긴 청년이 끼어들고, 이 청년이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듯 하다가, 이야기는 삼각관계 비슷하게 흐르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될까아아요? 소생도 기억이 가물치 마루치 아라치. 마법에 빠진 멋진 기사와 아름다운 레이디...아 재미있어요...급 땡기쥬?~~ 흐흐흐....한 번 보시길

 

이 영화에서 기사로 등장하는 배우는 바로 룻거 하우어이다. 룻거하우어 하면 역시 SF 불후의 명작,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이야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하우어 씨는 반란 리플린컨트의 리더 로이로 등장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엔딩 장면. 내리는 빗 속에서 비둘기들이 날아오르기 전, 밧데리 방전으로 갑자기 멈춰선 시계바늘처럼 숙여진 룻거하우어의 머리, 그 은빛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던 빗물...

 

죽기 전 룻거하우어의 마지막 대사 "나는 당신네 인간은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아왔지. 오리온좌의 옆에서 불에 타던 전함. 탠하우저 게이트 근처 어둠속에서 번쩍이던 C-빔의 불빛도 보았어. 그 모든 순간들은 시간 속에 사라지겠지. 마치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ouser gates.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서재를 뒤져보니 2004년도에 블레이드 러너 관련하여 페이퍼를 쓴 것이 있다

http://blog.aladin.co.kr/733305113/231372

 

 

 

 

 

 

 

 

 

 

 

 

 

 

<추신>

로마의 일인자 대리석 문진은 그제 도착했는데, 가짜 데나리우스 은화가 또 안와서...

소생 바로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더니 어제 보냈다고 한다....

좀전에 택배아저씨로부터 "부재중이셔서 경비실에 맡겼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 모형 은화는 뭐 별로 필요도 없는데,,,

혼자 생각에,,,,내가 뭐 사은품을 못 받아서 그런건 아니고...

준다고 했으면 줘야지.. 약속을 지켜야지...하는 마음에(이 마음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대뜸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던 것이다.

좀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경망스러운 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왜 한세트인 사은품을 하나씩 따로 따로 보내주는지...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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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5-07-2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짤쯔부르크에 가서 슈니첼을 먹었고. 스위스에서는 돈까스가 먹고싶을때마다 취리히 구시가지에 아는 사람만 안다는 허름한 식당에서 곧잘 슈니첼을 먹었어요. 거기가 그래도 부담없는 (스위스의 물가에 비하면) 가격이라 자주 갔어요 한국의 돈까스의 대체제로 딱인데,저는 접시 옆의 흰밥과 배추김치가 생각나고 ㅠ
레몬즙 뿌릴때마다. 한국의 달짝찌끈한 소스가 넘 그리웠어요 ㅠㅠ

붉은돼지 2015-07-23 11:21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 오스트리아 여행 때는 곧잘 슈니첼만 먹었던 것 같아요..
다른 것도 먹었을 텐데...슈니첼만 기억이 나네요...
지금 기억으로는 김치 없이도 입맛에 맞았던 것 같아요^^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런 식당에 가서 먹어보지 못한게 아쉬워요 ^^

에이바 2015-07-2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인트가 많은 페이퍼네요.. 슈니첼! 블레이드러너! 룻거 하우어! 저도 슈니첼 먹고싶어요.. 하루키는 정말 묘사가 신급이에요ㅠㅠ

붉은돼지 2015-07-23 13:18   좋아요 0 | URL
룻거 하우어도 이제는 완전 할아버지가 되었더라구요 ㅜㅜ

물고기자리 2015-07-23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는 지겹지 않아요^^

붉은돼지 2015-07-23 13:19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5-07-2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때때로 경망스럽다 싶지만,
전 안달루시아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그렇게 그렇게 넘어가는 일, 종종 있습니다~!

붉은돼지 2015-07-24 08:45   좋아요 0 | URL
난리치면 안 되는 것도 되게 해주고
그냥 죽은 듯이 있으면 정말 죽은 줄 알고 해줄것도 안해주고....
그러면 안되죠,ㅎㅎㅎㅎ

moonnight 2015-07-2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경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요. 한세트인데 함께 보내주어야지요-_- 어쨌든 잘 받으셔서 천만다행입니다. 가만 계셨으면 못 받으셨을 수도ㅠㅠ 룻거 하우어 저도 레이디 호크보고 홀딱 반했던 배우였죠. 그땐 여러번보는 것도 가능해서 두세번 봤던거 같아요. 미셸 파이퍼도 너무 예쁘고@_@;

붉은돼지 2015-07-2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레이디호크의 여주인공이 미셀 페이퍼였군요....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