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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를 봤다.

 

아시다시피 2차대전 당시 일본 함상 전투기 제로센의 설계자인 호리코시 지로에 대한 이야기다. 이 제로센 전투기는 2차대전 말기에 일본의 가미카제 전투기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은 하야오의 작품으로는 아주 드물게 성인물(뭐 생각하시는 그런 성인물은 아니고 소년소녀들의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들이 어른이라는 그런 이야기다.)이고 2차대전 당시의 일본이 배경인 시대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역시 동화에 가깝다. 일본 제국주의 전쟁을 미화했다느니하는 비판이 많았다. 견문 일천한 소생이 보기에 미화가 맞기는 하지만 전쟁을 미화했다기 보다는 비행기를 선망한 한 개인과 그 개인이 꾼 꿈을 미화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전쟁은 파멸이니 하는 이야기가 몇 번 나오고 지로의 약혼녀가 결핵으로 죽어가는 등 반전의 메시지가 나오기는 하지만 무슨 통렬한 반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로가 비행에 대한 꿈을 쫓는 한 사람의 선량한 인간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의 꿈이 일본 제국주의 군부의 지원으로 형태를 이루게 되고 꿈의 실현이 결국 전쟁의 도구로 쓰이게 된다면 그 꿈은 뭐 더 이상 아름다운 꿈은 아닌 것이다. 지로 자신이 쓸쓸하게 말하고 있듯이 자신이 설계해서 날려보낸 수백 대의 비행기는 한 대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으니, 이 영화는 대체 무슨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시대물로 만들지 말고 그냥 판타지로 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야오 작품의 주요 테마인 비행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렇거나 말거나 어쨋거나 하야오의 그림을 사랑하는 돼지로서는 이것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니 이런저런 골 복잡한 생각들일랑은 모두 쓸어모아 어디 다락방 같은 곳에다가 꼭꼭 갈무리해놓고 그냥그냥 뭉게뭉게 흰구름 가득한 높고 푸른 하늘과 더 넓게 펼쳐진 초록의 들판, 그 따뜻하고 정감가는 그림들과 쓸쓸한 음악을 들으면서 두 시간이 너무 아깝게 숨죽이며 보았다. 앞으로 두번 다시는 이런 종류의 그림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문득 눈물 콧물이 주책없이 줄줄 흘러나리었다.ㅜㅜ

 

아시다시피 <바람이 분다>는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찾아보니 <해변의 묘지>는 의의로 상당히 긴 시인데, 천학 소생에게는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난감한 내용이기는 하나 어쨌든 문제의 문구가 등장하는 마지막 연을 옮겨본다.

 

바람이 인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김현 번역이라고 하는데 원문에 충실한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흔히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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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19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반가와서 단번에 달려왔어요!!ㅎㅎㅎ
바람이 분다를 하는 군요. 좋은 정보에요. 이따가 봐야겠어요.
암튼 잘 지내시죠?^^

라로 2020-04-19 10:52   좋아요 1 | URL
저는 넷플릭스에서 찾지 못하고 있어요.ㅠㅠ

붉은돼지 2020-04-19 11:09   좋아요 0 | URL
어머! 라로님 ~
이 엄혹한 시절에 어떻게 잘 지내고 계시죠? ㅎㅎ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넷플릭스 보는 시간도 많아진 것 같아요. 책을 더 읽어야하는데 말이죠ㅜㅜ
잘 찾아보셔요 ㅎㅎ
바람이 분다는 4월 1일 업뎃 되었어요
지브리 애니는 거의 다 있는 것 같더라구요 ~~

라로 2020-04-20 11:31   좋아요 0 | URL
흑흑 붉은돼지 님, 한국 넷플릭스랑 여기 것이랑 컨텐츠가 다른가봐요.ㅠㅠㅠㅠㅠㅠ

붉은돼지 2020-04-20 15:48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 안타깝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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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포카는 지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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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10-23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크만 누르기는 아까워서요. ㅎㅎ 페북처럼 wow 버튼 같은 게 있으면 그거 누르고 싶네요. 참 근데 포카를 내가 고를 수 있나요? 무작위로 들어 있는게 아니고?

붉은돼지 2018-10-23 08:51   좋아요 0 | URL
지난주에는 아내랑 이마트 갔다가 방탄 콜라가 있어서 잔뜩 샀어요. 저야 뭐 콜라 좋아하니 병도 예쁘고 ㅎㅎ
포카는 물론 랜덤이죠 다들 누구달라고 쓰길래 아내가 지민이 왔으면 해서 ㅎㅎㅎ

psyche 2018-10-23 09:04   좋아요 0 | URL
이제 방탄 콜라가 잔뜩 풀렸군요. 제가 집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에 막 방탄 콜라가 나와서 둘째아이가 마트를 뒤져 겨우 한개 건져서 콜라는 마시고 빈병을 미국으로 가져왔다죠 ㅎㅎ
 

 

미야자키 하야오를 참 좋아하는데...

아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역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고무인간들에게 쫓기는 쏘피와 하울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허공을 성큼성큼 춤추듯 걸어가는 장면과

 

<이웃집 토토로>에서 사츠키와 메이와 토토로가

나무의 씨앗을 심어놓은 곳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있다가 두팔을 만세를 부르듯이 들어올리면

씨앗들이 쑥쑥쑥쑥 자라나서 금새 거대한 나무가 되는 장면.

 

이 장면들이 심금에 깊이 저장된 까닭에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큰 몫을 차지했음이 분명한데

<하울의....>의 그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은 OST에서 이른바

공중산책이라고 명명된 부분으로인생의 회전목마의 메인테마이고,

<토토로>의 그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OST에서는바람이 지나는 길’(Path of wind) 이라는 부분이다.

인테넷에 보면 숱한 버전들이 나와있다.

 

두곡의 공통점은 뭐랄까 흥겨움 속에 깔려있는 애잔함.

어제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 바람이 지나는 길

피아노 버전, 비올라 버전, 기타등등 버전 등 여러 곡을 듣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뭉클뭉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용으로 변했던 하쿠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뭉클뭉클하게 흘리던 눈물 같은 그런 눈물이 그만,

저 안쪽에서 무슨 뜨거운 용암처럼 꾸물꾸물 솟아올라서 조금 놀랐다.

역시 늙으면 눈물이 흔해진다고 하더니만

 

무언가 아주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느낌

커튼 뒤에 숨어서 몰래 훔쳐볼 수는 있지만

결코 다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보물

아아! 나는 이제 너무 늙어버렸구나

하는 속수무책의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드는데,

 

누가 그랬던가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하지만 인생만사 세상잡사가 뭐 다 그런 것이거니

누가 불렀던가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오월 말에 도쿄를 다녀왔는데

메이지 신궁에 갔다가 신궁 본관 건물 양 옆의 큰 나무를 보자마자

토토로에서 보았던 쑥쑥 자라나던 그 나무가 바로 떠올랐던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적어본다.

적어놓고 보니 이미 한 세상 다살아버린 놈이 쓴 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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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9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6-1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나드 쇼가 그랬던가요?? 젊음을 젊은이들에게 주는 거 아깝다고?? 암튼 저도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들 다 좋아해요. 그런 장인 정신이 필요하죠. 인생도 장인 정신으로 살면 너무 피곤하겠죠?? ㅎㅎㅎㅎ

붉은돼지 2018-06-19 11: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버드나쇼!! 그 양반은 참 재치있는 말씀을 많이 하셨죠...ㅎㅎㅎㅎㅎ
저 노래는 이상은이 부른 언젠가는 인가 그렇죠...참 옛날 노래죠.....어제는 자기전에 침대에 누워 토토로의 영상이 나오는 <바람이 지나는 길>을 듣고 있자니...뭐 세상 다 살아버린 그런 허무한 생각이 들고 그랬습니다만...다시 아침이 오고 소생은 또 꾸역꾸역 일어나서 씩씩하게 일터로...ㅎㅎㅎ

양철나무꾼 2018-06-1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야자키 하야오 좋아요.
그 중에 전 마법에 걸려 파파할머니가 된 소피가 나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요.
그러고보니, 님의 닉네임도?^^

붉은돼지 2018-06-19 19:06   좋아요 0 | URL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정말 멋지죠~~
맞습니다....제 닉네임도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돼지>에서 따 왔습니다.
저야 뭐 축생이지만 하야오의 붉은돼지는 정말 멋진 돼지죠 ㅎㅎㅎㅎ

cyrus 2018-06-1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름이 자글자글 생기고, 백발이 되더라도 내면만은 젊었으면 좋겠어요. ^^

붉은돼지 2018-06-19 19:07   좋아요 0 | URL
마음만이라도 젊었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몸이 늙으니 마음도 차츰 늙어만 지는 듯 합니다. ㅜㅜ
 

 

 

 

할일없는 소생은 근 2,000여쪽에 달하는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1~3>을 일전에 재독한 바 있다. 소생의 관심이 비잔티움, 지중해, 에게해 등을 분주하게 쫓다보니 노리치의 또 다른 저작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상,하)라는 책을 알게되었고, 당연히 구매하려고 보니 이게 하권은 판매중이나 상권은 절판이라. 중고를 살펴본 바 알라딘에는 300,000원에 올라와 있고, - 이 판매자는 좀 특이한 사람인 것 같다. 다른 절판본 도서에도 엄청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거래가 있는지 궁금하다. - 예스에 40,000원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장고 끝에 구입하여 지금 읽고 있다. 어제 소생은 이 책을 읽다가 아래 대목에 이르러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잉글랜드 사자심왕 리처드와 시칠리아 왕 탕크레드는) 조약을 굳건히 하는 의미로 선물도 교환했다. 리처드는 당시 그래스톤베리에서 발굴한 그 유명한 아서 왕의 엑스칼리버 검을 탕크레드에게 선물했다.” (P220)

 

 

아아아아아 !!!! 엑스칼리버. 동명의 영화 <엑스칼리버>를 보면........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는 무수한 천하장사 거한들이 달려들어 낑낑거리며 생똥을 싸도 꼼짝달싹않지만 소년 아서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무슨 무 뽑듯이 그냥 쑥 뽑아버리고, 검을 취한 자가 왕이 되리라는 전설을 실현한다. 전투에서 승리한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높이 쳐들며 외치던 소리도 기억난다. “One Land, One King" 흠흠...소생이 영화를 보는 중에 유일하게 알아들은 대사다. 아서는 그 유명한 원탁의 기사들을 불러 모으고 일통 왕국을 세운다. 엑스칼리버가 아서와 함께 있는 동안 왕국은 번성하고 개돼지들은 살지고 문화는 꽃피고 말하자면 태평연월을 구가하게 된다.

 

 

 

 

 

 

 

 

 

 

 

 

 

 

엑스칼리버는 랜슬롯과의 결투에서 아서의 욕심으로 한번 부러져 버려졌으나 검의 요정인지 바다의 요정인지 본드로 붙였는지 어쨌든 깜쪽같이 재생되어 다시 아서에게 바쳐진 적이 있었지만 결코 버려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기사 랜슬롯과 왕비 귀네비아가 서로 배꼽이 맞아 발가벗고 뒹굴다 잠든 사이 이를 발견한 아서가 그 벌거벗은 두 남녀의 사이에 엑스칼리버를 꽂아 버리고 떠난다. 오쟁이진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버리고 그 자신 삶의 의욕도 버리자 왕국은 피폐해지고 전염병이 퍼지고 주술과 마법이 횡횡하고 악의 무리들이 이처럼 들끓고 개돼지들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왕의 보호자이자 자문역인 마법사 멀린도 제자인 여마법사의 간계에 빠져 어둠속에 갇히고, 굳게 빛나던 원탁도 산산히 깨어져 용감한 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나, 다만 몇몇 뜻있는 기사들만이 성배를 찾아 고난의 모험길에 나서게 된다. 그날 이후로 수녀원에 들어가서 참회의 삶을 살고 있던 귀네비어가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던 엑스칼리버는 다시 늙은 아서의 손에 쥐어지고 아서는 마지막 혼심의 힘으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운다. 여자 마법사의 사술에 의해 생긴 자신의 아들인 황금갑옷 기사와 마지막 대결에서 아들은 창으로 아버지의 배때지를 찌르고, 아서는 그 창을 자신쪽으로 더 잡아당겨 거리를 좁히고 엑스칼리버로 아들의 유일한 약점(갑옷으로 보호되지 않은)을 목을 푹 찌른다. 아비와 자식은 그렇게 창과 칼에 함께 꿰어져 죽는다. 그후 엑스칼리버는 한 기사에 의해 바다에 던져지고 그 순간 바다에서 신비한 손이 올라와서 칼을 공손히 받아 바다속으로 사라진다....

 

동서고금을 털어 보검이라 일컬어 지는 검이 여럿 있지만, 왕발의 <등왕각서>에도 나오는 바 “용광사우두지허(龍光射牛斗之墟)”이라. 용천검의 광채는 견우성과 북두성 사이를 쏘았던 것이고, 제다이 광선검은 포스의 신비한 힘을 이용하여 오랜 세월 공화국을 수호하여 왔으나, 동서고금의 신검, 보검의 계보에 있어 엑스칼리버 만큼 우여곡절 사연을 간직한 검은 일찍이 없었다는 것이 소생의 짧은 소견인바,

 

 

 

그렇게 사라졌던 칼인데, 아아아 그때 바닷속으로 사라졌던 엑스칼리버가 12세기 글래스톤베리에서 발굴되었다니 너무 놀랍다. 그런 보검을 탕그레드에게 주다니 그 조약이 얼마나 중요하고 탕크레드가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리차드 저 영화를 못 봐서 그런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애통하고 애통하다. 그런데 지금 그 엑스칼리버는 어디에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다윗의 칼이니, 모세의 지팡이니, 마호메트의 치아, 예수 처형시 사용되었다는 십자가(이른바 참 십자가라고 한다.), 예수의 수의, 예수가 처형시 썼다는 가시면류관, 노아의 방주의 조각이니, 요섭의 가운, 아브라함의 접시 등 온갖 성물들이 유럽의 수도원과 성당, 모스크, 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이게 모두 진품인지 짜가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것들을 접하게 되면 신비롭고 이상한 감회에 사로잡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나만 그런가?) 호머에 미친 슐리만은 끝내 신화 속의 트로이를 현실에서 발굴했고 그곳에서는 황금 보물들이 눈처럼 쏟아져 나왔다. 슐리만은 그 보물들 중 사람얼굴의 황금 가면을 아가멤논의 가면이라고, 또 목걸이 등 황금 장신구들을 헬레네의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 생각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아서왕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 있다. 구입해 놓고 읽지는 못한 책들.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 버나드 콘웰의 아서왕 연대기 3부작 <윈터킹>, <에너미 오브 갓>, <엑스칼리버> 내 서재 어디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서왕 이야기의 정통은 역시 토마스 말로리의 <아서왕의 죽음>이다. 이 책은 소생 서재에 없다.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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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7-1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만원에 사셨군요. 알라딘 삼십 부른 분은 이게 직업이신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품절센터 문의해 보시지 그러셨어요. 저는 품절센터덕 절판된 책 몇 권 구했거든요. 엑스칼리버는 세익스피어만큼이나 위대한 이야기같아요. 저 문화권에선. 저는 반지의 제왕 읽을 때 좀 버겁더라구요. 생소해서. 지금 다시 읽으면 어쩔까싶은데. 돼지님은 유럽 문명사나 신화 좋아하시네요. 참 그리고 지난 번에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을 친정집에서 가져왔는데 발간 당시 후기 보니 로망 개리가 쓴 것으로 확정 지은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이 책 올려볼께요. 돼지님페이퍼 보고 친정집에서 찾아보니 있어 기쁘더라구요!

붉은돼지 2016-07-18 11:14   좋아요 0 | URL
품절센터에 물어볼 생각은 못 했습니다. ㅜㅜ 인터넷 중고서점 이곳저곳 기웃거려봐도 별 수가 없고,,,출판사에도 문의해보니 재출간 계획도 없다고 해서... 그냥 구입했습니다......남자들은 대개 중세 기사이야기, 마법이 횡횡하고 은빛 갑옷의 기사들이 마구 말달리면서 칼싸움 겁나하고...뭐...이런 것들 좋아하잖아요 ㅎㅎㅎㅎ

<자기앞의 생>은 저도 한 20-30년전에 본가에 있었던거 같아요..그때 형님 누나들이 봤던 것 같아요...물론 지금 그 책들은 다 어디 갔는지 없어졌지만요...ㅜㅜ

붉은돼지 2016-07-18 15:11   좋아요 0 | URL
그런데....기억의집 님

품절센터가 어디에 있나요?
저는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ㅜㅜ

transient-guest 2016-08-10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스칼리버가 세상에 있다면 CIA비밀창고, 자금성지하비고, 혹은 바티칸 지하실에 있지 않을까요? ㅎㅎ 성배, 성창 등등 무수히 많은 보물과 함께 말이죠, 특히 나찌패망 후 미국으로 많이 갔을 듯 합니다.ㅎㅎ 좋은 책을 많이 리스팅하셔서 보관함에 꽉 채웠네요. 저 위의 영화는 영화보다도 main theme OST가 유명한거죠? 저도 DVD로 갖고 있습니다. 제가 기사이야기나 북방유럽의 사가를 좋아해서 - 기사나 무술이야기를 싫어하는 남자는 많이 없죠 - 여러 번 돌려봤네요.

붉은돼지 2016-08-15 14:02   좋아요 0 | URL
인디에나 존스의 성궤도 CIA의 비밀창고 인지 어떤 거대한 창고의 무수한 궤짝들 사이에 파묻혀 버렸죠....엑스칼리버 OST가 유명한 거는 처음 알았습니다 ㅜㅜ 혹시 다시 보게되면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겠습니다. ㅎ 기사들 이야기에 마음 설레이지 않는 남자들 별로 없을 겁니다. ^^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작일 소생은 소생이 호구의 책으로 삼아 열심히 다니고 있는 공장에 하루 휴가를 냈다. 아침에 일어나 미역국에 밥 말아 김치반찬에 후르륵 호르륵 짭짭쩝쩝해주시고 양치하고 목욕재계하고 빤스와 난닝구도 갈아입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어디를 가려고??? 아아아아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을 보러 갔다. 극장 안에는 20대 아가씨 세 명, 20대 커플 한쌍,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 그리고 돼지 한 마리가 전부다. 스타워즈 피규어 하나 없는 주제에 뭐 덕후라고 하기에는 한심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팬심 간직한 한마리 돼지로서 금번 <에피소드 7>이 물론 재미있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보는 내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먼저였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프리퀄 3부작으로 끝나지 않고 시퀄 3부작으로 다시 시작하려하고 이제 그 첫 편을 극장에서 보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뭔가 뭉클뭉클한게 꾸역꾸역 부풀어 오르면서 눈물까지 찔끔 나려고 했다.

 

살육의 역사도 반복되고 저항의 역사도 반복되고 승리의 역사도 반복된다. 이 모든 역사들이 차례대로 하나의 끝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듯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한데 섞여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서 서로 물려 돌아가면서 순환하고 반복된다. 경전에 나와있듯이 해는 떴다가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한세대는 가고 또 한세대는 오는 것이다. 새로운 포스가 한 소녀에게서 깨어나자 이제 한 세월을 풍미했던 영웅은 퇴장한다. 지난날 루크 스카이워커가 운명적으로 제 아비인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베이다)와 대결했듯이 30여년이 흐른 후에 한솔로와 레아공주의 아들인 카일로 렌이 어둠의 기사가 되어 제 아비인 한솔로를 죽인다. 루크와 레아가 쌍둥이 남매이니 루크 스카이워커는 카일로 렌의 외삼촌이 된다. 전편의 중심 테마였던 스카이워커 가계의 비극은 또 다른 형태로 전개될 모양이다.

 

<에피소드 7>의 시간적 배경은 전편으로부터 30여년 후가 되는데 상황은 그때나 거의 변한 것이 없다. 30여년 전에 ‘새로운 희망’ 루크 스카이워커가 제국을 괴멸시켰지만 어느듯 자라난 어둠의 힘은 또다시 거대해지고 막강해졌다. 제국의 비밀병기 ‘데스스타’는 ‘스타킬러 베이스’로 대체되었고 제국 황제는 ‘퍼스트 오더’가 되었다. 저항세력은 한줌밖에 안되어 약한듯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마지막에는 승리한다. 루크부자의 타투인 행성이 레이의 자쿠행성으로 바뀌었고 소년이 소녀로 변했을 뿐 결국 ‘새로운 희망’은  ‘깨어난 포스’의 다름 아니고 지난 세대의 영웅들은 언제나 세상을 등지고 숨어있다. 오비완이 사막에 숨고 요다가 늪지대에 숨었듯이 루크 스카이워커는 절해고도에 은거한다. ‘새로운 희망’이 은사를 찾아내었듯이 ‘깨어난 포스’도 스승을 찾아낸다. 과거의 젊은 제자는 싸부를 죽였고 이제 젊은 아들은 애비를 죽인다. 부자의 대결은 세대를 이어가면서 가슴아프게 펼쳐지는데 존 윌리엄스의 장엄한 스타워즈 테마곡은 관객의 감상(感傷)과 우수를 더욱 조장하고 격려한다.

 

30여년만에 다시 밀레니엄 팔콘호, 한 솔로, 추바카를 보는 기분은 그야말로 감개가 무량무량하다. 달려가 뜨거운 포옹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악수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레이역의 여주인공인 데이지 리들리는 얼굴 생김이나 표정, 몸의 움직임이 마치 소년같은 느낌이다. 그 옛날 아나킨이 다스 베이다로 변신하게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유년기의 엄마와의 분리불안이었다. 어린 아나킨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엄마와 헤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뱀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에피소드 7>을 보니 ‘깨어난 포스’ 레이에게도 유년기에 부모와 이별한 아픈 사연이 있는 듯하다. 레이에게 어떤 출생의 비밀이 있는지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궁금하다.

 

인종주의자들이 레이의 파트너로 등장하는 핀 역의 존 보예가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이 영화를 보이콧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 쌍제이 감독은 포스 넘치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신이 흑인이든 백인이든 어떤 인종이든, 혹은 자바, 우키, 제다이, 시스 그 누구이든 영화를 즐겨주길 바란다.” 하지만 쌍제이도 아직 인종주의에서 그리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만약 핀이 백인남성이었다면 분명히 레이와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었을 장면에서 둘은 그냥 포옹을 하고 만다. 소생의 생각에도 스크린에서의 흑인남성과 백인여성의 키스신은 왠지 어색한 느낌이다. 당연하게도 소생의 편견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있듯이 흑백이고 흑황이고 황백이고 간이 그들이 뭔들 못 할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영화에서 흑백(특히 흑인남성과 백인여성)이 키스하는 장면을 본 기억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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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2-19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보셨군요^^..

붉은돼지 2015-12-20 00:10   좋아요 0 | URL
네, 롯데시네마광장점에서 봤습니다^^

saint236 2015-12-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분은 대단한 실망감을 가지고 나오셧더라고요. 아직 보지 못한 저로서는 어떻게 평가를 내려야할지...

붉은돼지 2015-12-20 00:13   좋아요 0 | URL
보고 싶던 옛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라고 할까요...
뭐 새로운 건 없어도 그냥 반갑고 고맙고 그런 기분이었어요^^

moonnight 2015-12-19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펭귄박수치러 가야하는데.. 보셨다니 부럽습니다.ㅠㅠ
원나잇스탠드에서 나스타샤 킨스키와 웨슬리 스나입스는 두근두근 멋졌다는 기억.@_@;;;;

붉은돼지 2015-12-20 00:18   좋아요 0 | URL
역시 물개박수를 치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리웠던 분들을 뵈오니 가슴은 뭉클했습니다 ㅋㅋ
원나잇스탠드가 있었군요. 보예가는 덴젤 워싱턴을 닮은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5-12-20 15:58   좋아요 0 | URL
원나잇스탠드 개봉 당시에도 시끌시끌했죠....
흑인 대통령이 나와도 그렇군요, 하긴 어제 김무성 대표가 흑인 청년을 보고 연탄에 비유했담서요~ 에휴.

마녀고양이 2015-12-20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대를 이은 막장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3편 역시 가족사의 비극이었군요.

저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엄청난 팬이랍니다. 4-6편이 나오고 1-3편이 나온 이후 조지 루카스가 나이 들어서 7-9편은 포기한다고 했을 때, 정말 아쉬웠어요. 판권을 다른 곳에서 사들여서 제작한 작품이라 다소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래판이 나오니 참으로 기쁘답니다. 시간이 없어서 아직 못 보는데, 이미 보고 오신 붉은돼지님, 너무 부럽습니다. ㅠㅠ

붉은돼지 2015-12-21 12:5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아직 스타워즈를 못보셨다니 오히려 제가 다 부럽습니다. ㅜㅜ
저는 이제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하는군요..ㅜㅜ

일설에 의하면 카일로 렌과 레이가 쌍둥이 남매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그 근거라는 것이....일단 기본적으로 에피소드 7이 에피소드4를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고
루크와 레아가 쌍둥이 남매잖아요.....그리고 포스터를 보시면 카일로렌과 레이가 쳐다보는 방향도 비슷하고
또 렌의 광선검과 레이의 창이 거의 붙어 일직선으로 포개져있다는 이유를 드는데 나름 일리가 있는 듯도 하고 꼭 쌍둥이 남매는 아니더라도 뭔가 복선이 깔려있는 듯 하기는 합니다...보통 아군과 적군은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정반대이고...무기도 서로 교차하도록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죠....

마녀고양이 2015-12-21 14:2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4편의 차용, 저는 7-9편이 조지 루카스의 원기획을 따랐을지 계속 궁금한데 혹시 아시나요?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속편처럼 맘 한구석에서 짝퉁같다는 의구심이 들까봐 염려된답니다 ㅠㅠ

붉은돼지 2015-12-23 21:35   좋아요 0 | URL
<매거진 B - 스타워즈>에 에이브럼스 인터뷰 내용이 나오더군요....

˝조지루카스는 아침 일찍 에이브럼스에게 전화했다. 에이브럼스는 그날 통화를 회상했다. `이봐 자네는 스타워즈를 해야 해, 그거 꼭 할거지?` 루카스는 아주 자상하게 말했어요 `자네가 이 영화를 한다면 그건 이제 자네거야. 원한다면 성심껏 돕겠지만 이젠 자네 것이야˝

비로그인 2015-12-23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옹은 꼭 인종문제라기 보다 레이와 핀의 러브스토리를 넣을지 말지 제이제이 감독이 결정하지 않고 다음 감독에게 에피소드8로 바통을 넘긴 것 같습니다. 레이 팬들 중 일부는 레이의 연애 장면을 고심하니깐요... 저도 레이 왕팬이 되었습니다만, 연애 문제는 어찌되든 상관 없습니다.

붉은돼지 2015-12-23 21:44   좋아요 0 | URL
movieloveil 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저도 저렇게 써놓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제가 조금 오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뜨거운 키스 언급했던 그 장면에서는 어쩌면 포옹이 더 적당한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스타워즈에서 연애사는 뭐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저도 레이를 보고 첫눈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소년같은 외모와 행동거지도 마음에 들구요...어느 분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비슷하다고 하시더군요.. 오리지날 3부작이 루크 스카이워커의 스토리고 프리퀄 3부작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라면 시퀄 3부작은 레이의 스토리가 될 듯합니다. 기대만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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