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400. 어깨동무 (정훈이 외)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하지만 무시하고 마는 인권이야기를 여러 만화가들이 짧은 이야기로 만들어 묶었다. 그림체 만큼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다양하다. 정훈이는 역시 씨네21의 영화 패러디 만화 같은 느낌으로 거대기업의 노동자 학대를 다뤘는데, 병상의 남기남 회장님 장면이 절묘하다. 사교육에 치여 버둥대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이야기를 읽는 나는 그저 갑갑한 마음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책 마무리를 맡은 유승하의 인권 역사는 의미 깊다. 이 작품만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읽고싶다. 하지만 어쩐지 엉성한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행시켰으면, 조금 더 번득이는 재치와 아픈 비평을 보았으면, 싶은 마음은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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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3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열망에 너무 강하게 사로잡혀서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그들은 어떻게든 그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지. 그 열망을 충족시키려면 다른 모든 걸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거고."
"자기를 사랑하능 사람까지도 말이에요?"
"물론이지."
"그렇다면 단순한 이기주의에 불과한 것 아닐까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래리가 죽은 옛날 언어를 배워서 뭐하려고 그럴까요?"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지식 그 자체를 갈망하기도 해. 그건 멸시당해야 하는 욕망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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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앞에 다다르자 초콜릿빵이 먹고 싶지 않느냐고 뤼크가 물었다. [...] 우리 둘은 초콜릿빵과 커피 에클레르를 단번에 먹어 치웠다. -- 마크 레비 <그림자 도둑>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그 빵 가게에서는 갓 구운 빵을 살 수 있다.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편 - 이 사람은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이곳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빵을 한 개 먹는다. [...] 빵이 담긴 봉투를 들고 돌아갈 대는 기운이 넘친다.

                                            -- 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남자와 그의 브뢰첸.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이란 말인가! 물론 뒤에서 수군거리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어쩐지 저 남자에 비해 너무 어려 보이지 않아? 언제고 브뢰첸이 나이를 먹어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그때 마침 저 남자가 예쁜 크루아상을 만나게 된다면? 그렇게 되면 가여운 브뢰첸에게는 관계의 빵 부스러기만 남겠지..." 그러나 우리의 신뢰는 그들의 구설보다 강했다.

                                           -- 호어스트 에버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새 잠옷, 모직 양말 두 켤레, 위에 초콜릿을 끼얹은 렙쿠흔 한 봉지, 남태평양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책 한 권, 스케치북,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고급 색연필 한 상자가. 마르틴은 너무나 감격해서 부모님에게 입을 맞추었다.

                                         -- 에리히 캐스트너 <하늘을 나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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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00. 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얼마전 읽었던 <빵의 세계사>가 빵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서문에 나와 있) 었다면, 이번 책은 빵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유럽이 요즘엔 부쩍 가깝게 느껴지는데, 그건 동네마다 한 두 개씩 보이는 빠리.... 이라는 빵집 덕분은 아니겠지. 이번 책에는 빠리....나 뚜레...에서 보다 훨씬 더 새롭고 다양한 유럽의 빵들을 진열해 놓았다. 이 책은 그러니까 유럽에 가고 싶은 사람이 (그게 바로 나!), 빵 냄새와 케익의 달콤함과 진한 커피를 원하는 사람이 (그러니까, 나!), 새로운 빵과 그 빵에 깃든 따뜻한 이야기도 궁금해하는 사람이 (역시, 나!) 읽기에 좋은 책이다. 가볍다면 가벼울 수 있는 저자의 개인 이야기, 블로그 글에서 흔히 보이는 예뻐요, 좋아요, 풍인 글인데 얄미울 정도는 아니고 그 빵들을 먹고, 그 케익들을 먹고, 그 커피와 차를 즐긴 저자가 부럽긴 했다....몇몇 소설 작품 속에 빵이 인용되는 부분을 읽을 수 있는데, 이 역시 나같은 독자를 위한 것이리라. 저자나 나는 이렇게 빵에 대한 마음이 너그러운, 아니 '나이브'한 편이었다보다. 궁금하면 먹고, 맛있으면 먹고, 하지만 우리에겐 밥이 있으니까, 이런 태도. 그래서 책 마무리는 울름에서 만난 '빵문화 박물관'은 이 책의 밝음과 행복함에대한 반성이 "최소한" 으로 담겨있다. 유럽인들에게 빵은 생존이었다. 그동안 저자가 끼니 대신하는 빵보다는 후식과 간식으로서의 빵, 케익에 집중한 것이 살짝 부끄러웠을까. 하지만 빵은 위로가 맞다. 배고픔을 달래고 아쉬움을 달랜다. 또 빵은 유혹이다. 봉지에 남겨둘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식탁 위 봉지에 담겨있던 밤빵을 다 뜯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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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400. 임시교사 (손보미)

메리 포핀스의 현실 버전일까. 유능하고 따스한 보모의 환상은 헌신적인 어머니 환상만큼이나 위험하다. 배우고 가진 젊은 부부가 아이를 임시교사 출신의 여인에게 맡기고, 그 의존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가족의 위기의 순간, 임시교사의 능력이 발휘되는가 싶더니 그들의 관계는 결국 끝난다. 저자의 눈은 보모에게도 차갑고, 아이의 부모에게도 서늘하게 가닿는다. 그런데 ....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서 듣고 어디선가 본 것들의 합, 같다.

 

116/400.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헤밍웨이)

공짜라고 아무 책이나 다 읽을 리가..... 있지. 게다가 열린 책에서 기획한 세계명작.게다가 공짜. 공짜. .... 불편함을 무릅쓰고 작은 핸드폰의 액정에 헤밍웨이를 띄워 읽었다. 깨끗하고 환한 곳, 심야의 카페에서 노인, 젊은 점원, 그리고 늙은 점원의 심드렁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어, 이게 뭐야? 이게 다야? 싶을 때 이야기는 툭, 끊어진다. 그리고 이 전자책을 기획한 알라딘 MD와 출판사 편집자의 짧은 감상문이 이어진다. 헤밍웨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단언하는 이 사람들이 참 사랑스럽다고나 할까. 재미없고 시시한 이야기에 이렇게 감동적인 감상문을 쓰는 그들의 글이 더 마음에 남는다. 깨끗하고 불빛 환한 액정에 그들의 이야기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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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7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5-03-07 21:26   좋아요 0 | URL
전 카버를 아직 못 읽어봤어요;;;;
건조하고 차가운데... 드라마나 소설로 만난적 있는 것을 그닥 새롭지 않게 다시 보는 느낌이었네요..

보슬비 2015-03-1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예요. 관심은 가지만... 요즘 한국문학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그냥 유부만두님 글로 만족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