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에게는, 부모님의 옛 친구인 ‘아들 스완‘이자 조키 클럽 회원으로서의 스완과는 전혀 다른 인격,(이것이 마지막일 리는 없겠지만) 즉 오데트의 남편이라는 인격이 더해졌다. [...] 그는 아주 딴사람같아 보였다.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아내와 함께 두 번째 삶을 선택한 그 - P14

이런 변신의 가장 주된 이유는 [...] 우리의 미덕 자체가 자유롭고 유동적이어서 영구히 우리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 P15

내가 박수를 치면 칠수록 라 베르마의 연기가 더 훌륭해지는 것만 같았다. - P49

이런 민중의 열광이라는 싸구려 포도주를 그들과 나누어 마시면서 취했다. - P50

인과관계란 가능한 거의 모든 결과를 만들어 내며, 따라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도 만들어 낸다. 이 작업은 우리 욕망이나 - 빨리 진행하려고 하면 도리어 방해가 되는 - 삶 자체로 인해 더욱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욕망이나 삶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 스완의 마음 속에서, 그의 모든 삶을 함께 보내고 싶어 그토록 열망하고 절망했던 존재가 죽고 나서야 한 결혼이 바로 이런 사후의 행복 아니었던가? - P86

대개는 천재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져서는, 자기 작품에 이 천재의 생각을 덧붙이고 그래서 자기 작품을 다시 생각할 때면 처음 나타났던 대로 보지 못하고, [...] 자신에 대한 최종적인 만족감을 표현하는 전체 속에 [천재의] 뛰어난 글 몇 쪽의 기억을 끌어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며 그리하여 자기가 그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작가들 - P102

우리 정신 속에서 공동으로 기거하는 관념들 가운데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관념이 처음에는 진짜 기생충처럼 자신에게 부족한 중요한 힘을 낯선 사람이나 이웃에게서 얻었던 것은 아닌지 말해보라. - P103

내가 ‘시간‘ 밖에 있지 않고 소설 속 인물 처럼 시간의 법칙 속에 종속된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콩브레에서 덮개 달린 버드나무 의자 깊숙이에서 그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인물들이 그토록 날 슬픔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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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들 간의 섬세한 차이를 사문서(死文書)처럼 무의미하게 여기는 몇몇 무지한 일반인들 및 사교계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친밀하게 만드는 것은 견해의 공동체가 아니라 정신적 혈족관계이다. - P17

사랑이라는 순전히 주관적인 현상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 현상이라는 것이, 하나의 보충적인 인물을, 즉 사회 속에서 같은 이름으로 통하는 이름으로 통하는 인물과는 구별되며 그 대부분의 구성인자들이 우리자신에서 추출된 하나의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일종의 창조 행위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세인의 눈에 보이는 것과는 같지 않은 어떤 사람이 결국 우리의 내면에서 차지하게 되는 엄청난 비중을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을 사람들도 거의 없다. - P62

나는 새해 첫날이, 자기를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며, 나에게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모습으로 황혼 속에서 끝나고 있음을 느꼈다. [...]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에는, 이제 더 이상 아무도 그들에게 새해선물을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더 이상 새 해라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일 월 초하루를 이제 막 겪고 난 후였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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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원서 기준) 7권 중 2권의 1부, 우리 번역본으로는 3권을 읽고 있다. 두 번역본을 번갈아 아주 천천히 읽으면서 다른 책들에 눈을 주느라 진행되는 이야기도 느긋하다. 하지만 더 놓아두었다가는 나도, 프루스트도, 오데트도 다 잊고 말 것 같아서 약간 정리만 해두기로 한다. '스완 부인의 주변'의 1/3쯤 읽었다. 



열댓 살 정도의 화자 (중3 이거나 고1 나이 일테지만  더 어린 아이 느낌을 준다)는 고대하던 라 베르마의 '페드르' 공연을, 연극 공연이라고는 처음 봤고 배역과 배우들을 혼동하면서 온전히 극을 즐기지는 못한다. 자신의 기대에 못미치는 공연에 실망을 할뻔 하지만 관객들의 환호와 배우들의 열정적인 분위기에 취한듯 다시 자신의 '평'을 정정하기로 한다.


그의 집에 전직 대사 노르푸아 씨가 저녁 식사에 온다. 귀족 출신에 명망도 높은 그는 부르주아 가족인 화자의 아버지에게 친절하며 '작가'로서의 진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해준다. (어쩌면 외교관직은 귀족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작가와 외교관 둘 다 차지했던 폴 클로델과 로맹 가리 생각이 났다. 


노르푸아 씨와의 저녁 시간 이전에 이미 익숙한 주변 인물들을 묘사하는 데 '스완씨'는 매우 경박한 인물로 (사랑, 사랑 때문이야!), 엉뚱한 결혼으로 제2의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말장난 좋아하는' 의사 는 진중하고 실력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1권에서 보았던 인물들의 다른 면, 사교계의 평판을 엳듣게 된다. 당시 제3공화국 시대의 정치 분위기도 그려지는데 정치적 이념보다는 문화적 (사회적) 출신이나 성향이 더 사람들을 무리 짓는다고 말한다. 의외로 스완씨 부인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노르푸아씨, 그녀의 미모, 그녀 주위로 몰려든 고관대작 '남자'들 (부부동반 아니라고;;;)에 대해 알듯말듯 말한다. 덥석 화자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스완부인을 존경? 숭배? 한다며 그녀의 딸 질베르뜨와 논다고 이야기하고 스완씨네 댁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는데, 너무 앞서간 걸 느낀 그 순간, 마음 속으론 노르푸아 씨에게 감사의 볼뽀뽀 까지 할 뻔했는데, 쎄 하게 변하는 그의 표정과 빈정대는 눈빛을 감지한다. 노르푸아 씨가 저녁초대에 극찬을 한 대상은 프랑수아즈의 요리였다. 훗, 하고 칭찬에 감복하는 시늉도 하지 않는 꿋꿋한 프랑수아즈.   



자신의 장래 진로 '작가'와 라 베르마의 공연에 부모의 허락을 얻게 해 준 고마운 노르푸아 씨이건만, 그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전달하지 못한 불안감으로 화자는 속이 썩는다. 습작 (1권에서 콩브레의 두 종탑에관한 감동을 적은 글)을 보여주었지만 그는 심드렁할 뿐이고 화자의 최애 작가 베르고트도 얄팍한 작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베르고트가 아름다운 문장 밖의 실생활에서 얼마나 좀스럽고 치사한지 이 전직 대사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신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하지만 의외로 화자가 '실망했다'고 평한 라 베르마에 대해선 칭찬하며 며칠 후 신문에는 라 베르마 공연에 대한 훌륭한 평론이 실린다. 화자는 다시 자신의 인상을 정정한다. 그러곤 자신이 감동적으로 공연을 관람했노라 생각한다. 



샹젤리제 공원에서 질베르트를 기다리기를 여러 날, 드디어 그녀를 만나고 다시 술래잡기등 과격한 '몸놀이'를 하는데 (잠깐, 열 다섯이라고요?;;;) 가깝게 그녀를 안고 당기면서 흥분을 느꼈던 화자는 자신의 '순진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놀이를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질베르트의 말, "우리 부모님은 널 별로라고 하시던데". 놀란 화자는 장장 열여섯 장에 걸쳐 편지로 자신의 얼마나 순수하게 질베르트 가족을 좋아하는지 알린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부정적이다. 아마도 스완씨는 영악한 소년, 겉다르고 속다른, 어른들에게 잘보이려 과하게 애쓰지만 영악한 아이로 알았을 수도 있다. 




.....


라 베르마는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사라 베르나르를 모델로 쓰였다고 하는데 Evaristo의 소설에도 언급되는 이름이다. 


Amma is reclining somewhat grandiosely on a lumpy old sofa, propped up by cushions

like a latter-day Sarah Bernhardt or Lillie Langtry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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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이고, 인격은 시간을 따라 일정한 폭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두루마리 같은 겁니다. 아니면 자, 일반 책이라고해도 페이지는 순서대로 돼 있잖아요? 책 속에 글자가 아무리 많아도 읽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외줄로 쭉 읽어 나가죠? 쓸 때도 마찬가집니다. 그런 걸 선형성이라고 하거든요. 한 가닥 실이 좌우로 쭉 직조해 나가는 태피스트리에 비유해도 되겠습니다. 시간을따라 감상하는 음악이나요. 아무튼 인간이란 출생부터 죽음까지이어진 한 장의 빈 두루마리, 폭이 그리 넓지도 않은 두루마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 __ 이지연 <역표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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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6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듯 모를듯한 말이네요. ㅎㅎ 오늘은 화요일 아직 주말이 멀었지만 태피스트리를 짜는거든 뭐든 일단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부만두님도 이번 주 화이팅 힘 내시고 계속 좋은 책, 좋은 서평 주세요. ^^

유부만두 2021-03-16 17:06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알찬 화요일 태피스트리 직조 중이시군요. 전 망한 거 같아요. 그런데 역방향으로 올을 풀고 다시 짤 수도 없대서 그냥 저냥 계속 나아가야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