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의 식습관과 급식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아요. 그러면서 어떤 먹거리가 우리 건강에 좋은지, 환경에 조금이라더 덜 해를 끼칠 것인지도 생각해보아요. 어른들이 이런 책을 만들어서 어린이들에게 읽게 한다는 건 자기들이 엉망진창으로 살아서 그런거에요. 맨날 맥주에 튀김에 단거 기름진거. 아빠 뱃살 좀 바바요. 


어린이 여러분, 그래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골고루 채소랑 과일 먹고요, 제 철 음식을 먹도록 해요. 그렇다고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진 말고요, 종종 자주 외식이나 간편식을 먹는 걸로 해요. 그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에요. 우리 엄마들이 돌아서면 밥 때라고, 특히 코로라 시절이라 겨울 부턴 밥밥밥바라밥, 학교 급식도 없어지고 지난 달엔 그 식재료가 박스에 담겨서 쌀이랑 채소, 말린 나물 같은 것이 집으로 와서 얼마나 심란한지, 어린이 여러분 알아야 해요.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어요? 라고 묻지 않기로 해요. 엄마가 주시는 건 왠만하면 남기지 말아요. 어제 먹었던 밥상이랑 비슷한 걸 또 먹는다고요? 기분 탓이에요. 어제도 그제도 비가 왔잖아요. 식단은 어쩌면 시즌제로 가는 게 멋진 것 같아요. 국수를 너무 자주 먹는다고요? 오래 살라고 엄마가 기원하고 계시군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그 옛날, 깜장 혹은 분홍 도시락통을 저녁까지 두 개씩 들고 다니셨으면서 엄마 아빠들이 왜 이토록 급식에 집착하는 걸까요? 지난 겨울 부턴 개학이 개학이 아니고 집밥이 어쩐지 급식이면서 급식이 아닌 지금이 서러워서 그럴 수도 있어요. 지난 학기 여러분 학교 급식 몇 번이나 먹었는지 세어 봤어요? 열 번? 안될걸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먹던 거 그립지 않나요? 사회적 거리두기 라지만 집에선 식구들 함께 모여서 밥 먹기로 해요. 엄마가 밥 먹자, 하면 게임 중이라도 딱! 끄고 유툽 보다가도 딱! 끊고 밥을 먹어야 해요. 급식 때 처럼요. 


여러 나라 급식 사진이 실린 이 책에는 뭐, 상황은 다르지만 집에 가서 점심 먹는 어린이들 이야기, 음식이 정말 귀해서 학교 급식이 더 소중한 나라 이야기도 있고요, 어린이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서 청량음료를 퇴출 시킨 이야기도 나와요. 햄버거 피자가 몸에 좋지 않은 건 다들 알면서 싸니까 단체 급식에 넣는 나라, 네, 그 큰 나라 이야기도 있어요. 참, 이 책에선 인도 급식이 야채가 많이 들어간 죽 같은 걸로 나오던데 모든 인도 학교에서 그런 건 아닐지도 몰라요. 인도 도시락 영화 두 편이나 봤는데 인도 어린이들이나 직장인들 삼단, 사단 쓰뎅 도시락 찬합에 점심도시락 싸던데요? 따뜻한 집밥 먹겠다고 전문 도시락 배달부들도 몇 천 명 있다던데요? 그들의 집밥 열쩡은 인도 날씨 만큼이나 뜨겁더라고요. 그 얘긴 나중에 할래요. 왜냐고요? 오늘도 집급식에 이 아줌마가 지쳐서 그래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0-08-1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어요? 라고 묻지 않기로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문장을 제가 글자크기 30으로 출력해서 아이들 방에 붙이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아침에 부대찌게 끊였어요. 동서가 다담 양념으로 하면 먹을만하다고 해서요. 시작은 부대찌게인데 결론은 햄찌게가 되어버렸네요. 하하하.

유부만두 2020-08-12 12:51   좋아요 0 | URL
간편식이나 양념이 없었더라면 엄마들의 집급식이 더 힘겨웠을거에요. 양념 제조하는 회사들 감사요!
애들의 습관성 질문 ‘뭐 먹어요‘는 싫어요. 큰 의미 없다는 걸 알지만 압박감에 더해 짜증이 나기도 하거든요. 찌게를 아침에 든든하게 만드셨으니 단발님 댁은 점심 까지 무사하시리라 생각하고요... 저녁엔 뭐 먹어요? ^^;;;

라로 2020-08-1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 피자가 몸에 좋지 않은 건 다들 알면서 싸니까 단체 급식에 넣는 큰나라에 살고 있는 저는 급식 안 먹이고 늘 도시락 싸서 보내는데, 제가 아니라 아빠가, 햄버거 피자랑 별로 다르지 않아요. ^^;; (양심 찔려하는 웃음이면서도 정말 학교 가게 되더라도 별로 달라질 일 없을 듯) 어쨌든 이 글 너무 재밌어요!!!ㅎㅎㅎㅎ

유부만두 2020-08-12 12:53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 아래 깔린 페이소스, 더하기 눈물과 짜증 바가지도 알아차리셨겠지요? 큰 나라에 사시면서 햄버거 피자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아이가 잘 먹어주는 메뉴를 골라야 하기도 하고요. 도시락 챙기기는 집밥 급식 못잖게 힘들겠네요. 어서 전염의 걱정을 덜었으면 좋겠어요. 과연...과연... ㅜ ㅜ
 

중편 표제작 <나의 피투성이 연인>과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작품집이다. 2004년 봄에 나왔던 책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시리즈로 새로 나왔다. '사각사각'이라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방송 추천에 솔깃해서 읽었는데 방송도 책도 재미있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737/clips/4


다만, 이 책은 15년 이상 예전 책이고 시대는 90년대가 배경인 탓에 어정쩡하게 요즘 이야기인데도 어쩐지 촌스럽고 빻은 설정도 빠지지 않으며 펄떡대는 생생함과 작가 첫 책 다운 투박함, 이 모든것이 함께 한다. 


제일 긴 분량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남편 사후에 발견되는 메모에서 불륜의 흔적을 발견하는 부인의 이야기다. (비슷한 설정의 편혜영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부인은 어찌할 수 없는 분노에 고통을, 이유 없는 간지러움, 피부병으로 앓는다. '호텔 유로'는 자제력을 잃고 신용카드를 쓰다가 모르는 상대를 호텔에서 만나 성매매를 하기로 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성스러운 봄'은 아이를 잃은 보험사 직원이 대학교수의 교통사고 보상금에 대한 상담을 하는 장면과 아이의 투병생활을 엇갈려 묘사한다. 서서히 밝혀지는 사고의 증거가 에어백에 남은 그것이라니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비소여인'은 화자인 남자가 여주인공 연과 만나는 장면부터 영 설득되지 않고 어색하기만 했다. (금자씨 연상되었고요) 제목 부터, 인물의 묘사나 전개가 너무 급하고 안타깝다. '나릿빛 사진의 추억' 역시 급하게 비약을 한다 싶었고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그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책이 재미있다는 게 함정. 소설의 문장은 매우 공들였고 차분하다. 깡패들이 나와서 설치고 패악질을 부리는 인물이 나와도 우아한 문장이 눌러주기 까지. 


여주인공들은 경제적으로 안락한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기 직전에 주위를 정리하거나 주변의 '인간적인' 환경 혹은 다시 겪을 일 없는 서민 동네에 시혜적인 시선을 던진다. (나릿빛 사진의 추억,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끝났을 때 여자는 더할 수 없는 상실감, 혹은 배신에 고통 받고 그 고통은 경제적으로도 이어진다. 여자는 자립할 능력이 없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호텔 유로) 생명은 경제적 단위로 치환되고 (성스러운 봄, 비소 여인) 그저 낭만적 장치이기도 하며(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생생하게 살아있는 몸이기도(나의 피투성이 연인, 나릿빛 사진의 추억)하지만 성장하거나 변화하지는 않는다. 인물들 끼리의 대화체가 어색해서 70년대 영화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90년대면 그렇게 옛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 20년이 넘었으니 오래된 게 맞다. 예전에 윤대녕의 소설을 읽다가 '빨간 스포츠카'를 탄 여자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뿜었었는데, 이 소설집 역시 군데군데 옛 세대의 복학생 패션 같은 정서가 남아있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성애나 뜬금없는 폭력 장면들. (성스러운 봄, 에서 아이가 죽은지 채 한 달이 되기 전, 화자 '나'는 직장 회식 2차로 간 나이트에서 부킹으로 만난 여자와 호텔로 간다. 피임도구가 없다고, 행위가 투박하다고 여자가 '한국남자는 이래서' 라며 짜증을 거푸 내자 남자는 여자의 뺨을 때리고 욕을 한 다음 방을 나와버린다. "ㅆㄴ, 이게 말끝마다 한국남자야. [...] 이게 뒹굴어봤자 동남아 놈이지." 이런 게 극한 괴로움으로 내몰린 남자의 몸부림으로 소설에 들어있다.) 그래도 아직은 서민과 상류층 사람들이 어느정도 겹치는 시대의 이야기. 덜 각박하고 더 끈적거렸던 시대, 그래도 마음 속을 들여다 보려고 애쓰던 시대의 이야기다. 어쩌면 사회 엘리트였던 작가가 서민층에 대해서 고정된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재미있다는 게 함정, 아니 매력이다. 


작가의 사후에야 그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0-08-11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분명히 읽은 책인데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전혀.. ㅠㅠ;;;;;;;

유부만두 2020-08-11 21:03   좋아요 0 | URL
표지가 바뀌어서 그런가봐요....
폰트랑 편집도 많이 달라졌어요... 세월이 얼만데요.
(로마사가 쎄서 그럴 수도 있고요)
 

연상작용
<쓰레기에 대한 모든 것> 표지는 201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