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이웃님의 희망 도서가 눈길을 끈다. 


우한 봉쇄 기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라 해서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예전에 읽은 신문 기사의 책이려니 생각했다. 


저자 궈징은 2019년 11월 우한으로 이사한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12월 30일 원인 불명의 신종 폐렴이 우한에서 발견되고, 이 병의 전파로 이듬해 1월 10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다. 훗날 코로나19(COVID-19)로 명명된 이 전염병은 중국 전역으로 급격히 번졌으며, 2020년 1월 23일 진원지인 우한시는 전격 봉쇄된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라는 부제를 단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는 1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39일 동안 궈징이 봉쇄된 우한에서 SNS에 올린 일기 모음이다.  (알라딘 책 소개글)


하지만 20대 저자의 약력이 다시 찾아본 신문의 기사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후베이성 작가협회 주석을 역임한 올해 65세의 팡팡은 우한이 1월 23일 봉쇄된 이후인 1월 25일 춘절(春節, 설) 당일부터 매일 일기 형식으로 봉쇄된 우한에서 일어나는 일과 자신의 생각 등을 감동적으로 블로그에 담아냈다.
 
‘팡팡 일기’ 또는 ‘봉쇄된 도시의 일기’, ‘우한 일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팡팡의 글은 지난 3월 25일까지 총 60편의 글로 마무리될 때까지 편당 수만에서 수십만 회씩 조회되며 중국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팡팡의 본명은 왕팡(汪芳)으로,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출신이지만 우한에서 컸고 1982년 우한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후베이TV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으며 그 해부터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작가 팡팡은 우한이 봉쇄된 직후인 1월 25일부터 3월 25일까지 매일 일기 형식으로 60편의 글을 써 중국 관료의 무능을 질타하고 봉쇄된 도시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우한 시민의 아픔을 대변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출처: 중앙일보] '우한일기' 작가 고발···中, 코로나 잠잠한 틈타 보복 시작됐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50668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작가의 신작이 번역되기가 쉽지 않았겠다는 짐작은 하지만 우한에서 거주하고 있던 작가 왕팡의 '일기 형식의 글'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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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한일기
    from 책읽기의 즐거움 2020-12-25 07:41 
    궁금해 하던 팡팡의 우한일기가 나왔다. 코로나19의 비극이 처음 터져나온 곳, 그리하여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어떤 사람들은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갈 이 바이러스를 '차이나 바이러스'나 '우한폐렴'이라 지칭하며 거리를 두었던 곳 - 중국 우한에서 일어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돌연한 창궐과 일파만파의 확산, 은폐와 침묵, 고위직들의 안이한 대응과 평범한 사람들의 절규를 목격하고, 그 실상을 낱낱이 기록한 작가의 일기가 출간되었다. (알라딘 책소개글
 
 
 

중국 춘추전국시대 부터 남북조 시대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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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부탁 - 제12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9
진형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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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말고, 학원 말고,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 말고, 도시 말고, 어른 말고, 어린이도 말고, 그냥 밝고 맑은 청소년 말고, 뻔히 보이는 비극과 쉬운 위로 말고, 핑크 핑크 연애 말고, 흔한 해피 엔딩 말고, 예측 가능한 싸구려 사고나 복수극 말고, 비행 청소년 선도 말고. 


열여섯 열일곱에도 삶이 있다. 경계에서 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삶, 인생, 그리고 그 선을 넘어서는 경우에도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내가 몰랐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진형민 작가의 단편집에는 동급생 남학생을 좋아하게 된 남학생, 의 친구 여학생'나'의 이야기, 배달 알바를 하는 아이와 피자집 딸 친구를 중심으로 하는 변하는 동네 상권과 사람 이야기, '콘돔'을 갖고 다니는 남학생 여학생의 사연들, 갑작스러운 폭력의 피해자가 된 언니와 여름을 보내는 아이와 탈출과 독립의 고민, 말레이에 사는 이란 출신 불법 체류자 여자 아이의 이야기, 인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나'의 정체성 이야기와 '떨어진 끈'에 대한 슬픔, 어느 청소년에 대한 '인터뷰'와 작가의 말이 실려있다. 이 모든 이야기. 


말을 아끼고 조심스럽게 써내려간 이야기에 '사람'에 대한 예의가 보인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여기 사람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리다고, 몰랐다고 지워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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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0-31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의 소설이었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예의도 갖추었다니 관심이 가네요

유부만두 2020-11-01 07:56   좋아요 1 | URL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쉬운 길을 접어두고
청소년 (소설)을 만나는 방식을 조심스레 보여주는 소설집이에요.
 

사방에 불그스름한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곧 해가 뜰 것 같았다. 나는 더 걷기가 싫어서 쭈그리고 앉아 파도 소리를 들었다. 

처업, 처업, 처업.

거대한 동물이 뭔가를 천천히 먹어 치우는 소리 같았다. 여기까지 달려온 사람들이 모래밭에 쏟아 놓은 얘기들이 바다의 배 속으로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갔다. (곰의 부탁, 30)



나는 지금껏 운이 좋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 자신할 수 없었다. 아니, 내 몫의 운을 모조리 써 버린 것 같아 더는 배짱부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심장이 혼자 숨죽인 채 뛰고 있었다. 날은 여전히 무덥고 콜은 아직 뜨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헬멧을 눌러썼다. (헬멧, 86)



좀 뜻밖이었다. 나는 내가 그 사건을 얼추 잊은 줄 알았다. 세상에는 다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많았고, 기를 쓰고 외운 영어 단어도 이틀만 지나면 기억 속에서 흐물흐물 지워졌다. 그런데 그 얘기를 해야지 생각하자마자 그날의 색과 소리와 냄새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누군가 "서프라이즈!" 하면서 눈가리개를 열어 젖힌 것 같았다. (언니네 집, 126)



돈이 없으면 기분이 더러워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먹을 때도요. 돈 몇백 원이 뭐라고, 사실 그거 조금 아낀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다 아는데, 모르지 않는데, 그래도 꼭 더 싼 걸 집게 되요. 내가 또 싼 음료수를 마시고 있구나, 알아차리는 순간 기분이 안 좋아지고 그러면 또 혼자 막 생각해요. 나는 처음부터 이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다고, 절대 돈 아끼려고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런 생각을 자꾸 하다 보면요, 제가 처음에 뭘 좋아했는지 점점 헷갈리게 돼요. 꼴랑 음료수 하나 마시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죠? 저는요, 돈이 없어서 뭘 못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요, 이런 게 더 미치겠어요. 내가 나를 자꾸 쪼그라들게 하는 거요. (그 뒤에 인터뷰, 177)



세상은 순식간에 나아지지 않아서 여전히 변방으로 밀려나는 아이들을 만나곤 합니다. 경계 위에 서 있는 아이들은 오늘도 불안을 견디며 걸음을 내딛습니다. [...] 어설픈 위로도, 섣부른 희망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어 나는 숨죽여 소설을 씁니다. 너는 괜찮아? 짧은 인사를 남기기로 합니다. 거기 있음을 아는 것이 나의 시작입니다. (작가의 말,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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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청소년>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김재희 그림, 창비, 2020 

욕 좀 하는 이유나, 류재향, 이덕화 그림, 위즈덤하우스, 2019

곰의 부탁, 진형민, 문학동네, 2020


<만화 그래픽노블>

어제 뭐 먹었어 10, 요시나가 후미, 삼양출판사, 2015

어제 뭐 먹었어 11, 요시나가 후미/노미영 역, 삼양출판사, 2016

어제 뭐 먹었어 12, 요시나가 후미/노미영 역, 삼양출판사, 2017 

오늘 조금 더 비건, 초식마녀, 채륜서, 2020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푸른숲, 2020

사기 1-11, 요코야마 미츠테루/서현아 역, 시공사, 2012

 

<비문학>

김언호의 세계 서점 기행, 김언호, 한길사, 2020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아르테, 2020 

책이나 읽을걸, 유즈키 아사코/박제이 역, 21세기북스, 2019 

나라 잃은 백성 처럼 마신 다음날에는, 미깡, 세미콜론, 2020


<문학>

홀, 편혜영, 문학과 지성, 2016 

어떤 물질의 사랑, 천선란, 아작, 2020 

'에디 혹은 애슐리', 김성중, 창비, 2020


<영화>

추억의 마니 

세인트 영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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