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진을 곁들여 짧게 편집해 놓은 동화책이다. 영화 '매기스 플랜'에서 게걸스레 음식을 먹고 손가락 까지 빠는 존을 바라보며 매기가 '미스터 폭스 같다'고 말했다. 그 미스터 폭스, 여우씨는 그저 음식을 맛있게, 지나치게 열심히 먹는 선량한 캐릭터가 아니다.

 

미스터 폭스는 도둑이다. 농장 세 군데에서 닭고기, 훈제햄, 그리고 사과주를 훔친다. 평소에 도둑으로 생계를 이어왔고, 여우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데 농장주들에게는 피해가 간다. 그래서 그들은 여우사냥에 나서는데 우왁스럽게 여우굴을 막고 근처 산을 다 파헤친다.

 

세 농장주는 악랄한 독재자나 무능한 재벌을 연상시킨다. 그 많은 걸 끌어안고 살면서 나누지 않는다니! (그들의 상업 활동은 여우에겐 알 바 아니니까) 바로 이 '나눔'에서 여우씨와 농장주들의 차이가 돋보인다. 여우는 훔친다. 마음껏, 그리고 그 장물을 가족, 이웃과 즐겁게 나눈다. 아무런 가책없이. 그 옆에 독자들도 함께 앉아서 멍청한 농장주 흉을 보며 즐겁게 떠들게 된다. 재산을  빼앗긴 사실도 모른 채 여우굴 앞에서 한없이 보초를 서는 농장주들은 그들끼리도 서로 나누고 즐기는 모습이 없다. 하지만 여우씨의 능청스러움도 결국은 홍길동 전설에 불과하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달변의 멋장이인 그가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모습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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